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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카노 SS

지휘관을 사랑하는 소녀들의 나날

by 기동포격 2019. 2. 27.

아침. 집무실에 도착한 나는 평소처럼 군복 상의를 옷걸이에 걸고, 의자에 앉아서 눈앞에 있는 서류의 산을 확인했다. 



지휘관「자, 그럼 오늘 하루도 열심히 해보실까」



 이제 슬슬 오늘의 비서관도 올 터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말자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두 번 울려퍼졌다. 



지휘관「들어오게나」


일러스트리어스「실례합니다. 사령관님. 오늘 하루도 열심히 하도록 해요」





 그녀는 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나를 향해 방긋 미소를 지었다. 나는 잘 부탁한다며 간단하게 답하고는 바로 집무 작업에 착수했다. 




일러스트리어스「지휘관님, 잠시 쉬지 않겠습니까?」


지휘관「……응? 아아,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



 그녀가 말을 걸어와 미간을 한 번 주무른 뒤 시계를 보니, 시계 바늘은 이미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업무를 시작하고 두 시간 이상이나 계속 자세를 바꾸지 않고 자료를 확인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말을 듣고 몸을 움직이니 몸의 마디마디가 뚜둑뚜둑 소리를 냈다. 


 리어스(일러스트리어스의 호칭)도 그런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일러스트리어스「홍차를 준비할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지휘관「그래, 고마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금 휴식을 취하면 그대로 점심 시간이 되어버릴 것 같은데……뭐, 작업 달성률은 꽤나 높으니 별로 상관없나.



 콩콩



 문을 두 번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바로 노크를 한 당사자에게 들어오라고 말했다.



벨파스트「실례합니다. 주인님, 홍차를 준비했으므로 한 숨 돌리시는 게 어떻습니까?」






지휘관「아, 굿 타이밍. 리어스, 홍차는 준비할 필요 없어」


일러스트리어스「……어?」



 마침 물을 끓이려고 하던 그녀에게 그리 말하니, 리어스는 놀라움과 외로움, 불만이 섞인 표현하기 어려운 시선으로 나와 벨파스트를 번갈아 보았다.   



벨파스트「어머나? 마침 휴식 시간이셨나요. 제가 정말 좋은 타이밍에 왔네요. 자, 두 분 다 이쪽으로」



 벨파스트의 재촉에 나는 손님용 소파 맞은편에 있는 나의 의자에 앉고, 벨파스트와 풀이 죽은 리어스가 반대편에 앉았다. 



벨파스트「드셔보세요. 제가 엄선해서 보관해두었던 홍차입니다. 온도도 딱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녀한테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바로 홍차를 입으로 가져가 보았다. 



지휘관「응. 향도 좋고, 맛도 좋아. 맛있어」


벨파스트「그런가요. 주인님이 만족하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손을 입가로 가져가 입가를 누르면서 키득거리며 웃는다. 고상해 보이지만, 숨겨진 입가 위로 보이는 벨파스트의 눈동자에서는 천진난만함 또한 느껴졌다. 


 즐거워 보이는 벨파스트의 옆에서는 리어스가 재미없다는 듯 홍차를 한 입 마시고,「아, 맛있어」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벨파스트, 리어스와 같이 차를 마신 후 남은 일을 적절한 부분까지 끝마친 뒤 나는 식당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왔다. 리어스와 벨파스트는 다른 용무 때문에 나갔으므로, 지금은 혼자서 정식을 먹고 있다. 



즈이카쿠「어라? 지휘관도 지금 점심 먹어?」






 그렇게 점심을 먹고 있자 앞에서 기운 찬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드니, 즈이카쿠 그리고 그 뒤에는 쇼카쿠가 각각 쟁반을 들고 내 앞에 서 있었다. 



지휘관「뭐, 그렇지. 너희들은 훈련을 끝내고 지금 먹는 거야?」


쇼카쿠「네. 사쿠라 엠파이어 소속의 항공모함들이 참가한 훈련이었어요. 샤워를 하고 왔더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어서」





지휘관「그렇군. 둘 다 수고했어」


즈이카쿠「응, 고마워. 앞에 앉아도 괜찮아?」


지휘관「그래, 상관없어」



 두 사람은 허가를 받은 후 내 앞에 앉은 뒤, 합장을 한 번 하고는 각각 가져온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쇼카쿠가 나와 똑같은 자반고등어 정식, 즈이카쿠는 여름에 어울리는 히야시츄카였다. 



지휘관「…………」


즈이카쿠「응, 맛있어……어라? 지휘관, 왜 그래?」



 히야시츄카를 보고 있던 걸 들킨 것 같다. 즈이카쿠는 내 시선 끝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자, 라멘이 담긴 그릇을 들고 나를 향해 내밀었다. 



즈이카쿠「자, 조금 먹어도 괜찮아」


쇼카쿠「!」


지휘관「그래도 괜찮아? 그럼 사양않고



 말을 끝내자마자 바로 젓가락을 가져가 라멘을 건져서는 단 번에 입속으로 가져갔다. 응, 고마다레가 라멘이랑 서로 어울려 극상의 맛을 보여준다. 



