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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마스

장갑을 사러

by 기동포격 2016. 1. 18.

「시호는 말야, 무슨 색이 좋아?」



 옆에서 차를 운전하는 프로듀서씨가 나에게 묻는다. 내 시선의 먼 곳에서 경치가 변천한다. 빌딩 숲이 흔들리고 있다.



「딱히 없는데요」


「그래?」


「그럼 프로듀서씨는?」


「나도 딱히……」


「그렇죠? 」


「아니, 하지만 여자는 색에 관한 방침을 세워놓은 아이가 많으니까 말이야. 줄리아는 빨간 계통 옷을 자주 입고 있고」


「저는 그렇게 집착해서 고를 정도로 옷이 없으니까요」


「……그렇구나」



 프로듀서씨가 면목없다는 듯 말한다.


 ……좋아하는 색이라.


 그렇게 물으면 확실히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라이브에서 내가 노래를 부를 때는 다들 흰색 사이리움을 흔들어주지만, 내가 원해서 그 색을 고른 것도 아니다. 

 문득 내가 입고 있는 옷을 보았다. 검은색 가디건. 이번 겨울에는 이걸 자주 입고 있다. 그만큼 추위가 싫다는 거지만. 다리는 크림색 바지――세상에서는 스키니라고 하는 것 같다. 세리카가 가르쳐주었다. 



「시호는 패션지 일 같은 거에 흥미 있어?」


「받은 일이라면, 무엇이든」


우리 사무소에서 패션지 쪽은 메구미나 후우카의 전매특허이지만, 앞으로 할 수 있는 건 많은 게 좋고 말이야. 돌아가서 잡지에 대한 정보라도 모으도록 하자」


「부탁드립니다」


「오케이, 오케이


「……혹시,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방금 전에 그 질문을?」


「으~음……뭐, 그런 걸로」


「네…」



 그 말을 끝으로 프로듀서씨는 운전하는데 집중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딱히 이야기 할 생각이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아침 10시에 차 안에서 자기에는 정신이 너무 또렷했다. 결국 창밖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색.

 한 번 더 물어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


「쨔~쨘~! 아카네쨩이야~!」


「네. 안녕하세요」


「시호링은 참 박정하네! 뭐, 그래도 그게 귀여운 점이지만~」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분장실에는 나랑 아카네씨 둘 밖에 없었다. 나를 데려다 준 프로듀서씨는 다음 일이 있다며 재빨리 돌아가 버렸다. 



「리허설은 12시 부터죠?」


「냥냥」


「저는 그렇게 들었는데요」


「에에!? 방금 한 냥냥은 긍정의 의미였는데?」


「그런가요…」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조금 이르게 분장실로 들어왔다. 앞으로 두 시간 동안 어쩌지.



「있잖아, 시호링. 한가해?」


「음……그렇네요」



 평소라면 대본을 읽거나 댄스 연습을 했겠지만 연말연시 조정 때문인지, 마침 그렇게 준비할 일이 없는 시기였다. 그렇다고 해도 뭔가를 하려고 하면 할 수 있었지만,



「그럼 아카네쨩이랑 정열적인 토크라도 나누어 보자고!」


「아, 네」



 애초에 아카네씨랑 단 둘이 있다는 시점에서, 나한테 자유는 없었다. 



「이야~, 레이카쨩이 있었으면 만담을 펼칠 수 있었을 텐데


「그거, 몇 번이나 보고 있습니다만…」



 만담이라고 하지만, 그건……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라는 느낌이다.

 ……로큰롤? 아니, 그렇게 표현하면 줄리아씨한테 미안하다.



「우우~. 새롭게 선보이는 소재인데?」


「그건 기대되네요」


「크으윽……나중에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네네」


「레이카쨩한테 날아오라고 할 거야」



 레이카씨라면 정말 날아올 것 같다고 생각해 버리는 자신이 싫었다. 



「취재가 있다고 했죠?」


「굉장하지~, 레이카쨩. CD 데뷔하는 것에 대한 취재려나」



 조금, 부럽다고 생각한다.



