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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니마스

마도카와 후유코가『즐겁게』대화를 나누고 있는 현장에 마침 같이 있게 된 AD의 이야기

by 기동포격 2020. 10. 30.

나는 어시스턴트 디렉터. 이른바 AD이다.


 이름을 댈 정도로 대단한 인물은 아니다.


 나는 주로 아이돌 프로그램의 AD를 하고 있다.


 당연히 아이돌들과 스쳐 지나가거나 인사를 나눌 기회도 자주 있다.


 이건 나(조연)과 아이돌들의 평범한 일상이다.


  





후유코「아, 마도카다~. 오늘 같은 현장이구나. 잘 부탁해~♡」


마도카「……안녕하세요, 후유코씨.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마유즈미 후유코씨와 히구치 마도카씨 두 사람의 촬영이다. 


 지금은 대기 중. 프로듀서님은 다른 현장에서 이쪽으로 오는 중인 것 같아, 아직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 같은 AD는 보통 협의를 하는 때를 제외하고는 대기실에 출입할 일이 없다. 촬영개시의 시간을 알리거나, 물이나 무언가를 가져가는 때 빼고는 말이다. 하지만



(큰일났다)



 대기실 안에 있는 탈의실. 커튼으로 칸막이가 쳐져있는 그 안을 청소하고 있었더니, 히구치씨가 들어왔던 것이다. 

 

 바로 말을 걸려고 했는데, 히구치씨는 들어오자마자 아무도 없다고 판단했는지 「후우」하고 긴장을 푼 듯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고 앉았다.


 그런 상황에서 나가는 건 뭐라고 할까, 히구치씨를 망신시키는 게 아닌가 고민하고 있었더니……마유즈미씨도 바로 뒤따라오듯이 들어와 왠지 모르게 스스로 나가기 어렵게 되었다.


 만약 두 사람이 이쪽으로 온다면 청소에 집중하느라 못 알아챈 척 해서, 어떻게든 넘기려고 했었지만……오늘 일정은 협의. 탈의실을 쓸 이유도 딱히 없어 이쪽으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것만은 진심으로 안심했다.


 그러므로 이곳에 있는 사람은 마유즈미씨와 하구치씨(그리고 나)뿐이다.



후유코「있잖아, 마도카는 언제 봐도 헤어핀이 잘 어울린다니까. 항상 어떻게 저렇게 멋질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어♡」


마도카「……감사합니다. 후유코씨도 항상 귀엽게 꾸미고 있으시죠」


후유코「응. 후유, 귀여운 거 무~지 좋아하거든♡ 칭찬해줘서 고마워~♪」



 탈의실 안에서 할 일 따윈 없고, 폰도 가져오지 않았으므로 시간을 때울 수도 없다. 그러므로 도청 같아서 양심에 찔리기는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에 집중한다.


 마유즈미씨, 히구치씨 둘 다 같은 사무소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얽히는 일이 별로 없는 것일까. 뭐라고 할까, 대화 내용도 무난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외모가 출중한 아이돌 두 사람이 대화를 하고 있는 건, 듣기만 하고 있어도 즐겁다.

 

 사실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후유마도……마도후유……훌륭하군……같은 생각을 하며, 나는 탈의실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는데……



마도카「……그 머리장식」


후유코「……?   왜~?


마도카「아니요. 후유코씨가 하고 있는 머리장식, 센스가 좋다고 생각해서요. 어느 가게에서 샀나요?」


후유코「아~, 그게 말이지. 이거, 프로듀서씨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줬어. 그러니까 어느 가게인지 후유는 몰~라♡ 미안해」


마도카「……헤에」



 어라? 뭔가……히구치씨의 목소리 톤, 한 단계 낮아지지 않았어?



