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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스 SS/치하야

치하야「당신은 얼마나 먼 곳에 있는 걸까」

by 기동포격 2013. 12. 26.



――― 바람이 상냥하게 불었다.



치하야「……조금 지쳤어」



작게 혼잣말을 해본다.


밤도 완전히 깊어졌다.

이제 곧 아침이 찾아오겠지.



아침이 오기 전에, 이 언덕길을 넘을 수 있을까.


아니, 고민해도 소용없겠지.



치하야「나는, 내 페이스에 맞춰 걸어가자」



스스로 타이른다.





 

치하야「……아름답네」



멈춰 서, 하늘을 보았다.



별이 있었다.

사라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최대한 빛나고 있었다.


당신도 나와 똑같은 하늘과 별을 보고 있을까.



아니, 똑같은 하늘도 별도 보일 리 없다.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치하야「……짐을 조금 덜 가져오는 게 좋았을까」



등에 맨 배낭이 무겁다.


당신은 무슨 말을 할까.

언제나 애매하게 말하는 당신이라면.



누군가가 말했다.

말은 전해지지 않는 것이 많다고.



그러니까, 애매한 것은 나도 같다.

오히려 내가, 좀 더 말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네.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낸다.

그걸 귀에 꼽고, 노래를 튼다.



기계를 쓸 줄 모르는 나를 위해, 필사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준 당신.



그 기계를 이용해, 음악을 듣고 있다.


노래가 입으로 흘러나왔다.

애매하고 부족한 말을 더해주는 나의 노래, 



치하야「……――」



이렇게, 나는 지금도 계속 걸어간다.



 

치하야「――――」



당신은 사라질 것 같은 이 별을 보고 있나요.


이 별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신 덕분이니까


그러니까, 당신도 보고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이 길의 훨씬 앞에서 걷고 있는 당신도.




치하야「……키득」



마치 시 같네.

머릿속에 떠오른 말들이 나는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치하야「……아」



걷고 있자니, 걷고 있을 뿐인데도 장애물을 만났다.

걷지 않아도 만나겠지만.



곤란하네.

당신이라면 이 장애물도 괘념치 않고 계속 나아가겠지만


나에게는 무리일 것 같아.


그러니까, 조금 우회해서 걸어가자.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는 손을 써서라도 올라 가보려 한다. 

다치지 않으면 좋겠지만.



 

치하야「……엣취」



재채기가 나왔다.


막상 올라가보려 하니, 조금 무서워서 멈춰 서 버린다. 

그리고 이제야 알아챘지만……춥다.




치하야「……후후」


그것도 웃음이 나올 정도로.



지고 있던 배낭을 땅에 두고, 윗도리를 꺼낸다.

가져왔는지조차 잊고 있었지만, 가방 안에 있던 그것을 확인하고 안심했다.




 

치하야「……가볼까」



스스로를 북돋았다.


왜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걸까.

그런 의문은 가지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당신을 만나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전해질지는 모르겠지만.



치하야「……힘내라, 나」



전하려 하려고 하면 할수록, 말은 미아가 돼버리는 걸.




 

치하야「……?」



발이 조금 아팠다.


발을 보니, 쓸린 자국이 있었다.



하지만 험한 길은 이미 끝.


문제없어 보이니, 계속 걸어가자.



치하야「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



하지만, 예전의 우리들은 가깝고도 멀었다. 




 

그러니까, 행동으로 옮겨보았다.



당신을 만나고 싶다라는 이유만으로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말로 전하는 것보다, 어이없을 정도로 납득하기 쉬웠다. 



치하야「하지만, 조금 지치네」




최근, 혼자 있을 때가 많아서 또 혼잣말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즐겁다고 생각한다.




아직 당신을 잃지 않은 것을.



 



아침이 찾아오기 전에 나는 거리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사진을 한 손에 들고 익숙치 않은 말로 사람들에게 묻고 다녔다.


그러고 있자니 어째서인지 당신이 향한 곳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치하야「……당신은, 어느 곳에서나 사람을 웃게 만들고 있군요」




참견쟁이, 하지만 조금 부럽다.




 

잠시 그곳에서 머물렀다가,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 여행과 이 길의 끝에 당신이 있기만을 언제나 바란다.


기도라고 해도 괜찮다.



다시 생각해보니, 아이돌 활동조차 쉬면서 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치하야「하지만 단념할 순 없어……」



당신을 한 번 더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지 못하면 이제 다시는 아이돌로서 살아갈 수 없어.




