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거야……」
「…덥습니다」
「……」
거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에 이마를 부여잡는다. 한 명은 소파에 뻗어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으며, 한 명은 그 반대편 소파에 앉아 연신 땀을 흘리고 있고, 한 명은 바닥에 붙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제일 더운 곳에서 왔을 놈이 제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세 명이서 서로 자기가 쐬겠다며 다투다 망가진 선풍기가….
P 「…하아…」
울고 싶다.
일요일.
정말 오랜만에 오프를 받은 나는 침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낡은 선풍기에서 흘러나오는 소음을 BGM 삼아 아무한테도 방해 받지 않는 휴일을 만끽하고 있었다.
망할 직장 같으니.
휴일은 어쩌다 한 번 있고, 주말은 당연하다는 듯이 없으며, 매일 5시 출근에 잔업을 밥 먹듯 하는 망할 직장생활. 그렇다고 그에 대한 돈이 정당하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사장이라는 놈은 아이돌의 미소를 보며 참으라고 하고, 그만두자니 아이돌들이 눈에 밟혀 못 그만두겠고…
이거 생각해보니 열 받네.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던 그 때
띵동
미키 「허니, 미키네 왔어~」
히비키 「프로듀서,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어서 문 열어!」
소악마들이 방문했다.
그렇게 정오부터 우리 집으로 쳐들어 온 3명의 소악마는 집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덥다고 선풍기를 두고 싸우더니, 결국 선풍기를 망가뜨리고는 더위에 녹다운 당했다.
미키 「어째서 허니 집에는 에어컨이 없는 거야!」
글쎄? 있어도 쓸 시간이 없어서가 아닐까? 올해 여름 들어 집에서 10시간 동안 있어본 적이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다. 사무소에 가면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려있는데 굳이 살 필요가?
소파에서 파닥거리며 불평하는 미키를 무시하면서 냉동고에 들어있는 얼음을 꺼낸다. 수건을 물에 적신 뒤 짜고, 수건을 펼쳐 중앙에 얼음을 몇 개 놓고는 수건을 묶는다. 손을 통해 전해져 오는 한기. 그 수건을 들고 바닥에 대자로 뻗어있는 히비키한테 다가간다. 바로 옆으로 다가가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죽은 건 아니겠지? 일단 수건을 목덜미에 놓아본다.
히비키 「우갸~!!」
아, 살아있다.
히비키 「뭐하는 거야, 프로듀서!」
P 「예이예이, 가만히 있어」
날뛰려고 하는 히비키를 힘으로 반쯤 제압하다시피 하며 수건을 이용해 몸 이곳저곳을 닦는다. 팔부터 시작해, 목덜미, 살짝 드러난 등 순으로. 처음에는 날뛰던 히비키도 그 시원함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지금은 가만히 받아들이고 있다.
히비키 「하아~」
기분 좋은 듯 한숨을 내쉬는 히비키를 보자 웃음이 피식 새어나온다. 말로는 자신이 완벽하다면서 어필하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는 히비키. 어떻게 보면 시건방져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워할 수 없다는 점이 히비키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P 「자자, 앞으로 돌아」
내 말에 몸을 돌리는 히비키. 그러자 바닥에 깔려 존재를 숨기고 있던 가슴이 존재감을 어필한다. 히비키의 작은 키에는 어울리지 않는 크기라니까….
일단 얼굴 쪽부터 땀을 닦아내기 시작한다. 앞머리를 들어 올려 땀투성이인 이마를 정성스레 닦은 뒤, 머리카락과 이마의 경계선을 주의 깊게 닦는다.
히비키 「아우…」
이마를 드러내고 있는 게 부끄러운 걸까. 히비키가 손을 앞으로 모으고 꼼지락거리며 몸을 움츠린다. 그 모습을 보니 무심코 장난기가 솟는다. 좋은 생각이 떠오른 나는 얼굴을 히비키의 이마로 가져가
할짝
혀로 남아있던 땀을 핥았다.
히비키 「!!!」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지는 히비키. 급히 상체를 들어 올리려 하지만, 손으로 이마를 누르니 꼼짝을 못한다. 글쎄, 아무리 댄스로 단련된 몸이라지만 이렇게 하면 천하장사도 못 일어나지. 그렇게 당황해하는 히비키를 놀리며 낄낄거리고 있을 때,
퍽
P 「쿠헉!」
엄청난 충격이 나를 덮쳤다.