「혹은…………헛. 천재 아이돌 만담 유닛, 뿌뿌카푸딩의 해산위기!? 그럴 수가!!」


「개그 방향성의 차이라던가?」


「설마! 아카네쨩이랑 레이카쨩은 일심동체, 일련탁생, 오월동주인데!?」



 오월동주만 동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역시 날아와 줘야겠는데……」



 진지하게 휴대폰을 응시하는 아카네씨. 이 사람이랑 있으면 대화에 관한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디 사는 누구씨는 이야기 하고 싶을 때만 이야기하니까. 



「……그런데 시호링


「네」


「팔씨름 하자」


「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는 아카네씨와 마주보고 있었다. 아카네씨는 팔꿈치를 테이블에 힘껏 내려치며,



「자, 어서 와서 아카네쨩의 팔을 잡아」


「어째서죠……」


「그치만 심심한걸! 그리고 시호링을 조금이라도 찍소리 못하게 만들고 싶으니까!」


「하아…」



 이상하게 진지한 아카네씨를 무시하지 못하고, 나는 마지못해 몸을 앞으로 조금 내밀며 팔꿈치를 테이블에 대었다. 그리고 아카네씨의 손을 잡는다. 



「……음. 시호링 손, 크네」


「똑같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만」


「그러~나! 팔씨름에 손 크기 같은 건 관계 낫띵!」



 아카네씨가 내 손을 강하게 잡는다.

 이상하게 나도 승부하는데 있어 진지하게 되어버린다. 

 단 둘만이 있는 분장실에, 침묵이 흐른다. 

 나는 기다렸다.

 시작하는 그 순간을.

 승패를 정하는, 찰나의 반짝임을.



「시호씨랑 아카네씨, 뭐하고 계시나요?」



 정적을 깨는 밝은 목소리. 



「오! 세리카쨩! 안녕~, 안녕!」


「네, 안녕하세요!」



 세리카가 분장실로 들어왔다. 트윈테일이 오늘도 예쁘게 묶여있다.

 아카네씨는 내 손을 놓고, 세리카한테로 다가갔다.



「방금 시호링이랑 팔씨름을 하려고 했어」


「아, 그렇군요」


「뭐, 아카네쨩이 이기는 건 당연하니까, 굳이 승부할 필요는 없지만 말이야! 다행이네, 시호링


「……뭐, 아카네씨가 그걸로 괜찮으시다면」


「아카네쨩한테 이길 수 있도록 정진해」


「시호씨, 열심히 해주세요!」



 세리카의 순수한 눈이 날 쳐다본다. 



「그렇네…」


「앗, 레이카쨩한테서 전화 왔다! 뿌뿌카푸딩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방향성을 검토해야 해!」



 말하자말자 재빨리 방을 빠져나가는 아카네씨. 온화한 침묵이 정말로 고맙게 느껴진다.

 세리카는 우리들이 대화를 하는 동안 코트를 벗고 있었고, 코트를 벗자 그대로 내 옆에 앉았다. 나보다도 작은 손으로 휴대폰을 조작하고 있다. 나도 따라하듯 휴대폰을 본다. 착신과 메일, 모두 무소식. 조금 안도했다. 



「시호씨, 춥지 않으셨나요?」


「난 프로듀서씨가 데려다 주셨거든」


「저 오늘은 걸어왔어요」


「그렇구나」


「오늘 깜박하고 장갑을 안 가져왔어요」



 그리 말하고 손을 비비는 세리카. 숨으로 손을 녹이는 모습이, 왠지 귀엽다. 



「시호씨는 장갑 가져오셨나요?」


「나는……」



 자신의 손을 본다.



「안 가지고 있어」


「그렇, 군요」



 그러자 세리카는 내 손을 잡고,



「그럼 데워드릴게요!」


「돼, 됐어」


「안 돼요~. 이 뒤에 스테이지에 서야하니까요」



 내 손을 감싸는, 세리카의 손. 



「고마워……」


「시호씨 손, 참 예쁘네요」


「그럴까? 세리카 네 손이 더」


「앗! 아~앗!!」



 온화한 분위기를 자비없이 깨버리는 아카네씨



「아카네쨩이랑 같이 있을 때는 뭔가 쿨뷰티했던 시호링이, 천사 세리카 때문에 히죽거리고 있어~!」


「아, 아니거든요!


