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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아이마스

코토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1

by 기동포격 2017. 11. 18.

“술이라…”



전화를 끊고 쓴웃음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와 같이 술을 먹은 지도 오래 된 것 같다. 옛날에는 그래도 코토리와 아즈사랑 자주 갔었던 것 같은데, 시어터 애들이 들어온 뒤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그런 자리를 마련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오랜만에 한 잔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모처럼 치즈루가 만들어준 시간이니 치즈루의 말을 따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휴대폰을 꺼내 코토리의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누른다. 그러고 보니 코토리한테 이렇게 사적으로 전화를 거는 것도 오랜만이군. 나는 코토리를 어떻게 나오게 만들지 고민하면서 느긋하게 벨소리를 감상했다.






“건배!”



서로의 맥주잔이 부딪친다. 



“캬아!”



맥주를 호쾌하게 넘기는 코토리. 그 옆에는 이미 빈 잔이 5잔이나 있다. 우리 사무소 여자들은 왜 이렇게 술을 좋아하고 또 잘 마시는 건지. 그러고 보니 346 프로덕션에도 술꾼들이 많다 들었는데, 아이돌과 관련 된 여자들은 다들 술을 잘 마시는 걸까?



“아, 진짜 살 것 같아요. 3일 동안 침대 위에서 혼자 뒹굴고 있었거든요. 친구들을 부르자니 다 일을 하거나 집안일을 하느라 바쁘고, 딱히 할 일도 없고”



턱을 괴고는 기분 좋은 듯 중얼거리는 코토리. 날 바라보는 취기가 가득한 눈동자에서 평소에는 느낄 수 없는 요염함이 느껴졌다. 붉은 뺨, 조금 흐트러진 머리카락, 비틀거리는 동작. 새삼스레 코토리가 이렇게 예뻤던가 생각하게 된다. 



“집에서 그렇게 할 일 없이 뒹굴 거릴 거였다면 휴가는 왜 낸 거야? 그냥 일하는 게 낫지 않았어?”



그렇게 물으니 코토리가 고개를 숙인다. 코토리가 휴가를 낸다고 했을 때도 똑같은 질문을 했었다. 왜 이런 애매한 때 휴가를 내냐고. 코토리는 웃기만 할 뿐 결국 이유는 가르쳐주지 않았었다. 



“……”



말없이 턱을 괴고 반쯤 비워진 맥주잔만 흔드는 코토리. 



“…저도 잘 모르겠어요”



10분쯤 지났을까. 그렇게 말을 꺼냈다.



“모르겠다?”


“…네. 어째서일까요. 할 거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그냥 내고 싶었다고 할까요”


“그냥 내고 싶었다라…”



맥주잔을 흔드는 코토리한테서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코토리와 일한지도 3년. 이런 코토리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미소 지으며 우리 사무소에 활기를 전해주던 아이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매너리즘에 빠진 것도 같아요. 일과 직장을 오고가는 매일 반복되는 생활. 똑같은 하루, 변함없는 매일. 난 대체 무얼하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 서른이 넘어서도 남자친구 하나 없이 괜찮은 걸까 하는 걱정. 그냥 이것저것 복잡하게 얽혀서 일상을 좀 떠나고 싶었다고 해야 하나…뭐, 귀찮아서 결국 집에서만 뒹굴 거렸지만요. 아하하”


“……”



코토리가 웃는다. 고개를 숙이고 웃어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서글픔이 느껴지는 웃음 소리였다.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나 또한 코토리랑 비슷한 나이에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까. 난 그 때 아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터 생활을 시작했었지. 물론 얼마 가지 않아 아버지 친구이던 사장님한테 잡혀 이곳 765 프로덕션으로 끌려왔지만.



“뭔가 허무하네요. 이상하죠? 어린애도 아닌데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고…”


“그것은 오히려 어른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닐까? 어린애라면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의문을 달지 않는 법이지. 어른이 제시한 길만 따라가면 되니까”


“그런 걸까요…”



탁자에 엎드리는 코토리. 



“어디 라노벨이나 애니처럼 멋진 일상이 딱 등장해준다면 좋을 텐데…”



나의 경우는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익히느라 바빠서 절로 잊었었지만, 코토리를 보니 그럴 수도 없는 것 같다. 이런 건 오래 가면 절대로 좋지 않다. 본인에게도, 주위사람에게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자니



“프로듀서님?”


“응?”


“우리, 결혼할까요?”



뜬금없이 그런 말을 꺼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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