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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마스

시호「바라봐, 주세요」

by 기동포격 2016. 3. 15.

사장실에서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P「당신의 담당이 된 P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나의 프로듀서라고. 

당장에는 믿기 어려웠다. 




시호「…당신이, 프로듀서씨인가요?」


P「에? 으~음, 그런데…」



프로듀서라고 하는 존재는, 연예계에서 일을 가져오니 좀 더 눈에 띄고 믿음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시호「왠지 미덥지 못한 느낌……」


P「에?」



앗차.

무심코 입 밖으로 나와 버렸다.


그래도 프로듀서다. 일단 앞으로 신세를 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P「그, 그건 어찌됐든! 프로듀서로서 분골쇄신 할 테니까, 앞으로 잘 부탁해!」


시호「그렇게 의욕이 넘치시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저는 제 힘으로 톱 아이돌이 될 생각이므로」


P「아, 아니, 그렇게 되면 내가 있는 의미가」


시호「폐를 끼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잘 부탁합니다」


P「에? 아, 응. 잘 부탁해…아니, 이게 아니라」


시호「아, 깜박했어요」


P「뭐?」


시호「키타자와 시호, 14살입니다」


P「아니, 뭘 이제 와서」


시호「……」



이 사람, 14살한테 휘둘리고 있어 괜찮은 걸까.




P「하아…힘든 나날이 될 것 같은걸…」



이렇게 나와 프로듀서씨의 분주한 나날이 시작되었다. 




P「키타자와씨. 이 오디션 말인데, 키타자와씨가 잘 못하는 댄스가 중요시 되는 경향이 있어서」


시호「대책은 생각해 놓았으니까 괜찮아요」


P「그, 그렇습니까」




P「키타자와씨, 저번 레슨에서 트레이너에게 들었던-」


시호「과제는 알고 있어요. 자율 연습도 하고 있으니까, 프로듀서씨는 참견하지 말아주세요」


P「아, 네…죄송합니다…」




P「키타자와씨, 이번 수록의 디렉터는 특히 엄격한 사람이니까」


시호「저번에 같이 일한 적이 있으므로, 알고 있습니다」


P「아, 그렇구나. 그럼 걱정 할 필요 없네」


시호「……」




P「키타자와씨, 다음 주 스케줄에 대해서 조금」


시호「프로듀서씨」


P「응?」


시호「그게……키타자와씨라고 부르는 거, 그만둬주시지 않을래요? 그리고 미묘한 존댓말도」



드디어 말했다. 

계속 신경 쓰여 죽을 뻔 했던 것이다. 




P「으~음…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


시호「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할까, 진정이 안 돼요」


P「뭐야, 그게…」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박박 긁는 프로듀서씨.

연상에다 자신의 상사인 사람이, 이름 뒤에 씨를 붙이거나 존댓말을 써줬으면 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나는 등에 오한이 밀려왔다. 




시호「어쨌든, 성 뒤에 씨라고 붙이는 것만은 그만둬주세요」


P「아, 알겠어. 그렇게 말한다면. 으~음. 그럼, 시호」


시호「네」


P「…시호」


시호「네」



딱히 두 번 부를 필요는….

성실하게 대답하는 나도 나지만.



P「시호」


시호「저기」


P「시-」


시호「시끄러워요」


P「죄송합니다」 






P「어라? 분명 여기에…」



프로듀서씨가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물건을 찾는 걸까.



P「키타……시호. 여기에 두었던 커피 못 봤어? 초록색 머그컵에 든」


시호「커피? 초록?…아아, 그거라면 아까 야부키씨랑 타마키가 마셨어요」


P「카나랑 타마키? 그 녀석들 커피 마실 수 있는 건가」


시호「쓰다면서 설탕과 우유를 붓고 있었어요」



그 때 두 사람이 보여준 리액션은 잊을 수가 없다.


야부키씨는 입에 커피를 머금은 순간, 눈썹을 찡그리면서 책상에 기대어 기절해 버렸지.

타마키는 야부키씨보다 적은 양을 마신 것 같지만, 그래도 입을 잔뜩 오므리고는 바로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고….

그렇게까지 썼던 걸까?




P「뭐, 못 마시겠지. 것보다 시호, 보고 있었다면 말려줘」


시호「프로듀서씨의 커피라고는 생각지 않았기에」


P「다음에 본다면 내 거라고 말해줘. 하아…그 녀석들한테는 이번에 말해둬야겠군」


시호「……」


P「…내가 뭐 나쁜 짓이라고 했어?」


시호「에?」


P「아니, 죽일 듯이 노려보길래…」



무의식적으로 프로듀서씨를 응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걸 죽일 듯이 노려본다고 하다니, 실례되는 말을.




시호「노려볼 생각은 그다지 없었습니다만」


P「사냥감을 노리는 매의 눈이었어」


시호「하아?……눈초리가 그렇게까지 험상궂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만…역시 무서울까요」


P「…신경 쓰여?」



말해야 할지 말지, 잠시 고민한다. 



시호「…극장에 있는 어린애들이 무서워 합니다. 메구미씨나 마츠리씨한테도, 그렇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노려 볼 생각이 아닌데.

그래도…나한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애를 겁에 떨게 하는 것에는 죄악감을 느낀다. 




P「나도 처음 만났을 때는 쫄았지. 뭐야, 이 자식 하면서」


시호「…눈초리가 험상궂어서 죄송하네요」


P「하지만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건 좋지 않으니까. 그리고 프로듀스를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건, 본질을 파악하는 거야



…의외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이 사람이 항상 실수하며 허둥지둥 돌아다니거나, 서류를 엄청 당황해하며 여기저기 흩뿌리는 프로듀서씨랑 동일인물이라니.