「히죽거렸거~든! 증거사진을 찍어주겠어!」


「싫어, 하지 마……」



 얼굴을 숨기려고 했지만,



「세리카……」



 세리카가 내 손을 꽉 잡고 미소 지은 채 나를 보고 있었다. 



「이럴 수가……」



 아카네씨가 휴대폰 카메라로 날 몇 번이나 촬영한다. 얼굴을 숨기지 못한 나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후후후. 이걸로 교섭할 거리가 생겼어…뿌뿌카푸딩이 맞이한 해산 위기에 유용하게 쓰도록 하지」


「레이카씨한테 건네는 것만큼은 하지 마세요!!」



 레이카씨한테 사진이 넘어갔다가는,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소재거리로 쓰일 거야……!




「불렀어?」


「오오. 뿌뿌카푸딩의 뿌뿌카 담당이잖아!」



 아카네씨가 즐겁다는 듯 부른다.  

 키타카미 레이카씨가 이미 와 있었다. 



 설마 정말로 날아온 건…….



「아카네가 보낸 메일을 보고, 급하게 달려왔어」


「레이카씨, 안녕하세요!」


「응~, 세리카~」


「……안녕하세요」


「시호, 내가 왜?」


「아니요, 아무 일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해주지 않으실래요? 아카네씨. 



「레이카쨩, 레이카쨩」


「응?」


「자자, 이걸…」



 글렀습니다.



「와아, 예쁘게 찍혔네!」


「그치그치?」


「좋아. 다른 사람들한테도 가르쳐 주자」



 더욱 글렀습니다.



「레이카씨, 뭘 하시는 건가요…」



 그런 나를 구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 시즈카쨩이다! 안녕, 시즈카쨩!」


「안녕하세요. 노노하라씨, 레이카씨. 시호가 곤란해 하고 있어요」


「에? 어째서?」


「어째서라니……」



 그걸 설명하고 있는 동안, 사진이 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노노하라씨는 사진을 지울 것」


「에~! 하지만 이걸 교섭재료로」


「지, 울, 것!」


「네~……」



 아카네씨가 마지못해 응해주고, 내 사진이 공개되는 일은 없어졌다……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고마워, 시즈카……」


「……뭐, 내 역할은 레이카씨를 말리는 역할이었으니까……」



 ……역할?



「자, 그럼 모두 모였네. 12시부터 리허설이 있지만 30분 전에는 여기에 집합할 것. 그걸로 됐나요?」



 각자 대답을 한다. 시즈카는 리더로서 행동하는 게 이제 완전히 익숙해져 있었다. 

 나, 세리카, 아카네씨, 레이카씨, 시즈카.

 다섯이서 크레센도 블루. 

 오늘은 오랜만에 극장에서 하는 공연이었다.




 ○


「아카네쨩은 생각해. 뿌뿌카푸딩도 이제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야 한다고……」


「그렇네……우리들은 개그 아이돌로서 레전드 데이즈가 되고 싶으니까!……!」



 내 정면에서 두 사람은 그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고 있었다. 

 세리카와 시즈카는 나를 남기고 분장실을 나간지 오래. 따라갈 걸. 이제 와서 격한 후회가 몰려왔다. 도시락을 가져왔으니 사러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은 정말로 안이한 생각이었다.



「하아…」


「우우. 시호링도 뿌뿌카푸딩의 미래가 걱정되는 거지!?」


「아니요, 별로」


「시호,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 솔직하게 말하면 돼!」


「오케이, 레이카쨩. 시호한테 새로운 뿌뿌카푸딩을 보여주자!」


「오키오키!」



 두 사람은 기운차게 일어서 분장실 밖으로 나갔다.

 만담의 도입부분부터 시작할 생각인걸까.

 시계를 본다. 시즈카가 지정한 시간이 다 되어간다. 

 ……앞으로 조금만 어울려주면 되나.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시호」


「에?」



 입구에서 나타난 것은 뿌뿌카푸딩이 아니었다. 