마도카「사이가 좋네요. 후유코씨랑 그 사람은」


후유코「아니야~. 아, 그런데 프로듀서씨는 참 귀엽단 말이야. 오늘은 선물해 준 머리장식을 하고 왔을까, 안 하고 왔을까 신경 쓰는 게, 왠지 모르게 느껴지거든~♡ 귀엽지~」


마도카「……그런가요. 저로서는 그 사람이 귀엽다는 건 이해가 잘 안 가지만요」



 히구치씨는 여전히 낮으면서 기분이 좋지 않은 듯한 톤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후유코「에~? 그런 걸 신경 쓰는 점, 안 귀여워~? 그런데 말이야, 프로듀서씨는 진짜 상냥하지. 이런 선물도 해주고~」


마도카「……뭐, 상냥하다고 해야 하나, 호청년이죠」


후유코「아하하. 마도카. 솔직하지 못하네. 그건 상냥하다고 말하는 거랑 똑같은 의미야」


마도카「……」


후유코「아, 하지만~……마도카. 프로듀서씨가 상냥하다고 해서 너무 츤츤 거리는 건 좋지 않다고, 후유는 생각하는데~」


마도카「하아?」



 ……어라? 뭔가 방금, 어디에서 공이 울리는 소리가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내 기분 탓일까……?



후유코「그치만~, 마도카는 사무소에서 프로듀서씨한테 엄청 퉁명스럽게 대하고 있지~? 후유, 그걸 보고 프로듀서씨가 불쌍하구나~, 생각했어」


마도카「……후유코씨랑은 별로 관계없잖아요?」


후유코「관계 있어~♡ 왜냐하면 후유들의 프로듀서씨인데~? 관계없을 리가 없잖아~. 후유, 마도카가 프로듀서씨한테 심한 말만 짓궂게 계속한다면 얼마 안 있어, 떽! 하고 화낼지도……그럴 수도 있~다고♡」


마도카「……」


후유코「이해했어? 알아줬을까~?」



 ……아니, 뭔가……말 속에 뼈가 엄청나게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듣고만 있는 내가 도망치고 싶은데……?


 히구치씨도, 뭔가 의미심장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고.



마도카「……후유코씨는,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건가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더니 히구치씨가 갑자기 폭탄발언을 했다.



후유코「하아? 자, 잠깐만. 무슨 말을……!」


마도카「그치만 좋아하지도 않는데 타인과의 관계를 그렇게 유심히 보나요? 하물며 추궁하거나 하지도 않죠. 귀찮으니까요. 그러니까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 아닐까 싶어서요」


후유코「따, 딱히 그런 놈을 좋아하는 건……아니, 딱히 프로듀서씨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남에게 그렇게 말을 심하게 하는 건 좋지 않으니 그만두라는 이야기야~」


마도카「……그런가요. 뭐, 후유코씨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해서, 저는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퍼트리거나, 소문내거나, 가십거리로 삼을 생각은 없으므로 안심해주세요」



 히구치씨는 의미심장하게 한 박자를 쉬고 말했다.



마도카「그 양탈 쓰고 내숭부리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죠」


후유코「……」


후유코「……마도카는, 과연 어떨까?」


마도카「하아?」



 히구치씨가 한 방 돌려주자마자, 이번에는 마유즈미씨가 폭탄발언을 꺼냈다.



후유코「마도카도 프로듀서씨한테만큼은 츤츤거리고 있지만, 그건 프로듀서씨만큼은 특별하다는 의미 아냐~?


마도카「……이상하게 해석하지 마시죠? 그 사람은 아무래도 좋습니다만」


후유코「그렇구나~♡ 아까 내 머리장식이 프로듀서씨한테 받은 선물이라는 말을 듣더니, 표정이 깜짝 놀랄만큼 험해지길래, 틀림없이 그런 건 줄 알았어. 미안해~♡


마도카「……」

 


 ……아니, 아까부터 듣고 있는 이 대화, 뭔가 오금이 저려오는데? 둘 다, 뭔가, 수면 밑에서 치열하게 불꽃 튀는 싸움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후유코「하지만, 그렇지~. 프로듀서씨는 너무 상냥하니까, 후유도 가끔 두근 하고 가슴이 뛰는 일이 있을지도~♡ 후유한테 코트를 빌려준 적도 있었는데~, 그 때 입은 코트, 프로듀서씨 냄새가 나서……너무너무 따뜻했어~♡」


마도카「…………」


후유코「후유가 원하는 물건이 있을 때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가게에서 같이 줄서줬고……이야기를 참 많이 나눴었지♡ 게다가 후유가 원했던 레어 홀로그램 버전 뽑아줬고……그 때는 즐거웠어~♡」