미키 「허니!! 뭐하는 거야!!」
그래, 네가 있었지. 배에서 느껴지는 중량감. 화가 단단히 난 미키의 얼굴을 보며 비굴한 웃음을 짓는다. 솔직히 난 리츠코가 화를 내는 것보다, 미키가 화를 내는 게 더 무섭다.
P 「장난, 장난. 응응, 그냥 단순한 장난이야」
미키 「아무리 장난이라지만,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걸 구별해야 하는 법이야!!」
미키한테 정론을 들으면 왠지 속에서 울컥한다.
미키 「그리고 허니는 요즘 히비키만 너무 챙기는 거야! 미키한테는 스킨십 하나 안 해주면서!!」
그야 히비키가 제일 놀려먹기 쉽고 놀려먹는 보람이 있으니까. 뭐랄까, 미키와 타카네는 스킨십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감이 있달까.
P 「히비키가 끝나면 미키도 해줄 테니까. 응? 그러니까 이제 배에서 내려오자. 알겠지?」
미키를 살살 달랜다. 여기서 쓸데없는 말을 해 화를 돋워봤자 좋은 건 하나도 없다.
미키 「흐~음. 약속한 거야?」
불만스럽다는 표정이기는 했지만 일단은 납득하고 소파로 다시 올라가는 미키. 상체를 일으켜 히비키를 찾는다. 히비키는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타카네한테 안겨 가슴을 가리고 날 노려보고 있었다.
히비키 「우~」
눈에 눈물을 머금고 날 노려보고 있다. 글쎄, 자기 딴에는 불만을 표출하는 거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귀엽기만 하다. 그리고 히비키, 넌 나한테 집중하느라 모르겠지만 타카네가 네 포니테일에 얼굴을 묻고 한창 만끽하는 중이거든?
P 「장난을 좀 쳤을 뿐이야. 이제 안 할 테니, 이리 오지 않을래? 히비키도 찝찝하지?」
수건을 들고 히비키를 유혹한다. 이렇게 덥고 찝찝한 날, 결코 쉽게 뿌리칠 수 있는 유혹은 아닐 것이다. 날 잠시 가만히 노려보던 히비키도 마음을 굳혔는지, 조심스레 나한테 다가왔다.
히비키 「…또 그런 장난치면, 가만 안 둘 거야」
P 「응응」
머리를 쓰다듬고 싶었지만, 땀을 많이 흘렸을 테니 오히려 불쾌감만 줄 것이다.
P 「잠시만 기다려」
서랍으로 다가가 수건을 한 장 더 꺼낸 후 물에 적신다. 그리고는 다시 히비키한테로 다가가, 수건을 내 무릎에 놓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P 「여기 누워」
잠시 벙찐 표정을 지은 히비키는 이윽고 조심조심 내 무릎에 머리를 뉘였다. 소파 쪽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지만 무시다, 무시.
작업을 재개한다. 다시 수건으로 이마를 닦고 그대로 내려가 볼과 턱을 닦는다. 눈을 감고 내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는 히비키. 이리저리 닦다가 한순간 손을 멈춘다. 입술. 아무것도 발려있지 않은 히비키 본래의 입술.
765 프로덕션은 아이돌 사무소인 것치고는 화장에 대해서 굉장히 엄격했다. 사장님은 나이에 맞는 그 풋풋함이 아이돌들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생각했고, 화장은 되도록 하지 말거나 얇게 하라고 권하고 있었다. 물론 피부에 좋지 않다는 것도 한 이유였다.
나는 입술을 쳐다보며 잠시 고민하다가, 수건으로 입술을 조심스레 닦기 시작했다. 그러자 히비키가 눈을 뜨고 날 노려보았지만, 난 웃으며 아무런 문제없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수상한 짓을 하는 것도 아니잖아? 입술을 다 닦은 후 손가락으로 몇 번 툭툭.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 부드러움에 재미가 들려 한 번 더 손가락을 입술로 향한 순간,
P 「끄악!!」
물었다. 히비키가 내 손가락을 물었다!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몸을 바동거렸지만, 히비키는 결코 쉽게 손가락을 놔주지 않았다.
미키 「풉!」
타카네 「후훗」
지금 웃음이 나오냐!
