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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마스

시호의 깨무는 버릇

by 기동포격 2017. 9. 8.

모가미 시즈카의 표정은 그저 무표정했다. 그녀가 무표정한 이유는 별로 재미없다던가 그런게 아니라, 눈앞에 나열되어 있는 문자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나오 유리코가 꼭 읽어달라며 반쯤 강제로 떠넘긴, 고급스러움이 조금 느껴지는 세련된 하드커버로 덮여 있는 책. 그 책을 펼쳐 하드커버 안의 세계를 펼친다. 책이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다. 읽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그 세계가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 같이 구성되어, 하나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시즈카 또한 마찬가지로 이 책의 세계가 머릿속에서 드라마로서 재생되어, 등장하는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희로애락을 즐기고 있었다. 



「……」



 턱을 괸 채 재미없다는 표정을 띄우고, 그런 시즈카를 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키타자와 시호는 이미 30분 전부터 이곳에 있었지만, 시즈카는 시호의 존재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집중을 하고 있는 건가, 나보다 책이 더 재미있는 건가, 표정에 그런 생각들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말을 거는 것은 왠지 망설여졌다. 집중을 하고 있는 시즈카의 눈이 너무나도 진지했기 때문이다. 

 가끔 들리는 종이가 넘겨지는 소리. 그 소리가 기분 좋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어딘지 모르게 이게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호는 뭐라고 할까, 책한테 질투를 하고 있었다. 시즈카의 마음을 그렇게나 붙잡아서는 놔주지 않는 존재인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도,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는 들려온다. 정말 진심으로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



 결국 참을 수 없게 되어 시즈카의 옆에 앉는다. 역시 대놓고 인기척을 내면 알아차리는 법. 시즈카는 고개를 들어 시호 쪽을 돌아본다. 딱히 방해한 것은 아니다.



「아, 시호」


「……계속 읽어도 괜찮은데?」


「왜 그렇게 기분이 나빠 보이는 거야?


「……별로」



 시즈카는 이상하다고 중얼거리면서 다시 책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아니, 계속 읽어도 괜찮다고 방금 분명히 말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바로 읽기 시작하니 책한테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분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외로움을 느꼈다. 곁에 있으면 항상 응석을 부려오는 시즈카가, 오늘은 책에 집중하고 있었다. 

 마음에 안 든다

 시즈카를 둘러싼 손이 그 체구를 상냥하게 감싸안는다. 시즈카는 약간 놀랐다는 표정을 짓고, 한 번 더 고개를 돌려 시호의 얼굴을 본다.



「뭔데?」


「앗,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말하고 또 문자가 나열되어 있는 책에 눈길을 주려고 하자, 역시 분노가 온 몸을 둘러싼다. 

 시즈카의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미끈미끈하고, 미지근한 감촉. 그것은 시호의 혀였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시즈카는 무심코 목소리를 높이고 만다. 



「……잠깐만, 시호. 대체 왜 이러는 건데?


「……」


「나보다 책이 우선이잖아? 계속 읽는 게 어때?」


「……그럼 사양 않고」



 내뱉은 말은 진심이 아니다. 나를 신경 써주고, 나를 봐줬으면 해서 몸이 이렇게나 달아오르는데. 시호는 드물게 시즈카한테 응석을 부리고 싶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시즈카의 목덜미. 비쳐보일 것 같은 피부를 솔직히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 맨살에 입을 가져가니, 시즈카의 몸이 약하게 떨린다. 혀를 내밀어 부드럽게 핥아 올라가니, 신음소리에 가까운 소리가 시즈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 소리는 시호가 지금 듣고 싶어 견딜 수 없어 하는 그녀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시즈카는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독서를 그만두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쪽도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며, 시호는 목덜미에 자신의 이빨을 찔러 넣었다.



「아야……!」



 별로 세게 문 것도 아니었다. 가볍게 깨문 정도였다. 그런데도 아픈 건 아픈 건지, 시즈카 또한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깨물지 말라고 항상 말하잖아」


「……오늘은 네가 잘못한 거야」


「뭔데. 책한테 질투하는 거야?」


「……」


「아, 진짜 그랬어?」



 반쯤 농담인 질문에 시호가 침묵한다. 시즈카는 그 모습을 보고 시호가 진심으로 그걸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처음으로 눈치 챘다. 

 시호는 대답 대신에 방금 전보다 강하게 이빨을 찔러 넣었다. 정말로 아파보이는 표정을 짓는 걸 보고도, 시호는 개의치 않았다.



「아야……시호, 아프니까」


「알 바 아냐」


「응? 자국 남으니까……아야, 윽, 큭……」


「내 알 바 아니라고 하잖아」


「화, 났어?」


「스스로 생각해 보시지?」



 목덜미에 선명하게 남겨진 이빨 자국. 시즈카의 아름다운 피부가 이빨 모양을 따라 빨개져 있는 걸 보고, 시호는 죄악감이 조금 느껴졌다. 하지만 이것은 시즈카가 잘못한 거다. 자신을 그렇게 타이른다. 그래, 책에 집중한 시즈카가 잘못한 거다. 



「사과할 테니까. 그게, 혼자 놔둬서 미안해」


「……」



 책을 덮고 사과하는 시즈카였지만, 시호는 책을 덮을 때 책갈피 끈으로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시해 두는 걸 똑똑히 보았다. 그건 보통 누구라도 하는 행동이지만, 그것조차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목덜미 다음은 귀였다. 시호의 입은 목표를 정하고 시즈카의 귀를 물고 늘어졌다.



「음……!」



 이번에는 그렇게까지 힘을 줘서 깨물지 않았다. 사과를 하기는 했으니까.

 이빨에 귓불이 닿을 듯 말듯 할 정도로 턱을 움직인다. 잇자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짝 남았다. 마킹. 시즈카는 나의 것이라며 이빨 모양으로 흔적을 남겨간다. 책 같은 거에 뺏기고 싶지 않다고, 그녀의 몸을 둘러싼 시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외로웠어?」


「별로」


「시호 넌 나한테는 거짓말을 참 못한다니까」


「대체 어디가」


「그럼 지금 여기서 키스하고 싶다고 하면 시호는 어쩔 거야?」


「……그게 뭐 어쨌다고. 마음대로 하는 게 어때?」



 말로는 그러면서 시호의 입은 물고 늘어지는 것을 그만두고, 시즈카를 안고 있는 손에는 힘이 들어간다. 너무나도 노골적인 그 행동에 시즈카는 키득하고 웃어버렸다. 



「미안해, 시호」


「……」



 가볍게 입술을 맞출 뿐인 키스였다. 그런데도 시호는 사죄의 뜻을 확실히 받았기 때문에 그걸로 좋았다. 



「이제, 안 깨물 거야?」


「……」


「진짜로 아픈데?」


「……미안」


「그렇게 말하고, 또 깨물 거지?」


「……」


「시호,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것도 알 수가 없는데?」


「……오늘은, 만족했으니 이제 안 할 거야」



 시즈카의 온기를 느끼면서 자기가 남긴 이빨 자국을 바라본다. 그곳은 아직 키스 마크가 남겨진 것 같이 붉었다.



「또, 할지도 몰라」


「잠깐만……」


「살살 할 테니 안심해줘」


「그런 의미가 아니라……」



 시끄러워.

마음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시호는 시즈카를 좀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시즈카는 정말 못말린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최소한, 그거를 하고 있을 때만 하도록 해」


「그럴 생각이야」




 진짜? 진짜야.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면서 한 번 더 입술을 겹친다. 

 시호의 깨무는 버릇은 앞으로도 쭉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 








시즈시호 왓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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