장난을 좀 쳐볼까.




놀릴 기세로, 프로듀서씨한테 물어본다.



시호「제 본질, 파악하셨나요?」


P「아니, 아직…. 하지만 첫인상과는 전혀 다른 애라는 건 알고 있어」


시호「……흐으응」


P「흥미가 없다면 묻지 마…미안. 나는 외근을 나가봐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


시호「아, 네」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나가는 프로듀서씨. 


…설마 진지하게 대답할 줄은 몰랐다. 

나에 대한 건, 전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호「……」






P「아~, 제길. 어디 간 거야…」



프로듀서씨가 책상 위에 쌓여 있는 종이 다발을 한 장, 한 장 살피며 넘기고 있다.

저렇게 찾는다는 건…열쇠를 찾는 건 아니네.

십중팔구 자료가 안 나오는 거겠지.

바로 나한테 말을 걸어올 게 틀림없다.



P「으~음……앗 시호. 자료 못 봤어? 표지에『여름방학 계획표』라고 쓰여 있는 거」



봐.




시호「저는 못 봤어요」


P「그렇구나. 그게 없으면 이번 여름에는 아무것도 못하는데…본다면 말해줘」


시호「알겠습니다…그런데, 여름방학 계획표…라는 건 뭔가요? 초등학생이 붙일 만한 이름입니다만…」


P「올해 여름 프로듀스 계획을 모아 놓은 서류야. 거기에 전부 쓰여 있어」


시호「큰일이잖아요」


P「응」



그에 비해, 표정은 전혀 다급해 보이지 않네.

초조함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는 타입인 걸까. 

아무래도 좋지만.




시호「열심히 찾아주세요」


P「안 도와주는구나」


시호「자료를 정리하지 않은 프로듀서씨의 잘못이에요」



거기다.



P「자업자득인가……응? 오, 찾았다!」



항상 바로 찾아내시니, 제가 일부러 찾을 필요는 없잖아요?



시호「다행이네요」


P「응, 수영복 일도 있으니까 기대해줘!」


시호「하아!?」 






P「시호, 일 가져왔어!」



만면에 미소를 띈 프로듀서씨.

불길한 예감밖에 안 든다.



시호「……무슨 일인가요」


P「『여름을 극북해라! 귀신의 집에서 담력시험까지」


시호「거절합니다」



하아…역시.

프로듀서씨가 쓸데없이 미소지으며 일을 가져올 때는, 이런 종류인 경우가 많다.

전에 수영복 일을 가져왔을 때도 그랬다.

…물론 거절했지만.




P「상대방한테는 오케이라고 해버렸는데」


시호「제가 알 바 아니에요. 치즈루씨한테라도 넘겨주세요」


P「…톱 아이돌이 되고 싶은 거 아니었어?」


시호「그 일은 톱 아이돌이랑은 관계없잖아요」


P「톱 아이돌이라고 하는 건, 버라이어티가 됐든 호러 계열이 됐든 가볍게 해내야 해」


시호「뭔가요. 그 의미불명 이론」



연기나 노래에 특화되어 있는 건, 무기가 될 수 있으며 표현의 폭을 넓힐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버라이어티나 호러도 해낸다니, 역시 아이돌로서의 범주를 뛰어넘고 있는 게…. 




P「……무서운 거지?」


시호「아, 아닌데요!? 무, 무, 무서울 리가 없잖아요!」



프로듀서씨가 히죽거리는 얼굴로 나를 본다. 

마주하고 있는 나는, 옆에서 봐도 명백하게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P「야, 뒤에 누가 있어」


시호「꺄아아아아아아아!?」



머리 한 구석에서는 아무도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비명을 지르며 뒤를 돌아봐 버렸다. 

당연히 아무도 없다. 




다시 프로듀서씨 쪽으로 몸을 돌려, 엄청난 원한을 담아 노려본다. 

기죽는 모습은 전혀 없고, 오히려 노려보는 내 얼굴을 보며 더욱 히죽거리고 있다. 



P「무섭구나」


시호「전혀 아니거든욧!」


P「깨물었지?」


시호「아니거든요!」


P「헤에…」


시호「우우……」



이 원한, 언젠가는 갚아주겠어…. 






트레이너「1, 2, 1, 2!」



트레이너의 목소리에 맞춰 스텝을 밟는다.

우, 우, 좌, 턴….



트레이너「스톱! 시호, 역시 턴이 잘 안 돼. 팔을 돌리는 게 아니라, 허리부터 돌려」


시호「네」



엄한 목소리가 귀를 때린다.



트레이너「허리를 의식하고 한 번 더. 하나 둘, 1, 2, 1, 2…」


시호「…윽」


P「……」 




시호「하아…하아…」


트레이너「음, 괜찮아?」


시호「괘…괜, 찮…아요」


트레이너「아무리 봐도 괜찮지 않잖아…오늘은 여기까지로 해둘까」


시호「아, 아직 할 수 있어요!」



숙이고 있던 얼굴을 반사적으로 번쩍 들어올리며, 자그맣게 소리를 지른다.

트레이너는 질린다는 얼굴로 한숨을 토한다.



트레이너「방금 전까지 제대로 말도 못할 정도로 난폭하게 숨을 쉬고 있던 건, 어디 사는 누구였을까」


시호「우…」


트레이너「레슨 때문에 부상이라도 당하면, 본말전도야. 그리고 자율 연습도 정도껏 하도록 해」


시호「…알겠습니다」



마지못해 뜻을 접는다. 