결국 빌고 빌어서야 히비키는 손가락을 놔주었다. 손가락에 선명히 남아있는 이빨 자국. 자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잔인한 인간 같으니. 이대로는 끝낼 수 없다 싶어서, 어떻게든 복수 할 수 없을까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P 「호오?」
손가락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침을 발견했다.
P 「크크큭」
히비키 「뭐, 뭐야. 그 기분 나쁜 웃음은」
P 「히비키, 넌 지금 날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P 「하지만!」
P 「넌 절대 날 이길 수 없어!」
기세 좋게 외치며 일어서서 손가락을 뻗어 하늘을 향해 들어올린다! 이 손가락에 모든 것을 담느니! 멍하게 나의 기행을 바라보는 세 명 앞에서, 나는 손가락을 기세 좋게 입에 넣었다.
히비키 「앗!」
P 「쪽쪽쪽쪽」
히비키 「우갸~~~!!」
명치를 맞았다. 그것도 두 번이나.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니 미키의 얼굴이 보였다.
미키 「아, 정신 차렸어?」
P 「…미키…」
미키 「허니, 기절했었어. 미키, 그렇게 깨끗한 연속 펀치는 처음 본 거야」
그래, 나도 처음 봤어. 덕분에 죽을 뻔했지.
P 「히비키는?」
미키 「타카네가 배가 고프다 해서 밥 만드는 중」
미키의 말을 듣고 보니, 고소한 냄새가 부엌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타카네 「히, 히비키」
히비키 「안 돼. 다 될 때까지 참아」
문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자하니, 어지간히도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부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눈에 훤했다. 히비키가 앞치마를 걸친 채 손을 바삐 놀리고, 타카네가 그 주위를 화장실 급한 강아지처럼 배회하고 있겠지.
미키 「후훗」
P 「응? 왜 그래?」
미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면서 상냥한 미소를 짓는 미키. 무심코 시선을 돌린다. 가끔씩 보여주는 나이에 맞지 않는 미소. 이미 수없이 본 미소였지만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미소였다.
미키 「??」
그렇게 머리에 물음표를 띄워도 말이지….
잠시 고민하던 미키는 곧 질렸는지 손가락으로 내 얼굴 이곳저곳을 만지기 시작했다. 나랑은 비교도 할 수 없이 가느다란 손가락. 그 손가락이 내 얼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가끔 손끝으로 톡톡 치기도 하고, 볼을 주무르기도 하고. 마치 내 얼굴 하나하나를 전부 기억하겠다는 듯 얼굴 전체를 손가락이 누빈다.
미키 「이상한 표정」
P 「그렇게 이상해?」
미키 「응. 사무소에서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 방심이 가득한 표정」
그야 사무소는 공적인 장소이며 일터이니까.
미키 「오직 미키랑 타카네, 히비키만이 알고 있는, 프로젝트 페어리만의 표정. 미키 혼자서 독점하지 못한 다는 것은 아깝긴 하지만」
미키가 그렇게 말하며 나와 시선을 맞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초록색 눈동자. 마치 에메랄드를 박아놓은 듯 아름답게 빛나는 눈동자. 그래, 이 눈에 반해 페어리라는 그룹을 만들고 그 프로듀스를 시작했었다.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만날 당시 아름답게 빛나던 그 눈은 변함이 없었다.
잠시 동안 그렇게 나를 보던 미키의 눈이 갑자기 가늘어지더니, 미키의 얼굴이 나한테 다가왔다.
이마에 조용히 입을 맞추는 미키. 이마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 그 감촉은 이마에서 끝나지 않고 얼굴을 타고 점점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마, 눈썹, 그리고 볼. 볼에서 잠시 멈췄을 때 입술과는 또 다른 감촉이 느껴졌다. 약간 축축한 이것은….
그렇게 얼마간 볼에서 머물던 미키의 입술은 나의 입술로 천천히 다가와서,
미키 「으~음」
바로 내 입속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나는 저항하지 않고 미키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었다. 말린다고 해서 들을 애가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나도 싫은 건 아니었다.
몇 분간을 그렇게 있었을까.
미키 「푸하~!」
드디어 미키가 입술을 떼었다. 농염한 표정. 중학생이 짓는 표정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표정. 우리 세대 때는 정말 모두 어린애 같았는데, 내가 나이를 먹는 동안 인류는 진화라도 한 것일까?