「프로듀서씨?」


「응」


「어째서」



 아까 일이 있다며 나갔을 텐데.



「아니……뭐, 그렇게 됐어」



 애매하게 말을 흐리는 프로듀서씨를 자세히 보니, 평소보다 양복이 깨끗해 보였다. 수염도 깨끗하게 밀었다. 그리고 그 손에는, 빨간 상자를 들고 있었다.



「오늘은 말이야, 중요한 날이니까」


「중요한……」



 그리고 나서 프로듀서씨는,



「시호」



 그 빨간 상자를, 



「생일, 축하해」



 나에게 내밀었다.




 ○



 내 생일. 

 어제는 늦게 돌아갔으므로, 오늘 아침은 둘 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생일에 대한 이야기 같은 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제 선물을 달라고 조를 나이도 아니고, 누구에게 말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감사, 합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 나는 그 상자를 손에 든다. 내 손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다.



「열어주면 기쁘겠는데……」



 나는 시계를 보았다. 삼십분이었다. 



「이제 다른 사람들이 올 거예요」


「……그 녀석들은, 이 일을 알고 있어」


「헤?」


「아마, 귀를 쫑긋 세우고 있겠지」


「들켰다!」



 입구 문 너머로 아카네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누군가가 막았지만.



「뭐, 그렇게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냐」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고 나는 상자를 열었다.

 빨간 상자 속 안에는, 검은 장갑이 들어있었다. 



「이거…」


「항상 맨손이었으니까」



 프로듀서씨를 보니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잘……살펴보고 계시네요」



 장갑을 꺼낸다.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진다. 장갑에 손을 겹쳐보니, 사이즈는 맞을 것 같았다. 

 손 사이즈. 그리고 장갑. 



「……혹시」


「응. 다들 협력해줬어」



 ……아카네씨가 손 사이즈를 확인하려고 했다.

 ……세라카는 내가 장갑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고 했다.



「시즈카랑 레이카씨는……」



 ……그러한 역할이었다. 과연. 



「레이카를 작전에 넣을 수는 없었어……뭐, 마지막에 장갑을 확인받았지만


「그런가요…」



 장갑을 자세히 보니, 손목 부근에 작은 리본이 달려있었다. 



「귀엽네요」


「껴 봐줄래?」



 나는 수긍하고 왼손을 장갑에 밀어넣었다. 아무런 저항없이 들어가는 손. 그리고 따뜻함. 손을 치켜들어 본다. 

 검은색.

 ……내가 좋아하는, 색?



「프로듀서씨는」


「응」


「제가 검은 색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셨나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생각해 봤지만, 내가 시호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색으로 하자고 결론지었어」


「흐으응……」



 ……나한테 어울리는 색, 인가.



「프로듀서씨, 이거 좀 작아요」


「에?」


「그러니까…자요」



 나는 오른쪽 장갑을 프로듀서씨한테 내밀었다.



「끼는 거, 도와주세요」


「에……?」


「빨리」


「으, 응」



 그의 손이, 내 손에 접한다. 

 한층 더 큰, 남자의 손.



「차가워」


「미안……」


「프로듀서씨도 장갑을 끼시는 게 어떠신가요?」


「차를 운전해야 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내 오른손을 장갑으로 상냥하게 이끌어준다. 

 차가움이 따스함으로 변한다.

 검은 장갑이 내 양손을 감싸고 있었다.

 단지 그것뿐인데, 왜 이렇게 기쁜걸까.



「감사, 합니다」


「……뭐, 응. 다행이야. 잘 어울려」



 손을 쥔다. 그리고, 펼친다

 내 손. 나의 색.



「프로듀서씨, 손요」


「손?」



 내 말대로 내민 프로듀서씨의 손. 그 손을 세리카의 흉내를 내듯 감싼다.



「……따뜻하네」


「그렇네요」



 그 후로.

 우리들은 시선을 맞추지도 않고 그렇다고 뭘 하지도 않은 채, 그저 손을 겹치고 있었다. 

 이 표정만은, 누구한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그렇게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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