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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마스

당신의 비율

by 기동포격 2020. 11. 5.

「므후~~! 오늘도 아이돌쨩의 미소가 눈부셨어요~!!」



 두 갈래로 묶은 머리카락을 격렬히 흔들면서, 아리사는 집에서 혼자 일과인 사진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 더없이 행복한 시간. 누구에게도 방해받는 일 없이 아이돌쨩을 독점할 수 있는 기적의 시간.



「이건 이쿠쨩! 태양에 비친 천사 같은 미소……아니, 이미 천사 그 자체의 미소에요! 아리사도 정화될 것 같아……」



 때로는 몸부림을 치면서, 때로는 하늘을 우러러보면서, 그러면서도 시선은 모니터에서 벗어나는 일 없이 아리사는 찍은 사진 한 장, 한 장을 정중히 리뷰해 간다.



「이쪽은 나오쨩! 고기만두를 맛있다는 듯 먹는 모습! 그 모습을 보는 아리사까지 행복하게 돼요! 앞에 찍힌 미나코쨩도 매우 기뻐보여요~!」



 매일 사진을 찍고 있는 그녀이지만, 오늘은 셔터 찬스가 한층 더 많았던 것 같다. 1000장은 넘었을 사진을 마주하여, 익숙한 손길로 제목까지 붙여 저장해간다. 그녀의 데이터베이스는 이렇게 풍부해지는 것이다.



「므므……우오오오오오오오오!!!! 이, 이건 모모코쨩의 완전 레어샷이에요!! 이렇게 화내고 있다고도, 웃고 있다고도 할 수 없는 절묘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건, 모모코쨩 선배뿐이에요오오오……!! 아차차」



 흥분한 나머지 의자에서 굴러 떨어질 뻔하면서도 어떻게든 자세를 잡는다.



「위험해, 위험해……그건 그렇고 이렇게 멋진 사진을 산처럼 찍을 수 있다니……이건 아리사의 솜씨도 빛을 더해가고 있다는 걸까요. 므후후♪」



 이렇게 난리법석을 떨며 불태우고 있던 아리사는, 문득 사진들 속에서 묘한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라……? 대부분의 사진에, 프로듀서씨가 작게 찍혀 있어……?」



 물론 아리사가 찍은 사진의 대다수는 극장 안에서 찍거나, 일하는 모습을 찍은 것이다. 프로듀서가 찍혀 있다고 한들 전혀 이상치 않다.



「하지만, 이건……」



 프로듀서에게 핀트가 분명하게 맞춰져있는 사진이 딱 한 장 있었다. 대단한 것은 아닌, 그냥 옆얼굴. 하지만 한중간에 당당히, 흔들림 없이 깨끗하게 찍혀있었다. 



「찍은 기억이 없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째서인지 그것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은은하게 따뜻해진다. 그것은 아이돌쨩을 볼 때와는 다른 감정이었다. 



「……프, 프로듀서씨도 아이돌쨩을 진짜 좋아하니까요! 설마 이렇게 붙어 다닐 줄은 몰랐지만, 이렇다면 아이돌쨩을 찍으려고 하다가 실수해도 이상하지 않죠!」



 프로듀서씨가 그저 가까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실수로 찍어버린 것뿐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타이르는 아리사.

 못 본 것으로 하자. 실수한 것뿐이니까. 사진을 조용히 저장하고, PC 전원과 방의 불을 끈다. 



「자, 내일도 멋진 아이돌쨩을 찍도록 해요~!」



 이불에 들어가 눈을 감았지만, 묘한 고양감은 몇 시간 후에나 사라졌다.



 ***



 다음날도 아리사는 일과를 소화한다.



「……어라?」



 그 다음날도.



「어라라?」



 그리고 그 다음날도.



「이상해요!」



 계속하여 그 다음날도.



「프로듀서씨가 찍혀 있는 사진이 점점 많아지고 있네요!? 이건 이미 실수로 찍혔다는 수준을 뛰어넘었는데요!?」



 알아차려버린 실태 때문에, 가볍게 패닉에 빠지는 아리사. 



「마, 말도 안 돼. 프로듀서씨는 아이돌쨩이 아니라고요! 헛! 설마 프로듀서씨한테는 아이돌쨩 적성이 있어서 아리사 센서에 삐빅하고……」



 그럴 리가 없다. 몇 초 동안 생각한 뒤,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 뒤, 모니터에 시선을 가져가니 못 보던 폴더가 있었다. 



「아~앙.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프로듀서씨 영상 폴더까지 생성되어 있어요……아리사는 이제 자기자신이 제어불능이에요……」



 하지만 그래도 사진을 정리하는 손을 멈추지 않는 아리사. 



「아……이건 이거대로 멋져……」



 정리하고 있는 사진 목록에서 프로듀서가 찍혀 있는 사진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두근거려 손이 멈춘다. 그 요동치는 마음은 아리사가 그다지 겪어 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



「헛……으음.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도 이상하지만요. 대체 뭘까요, 이 감각은……어라?」



 그러고 보니 프로듀서가 찍힌 사진은 전부 옆얼굴만 찍혀 있었다. 정면에서 찍은 게 있어도 한 쪽 깊숙한 곳에 있거나 초점이 빗나가 있었다.



「본인에게는 말하지 않고 찍고 있으니 당연하죠. 하지만 이건……」



 아리사도 취미라고는 하지만 카메라맨이다. 사진이 부정확하게 찍혀진 것 때문에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거기다 자신이 지금까지 도촬 비슷한 행위를 해왔다는 것 또한 깨닫고 반성한다. 



「이, 이대로는 아리사의 프라이드가 용납치 않아요!」



 내일은 프로듀서한테 부탁해서 사진을 정면에서 찍도록 하자. 하는 김에 의식적으로 한 게 아니라고 해도, 결과적으로 몰래 사진을 찍은 것에 대해 사과하자. 그렇게 결심한 아리사는, 결의를 가슴에 품고 이불을 덮었다.



 ***



 다음날 프로듀서를 막상 앞에 두니, 아리사는 어제 했던 결의와는 다르게 말을 잘 할 수가 없었다.



「저, 저기! 프로듀서씨……」



 왠지 평소보다 얌전한 분위기를 지닌 아리사의 등장에, 기분 탓인지 프로듀서도 놀란 것 같았다.



「응? 아니아니, 항상 보던 아리사에요! 보세요, 기운이 넘쳐흘러요!」



 허세를 부려봤지만 프로듀서는 전부 꿰뚫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니, 그렇게 상냥하게 물어오는 프로듀서. 

 


「아, 들켰나요……으~음, 그게 말이죠? 실은 오늘 부탁이 있어서……」





「그, 그게……」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아이돌쨩한테 부탁할 때는 이렇게까지 말이 막힌 적이 없었는데.



「프, 프로듀서씨가 괜찮으시다면 말인데요……」



 그리고 심장이 왜 이렇게나 폭주하고 있는 것일까.



「프로듀서씨 사진……찌, 찍어도 괜찮을까요?」



 혹시 그를 찍는다면 이 기분의 정체를 알 수 있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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