트레이너는 만족스러운 듯 웃고, 기지개를 좀 편 뒤 나를 보았다.



트레이너「솔직해서 좋아. 그럼 고생하셨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짐을 척척 정리해 프로듀서씨한테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는, 레슨장을 빠져나갔다. 

그 뒷모습을 배웅한 뒤, 프로듀서씨가 나한테 다가왔다. 



P「수고했어, 어때?」



갑자기 어떠냐고 물어봐도….

피곤하기도 해서, 조금 무뚝뚝하게 대답한다. 



시호「보고 계시던 그대로에요


P「아~, 그게 아니라. 전에 말했던 개선점, 좋아졌어?」


시호「…전보다는, 좋아졌어요. 하지만 완벽하다고는」


P「그거 다행인걸」


시호「……하아?」



나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하는데, 이 사람은 뭐라고 했지?

「다행이다」……라고? 




시호「무슨, 의미인가요? 미완성인데 다행일 리가 없잖아요」



프로듀서한테 다가가서 따진다.



P「그건 물론 그렇지. 하지만 바로 완벽해질 필요는 없잖아? 조금씩 해나가면 되는 거야」


시호「…아, 네」


P「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 그건 『다행이지』」


시호「그런…가요?」


P「어라? 나 멋진 말 하지 않았나?」


시호「그렇네요. 그 말만 안 했었으면, 조금은 다시 봤을 거예요」


P「에?」



하지만….

아주 조금, 마음이 편해졌으니까.



시호「…감사, 합니다」 






P「끝났다~…」



손에 들고 있던 드라마 대본에서 시선을 떼고, 프로듀서씨를 본다.



P「크아…졸려…」



하품을 하면서 의자에 기대고 있다.

몸을 뒤로 활처럼 젖히고 있는데, 목에 통증이 오거나 하지는 않을까. 




시호「커피, 드실래요?」


P「부탁해…아, 블랙으로」



탕비실로 발걸음을 옮겨, 찾고 있던 것을 손에 든다.

…블랙이라고 했으니, 이만큼이면 되겠지.


책상으로 돌아가, 프로듀서씨한테 탕비실에서 가져온 것을 건네준다. 



시호「자요, 여기요」


P「……시호」


시호「네



프로듀서가 눈살을 찌푸리고 나를 본다. 

입가는 웃고 있지만, 마음 탓인지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P「이거 뭐야?」


시호「커피인데요」


P「커피『콩』이잖아!」



탕비실에서 가져온 것은 인스턴트 커피.

의 병.



시호「커피에요」


P「커피는 커피지만 못 마시는 커피잖아!」


시호「노오오오력하면 마실 수 있어요. 분명」


P「노력이고 뭐고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머리를 움켜쥐는 프로듀서씨를 냅두고, 대본을 읽으러 돌아가자.

그렇게 생각해 소파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 때, 발걸음을 멈춘다. 



시호「……」



…프로듀서씨랑 이야기를 해서 목이 마르네.

그, 그래. 어디까지나 내 목이 말랐기 때문이니까.


책상으로 돌아가, 엎드려 있는 프로듀서씨 손에서 커피병을 빼앗는다.

앗, 하는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기분 탓이겠지.  



발 언저리 선반에서 공용 머그컵 두 개를 꺼내, 인스턴트 커피와 따뜻한 물을 붓는다. 

콩을 직접 갈아 우려낸 것에는 비할 바 못 되지만, 역시 커피의 향기는 마음을 진정시킨다.



시호「우유랑 설탕은 어디 있었더라…」



냉장고를 본다.

우유는 찾았지만 설탕이 없다. 


난처하다.

최악의 경우 설탕만 있으면 되지만, 그 설탕이 없으면 커피를 마실 수 없다.




시호「전에 이곳을 썼을 때는…싱크대 옆에 있는 통에 들어있었지」



팔짱을 끼고 기억하고 있던 장소를 보며 눈을 데굴데굴 굴린다. 

통은 없다.


누군가가 이동시켰다는 거겠지.

누가? 어디로?



시호「……찾는 게 빠를 것 같네」



고민을 그만두고 찾기 시작하니 아니나 다를까, 방금 전에 머그컵을 꺼냈던 선반에서 통을 찾아냈다.

시간을 쓸데없이 소비하지 않고 끝냈다. 




하나의 머그컵에만 우유와 설탕을 넣고, 탕비실을 빠져나간다.


흰색에 설탕이 들어가 있고, 빨강이 블랙.

입속으로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책상으로 향한다.



시호「프로듀서씨」


P「응?」



엎드려 있던 자세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보는 프로듀서씨. 




시호「너무 많이 끓여버렸으므로, 드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프로듀서씨 책상에 빨강색 머그컵을 놓는다. 



P「오, 오오! 고마워, 시호!」



예상 이상으로 기뻐하는 그 반응에, 아까 괴롭혔던 것에 대한 죄악감이 조금 느껴진다.



시호「아, 아니요. 별로…. 분량을 잘못 맞췄을 뿐이니까」


P「아니아니, 그래도 고마워. 잘 마시겠습니다……하아, 참 좋구나」



커피를 끓여주는 것만으로, 이렇게까지 기뻐할 줄은 몰랐다. 

…이 정도라면, 언제라도 해줄 텐데. 






P「아, 시호」


시호「네?」



레슨장으로 가려던 참에, 프로듀서씨가 날 불렀다.

