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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아이마스

광장

by 기동포격 2017. 1. 15.

방 안 생김새는, 통로보다 조금 높게 프로덕션 관계자들이 앉아 있고, 프로듀서 후보생은 왼편에서 들어와서 바른편으로 빠지게 돼 있다. 네 사람의 961 프로덕션 관계자와 화려한 의상을 입은 오드 아이의 여성 한 사람, 합쳐서 다섯 명. 그들 앞에 가서, 걸음을 멈춘다. 앞에 앉은 961 프로덕션의 사장 쿠로이 타카오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한다.



“P라고 했던가? 앉게”



P는 움직이지 않았다.



“자네는 어느 쪽으로 가겠나?”


“765”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쿠로이 사장이,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P군. 765는 돌팔이들만 모인 5류 중소기업에 불과하다네. 야근, 잔업, 쥐꼬리만한 월급만이 가득한 그런 돌팔이들이 모인 곳에 가서 어쩌자는 건가?


“765”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이야. 손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건가?”


“765”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토우마라는 이름표를 단 남성이 나앉는다.



“당신, 내 말 잘 들어. 지금 961 프로덕션에서는, 신입 프로듀서들을 위해서 거대 프로젝트를 시작했어. 당신은 누구보다도 먼저 그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될 것이며, 지금 여기 나와 있는 레온 같이 오버랭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아이돌 후보생을 맡게 될 거야. 961 프로덕션 관계자들은 당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 우리 쥬피터는 물론이고 아이돌 후보생부터 여기 있는 쿠로이 아저씨와 레온까지 당신의 입사를 반길 거야”


“765”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토우마라는 남성의 바보털이 빙글빙글 회전한다.


처음에 말을 꺼냈던 쿠로이 사장이, 다시 입을 연다.



“자네의 심정도 잘 알겠네. 오랫동안 계속된 취업 준비 기간에, 간악한 타카기와 그 무리들의 간사한 꼬임수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네. 그런 염려는 말게. 또한 그 간사하기 그지없는 765 프로덕션에서 우리 961 프로덕션에 대해 잘못된 소문을 광범위하게 퍼트린 탓에, 자네 같이 정의감에 가득 찬 젊은 프로듀서 후보생들이 착각을 자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네. 하지만 우리 회사는 자네의 하찮은 잘못을 탓하기보다도, 자네의 그 마인드와 능력을 더 높이 평가하네. 일체의 보복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하네. 우리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면, 그 5류 중소기업에서 제공하는 급여보다 최대 5배, 주 5일제 근무, 장기간 휴가, 그리고 다른 회사에서는 따라올 수 없는 복지를 약속하겠네. 자네는……”


“765”



오드아이의 여성이,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설득하던 쿠로이는, 실망감과 연민의 눈초리로 P를 바라보면서, 내뱉듯 말했다.



“좋아”



그리고는 눈길을, 방금 도어를 열고 들어서는 다음 프로듀서 후보생에게 옮겨 버렸다, 


아까부터 그는 관계자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다른 방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 세워 보고 있었다.



"자네는 어디 출신인가?"


"……"


"음, 도쿄군"



짙은 화장에 날카로운 눈초리를 가진 관계자는,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765 프로덕션이라지만 막연한 이야기야. 내가 보장하건데 우리 346 프로덕션보다 나은 프로덕션은 일본에 없을 거야. 다른 중소 프로덕션에 입사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지만, 중소기업에 들어가 봐야 대기업이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 존재인지를 안다고 하지. 자네가 지금 무슨 야망을 가지고 있는 줄은 나도 이해해. 765 프로덕션 같은 중소기업에 들어가 스스로의 힘으로 톱 아이돌이 키워내겠다는 그 야망을 같은 업계인으로서 어찌 이해하지 못하겠나. 다만 346 프로덕션에는 기반이 있어. 사람이 일을 시작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기반이 중요하지. 자네는 오랜 취업 준비 기간과 아르바이트 생활을 통해서 이중으로 그걸 느꼈을 거야. 사람이 자고로 일을 하자면…” 


“765”


“으음, 강요하는 것이 아니야. 다만 훌륭한 프로듀서가 될 수 있는 후보생 중 한 사람이, 블랙으로 업계에 소문이 파다한 765 프로덕션에 가겠다고 나서서, 같은 업계인으로서 한 마디 참고가 되지 않을까 이야기하는 거야. 우리는 이곳에 346 프로덕션 관계자와 우리 회사에 소속된 수많은 아이돌 후보생들의 부탁을 받고 온 거나 마찬가지지.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프로듀서 후보생을, 우리 회사의 품으로 데려오라는……


“765”


“자네는 4년제 대학과 정통 프로듀서 과정을 나온 지식인이야. 우리 회사는 지금 자네가 필요해. 자네는 이렇게 자네의 입사를 간절히 바라는 자사를 버리고, 스스로 765 프로덕션으로 가서 노예가 될 생각인가?"


“765”


“밑바닥을 경험했을수록 큰 야망을 가지는 법이지. 나도 잘 알아. 그러나, 그렇다고 자네의 일상까지 포기해서야 되겠나. 야망을 위해서 말이지. 자네 한 사람이 그런 블랙 회사에 들어가 버리는 것은, 평범한 사람 10명이 블랙회사에 입사하는 것보다 더 큰 업계의 손실이야. 자넨 아직 젊어. 그리고 우리 회사에는 할 일이 태산 같지. 무려 200명이 넘는 아이돌과,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아이돌 후보생이 존재해. 나는 자네보다 이 업계에서 경력이 좀 더 길다는 의미에서, 동료로서 충고하고 싶어. 우리 회사의 품으로 들어와서, 오버랭크를 배출하는 길을 만들어 줬으면 하네. 그런 블랙 회사에서 고생하느니, 그 쪽이 자네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것을 난 믿어 의심치 않는다네. 또한 자네가 가지고 있는 그 야망이 765 프로덕션에 간다고 해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얼마나 있다 생각하나? 이런 말을 입에 담는 것은 같은 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조금 껄끄럽기는 하지만, 765 프로덕션은 한물 간 회사야. 자네도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 지원한 프로듀서 후보생으로서 한물갔다는 의미가 아이돌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알고 있을 거야. 이제 아이돌마스터는 우리 346 프로덕션을 중심으로 돌아갈 거야. 반쯤 실패작이 되어 버린 백금마스와 달리 우리 346 프로덕션에서 운영 중인 신데렐라 걸즈 스타라이트 스테이지는 대성공을 거두었지. 안 하는 사람을 찾는 게 더 빠를 지경이야. 앞으로 나올 극장판도 큰 성공을 거둘 것이 분명하고. 이것만 보아도 대세가 어느 쪽에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나? 나는 자네를 처음 보았을 때, 인상이 대단히 마음에 들었어. 뭐, 어떻게 생각지 마. 나는 동생처럼 여겨졌다는 말이야. 만일 우리 346 프로덕션에 올 경우, 개인적인 조력, 즉 지금 우리 회사가 진행 중에 있는 프로젝트인 신데렐라 프로젝트에 자리를 제공할 용의가 있네. 어떻나?”



P는 고개를 쳐들고, 반점하나 없는 방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히 말할 것이다.



“765”



그 여자는, 손톱으로 테이블을 톡톡 치면서, 곁에 앉은 센카와 치히로라는 이름표를 단 여성을 무표정으로 돌아볼 것이다. 그 센카와 치히로라는 여자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쓴웃음을 짓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서기의 책상 위에 놓인 명부에 이름을 적고 천막을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




3



살아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