미키 「아핫. 잘 먹었습니다」
P 「얌마」
대체 어디서 저런 표현을 배워오는지. 머리를 가볍게 치니, 미키가 불만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뭔가가 생각난 듯 소파로 달려가서는 가방을 뒤져 무언가를 가지고 돌아왔다.
미키 「오늘 하고 싶은 게 있었던 거야!」
P 「응? 뭔데?」
미키 「이거!」
미키가 자신만만하게 들어 올린 것. 그것은 귀이개였다.
솔직히 불안하다.
P 「…해본 경험은?」
미키 「없는 거야!」
야.
미키의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미키의 무릎에 머리를 싣는다. 하나님, 부처님, 알라시여, 제발 청력만은 보존해주소서.
콧노래를 부르며 내 귀를 어루만지는 미키. 잠시 동안 귀를 만지던 미키는 곧 물티슈를 꺼내어 내 귀를 닦기 시작했다. 서툴지만, 그래도 정성이 들어간 동작. 모든 것을 내려놓고 미키한테 전부 맡기기로 했다. 미키니까 분명 잘 할 것이다. 내 믿음을 한 번도 배신한 적이 없는 미키니, 분명.
사각사각
귀이개가 귓속에서 움직이는 소리. 남이 해주는 귀청소는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사회에 나와서는 처음이 아닐까?
미키 「의외로 깨끗한 거야」
P 「그야 항상 청결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으니」
미키 「흐~응. 재미없는 거야」
뭐가.
미키 「있잖아, 허니」
P 「응?」
미키 「오늘 저녁에, 영화 보러 가지 않을래?」
P 「영화?」
미키 「응. 하루카한테 재밌는 영화가 개봉했다며 추천받은 거야. 그래서 허니랑 타카네, 히비키랑 보러 가자 싶어서」
P 「호오? 무슨 영환데?」
미키 「공포영화」
P 「……미키, 너…」
미키 「물론 미키도 타카네가 공포 계열에 약하다는 건 알고 있는 거야」
P 「알고 있다면 어째서?」
미키 「그게 더 재밌잖아?」
P 「미키?」
미키 「어제 하루카한테 추천 받고 영화에 대해서 알아본 거야. 영화 자체는 혹평이 가득. 평점도 낮았어. 오늘 아침에 자리를 예매할 때도 미키네 말고는 아무도 없었던 거야. 이것을 보아할 때, 하루카는 미키를 놀리기 위해 그 영화를 가르쳐 준 게 분명한 거야」
미키 「영화는 재미없다. 즉, 미키는 영화보다는 타카네의 반응을 즐기러 가는 거랄까?」
P 「어째서 그런 일을…」
미키 「벌」
P 「응?」
미키 「3일 전에…미키랑 히비키한테 비밀로 하고 타카네 혼자 허니 집에 왔었지?」
P 「……」
역시 들켰나.
미키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묻지 않겠는 거야. 하지만 타카네는 규칙을 어겼어.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미키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귀청소를 받는 중이라 고개를 돌릴 수 없어, 지금 미키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목소리에서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P 「…알겠어」
나는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 타카네.
미키 「자, 이쪽 귀는 끝! 허니, 돌아누워」
미키가 말하는 대로 돌아누우니….
미키 「앙~, 이 자세는 역시 부끄러운 거야」
P 「나 역시 마찬가지거든」
다시 귀청소가 시작된다. 눈을 감고 귀에 신경을 집중한다. 까만 세상에서 오직 사각거리는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어릴 때, 어머니가 해주던 귀청소가 떠오른다. 그 탓일까. 얼마 안 있어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키 「잠이 온다면, 자도 괜찮은 거야」
미키의 다정한 목소리. 의식이 완전히 잠에 떨어지기 직전, 볼에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미키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몸이 흔들리는 감각에 눈을 뜬다.
미키 「아, 일어났다」
P 「…미키…?」
미키 「히비키가 밥이 다 됐다고 성화인 거야. 빨리 안 가면 혼날지도」
P 「아, 아아. 응, 알겠어」
일어나서 기지개를 편다.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P 「먼저 가 있어. 세수하고 바로 갈게」
미키 「응!」
부엌으로 달려가는 미키를 배웅하고 욕실로 가 찬물에 세수를 한다. 남아있던 잠기운이 날아가고, 정신이 또렷해진다. 자, 밥을 먹으러 가볼까.
