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소녀는 문 앞에서 이쪽을 보며 지금이라도 당장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미소를 띄우고 있다.
소녀가 짓고 있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도록 나는 바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하지만 나의 미소로는 소녀의 미소를 지키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그녀의 미소는 사라져 버리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며 그녀의 뺨을 아름답게 적셨다.
그녀는 가느다란 몸을 떨며 말했다.
「날…잊지 마」
나는 말했다.
「잊지 않아」
그녀는 문손잡이를 잡았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봐온, 그녀가 사무소를 나가는 모습.
분명 이렇게 당연한 광경도 이제 전부 끝나버리겠지.
그녀는 문손잡이를 찰칵 소리와 함께 돌리며 문을 열었다.
「○○○…」
뜻하지 않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당연히 내 곁에 있어야 하는 것이 떠나가는 것을 참지 못하고, 무심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이쪽으로 뒤돌아보았다.
「왜?…×××」
그녀는 내 이름을 불렀다.
문 밖에서 들어오는 강한 햇살 때문에 그녀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뭐라 말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어떠한 말도 생각해내지 못했다. 아니, 생각해낸 말을 올바른 말인지 단정하지 못하고 나는 말했다.
「잊지 않을 테니까」
그녀는 슬픈 듯이 미소 지었다.
「안녕,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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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 괴로워?」
들은 기억이 있는 목소리에 반응해,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떴다.
조그마한 몸에 아름다운 흑발을 하나로 모아 뒤로 묶고 있는 소녀가 걱정스러운 듯 날 보고 있었다.
나는 큰 하품을 한번 하며 소녀에게 인사했다.
「안녕, 히비키」
내 인사를 들은 소녀는 방금 전의 걱정 같은 건 어딘가로 날려버린 듯, 어둠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밝은 얼굴로 대답해주었다.
「안녕이야. 프로듀서」
히비키가 다시 나를 걱정하지 않게 하기 위해 히비키를 놀려 방금 전 일을 잊게 만들기로 했다.
「히비키는 정말로 귀엽구나」
「뭣! 성희롱이야! 프로듀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건 내가 머릿속에서 히비키로 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걸」
「변태! 리츠코에게 이를 거야!」
「히비키는 사람 머릿속까지 규제 하는 거야? 나는 히비키가 더 상냥한 여자아이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내가 실망한 눈으로 히비키를 응시하니 히비키는 당황하며 자신의 의견을 바꾸었다.
「뭐, 본인은 완벽하니까 그 정도는 용서해 줄게」
거기까지 말하고 나는 사무소에 우리 둘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라? 다른 사람들은?」
「벌써 돌아갔어」
손목시계를 보니 짧은 바늘이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분명 8시까지는 책상에 앉아 서류를 쓰고 있었으니, 2시간 정도 앉아서 졸고 있었던 것인가.
「다른 사람이 없었다면 억지로 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히비키의 얼굴이 단번에 흐려진다.
「기다린 게…혹시 폐를 끼친 거야?」
「아니, 아니야. 고마워. 히비키」
쓴웃음을 지으며 히비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히비키는 기분이 좋은 듯 고양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게 아니라 내 말은〝히비키〟를 연기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야」
히비키는 눈을 치켜뜨고 나에게 묻는다.
「아직 사무소인데?」
「아무도 없으니까 괜찮아」
「알겠어. 그럼 평범하게 말할게. 근데 프로듀서는 아직 안 돌아갈 거야?」
「먼저 차에 가 있어」
「알겠어. 차 키 줘」
그리고 히비키는 헤매는 일 없이 내 양복 안주머니에 마음대로 손을 넣어 차 키를 가져갔다.
히비키가 나가고 혼자 남게 된 사무소 안에서, 숨을 깊게 내쉬며 쓰러지듯 소파에 앉았다.
아직 잊지 못한 건가. 분명 영원히 잊지 못하겠지.
될 수 있으면 잊고 싶다.
될 수 있다면.
한번 더 숨을 깊게 내쉬고 히비키가 기다리고 있는 차로 향했다.