쇼카쿠「…………」


지휘관「맛있는데. 이걸 시킬걸 그랬나」


즈이카쿠「후후. 내일은 이걸 먹어보는 게 어때?……아, 지휘관」


지휘관「응? 아아, 괜찮아」



 즈이카쿠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차린 나는, 자반고등어를 한 입에 먹을 수 있게 분리한 다음, 테이블에 떨어지지 않게 손으로 받치면서 즈이카쿠한테 내밀었다. 



지휘관「자, 아~앙」


쇼카쿠「!?」


즈이카쿠「어!? 아, 우……응. 아~앙///」



 즈이카쿠는 뺨을 붉히면서도, 얌전히 고등어를 먹었다. 


 즈이카쿠가 평상시 보여주는 전사다운 절도 있는 모습은 멋있기 그지없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하는 즈이카쿠의 모습은 나한테 너무나 사랑스럽게 비쳤다.



지휘관「어때? 맛있어?」


즈이카쿠「으, 응……솔직히 말해 맛은 잘 안 느껴질지도///」


지휘관「그래? 그럼 한 입 더」


쇼카쿠「즈이카쿠! 자! 내 거를 조금 줄게!」



 쇼카쿠는 내 말을 막듯이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고등어를 반으로 나누어 그것을 다른 그릇에 옮긴 후 즈이카쿠의 쟁반에 놓았다. 



즈이카쿠「아, 응……고마워, 쇼카쿠 언니」



 그렇게 말하는 즈이카쿠의 표정은 왠지 마음이 딴 곳에 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쇼카쿠「(하아……나도 지휘관이랑 다른 메뉴였다면……운이 나쁘네)」



 쇼카쿠는 자기 앞에 있는 고등어를 찌르면서 한숨을 쉬고 있다. 깊게 파고드는 건 그만두자.



아카기「지휘관님~♪」





지휘관「우왓!?」


쇼카쿠「우와, 나왔다……」



 말을 걸어올 때까지 발소리는 물론 기척도 전혀 느낄 수 없었는데, 정신을 차리니 아카기내 뒤에 서 있었다. 



아카기「어머, 해충도 있었구나……」소곤


지휘관「아카기도 지금부터 점심 먹을 거야?」


아카기「아니요. 다만 이곳에 지휘관님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므로」


지휘관「뭐야, 그게」



 아카기는 나랑 만났을 때 이 말을 자주 꺼내는데, 나한테 한해서 예지능력이라도 가지고 있는 걸까? 



아카기「우후후. 옆자리, 실례할게요~」



 아카기는 그렇게 말하고 내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물 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옆에 앉았다. 



아카기「그런데 지휘관님~? 아카기, 실은 배가 참으로 고프답니다」


지휘관「방금 네가 한 말이랑 틀리지 않아?」


아카기「그러니까 지휘관님이 드시고 있는 요리, 한 입 주시지 않겠습니까?」


쇼카쿠「처음부터 그럴 속셈이었잖아요……」


아카기「조금 조용히 하지?」



 왠지 언제 폭탄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즈이카쿠는 아직까지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상태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이 두 사람은 서로 가까워지면 반드시라는 단어를 써도 괜찮을 정도로 분위기가 살벌하게 변한다. 솔직히 말해 좀 봐줬으면 한다.



지휘관「……자, 아~앙」


아카기「우후후후후. 아~앙」



 나는 바로 불씨를 끄기 위해 먹기 좋게 자른 고등어를 아카기한테 내밀었다. 아카기는 기쁜 듯 입을 벌리며 그것을 먹으려 했고, 고등어와 입의 거리가 10cm정도 남았다고



카가「냠」


지휘관「!」


아카기「!?!?」



 생각했을 때 또 언제 왔는지 카가가 나랑 아카기 사이에 존재하는 약간의 틈새에서 나타나, 내 젓가락에 들려 있는 고등어를 냉큼 먹어버렸다. 



아카기「카, 카카카카……카-카-」


쇼카쿠「까마귀……?」


카가「음. 조금 식은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꽤나 맛있군」






지휘관「너희들은 발소리를 내지 말고 접근하라는 명령이 내려져 있어?」


카가「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뭔가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길래 흥미가 생겨서 말이지」



 그리 말하며 장난이 성공한 것 같은 수상한 미소를 띠운다. 이렇게 보여도 우리 진수부에 처음 왔을 때와 비교하면 요즘 들어서는 감정표현을 상당히 풍부하게 보여주고 있다. 뭐, 좋은 일인가. 



아카기「전~혀 좋은 일이 아닙니다!!」


지휘관「내가 방금 입밖으로 꺼냈던가?」



 아니, 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단호). 그렇다고 한다면 이 녀석, 초능력자인가?



아카기「카가? 아무리 그대라 할지라도 해도 되는 일이랑 안 되는 일이 있어. 알아?」


카가「그렇다면 언니도 다시 한 번 달라고 하면 되지 않습니까? 보아하니 고등어는 아직 남아있고」


지휘관「아니, 내가 먹을 게……어라? 없네!?」



 왜? 방금 전까지 반은 남아있었을 텐데!?



