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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마스

리쿠「형은 누나랑 언제 결혼할 거야?」

by 기동포격 2019. 9. 26.

「「잘 먹었습니다」」



콘소메와 토마토를 넣어 삶은 롤 캐비지에 새우필라프.

하레의 날에 먹는 음식이라기 보다는 푸근한 가정한 맛. 

심플하지만 가족을 향한 마음이 담겨있는 맛이다.

나날이 깊어지는 가을의 정취도 따뜻한 것이 맛있게 느껴지는 요인 중 하나겠지. 



「후훗. 입맛에 맞으시다면 다행이에요」


「아니아니. 시호 네 요리가 내 입맛에 안 맞았던 적은 없는데?」


「어머나. 입에 발린 말이라도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기쁘네요」


「하지만 누나는 형이 올 때 평소보다 힘을 줘서 준비하지?」


「어머, 애 좀 봐. 숙녀의 행동가지를 함부로 말하는 건 신사가 할 행동이 아니란다



말솜씨만은 정상급이라니까…응? 시선을 내 쪽으로? 야야, 내 탓이야?

시호가 아이돌을 시작할 때 유치원생이었던 리쿠도 곧 고등학생이 되면 남부럽지 않은 말솜씨를 가지게 되겠지.

…뭐, 새로운 게임이 나올 때마다 안나를 어떻게 대처할지 둘이서 수련을 하고 있을 정도이니, 내 영향이 아주 없냐면 그건 부정할 수 없지만.



「좋아. 형, 계속하자!」


「얌마, 정리한 뒤에」



오늘 안에 그 콤보를 익히고 싶다며 옷자락을 계속 잡아당기는 리쿠를 어른다.



「괜찮아요. 리쿠를 상대해 주세요」



나중에 디저트도 가지고 간다는 말을 남기고 싱크대로 향하는 시호.



「그래? 항상 미안해」


「아니요. 리쿠도 프로듀서씨랑 있을 때는 즐거워 보이고…」


「형, 빨리~」


「미안, 부탁할게」



역시 고등학생이 되면 버거워질 정도로 힘이 세지네




「…후~. 잠시 쉴까」


「형, 벌써 지친 거야?」


「하하. 나이를 먹으면 눈이 빨리 피로해져서」


「뭔가 틀딱 같은데~. 큭큭」


「그렇네…앞으로 20년 후에 실감하게 될 거야」



안 그래도 반사 신경이 요구되는 격투 게임을 하루 종일 끊임없이 했다.

이 피로감은 고등학생으로서는 알 수 없겠지…



「그럼 잠시 스토리를 돌아보고 있을 테니, 그 동안 쉬고 있어」


「그렇게 해주면 고맙지」



기지개를 크게 한 번 하고, 목과 어깨를 돌려본다. 

돌릴 때마다 뚜둑거리며 울리는 관절이, 나이를 생각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말이야」


「응~」


「형은 누나랑 언제 결혼할 거야?」



갑자기 덮친 리쿠의 질문에 순간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무슨 말인지 잘 못 들었거든. 한번만 더 말해줘」


「그~러~니~까~, 형은 누나랑 언제 결혼할 거야…혹시 누나를 싫어해?」


「그렇지는 않지만…」



그런 일은 없다. 매력을 느꼈기에 그녀가 빛날 수 있도록 지금까지 한 팀으로서 전진해 왔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이 상황까지 올 수 없었을 테고, 시호네 가족들과도 이렇게까지 양호한 관계를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프로듀서와 아이돌이라고 하는 관계.

현역 아이돌인 이상 그 선을 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 상관없잖아. 차라리 집에서 같이 사는 게 어때?」



내 마음도 모른 채 능숙한 솜씨로 컨트롤러를 다루며 화면 속 상대를 압박하는 리쿠.



「그런 건 일단 본인의 의사를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닐까」


「어? 누나? 전혀 문제없을 거라 생각하는데」


「쉽게 말하지 마」


「그치만 형이 올 때는 항상 기분이 좋은데다, 형이 돌아간 후에는 평소보다 쓸쓸해 보이는 걸」



나로서도 데뷔 초창기 시절과 비교하면 부드러워졌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구나…시호도 그런건가.



「형도 누나를 좋아하지? 결혼이라는 건 좋아하는 사람끼리 하는 거잖아」



어려운 걸 간단히도 말한다.

나이 먹은 나로서는 이제 다시는 가질 수 없는, 부러워질 정도의 솔직함.



「그렇네…네 말대로야」


「나는 누나랑 형이 결혼하는 게 좋은데~」



그러면 매일 게임을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막간 스토리를 건너뛴다. 