나는 아이돌 프로듀서를 하고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일이 두 가지 있다.
한 가지는 담당 아이돌과 동거를 하고 있다는 것.
나는 히비키와 만났을 때 인생에서 두 번째로 한눈에 반해버렸다. 첫 번째 때는 정만 깊어졌을 뿐, 거기서 한 걸음을 더 내딛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그 때의 경험을 살려 나는 처음부터 히비키에게 맹렬히 어필을 했다. 다른 아이돌들은 기분 나빠했고, 리츠코에게는 혼났으며 사장님은 나를 해고 할 것을 은연중에 나타냈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어필을 계속했으며, 히비키가 다른 사람들에게 비밀로 몰래 사귄다면 OK라고 해준 게 반년 전 일이다.
사무소 사람들에게는 말해도 괜찮지 않아? 그렇게 말하니 히비키는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날 필사적으로 말렸다.
그러니까 공식상에서 나는 히비키에게 차인 걸로 되어 있다.
그리고 또 하나.
「프로듀서. 언제까지 이래야해?」
조수석에 앉아 있던 히비키가 나에게 물었다.
「이래야 한다니, 뭘?」
히비키가 말한 말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나는 되물었다.
「나는 언제까지〝히비키〟를 연기해야 하는 거야?」
또 하나의 비밀은 히비키의 캐릭터는 만들어진 거라는 것이다.
진짜 히비키는〝히비키〟같이 오키나와어를 쓰지 않는다.
오키나와어를 쓸 수는 있지만 도쿄에 오고 나서 부터는 오키나와어는 부끄러워서 쓰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가끔 무심코 입에서 오키나와어가 나왔을 때는 부끄러워하며 나의 눈치를 본다.
히비키는〝히비키〟같이 밝고 기운차지 않다. 오히려 평범한 여자들보다 상처받기 쉬워 침울해 할 때가 많다.
〝히비키〟는 961 프로덕션에서 쿠로이 사장이 만들어 낸, 히비키가 연기하고 있는 아이돌이다.
그 사실은 타카네도 미키도 모른다.
아무래도 히비키만은 원래 캐릭터로는 인기가 없을 거라 판단해 연기를 하게 한 것 같다.
나는〝히비키〟보다도 오히려 히비키쪽이 훨씬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없었다.
내가 사랑하는 것이 대중에게도 사랑 받을 거라는 자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귀고 난 후 히비키가 그 이야기를 나에게만 털어 놓은 이후에도 히비키에게는 〝히비키〟를 연기하게 하고 있었다.
「히비키는 싫어?」
「싫진 않지만…」
히비키는 말을 잇지 못하고 흐렸다.
나는 무서웠다.
내가 사랑하는 것이 대중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
그러니까
「히비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널 좋아해. 그것만으로는 안 될까?」
나는 히비키를 대중의 눈에 띄지 않게 소중히 숨겼다.
히비키는 어색하게 웃고는 중얼거렸다.
「고마워」
******
창문에서 들어온 태양 빛이 침대에서 자고 있는 내 얼굴을 비추었다.
곁에서 자고 있는 프로듀서의 얼굴을 보니, 고통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명 악몽을 꾸고 있는 거겠지.
프로듀서는 잘 때 자주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싫은 꿈을 꿨는지 물어도 항상 흘러 넘겨버린다.
「----마---」
프로듀서가 잠꼬대를 한다. 뭐라고 하는 지 듣기 위해 프로듀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가지 마!!」
프로듀서는 그렇게 외치면서 일어나서는 나를 강하게 껴안았다.
「하아. 꿈인가」
프로듀서는 숨을 거칠게 쉬며 몸을 조금 떨고 있었다.
「안녕. 프로듀서」
프로듀서가 내 목소리를 듣고 제정신으로 돌아왔는지 미안한 듯 웃었다.
「안녕, 히비키」
프로듀서의 등에 팔을 돌리고 꼬옥 껴안으니 프로듀서는 조금 놀라워했다.