여유가 있었기에 조금은 괜찮았지만, 본심을 말하자면 가능한 빨리 레슨을 시작하고 싶었다. 



시호「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하고 싶지 않으므로, 간략하게 부탁드릴게요」


P「하하…가차없는걸, 시호는」



난처한 듯 실실 웃으며 손을 목으로. 

프로듀서씨의 버릇. 


그리고 눈을 아주 조금 내리깔고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이것도, 프로듀서씨의 버릇.




P「『아이돌 학원 천국』촬영, 잘하고 있던 모양인데. 감독님이 침이 마르게 칭찬하더라」


시호「에? 그, 그 감독님이? 정말인가요?!」


P「진짜야……왜 그래, 눈을 그렇게 빛내면서」


시호「헛」



…나도 모르는 새에 잠시 이성을 잃었던 것 같다.

황급히 얼버무린다.



시호「아, 아무것도 아니에요…감독님, 손이 남성답고 멋지다고 잠시 생각했을 뿐이니까요」


P「흐~응」



별로 흥미가 없어보인다.




시호「…그러고 보니」


P「응?」



프로듀서씨라도 눈치챌 수 있도록, 일부러 빤히 쳐다보면서 말한다.

근육이라고는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은, 옷 위로 봐도 뻔히 알 수 있는 체형.



시호「프로듀서씨는 정말로 비실비실하네요」


P「쓸데없는 참견이야」



얼굴을 찡그리며 나에게 대답한다.

신경 쓰고 있는 걸까. 




시호「프로듀서씨도 조금 더 사장님 같은 차분한 멋이 있으면…」


P「응?…아아, 그야 당연히 무리지. 앞으로 20년 정도만 기다려줘」



는 들리지 않게 말할 생각이었지만, 프로듀서씨한테는 확실하게 들린 것 같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내가 동요하고 있다는 걸 가능한 들키지 않게 표정도 꾸며서,



시호「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지만요」


P「일부러 말할 필요없어」



후후, 하고 웃어줬다.




시호「슬슬 시간으므로 가보겠습니다」


P「미안해. 오늘은 따라가 줄 수 없어서」


시호「아니요, 괜찮으니까요」



끼익, 하고 소리를 내며 사무소 문을 연다.

이 문, 수리 할 생각은 있는 걸까.


사무소를 나와 문을 닫을 때까지, 프로듀서씨가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름이 끝났다.



내가 연예계에 뛰어들고 처음으로 맞는 여름.

되돌아 보면 매우 충실한 시간이었다.


여름방학이기도 해서 평소라면 할 수 없는 경험도 많이 할 수 있었고, 일 덕분에 다양한 사람과 만날 수 있었다. 

사무소 사람 몇 명과 같이 일을 하기도 해서, 이야기를 조금 나누게 되기도 했다.

…동갑인 아이들은, 아직 대하기 껄끄럽지만. 




프로듀서씨와도 신뢰관계를 조금은 쌓아올렸다…라고 생각한다.

본인한테는 말하지 않지만…여름방학 특별프로그램에서, 엄청나게 무리한 일을 강요받았으니.


하지만 그 덕분인지, 이번 여름에 나는 적당히 유명해져 있었다.

항상 주마다 일이 2개 정도는 있을 만큼은.



시호「…자, 그럼」 




옷걸이에서 가을용 코트를 꺼내, 걸쳐 입는다.

앞은 잠그지 말라고 했던가.


가볍게 걸쳐 입은 그대로, 탈의실 용도의 간이 텐트를 빠져나간다.



시호「…추워」



텐트에서 나온 순간, 바람이 세찬소리를 내며 나를 몰아 붙인다.

가을이 깊어져 갈 무렵에 낼 잡지의 촬영이므로, 지금은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기후이다.

하지만 이제 여름은 그만 잊으라는 듯 부는 바람이, 몸 표면을 쓸고 지나간다.




다시 한 번 내가 입고 있는 옷을 본다.


잿빛 황록색과 검붉은 색의 체크무늬 셔츠.

황록색 코트.

검은색을 기반으로, 약간 회색을 띤 청바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어른스럽다.



오늘 나 혼자서 괜찮다며 프로듀서씨를 두고 온 것이 조금 후회된다.

조금 봐줬으면 했는데.




「키타자와씨~! 촬영 시작합니다~!」


시호「네!」



멍하게 있다가 들은 탓인지, 나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대답하고 말았다.

딱히 나쁜 짓을 한 건 아니지만.




야외 촬영 때문이지, 주위에 드물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조금 긴장 되지만, 카메라만을 의식하면 그렇게까지 긴장되는 것도 아니다. 



시호「후우~…」



숨을 내쉬고, 머릿속을 비운다.  




나한테 요구하고 있는 인물상.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 그 인물상과 비슷한 사람을 나한테 덧씌우는 것이 내 연기 방법이다.

내가 의상으로서 입고 있는 이 옷을, 평상복으로서 차려입고 있을만한 여성을 이미지해서….



「아~, 시호. 좀만 더…뭐랄까…산뜻하게. 쿨! 이라는 느낌이 아니라 Cool...이라는 느낌…그래, 그거!」



…가끔, 인물상을 선택하는데 실패하지만.



「네, 오케이입니다」


시호「고생하셨습니다」


「응, 좋았어. 수고했어. 갈아입어도 괜찮아」


시호「네, 감사합니다」 




시호「후우…」



한숨을 돌린다. 

스태프 사람은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탈의실 용도의 간이 텐트 안은, 임시이지만 나만의 공간이다.


