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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마스

카렌「입사향초 - 타임」

by 기동포격 2015. 8. 27.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나는 아빠한테 이렇게 물었다. 



「있잖아, 파파. 내 머리카락은 왜 금색이야?」


「으~음. 카렌은 유전이라고 알고 있니?」


「유전?」


「그래. 자식은 파파랑 마마한테서 여러 가지를 이어받아. 카렌의 머리카락은 파파가 카렌한테 준 선물이야」


「하지만 파파는 갈색인데?」


「어른이 되면 바뀌어버려. 파파도 어릴 적에는 금색이었거든」


「흐~응. 재밌네」


「……금발이라는 것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 괴롭힘 당하거나 하지 않아?」


「괜찮아. 남자애들은 이상하다고 하지만, 친구들은 예쁘다고 해주거든」


「그렇구나……그거 다행이네」




 그리고 아버지는 나를 안아 올려주셨다.

 아버지의 냄새와 따뜻함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그대로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아버지의 상냥한 미소. 


 가끔씩 나는 그 광경을 떠올린다. 중학생이 되어 처음 교실에 들어갔을 때, 처음으로 혼자서 쇼핑을 했을 때. 

 그리고……처음으로 누군가의, 적의를 느꼈을 때.



「카렌만 머리카락 색이 다른 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어느 날. 선생님한테 그렇게 말한 아이가 있었다. 선생님은 상냥하신 분이라 머리카락 색은 개성이라면서 그 아이를 달래주셨다.

 그 선생님도 부모님이 준 선물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이후, 머리카락 색이 화제가 되는 일은 없었고, 그 아이와 이야기 하는 일도 없었다. 

 

 그래도……나는 그 아이의 눈을 잊을 수 없었다. 마치 특이한 것을 보는 듯이 날 보던 눈동자를.




「시노미야씨는 너무 튀려고 하는 거 아냐?」



 중학교 선배가 나한테 그렇게 말했다. 나는 이 사람이 나한테 왜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뭔가 잘못을 했냐며 사과했다. 그 사람은 히죽거리면서 불쾌한 말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선생님이 오시면서 나는 해방되었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지만, 선생님도 또한 나를 꾸짖었다. 

 머리카락 색을 검은색으로 하라는 말을 듣고서야, 나는 겨우 이 머리카락 색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빠. 나 있잖아, 머리카락을 검게 하려고 해. 선생님이 그렇게 하래」


「……혹시 괴롭힘 당한 거니? 뭣하면 파파가 직접 학교에 찾아가서」


「괜찮아. 다른 사람들이랑 맞추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니까」


「그렇구나……하긴 카렌은 검은색도 잘 어울리니까. 흑발인 카렌도 분명 멋질 거야」


「응. 고마워, 아빠」




 그 날부터 내 머리카락은 검은색이 되었다. 그런데도 누구나가 나를 비난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사람의 시선을 피하게 되었다. 

 그래도 부모님이 걱정하시지 않게 집에서는 밝게 행동했다. 


 하지만 가족이기에 전해져 버리는 것 같다. 열네 살 생일에 엄마가 어느 물건을 주셨다.



「아로마 포트?」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 이게 인기거든. 그래서 사왔어. 카렌도 이런 걸 좋아하려나 싶어서 말이야. 앗, 불을 써야하니까 조심해야 해. 알겠지?」



 엄마는 이래저래 설명을 하시며 책상 위에 차례차례로 도구들을 놓기 시작했다. 

 양초와 포트, 그리고 오일과 그것들을 정리하는데 쓰는 것 같은 귀여운 작은 상자 등등.


 시험 삼아 거실에서 해보기로 하였다. 설명서나 아로마에 대해 쓰인 책을 읽으며 익숙지 않은 손놀림으로 준비를 해나갔다.




「오일은 라벤더랑 이랑이랑 그리고 타임을 사왔어. 라벤더랑 타임은 초심자에게 추천이라는 말을 들은 데다, 타임은 카렌의 탄생화니까」


「타임……?」


「정원에 있는 저걸 말하는 거야」



 엄마가 창밖을 가리킨다. 그러고 보니 아빠가 허브를 기르고 있었지.

 나도 몇 번 물을 주거나 한 기억이 있다. 커튼을 걷고 밖을 보니 화분에 타임이라고 쓰인 것이 분명 있었다. 



「아빠가 카렌이 태어나던 날에 씨를 뿌린 거야」


「그랬구나……전혀 몰랐었어……」


「그것보다도 빨리 해보자. 뭐부터 써볼래?」


「으음. 그럼……타임부터」




 그릇에 물을 붓고, 거기에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린다. 그리고 양초에 불을 붙여 접시 아래에 두면 완성. 

 소파에 앉은 나와 엄마는 흔들리는 불을 한가로이 바라보았다. 



「앗……」


「퍼지기 시작했네」



 어렴풋이 달면서 청량감이 풍기는 동시에 상쾌하기 그지없는 그 향기는 의식을 또렷하게 만들어 주었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왠지 용기가 솟는 것 같았다. 


 동시에 나는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렸다. 엄마 대신 아빠가 밥을 차려준 날.

 아빠가 타임을 따오라고 해서 정원에서 타임을 따와 그것을 아빠에게 건네주었다. 아빠는 웃으며 그것을 받았다. 

 나는 밥이 되는 것을 기다리며, 손바닥에 남은 향기를 맡고 있었다. 



「뭔가……그립네……」


「그렇네……」



 그 무렵은 아무것도 모른 채 웃고 있었다. 지금의 나는 그 무렵처럼 웃을 수 없다. 

 그래도……지금 이 순간만큼은 웃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카렌, 생일 축하해」


「엄마……고마워」



 금발이었던 무렵의 나와 흑발이 된 내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함께 있을 수 있었다.




 아로마를 좋아하게 된 나는 내 취향의 향기를 연구하게 될 정도로 빠져들었다. 

 학교에서는 변함없이 겁쟁이인 채였지만, 아로마를 통해 친구도 사귈 수 있었다. 


 그리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다녀오렴. 카렌」


「다녀오겠습니다. 엄마, 아빠」



 환경이 바뀌었어도 학교에서는 여전히 흑발인채 그대로. 겁이 많은 성격도 변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부모님한테 폐를 끼칠 테고, 나 자신도 앞으로 어떻게 되어 갈지 불안하기만 하다.


 그래도 무언가를 바꾸고 싶었다. 바뀌어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밖으로 나가기 전에 나는 타임이 심겨 있는 화분 앞에서 몸을 굽혔다. 그 때와는 달리 연보라빛 꽃을 피운 타임.

 그 향기는 그 때처럼 용기를 주었다.




「좋아……괜찮아」



 나는 지금 옛날처럼 선명한 금발에 화려한 복장을 입고 또한 화려한 메이크업을 했다. 

 어렸을 적보다 성장한 나의 모습은 매우 눈에 띌 거라 생각한다. 방금 전부터 시선을 굉장히 많이 느끼고 있고.


 그렇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가방 안에는 이력서와 지도가 들어있고, 목적지에는 765 프로덕션이라고 쓰여있다.



「나는……아이돌이 되고 싶어」



 나한테 용기를 준 타임 꽃과 같이. 

 무서워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에게 용기를 나누어 줄 수 있는, 그런 아이돌이.




끝.





카렌, 생일 축하합니다!

카렌이 밀리마스에서 일, 이등을 다투는 변태라는데 정말인가요?



http://morikinoko.com/archives/5202855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