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벽람항로4

벽람항로 : 계기 「역시 맛있어」 리펄스는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잔에서는 붉은 홍차가 김을 피어올리고 있었다. 마치 단풍을 연상시키는 듯한 옅은 붉은 차는 색깔은 물론 맛도 사람을 휘어잡기에 충분했다. 「벨이 끓여준 차는 뭔가 특별하단 말이야」 「당연합니다. 주인님을 위해 최상급 재료만을 모아 끓인 차니까요. 찻잎뿐만이 아니라 물도 수돗물이나 지하수가 아닌 산 속에서 흐르는 1등급 물만을 엄선해서 길어왔습니다」 「아~, 지휘관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니까. 누구는 평소에 수돗물을 끓인 물에 싸구려 티백을 우려내어 마시는데 말이야~」 「티백은 놀라운 발명품. 기업이 어떻게 하면 간단하면서도 맛있게 차를 즐길 수 있을까 공들여 연구하고 노력한, 현대 문명의 정수입니다. 그 티백이 있기에 우리는 싸게 맛있는.. 2020. 7. 20.
벽람항로 : 착임 평일 저녁. 저녁시간은 원래 시끄러운 시간이었지만, 오늘따라 유독 시끄러운 테이블이 하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적 한가운데로 돌진해 들어가면서 적함을 향해 주포를 쐈지. 포탄은 정확히 적의 순양함을 직격, 그 순양함은 전투능력을 잃고 함열에서 이탈해 버렸다니까. 다른 한 척의 순양함이랑 항공모함은 내가 항공기를 상대하는 동안 도망쳐 버렸어. 즉 나 혼자서 적의 기동부대를 격파해 버렸다는 거야!!」 「대단하세요! 언니!」 「흥! 최강의 16인치 주포를 가진 넬슨급 네임쉽으로서 당연한 거 아니겠어?」 넬슨이 의기양양하게 목소리를 드높이며 전과를 자랑하는 모습을, 프린스 오브 웨일즈와 엔터프라이즈가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넬슨이 저렇게 흥분하는 건 처음 보는군」 「그럴 만도 하지. 꽤나 .. 2019. 10. 26.
지휘관 「서약?」1 주둔지 사령관 「이것을 받게」 쓰윽 지휘관 「이것은?」 사령관 「바로 서약을 위한 반지일세」 지휘관 「서약?」 사령관 「아, 그래. 자네는 처음 들을 수도 있겠군」 사령관 「이름은 거창하게 서약이라고 지었네만, 사실 말하자면 함선의 강화일세. 경제적, 정치적 등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모든 함선을 강화시킬 수는 없으니, 일선에서 뛰고 있는 지휘관에게 선택하게 하는 거지. 지휘관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함선을 강화할 수 있게 말이야」 지휘관 「…그런데 왜 반지입니까?」 사령관 「그것도 많은 이유가 있다네. 일단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함선에는 ‘인격체’ 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가. 그 인격체에게 반지라는 분명한 형태를 줌으로서 소속감의 상승, 지휘관과 인격체의 인연 강화, 그리고 다른 함선들의 향상심 상승.. 2019. 3. 13.
지휘관「갈등」 이른 아침. 지휘관의 집무실 앞은 평소와 달리 사람들로 인해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 면면을 살펴보자면 로열 네이비 소속의 프린스 오브 웨일즈와 리펄스를 비롯하여 이글 유니온 소속의 엔터프라이즈, 렉싱턴, 호넷, 세러토가 등 모두 이 진수부를 떠받치는 쟁쟁한 인물들이었다. 집무실 앞에 모인 그녀들은 다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서로 수군거리고 있었으나, 엔터프라이즈만큼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POW 「그럼 어제 나왔던 의견대로 내가 대표로서 이 문서를 지휘관에게 제출하겠네. 다들 아무 불만 없겠지?」 프린스 오브 웨일즈의 말에 모두 수근거림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의 의견을 확인한 POW가 눈을 감고 한숨을 한 번 쉬고는 결연한 표정으로 집무실 문을 노크하려.. 2019.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