…….

잠시라면, 괜찮지?




전신 거울에 몸을 비춘다.


입가를 살짝 올린 나의 모습.

접근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의상을 바꾼 것만으로 사라져, 이렇게나 친근하게 보이게 되다니.

평소처럼 무뚝뚝한 표정이 아닌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시호「……꽤나, 귀여울지도」



말이 불쑥 새었다.  




사진을 한 장만 찍을까하고 가방에 손을 뻗……으려다 그만두었다.

프로듀서씨는 어차피 사진 체크를 하는데다, 내 사진을 보여줘도 폐를 끼칠 뿐이다. 

거기다 내 모습을 보존해야 할 의의도 느껴지지 않고, 팬들이 보는 블로그도 하고 있지 않다.



시호「…?



방금 나는 사진을 찍으면 일단 프로듀서씨한테 보여줄 거라 생각한 거야?

설마.



시호「……갈아입자」 




「다 갈아입었어?」


시호「아, 네」



텐트를 나서자마자 곁에 있던 스태프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현장 지휘를 담당하던 분이었던가.



「오늘은 그 프로듀서씨 안 왔지? 그렇다면 이대로 돌아가도 괜찮아」


시호「아, 네.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프로듀서씨가 있을 때는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행운이었다. 




자, 그럼 어떻게 돌아갈까. 

오는데 사용했던 지하철? 이후로는 아무 예정도 없으므로, 걸어가는 것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P「오, 있다있다. 어~이, 시호~」



…그럼 가볼까!



P「기다려」



팔을 잡혀 앞으로 꼬꾸라진다.

팔을 세게 잡아당겨 저항하면서, 몸을 정면으로 튼다.




시호「…뭔가요?」


P「그렇게 무서운 표정 짓지 마…아니, 마침 끝난 것 같고 같이 산책이라도 하는 게 어떨까 싶어서」



말하면서 손을 놓고 약간 거리를 벌리는 프로듀서씨.

동시에 나도 반걸음 떨어져, 대화하기에는 조금 먼 거리.



시호「죄송해요. 저녁 장을 봐야하거든요」


P「아~…그렇구나. 집안일은 시호가 하고 있었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나. 조심해서 돌아가


시호「아닙니다…그럼 또 봬요」


P「응」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조금 죄악감을 느꼈다.  






P「시호~, 잠시 괜찮아?」



책상 쪽에서 들려오는 프로듀서씨의 목소리.

세일 장터에서 찾아낸 읽다 만 그림책을 가방에 넣고 책상으로 향한다.

프로듀서씨는 책상에 앉은 채이다. 즉 내가 내려다보는 형태가 된다…조금 신선.



시호「뭔가요? 지금 바쁜데」


P「소파에서 쉬고 있던 주제에…. 아니, 『아이돌 학원 천국』의 그 감독님, 기억하고 있지?」


시호「아아, 그-」



멋진, 이라면서 이어나가려다 제지.

멈추는 게 부자연스럽지는 않았을 터.

…부끄럽다든가 그런 건 아니지만, 프로듀서씨가 계속 걸고넘어지니까.




P「네 연기가 아주 마음에 드신 것 같아. 속편…이었나, 만들 거니까 출연해 달래」


시호「에?」


P「하하하. 역시 시호가 나와줬으면 해서 만든 건 아닐 테지만」


시호「…알고 있어요」



프로듀서씨의 얼굴이 쓴웃음 섞인 실실거리는 얼굴에서, 조금 진지한 얼굴로 바뀐다.

거기에 이끌려 나도 덩달아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P「저번 같이 눈에 확 띄는 역할은 아니지만, 주역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인 것 같아」



침을 삼킨다.




돋보이게 하는 역할.

주역을 죽이면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인상을 전혀 남기지 못 한다면 의미가 없다. 

조절이 어려운 역할이다.



시호「……」



침묵에 빠진다.

그것을 어떻게 가져왔는지, 시선의 높이가 다른 관계로 평소와는 다른 각도에서 얼굴을 들여다본다.



P「불안해?」


시호「…아니, 그렇지는 않아요」



아니, 오히려…. 




시호「중요한 곳에서 제 연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기뻐요. 어떻게 연기할까, 지금부터 기대가 되서」


P「……그래」



?

방금, 뭔지 잘 모르겠지만…위화감을 느낀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시호「하~아…」



흰 숨이, 공중으로 사라진다.

이제 이른 아침에는 날숨이 희게 변하는 계절이 되기 시작했네.



「아!」



목적지인 공원 입구에서 신바람 난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녹색 저지에, 주황색 머플러로 목을 감싼… 독특한 모습으로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사람은.




「시~호! 안녕~!」


시호「안녕, 카나…그렇게까지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들려」


카나「에헤헤」


시호「…칭찬 아니거든」



기막혀 하며 말했다.

입에서 새어나갈 때마다 하늘로 올라가는 숨을 바라보면서, 연습 메뉴를 머릿속에서 반복.



시호「추우니 바로 시작할까」


카나「버, 벌써 시작하는 거야…?」


시호「레슨하는데 어울려줬으면 한다고 했던 게 누구였더라」


카나「맞아요. 저에요~…잘 부탁해! 시호!」



…표정이 정말로 휙휙 바뀐다니까. 




공원 한가운데에서 거리를 두고 서로 마주본다. 

평소대로 노래하라 말하고, 눈을 감고 귀에 신경을 집중시킨다.