부엌으로 가니 히비키랑 타카네가 젓가락을 가지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히비키 「프로듀서가 올 때까지 기다려, 타카네!」
타카네 「하지만 히비키.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을 앞에 두고 지금 저한테 참으라고 하시는 것입니까! 이 얼마나 잔혹한 사람이신지!」
타카네….
잠시 숨어서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면 역시 타카네가 너무 불쌍하므로 얌전히 식탁으로 향하기로 했다.
P 「자자, 둘 다 진정하고」
타카네 「귀하!」
히비키 「프로듀서! 왜 이렇게 늦은 거야!」
P 「미안, 미안」
흥분한 둘을 진정시키고 식사에 돌입한다. 감상을 말하자면, 역시 히비키가 만든 요리는 맛있다? 타카네가 눈물을 흘리며 먹을 정도로.
P 「오?」
설거지를 마치고 거실로 돌아가니 미키와 히비키가 자고 있었다. 이렇게 더운데 잘도 자는구나.
타카네 「아, 귀하」
P 「언제 잠들었어?」
타카네 「방금 막 잠들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손수건으로 둘의 땀을 닦아주는 타카네. 나도 방구석에 놓인 부채를 가져와 부쳐주기 시작했다.
타카네 「귀하」
P 「응?」
타카네 「귀하도 땀을 많이 흘리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P 「뭐, 그야 그렇지」
타카네가 말하는 대로 땀을 많이 흘려 상당히 찝찝했다. 미키랑 타카네, 히비키가 왔을 때 간단히 샤워를 하긴 했지만, 그것도 이미 몇 시간 전의 이야기였다.
타카네 「그렇다면 소녀와 같이, 욕실에 들어가시지 않겠습니까?」
P 「응?」
타카네 「소녀 또한 땀을 많이 흘려 불쾌하오니, 같이 욕실에 들어가자 청하는 것입니다」
P 「……」
쭙, 쪽.
욕망이 한껏 담긴 소리가 욕실에 울려 퍼진다. 타카네의 혀가 내 몸 이곳저곳을 유린한다. 입을 기점으로 출발한 그 혀는 쇄골을 거쳐 유두, 배, 옆구리 어디 하나 빼먹지 않겠다는 듯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나는 눈을 감고 타카네한테 모든 것을 맡긴다. 결코 내 쪽에서는 건드리지 않는다.
타카네 「후후훗」
평소의 타카네라면 결코 들려주지 않을 야릇한 웃음. 배꼽까지 내려갔던 입이 다시 쇄골을 거쳐 목덜미까지 올라온다. 그리고 목덜미에 도착하자,
타카네 「쯥쯥」
이빨을 세워 내 목덜미를 깨물고는 마치 흡혈귀가 피를 빨듯 빨아댄다. 목덜미에서 따끔한 감각이 계속해서 올라왔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기분 좋은 고통이라고 하면 표현이 좀 이상한가?
1분쯤 그렇게 왼쪽 목덜미를 깨물고 빨아대던 타카네가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타카네 「어머나?」
타카네가 탄성을 질렀다.
P 「왜 그래?」
타카네 「후후훗. 키이스마크이옵니다, 귀하」
P 「키스마크?」
타카네 「네, 미키도 참으로 앙큼하군요」
아까 귀청소를 받다 잠들었을 때 남긴 것일까.
타카네 「왼쪽은 포기해야겠습니다. 이곳에 했다가는 분명 미키한테 혼날 것이니까요. 대신-」
타카네는 귀 쪽을 깨물어대기 시작했다. 귀에서 전해져 오는 형용할 수 없는 감각에 몸을 부르르 떤다. 그렇게 우리들만의 비밀스러운 의식은 몇 분 동안 더 지속되었다.
촤아악
차가운 물이 내 몸을 덮치고 냉기가 온몸에 퍼져 나간다.
타카네 「시원하십니까?」
P 「…응」
머리를 묶어 올리고 타월을 몸에 감은 타카네가 미소 짓는다. 샤워기를 원래 자리에 갖다 놓은 타카네는 스펀지에 바디워시를 뿌린 후 다시 나한테 다가왔다.