 

바람이 상냥하다. 



아침도, 낮도 지나갔다.


다시 밤이 찾아 와도 나는 걷고 있다.



그러던 중, 바람에 흔들리는 꽃을 찾아냈다.




치하야「마치 나 같네……」



바람에 흔들리는 그 모습이,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 어둠 따위는 두렵지 않다.

왜냐하면, 당신도 이 길을 걸었을 테니까. 




 

치하야「――――」




나는 다시 노래하기 시작했다.


당신을 얼마나 멀리 있는 거야? 라고


노래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노래 이외에도, 나에게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것을 가르쳐준 당신.



치하야「――――」



밤하늘을 향해, 불렀다.

 



 


치하야「……후우」




한 곡을 다 부르고, 한숨을 쉬었다.


생각해보면, 이 여행을 시작할 때 많은 사람에게 폐를 끼쳤다.

아이돌 활동을 일단락 한 뒤에 시작했지만, 그런데도 많은 사람에게 폐를 끼쳤다.



치하야「미안해」



동료들의 얼굴을 밤하늘에 떠올리며, 사죄했다. 


시험 삼아, 당신 같이 혀를 내밀어 보았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았지만, 매우 부끄러워졌다. 




 

치하야「……어째서」



어째서 당신은 사라져버린 걸까.



특별히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건 아니야.

듣고 싶은 게 있는 것도 아니야.



하지만, 단 하나. 전하고 싶은 게 있어.



치하야「……――」



그것을 전하는 법을, 나는 아직 찾아내지 못한 채이지만,

적어도 노래에 담아 전할 수 있다면.




 

여기까지 당신을 쫓아오고,

여기까지 당신을 뒤쫓아 살아온 현실에


가치 따윈 없어.

하지만, 전하고 싶어, 알아줬으면 좋겠어.




치하야「당신은 얼마나 먼 곳에 있는 걸까」




나는 당신을 찾아낼 수 있을까.


당신은 언제나 날 찾아내 주었는데.



 

치하야「……어머」



추억을 생각하며, 울음이 나올 것 같았던 그 때

신발 끈이 풀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길옆으로 비켜서 주저앉아 신발 끈을 묶는다. 



그리고 그대로 드러누웠다.


이런 행동은, 저쪽에 있을 때는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물통이 달칵하며 소리를 내자, 세계는 조용해졌다.




 

고요했다.


세계가 나에게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다.

눈이 눈물을 머금어, 달이 흐릿하게 흔들려 보였다.




눈물이 흘러넘칠 정도로 고인걸까.


그것만을 생각하며, 다시 나는 일어섰다. 

다시 걷기 시작한다.



치하야「……큿」



오열을 견디며.




 

이 마음이, 잘 모르는 무언가로 채워졌다.


이렇게 지쳤는데도 내 약한 다리는 움직여 주었다.




당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치하야「……나는, 당신이 있는 곳을 향하고 있던 게 아니었어」



단지, 당신을 향해 걷고 있었을 뿐.

나는 당신이 될 수 없으니까.



 

치하야「――――」



노래하며 생각한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사실은 엄청난 기적이었다.


그 때 함께 있을 수 있었던 것이 기적이었다.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열심히 당신의 발자취를 쫓아, 여기까지 살아왔다.


당신도 분명 그럴 것이다.



나는 목소리를 더욱 높여 노래를 부른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지만, 당신에게 닿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치하야「――――」



당신만을 위한 노래.

듣고 있을까.


듣고 있지 않다면


언제까지나 부르자.



나는 당신을 반드시 찾아낸다.

당신은 날 반드시 찾아내주니까.



거봐, 피차일반이네.




 


 

―― 바람이 거칠게 분다.



나는 도망쳤다.


이 폭풍우가 지나가는 것을 기다린다. 

바다에서는 거친 파도가 배를 덮치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부른다.


당신은, 얼마나 앞서 있는 거야? 얼마나 떨어져 있는 거야?

나는 얼마나 쫓아온 것일까.



치하야「……세인트 엘모의 불」



――자, 어떤 노래를 부를까?







Bump of Chicken - 세인트 엘모의 불


세인트 엘모의 불 - 번개나 폭풍의 밤에 배의 마스트, 교회의 탑 등의 선단에 나타나는 청자색 불꽃 모양의 빛




출처 - http://ssmatome.com/12917#more-12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