시호「스톱. 전부 반음씩 높아. 한 번 더」


시호「잠깐만 기다려. 거기서는 애지중지하듯…의미?…으~음……소중히 한다?」


시호「카나, 비둘기를 봐봤자 되는 건 없어…」


시호「그렇다고 해서 앵무새를 쳐다봐도, 음정이 잡힐 리 없잖아…」


시호「성량이 있으면 된다는 게 아니야. 억눌러야 할 부분은 제대로 억눌러」 




카나「이제 무리~!」



그렇게 말하며 양손을 위로 뻗고 벤치로 쓰러지는 카나. 

설치되어 있는 시계를 힐끗 쳐다본다. 



시호「…2시간」



이런 때는 시간 가는 것이 빠르다.



시호「딱히 서두를 필요는 없으니, 오늘은 이만 끝내도록 할까」


카나「응응, 그렇게 하자~. 외떡잎~♪」


시호「마실 거, 뭐 좀 사올까?」


카나「스포츠 드링크로!」 




가까운 자판기에서 사온 스포츠 드링크를 넘기고, 둘이서 벤치에 나란히 앉는다.

내 손에는 감귤 계열 쥬스.

액체가 목을 지나고, 희미한 과일 향기가 코를 빠져나간다. 맛있다. 



카나「맛있어~!」



크하~! 라고 외치며 목을 좌우로 붕붕 돌리고 있다. 

…눈, 빙빙 돌지 않으려나.



카나「그러고 보니, 시호」


시호「왜?」


카나「요즘 오디션에 따닥따닥 붙고 있지? 축하해~!」


시호「에? 아아, 고마워」



확실히 요즘 들어서는 거의 다 합격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예전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




카나「처음에는 누구도 합격 못해서…계~속 한가했었지」


시호「…그러고 보니, 그렇네」



프로듀서씨가 아직 존재하지 않았던 무렵의 이야기.

시간은 그렇게 많이 지나지 않았을 텐데, 어딘가 그립다. 


……그렇구나.

오디션에 합격하게 된 건, 프로듀서씨가 온 뒤 부터구나.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카나가 미간을 조금 찌푸리면서 걱정스러운 듯 나를 보고 있었다.



카나「…시호?」


시호「다음에는, 나한테 댄스를 가르쳐주면 기쁘겠는데」



안심시키듯, 미소 지으면서 말한다. 

순간 카나의 표정이 별처럼 활짝 빛난다. 



카나「물론! 기대하고 있을게!」 






일과 레슨 사이의 남는 시간. 잠시 동안 사무소에서 취하는 휴식.

프로듀서씨가 서류를 넘기는 소리가 들린다.

가끔씩 메모장에 뭔가를 쓰는 낌새도.


평소의 사무소.

평소의 일상풍경.


그랬을 터인데.




탁, 하고 펜이 놓이는 소리에 이끌려 시선을 책상으로 향한다.

프로듀서씨의 눈은 먼 곳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표정은 마치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는 듯 하다.


갑자기 일어나서 오른손을 목으로, 왼손을 허리에 두면서 이쪽으로 걸어온다.

스스로가 할 말에 별로 자신이 없을 때 하는 행동…인데.



P「……아~…시호」


시호「네?」



조금, 이상하다.

프로듀서씨는 미덥지 못하지만, 항상 말은 올곧게 하므로 그 부분은 신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애매모호하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시호「무슨 일인가요…뭔가 말하기 어려운 일이라도?」


P「아니…그게, 말이지」



나한테 숨기는 것 같아서 화가 난다.

눈을 가늘게 뜨고 말없이 뒷말을 요구한다.


마지못한다는 듯, 프로듀서씨가 입을 연다.



P「…시호 네 담당에서 손을 떼게 됐어」



……많이 이른 만우절 장난, 이라는 분위기도 아닌 것 같네.

사실이겠지.




가능한 냉정하게 묻는다.



시호「사무소, 그만두는 건가요」


P「아니, 그렇지 않아. 담당하게 되는 아이돌이 시호가 아니라, 다른 아이돌이 된다. 그것뿐이야」



그것뿐이라니.



P「…시호」


코토리「다녀왔습니다…어라? 프로듀서씨, 시호. 일은 괜찮으신가요?」


시호「에?」


P「일?」



오토나시씨가 한 말에, 나랑 프로듀서씨의 목소리가 깨끗하게 이어진다. 

실로 멋졌다.


…이게 아니라. 




나란히 수첩을 확인.

만일을 위해 화이트보드도…확인한 건, 나뿐인 것 같지만.

하여튼 25분 후에 현장에 도착하여야 하는 일이 있었다.


서둘러야 해……. 눈 한켠에서 그림자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 순간.



P「시호, 달려!」


시호「꺅!?」



프로듀서씨가 내 손을 잡아 당겨, 무심코 비명을 지른다.

반사적으로 풀려고 했지만, 예상 이상으로 강하게 잡고 있어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코토리「다, 다녀오세요!」



안도감을 주는 목소리를 등 뒤로 들으며, 사무소 계단을 달려 내려간다. 




나는 달리면서 이 조급하게 구는 시간에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방금 전에 프로듀서씨가 한 말이, 머리 한 구석으로 내팽개쳐진 것을 모르고.






시호「……」



문 너머 사무소 안에서, 부스럭부스럭 뒤지는 소리가 들린다. 

설마 도둑은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역시 문을 열기가 껄끄러웠다.



시호「…괜찮아. 오토나시씨도 있을 테니까」



타이르듯 중얼거리고, 문손잡이를 잡는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보인 것은, 감색 밴드로 묶인 사이드 테일이었다.