「…그렇겠지. 분명 즐거울 거야」



시합 개시 카운트가 올라가는 도중, 시선이 살짝 맞닿았다.

수심 깊은 표정을 보이고 말았다. 



「흐~응…어른들은 큰일이구나」



리쿠의 시선은 바로 화면에 띄워진 캐릭터의 일거수일투족을 쫓기 시작했고, 변함없이 빠른 템포로 대전 상대를 압박하고 있었다.

통찰력이 좋은 것은 어쩌면 이 가족의 유전일지도 모른다. 



「…뭐, 그렇지」



이 상황을 이겨냈다는 생각이 반, 마주봐야 한다는 생각이 반. 

그것이 상냥함인지 아니면 도망치는 방법 중 하나였는지는 둘째치더라도, 언급한 적이 없는 건 확실하니까. 



「…아~, 당했다. 슬슬 교체 괜찮아?」


「좋아, 조금만 기다려」



가방에서 꺼낸 안약을 넣고, 내 쪽으로 내민 컨트롤러를 잡는다. 

하지만 어떤 선택지를 고르던,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사각사각…

들기 벅찰 정도로 큰 사과가 시호 손 사이에서 춤을 춘다.

식칼이 닿는 소리도 경쾌하기 그지없어, 과육의 과즙과 씹는 맛이 얼마나 훌륭할지 상상이 간다.

히나타의 친가에서 보내준 키노시타 과수원의 사과를 극장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이미 가을의 연례행사가 되었다. 

극장 사람들은 가족이라면서.



「가족…이라」



39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10년이 지난 지금, 멤버 각자가 활약하는 폭은 크게 넓혀졌다.

시호 같이 본격적으로 가수나 배우로서 활동하는 멤버가 있는가 하면, 연예인 못지않은 돌진력으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들끓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시어터 멤버로서 공연을 행하고, 극장의 일원으로서 유대를 통해 이어져 있는 것은,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이 과격한 예능계에서 기적이라고 말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사각사각 기분 좋은 소리를 내는 사과에는, 껍질이 끈같이 이어져 싱크대를 향해 길게 뻗어있다. 

계속해서 이어한다는 것은 오랫동안 지속되면 될수록 어려워진다. 

데뷔 초창기에는 일을 하는 것밖에 눈에 보이지 않았었고, 충돌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럼으로 인해 서로가 어떤 마음씨를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고, 거기다 퍼포먼스와 이어지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고들 수 없는 영역이 있었다. 

예능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고집이 센데다 벽창호에, 이야기를 들을 줄 모르는 나를

분명 어떻게 취급해야 할지 곤란하게 만들어 쓴웃음만 얼굴에 띄우게 하는 나를

그럼에도 참을성 있게 지켜봐주고 있는 사람한테…



「…앗」



뚝, 툭.

조금만 더 했으면 사과 껍질을 전부다 이어 깎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시점에서 중력에 굴복한 껍질이 낙하한다.

끝은 언젠가 확실하게 찾아온다. 그것은 아무리 발버둥 치더라도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마무리를 자신이 하게 되는 건 무서웠을지도 모른다. 

품고 있는 마음은 분명하게 존재하지만 아직 망설일 정도로.

그만큼 그 극장에서 받은 것이 많았었을 지도 모른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이 마음은 분명 가슴에 품은 채 나와 같이 죽을 운명일 것이라고 아니, 안고 죽어야 한다고 각오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언젠가 선을 넘어버릴 것 같았으니까.



「…정말, 사람의 마음도 모르고」



미닫이문을 사이에 두고 있기 때문에, 작기는 해도 귀를 파고드는 게임 효과음이 저녁을 먹은 이후로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옛날부터 동생을 마중 나가주고 가족 스케줄에 대해서도 배려를 해줘서 그런지, 정신을 차려니 그 사람은 가끔 얼굴을 보이는 친척을 뛰어넘는 반쯤 가족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지금 와서는 신작 게임이 나올 때부터 리쿠랑 방에 박혀서 합숙 비슷한 걸 하는 상황이다. 

평일이라면 슬슬 끝내라고 재촉할 시간이지만, 오늘은 사과를 간식으로 두도록 하자.

밤을 새서 한다면 지금 이 때 목욕 준비도 해야 하고. 

깨끗하게 6등분한 사과를 쟁반에 올리고 거실로 향한다.

그리고 거실에서 리쿠의 방으로 향하려고 한 그 때



「형은 누나랑 언제 결혼할 거야?」



…릿군, 방금 누구한테 뭐라고 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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