마도카「………………」


후유코「레슨이 잘 안 돼서 도망치고 싶어졌을 때도, 그걸 알아차려줘서……엄청 매운 요리를 같이 먹어준 후에, 후유가 만족할 때까지 레슨 하는 걸 지켜봐준 적도 있었지~. 프로듀서씨는 그 때도 상냥했어~♡ 한밤중까지 단 둘이서 계속 붙어 있었지~♡」


마도카「……………………」


후유코「……어라? 마도카. 왜 그래? 꿀 먹은 벙어리처럼. 후유, 뭔가 기분을 해칠만한 말을 했을까? 기분 나쁘게 했다면, 미안해♡」


마도카「……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후유코「그렇구나. 그렇다면 다행이야♡ ……후훗, 후후후후후」


마도카「………………………………」



 아니, 너무, 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

 웃고 있는 마유즈미씨도, 입을 다물고 있는 히구치씨도 너무 무서워!

 무서워. 무섭다니까. 레알 무서워. 미치도록 무서워. 진심으로 무서워. 공포 때문에 압사할 것 같아.

 몸이 실제로 떨리기 시작했어.

 도와줘! 누가 좀 살려줘~!



 벌컥!



P「둘 다 수고. 기다리게 해서 미안……응? 둘 다 왜 그래?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일 있었어?」



 떨고 있는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드디어 대기실에 나타난 프로듀서님은, 두 사람의 분위기를 살피고 그렇게 의문을 던졌지만……



마도카「아무것도 아니에요. 미스터 덜렁쇠」


후유코「프로듀서씨, 고생하십니다♡ 기다리다 지쳐버렸어요♡」



 둘 다 그렇게 방금 전까지 했던 대화 같은 건 마치 없었던 일처럼 치부하며 대답했다.



P「미안해, 기다리게 해서. 그리고 마도카. 덜렁쇠라고 하지만, 일단 이렇게 보여도 다른 현장에서 서둘러 왔는데……」


마도카「제가 알 바 아니에요. 빨리 가죠」


P「……오늘 왠지 기분이 나빠 보이는데?


마도카「별로 안 나쁩니다만」


후유코「맞아요, 프로듀서씨. 마도카, 방금 전까지 후유랑『즐겁게』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니까요. 그치? 마도카」


마도카「……네, 정말로요.『즐겁게』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마유즈미씨」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두 사람은 프로듀서님과 함께 방을 나갔다.

 

 ……마, 마지막까지 무서워 죽는 줄 알았네……


 나는 두 사람이 나간 후에도, 탈의실 안에서 얼마동안 공포 때문에 몸을 떨고 있었다……




 며칠 후.


 오늘은 346 프로덕션과 일을 하는 날이다. 저번에 283 프로덕션과의 일이 있은 후, 내 얼굴이 꽤나 심했었던 것 같다. 원래라면 오늘도 283 프로덕션과 일을 하는 날이지만, 상사가 346 프로덕션과 하는 일로 바꾸어 주었다.


 283 프로덕션과 하는 일이 딱히 싫어진 건 아니지만, 며칠 전에 있었던 그 사건 이후 283 프로덕션의 일을 하는 건 정신적으로 무리가 있었다.


 그러므로 상사의 배려를 감사히 받아들여 심기일전, 오늘도 일을 열심히 하자고 다짐하면서 346 프로덕션 멤버들이 있는 대기실 문을 여니……



시부야 린「어때, 프로듀서? 어울려?」


사쿠마 마유「후훗, 프로듀서씨. 마유의 웨딩드레스 모습, 어떤가요오?」



 시부야 린씨와 사쿠마 마유씨가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346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님을 압박하고 있었다.



P「응, 그렇네. 둘 다 진짜 잘 어울려! 아, 나는 촬영기사님이랑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올 테니, AD님한테 타임 스케줄을 들어두도록 해! 죄송합니다, AD님. 잘 부탁드립니다!」



 346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님은 그렇게 말하고 황급히 방을 나갔다.

 

 남겨진 건 시부야 린씨와 사쿠마 마유씨(그리고 나)뿐이다.



 시부야 린「……」


 사쿠마 마유「……」



 ……두 사람은 방금 전까지 프로듀서님한테 보여주던 부드러우면서 사랑스럽던 얼굴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무표정으로 말없이 서로를 보고 있다. 


 ……나는 이 일이 끝난 후에, 또 당분간 공포 때문에 몸을 떨게 되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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