…다행이다. 거수자가 있으면 어쩌지 싶었는데.



시호「나, 나오씨?」


나오「시호? 있읐나~? 안녕」


시호「안녕하세요…저기,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던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만」


나오「에에!?…아, 아무것도 아니니께 신경 쓰지 말거라이! 별로 소리 안 나게 할 게니께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다.


방금 전에 들렸던 소리는 아마도 어딘가에 숨긴 것을 찾는 소리였을 것이다.

나오씨가 숨길만 하며, 거기에 사무소에 놓아둘만한 물건은.





시호「과자인가요?」


나오「우찌 알았노!?」


시호「아, 역시」


나오「속아 넘으갔다~!」



후훗. 나오씨는 재밌네.

웅크리고 앉아 신음하는 나오씨를 곁눈질로 보면서 탕비실을 가리킨다.



시호「누가 했는지는 모르지만, 과자들을 정리해 탕비실에 놓아뒀더라고요」


나오「진짜가!? 좀 보고 올께이」 




배웅을 한 뒤 한숨을 토한다.


…오늘 스케줄이 어떻게 되더라.

목만을 돌려 화이트보드를 본다. 

으으음…프로듀서씨랑 차로 이동하고, 인형 메이커 CM을 찍고….

앗. 나, 얼굴이 히죽거리고 있어. 다잡아야지.



나오「시호오~……」


시호「꺅!」



목소리에 놀라 되돌아보니, 다른 사람에게는 보여줄 수 없을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나오씨가 있었다.

얼굴빛만 흙빛이었으면, 완전히 유령이네….



나오「냅뒀던 쿠키, 누가 묵으버렸다…」


시호「그런가요」


나오「쿠키를 누가 먹으삔 것도 슬프지만, 시호가 반응을 안 해주는 것도 슬프다…」


시호「그런가요」



아, 완전히 침울해 하고 있어.

역시 재밌네, 나오씨.




시호「…그럼 전 슬슬 수록이므로」


나오「어라? 들렀을 뿐이가?」



언제 부활한 거야….

것보다 방금 나오씨 얼굴에서 버려진 개가 지을 법한 표정이 언뜻 보인 것 같은데.



시호「네. 스케줄을 재확인하고 싶었던 것뿐이었으니까」


나오「그래. 글고 보니, 시호」



걱정이 가득 담긴 시선이, 나를 향한다. 




나오「분명, 오늘이었제?」


시호「네?」



뭐가?



나오「아니, 프로듀서씨가…고 하는」


시호「………앗!?」



어라? 까묵고 있었다니, 별일도 다 있구만~, 이라는 나오씨의 말이 한귀로 흘러들어와 한귀로 흘러나간다.

어째서…어째서 이렇게 중요한 걸 잊고 있었을까. 




시호「…죄송합니다. 다녀오겠습니다」


나오「헤? 아, 갔다온나」



멧돼지가 돌진하듯 문을 열고, 계단을 두 계단씩 밞으며 내려간다.

어차피 프로듀서씨의 평소 행동을 볼 때, 오늘 가장 먼저 있는 일이기도 하니 예정보다 빨리 와있을 것이다.

…부디, 조금이라도 길게.




아니나 다를까, 라고 해야 할까.



P「오, 빠른걸. 안녕」


시호「프로듀서씨야말로. 안녕하세요. 이제 갈 건가요?」



라며, 조수석 문을 여는 나. 



P「그렇네. 시간은 아직 있지만」



라며, 운전석에 앉는 프로듀서씨. 

이런 주고받음도, 귀에 딱지가 앉을만큼 해왔다.




시호「……」


P「……」



원래부터 이동 중에 별로 말을 하지 않았지만.

단순한 “조용함” 이 아닌, 약간의 불편함.

빨간불에 걸렸을 때, 프로듀서씨가 입을 열었다.



P「…기억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오늘이 네 프로듀서로서의 마지막 날이 돼」



잊고 있었다고는 못 하겠네.



P「주위 환경은…이미 약간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만」


시호「프로듀서씨」


P「응~?」



신호가 파란불이 된다.

사람들은 발을 멈추고, 나와 프로듀서씨가 탄 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호「저 혼자로, 충분하니까요」 




프로듀서씨는 말을 하려다 생각을 고친 듯 목에 손을 가져간다.

…쭉 변하지 않네요, 그거.



시호「뭐하는 건가요. 한 손으로 운전하시면 안 돼요. 위험하잖아요」


P「앗차, 미안」



특별한 일 같은 건, 없어도 괜찮다.

딱히 뭔가가 변하거나 하지 않으니까.


변하거나 하지 않지만…그래도, 가능한 길게, 이 시간을. 






뿌연 창문에, 손가락으로 그린 낙서가 여기저기 보이게 되었을 무렵. 


프로듀서씨가 내 담당이 아닌 게 된 이후로 바뀐 것을 말하자면, 스케줄 관리와 교통 수단 정도였다.

일을 가져오는 것이 프로듀서씨라고 하는 것은 똑같고. 


아아, 하지만….



「코노미, 내 가디건 못 봤어?」


「메구미 거…? 둘둘 말려서 어디 던져져 있는 거 아냐?」


「안나, 방금……쟁반 옆에서, 봤어」


「호?」



사무소에 사람이 항상 머무르게 된 것은, 큰 변화일지도 모른다. 




코코아로 몸을 녹이면서, 멍하니 바닥을 응시한다.