타카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스펀지를 이용해 가슴을 시작으로 내 몸을 닦기 시작하는 타카네. 결코 서둘지 않고, 아주 느긋하게 내 몸을 닦는다.
P 「왠지 데자뷰가 떠오르는데」
타카네 「후훗, 그렇군요. 분명 3일 전에도 이랬었지요」
3일 전. 저녁에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졌을 때, 타카네가 푹 젖은 채 사무소로 왔었다. 그대로 돌려보내는 것도 좀 그래서, 사무소에서 가까운 우리 집에서 옷을 말리고 가라고 했었다. 그 때 분명 아무도 없었는데, 미키는 어떻게 알아챈 건지….
나를 다 씻겨주고 타카네 자신도 몸을 씻기 시작한다. 나는 욕조에 들어가 느긋하게 타카네가 몸을 씻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새하얀 등이 참으로 눈부셨다.
인간의 몸을 예술품으로 분류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타카네의 몸은 특급이 아닐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타카네도 몸을 다 씻었는지 욕조 쪽으로 다가왔다.
타카네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몸을 빼어 타카네가 들어올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다.
타카네 「후우」
한숨을 내쉬며 나한테 기대어 오는 타카네. 팔을 뻗어 타카네를 끌어안는다. 그러자 타카네는 머리를 더욱 깊숙이 내 가슴에 기대어 왔다.
타카네 「귀하의, 고동소리가 들려옵니다. 두근두근, 하고」
들리듯 말듯 속삭이는 타카네.
P 「나도 타카네의 고동소리를 듣고 싶네」
타카네 「귀하께서 원하신다면 언제라도」
P 「하하, 사양하지」
타카네 「…심술쟁이십니다」
부푼 볼을 콕콕 찌른다. 항상 어른스러워 보이는 이 아이도, 이런 때는 나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준다.
타카네 「언제까지고 이렇게 있을 수 있다면…」
P 「이렇게?」
타카네 「소녀와 귀하, 그리고 미키와 히비키가 언제까지고 이렇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P 「……나도」
타카네 「그러하니, 일이 힘드시더라도 다른 생각은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P 「다른 생각?」
타카네 「귀하가 힘들게 일하시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765 프로더억션에는 귀하가 필요하옵니다. 부디 떠나신다거나,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P 「…할 수 있을 리가…. 너희들이 있는 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그래. 너희들 아이돌들이 있는 한 나는 765 프로덕션을 떠날 수 없다. 아무리 765가 블랙회사라고 해도.
P 「이제 슬슬 나갈까」
타카네 「네」
물이 미지근해진 욕조에서 일어나 탈의실로 향한다. 평소처럼 타카네를 먼저 내보내기 위해서 문을 열고 비켜섰다. 그리고 그대로 문을 통과하던 타카네가 갑자기 문을 나서다 말고 나한테 기대어 왔다.
P 「타카네?」
타카네 「귀하, 사모하옵니다」
그러면서 나를 힘주어 끌어안는다. 머리를 가슴에 기대고 숙이고 있어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P 「…나도」
나도 타카네를 끌어안았다. 내 대답을 들은 타카네가 고개를 들고 나를 올려다 본다.
타카네 「물론 그것은…」
P 「너희들 모두를」
나는 프로듀서다. 한 사람에게만 과한 애정을 주지 않는다.
타카네 「역시 귀하이십니다. 소녀로서는 조금 안타깝사옵니다만」
나한테서 떨어지는 타카네. 그 표정에서는 씁쓸함이 조금 묻어나왔다. 하지만 그 씁쓸함은 곧 얼굴에서 사라지고 평소에 보여주는 당찬 표정으로 바뀌었다.
타카네 「하지만 소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귀하를 뒤돌아보게 만들겠습니다」
P 「기대하고 있을게」
타카네 「예. 그럼 소녀는 이만」
문을 나서는 타카네.
자, 이제 슬슬 애들을 깨워 영화를 보러가야겠지?
영화는 매우 호평이었다. 물론 미키한테만.
그리고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냐면…
타카네가 무서워서 도저히 혼자 못 있겠다며 우리 집으로 짐을 싸서 쳐들어왔고, 미키와 히비키도 지지 않겠다는 듯 쳐들어옴으로서 또 한바탕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제발 좀 쉬게 해주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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