나는 프로듀서의 귓가에서 속삭이며 부탁을 했다.
「프로듀서가 꾸는 꿈, 가르쳐줘」
「…내 옛 연애담 같은 게 듣고 싶어?」
「듣고 싶지 않아. 하지만 알고 싶어」
분명 그 이야기는 나에게는 너무나 자극적이며 큰 아픔을 가져오겠지.
그래도 프로듀서의 대한 것이라면 알아두고 싶었다.
「옛날 내가 이 사무소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인 프로듀서일적」
「나하고 똑같은 시기에 사무소에 들어온 신인 아이돌이 있었어. 내가 처음으로 담당한 아이돌이지. 그리고 처음으로 한눈에 반한 여자이기도 하고」
프로듀서는 그리운 듯, 사랑스러운 듯 추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때는 담당 아이돌에게 맹렬이 어필할 만큼 신사는 아니었어」
나를 보며 씁쓸한 듯 웃는다.
「나는 그녀를 알면 알게 될수록 그녀를 좋아하게 됐어」
프로듀서는 마치 눈앞에 누가 있는 듯, 정면을 응시하며 이야기 했다.
「그녀의 장점이 셀 수 없이 보이기 시작했지」
눈앞에 있는 그녀에게 전하는 듯 이야기 한다.
「그걸 다른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했어」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대중에게 사랑받는 것은 아니었어. 그녀의 프로듀스는 겉돌 뿐이었지」
프로듀서는 분한 듯 바닥을 응시하며 말을 머릿속에서 짜내듯 말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다들 알아줄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그녀는 그것보다 먼저 은퇴했지」
프로듀서는 다시 눈앞에 있는 그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프로듀서는 고통스러운 듯 웃고 있었다.
「성공하지 못한 채, 상처 입을 만큼 상처입고 이 세계에서 사라졌어」
「그게,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
프로듀서는 그렇게 말을 끝맺고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가. 그런 일이었던 건가.
이런 때에, 프로듀서가 고통스러워하는 이런 때에 이러면 안 되지만.
나는 기뻐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 나의 얼굴을 보고 프로듀서는 이상한 듯 물었다.
「왜, 왜 그래? 히비키」
「음~. 미안, 프로듀서. 너무 기뻐서 웃음이 멈추질 않아~」
나는 나 자신을 껴안고 어떻게든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전혀 진정되지 않았다.
「즉 나에게〝히비키〟를 연기하게 한 건, 프로듀서가 사랑하고 있는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거라는 자신이 없어서잖아?」
「뭐, 그렇지만」
내가 몸을 내밀며 프로듀서에게 가까워지자, 프로듀서는 몸을 조금 뒤로 젖혔다.
「나 계속 불안했어! 프로듀서가 진짜 나를 좋아하는지. 왜냐하면 진짜 나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못 드러내게 했으니까」
프로듀서에게 뛰어들어 달라붙었다.
프로듀서는 뛰어든 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하고 있었다.
「다행이야 기뻐…」
「내 옛 이야기는 신경 쓰이지 않아?」
프로듀서는 왜 그렇게 과거를 신경 쓰는 걸까.
「신경이 안 쓰이는 건 아니지만 그것보다 기뻐서. 어쨌든 프로듀서는 지금은 나를 좋아하는 거잖아?」
프로듀서는 내 얼굴을 보고 몹시 놀란 것 같았다.
「하하. 하하하하!」
프로듀서는 정신줄을 놓은 듯 웃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조용히 웃으며 프로듀서에게 달라붙어 있었다.
프로듀서는 내 머리를 평소보다 좀 더 강하게 쓰다듬었다.
「이런 일이었다면 좀 더 이야기를 빨리 들어둘걸」
「히비키…」
프로듀서가 내 이름을 부른다.
프로듀서를 껴안은 채 프로듀서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프로듀서는 바보 같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카나산도」
발음이 조금 이상한 사랑의 말을 속삭인다.
나는 조금 부끄러우면서도 될 수 있으면 귀엽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카나산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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