유리코「옆에 앉아도 괜찮아?」


시호「아, 죄송합니다」



책을 한 손에 들고 유리코씨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나랑 똑같이…저쪽이 소란스럽기에 그런 거겠지.

컵을 들고 조금 옆으로 비켜 앉아, 자리를 만든다. 



유리코「미안해. 저쪽은 조금…」


시호「…떠들썩하게 됐네요」


유리코「응. 옛날에는 전혀 상상도 못했지!」


시호「……저기, 프로듀서씨는 또?」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수긍하는 유리코씨.  

둘이서 나란히 한숨을 쉰다. 




나를 담당 하고 있을 적에는 아무래도 전속이라고 하는 형태였던 것 같다.

최근 모두의 프로듀스에 힘을 쓰게 됐고, 스카우트도 시작한 것 같다.


덕분에 사무소는 완전히 소란스럽고……즐겁게, 변했다.

그렇지만 어딘가 외롭기도 해서.



유리코「프로듀서씨가 우리들도 봐준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왠지 신선하고 기뻐서…」



프로듀서가 있다는 것은 역시 모티베이션에 큰 영향을 주는 걸까. 

유리코씨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유리코「프로듀서씨가 시호랑 같이 행동하고 있었던 때는, 정말 부러웠는데…」



흘러나온 한 마디에서 느껴진 감정에 무심코 가슴이 철렁한다. 

…유리코씨, 삶의 정념이 굉장해서 연극과 매우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한다.



시호「……지금은 엇갈리는 일조차 없지만요」



조금 화가 났을지도. 

두꺼운 하드커버지 너머에서, 유리코씨도 쓴웃음을 지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프로듀서씨랑 둘이서 걸을 수는 없게 됐지만.

다른 아이돌들한테 프로듀서가 필요하다면, 이걸로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없는 사무소. 하늘의 푸른빛이 들어오고 있다. 


느긋하게 몸을 비트니, 주머니에서 짤랑짤랑하고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

손을 넣어서 병아리 키홀더가 붙은 열쇠를 꺼내, 손바닥 위에서 만지작 거린다.

코토리씨,「열쇠는 우체통에 넣으면 되니까」라니.



시호「…인기 아이돌이 소속되어 있는 사무소니까, 좀 더 보안에 신경을 쓰셔야 하잖아요」 




이렇게 있으면, 사람이 없는 것뿐인데 공간의 넓이가 상당히 다르게 느껴진다.



시호「소파에 누군가가 앉아 있고, 탕비실을 누군가가 들락날락거리고 있고, 화이트보드 앞에서 누군가가 고민하고 있고…」



장소를 순서대로 보면서, 그 모습을 마음에 그린다. 

이어서 한 사람, 한 사람과 나누었던 대화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시호「다들, 소중한 사람이 되어버렸을지도…」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거기서 어째서인지, 프로듀서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상하게 몸은 사장실로 향하고 있었다. 




시호「뭐, 열려 있을 리 없겠지만」



내심 열려 있어주길 바라며, 문손잡이를 잡고 조금 힘을 준다. 

달칵.

…………에~.



시호「……사장님도 조심성이 없네」



누구한테 말하고 있는 걸까.

것보다 이렇게 보안이 허술해서 괜찮은 걸까.

사무소 전체의 방침이거나 한 걸까…? 




큼직한 책상과 의자, 블라인드 사이로 약간씩 비쳐 들어오는 밖의 빛. 

사장실에 들어온 것은, 그 날…프로듀서씨를 처음 만난 날 이후 처음이다.

자연스럽게, 그 날의 일도 떠오른다.



시호「…프로듀서씨를 처음으로 만났을 때, 내가 뭐라고 했더라」



왠지 미덥지 못한 느낌, 이였던가.

후후. 실제로 그랬지만.



시호「……그랬지만」



뭔가를 말할 때의, 진지한 눈빛.

때때로 장난도 쳤지만, 항상 나를 배려하는 용어 선택. 

거기다…아이돌로서의 나를 믿고 있는, 그 표정.


일이 있을 때마다「미덥지 못하다」라고 했었지만, 앞의 이유 때문에 상당히 신뢰했답니다?




손바닥을 무심코 응시한다.

달려, 라며 프로듀서가 내 손을 잡아서….



시호「손, 따뜻했지…거기다 역시 남자다웠고」



아무리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온기.


지금까지 둘이서 팀으로 걸어 온 우리는, 따로따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런데도 나만 그 시간에 멈춰 선 채 그대로이다.



시호「아니. 다른 아이한테 있어서도, 프로듀서가 있는 건 좋은 거니까」



타이른다. 

그래, 프로듀서씨가 모두를 프로듀스 하는 건 올바른 일이니까. 

이것이 모두를 위한 것이고…분명,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개운치 않은 떨떠름함이 생겨났다. 

…떨떠름해? 어째서?



시호「……나」



프로듀서씨를, 잃고 싶지 않구나.

그렇게 깨달은 순간, 평소라면…원인이 확실히 밝혀졌을 때 후련해지는데, 오늘은 어째서인지 사라지지 않는다. 

그 뿐만 아니라, 개운치 않은 감정의 구름은 자꾸자꾸 늘어나서 마침내는




시호「……아」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그 때 잡았던 손의 온기도, 크기도, 나를 응시하는 눈동자도.

모든 것을 잊을 수가 없어서.

아무리 앙탈을 부려도, 실실거리며 용서해 준 프로듀서씨의 곁에 있고 싶어서.



시호「…프로듀서씨」



딱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다시 한 번…저를, 저만을.



시호「바라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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