쇼카쿠「우후후♪……우물우물」



 내가 절망하고 있으니 어째서인지 내가 먹었어야 할 고등어의 마지막 한 점을 쇼카쿠가 맛있다는 듯 입에 가져가고 있었다.


 네 고등어……아직 남아 있잖아.



아카기「………………………………」




아카기「우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지휘관「아」


카가「큰일났다」


아카기「쇼카쿠……너……한 번……죽어볼래?」


쇼카쿠「어머나, 유감. 목숨은 하나뿐이므로 정중하게 거절할게요♪」


아카기「그렇게 말하지 말고.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대를 고깃조각으로 만들고 싶어서 근질근질 거리거든……」


쇼카쿠「어머나. 이마에 혈관이 솟아올라 있네요? 천박해라」


아카기「」뚜둑


카가「지휘관, 어떻게든 해봐!」


지휘관「에이잉. 될 대로 되라」


 


 꽈악!

 


 진수부의 존망이 걸린 중요한 순간, 나는 어떻게든 해야 된다고 생각하자마자 반사적으로 아카기의 머리를 내 가슴으로 가져와 끌어안았다. 



아카기「…………어머나」


지휘관「아카기, 머리를 좀 식혀. 나는 너랑 항상 함께 있어. 그렇잖아?」


아카기「…………네. 죄송해요. 지휘관님」


카가「(아카기 언니가 사과를 했어……)」


쇼카쿠「……」


카가「쇼카쿠,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마」


쇼카쿠「……알고 있어요」




아카기「아카기, 조금 흥분했었던 것 같아요……상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말았네요」


지휘관「뭐, 그것도 포함해서 아카기다운 거잖아? 나는 그 정도로 너를 미워하지 않아. 하지만 만약 내 동료를 다치게 한다면, 그 때는 너를 경멸할 거야」


아카기「우후후. 약속은 못 해드리겠네요……」


지휘관「그렇겠지. 다만 잊지 말아줘」



 서로 얼굴이 지근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도 이 거리라면 다른 사람들한테도 들렸겠지만, 지금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나는 아카기를 살짝 떨어뜨렸다.



지휘관「자, 그럼 나도 슬슬 업무를 하러 돌아갈게. 네 사람 다 또 보자」


아카기「네, 지휘관님. 아카기도 잠시 쉬도록 하겠습니다」


카가「미안했어, 지휘관. 폐를 끼쳤군」


지휘관「됐어. 즈이카쿠도 이제 적당히 현실로 돌아오지?」


즈이카쿠「…………헤? 아, 아아!! 응! 또 보자, 지휘관!」


쇼카쿠「…………」



 쇼카쿠만이 인사를 돌려주지 않고 테이블의 한 곳을 계속 응시하고 있었지만, 이 이상 파고드는 것도 센스가 없는 행동이었으므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장소를 떠났다. 만약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그 때는 에프터 케어를 하도록 하자.






지휘관「미안 헬레나. 짐을 들게 해서」


헬레나「아니, 난 별로 상관없어. 그것보다 이거 어쩔 거야?」





 헬레나가 그렇게 말하면 시선을 향한 곳은, 지금 그녀가 들고 있는 철재의 산. 



지휘관「개발에 쓸 자재야. 이걸 아카시에게 주면 뒷일은 그 녀석이 어떻게든 해줘」


헬레나「그렇구나……좋은 장비가 만들어지면 좋겠네」


지휘관「그렇게 해서 너희들을 지킬 수 있다면 만만세지」



 이래저래 잡담을 나누면서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아카시한테 자재를 넘기고 다시 둘이서 복도를 걸으며 돌아가고 있었다.



지휘관「고마워, 헬레나. 덕분에 살았어」


헬레나「됐어……나는 괜찮아」



 변함없이 조금 소심한 성격이지만 기분이 나빠보이지는 않는다. 



지휘관「방에 잠시 들리지 않을래? 차라도 대접할게」


헬레나「어?」


지휘관「됐으니 오도록 해. 내가 너랑 이야기를 하고 싶거든」



 헬레나한테 말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강압적으로 그렇게 전하니, 헬레나는 고개를 숙이고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헬레나「……해냈어」



 하지만 헬레나의 작은 중얼거림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내 방문을 여니



세인트루이스「……아, 헬로~, 지휘관군♪」





지휘관「…………」떠억


헬레나「왜 언니가……」



 그래. 왜 이 녀석이 내 방을 뒤지고 있는 건데. 무단침입을 들켰음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은 기가 죽는 모습 없이 손을 흔들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헬레나는 자신의 언니를 차가운 눈으로 쳐다본 후에, 설명을 요구하듯이 내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렇게 시선을 보내봤자 나로서도 전혀 알 수 없었다. 



지휘관「……왜 여기 있는 건데?」


세인트루이스「어머??」


헬레나「언니……남의 방에 마음대로 들어오면 안 돼」


세인트루이스「후후, 헬레나. 사후보고야♪」



 역시 주눅 드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나는 머리를 긁으면서 부엌을 향해 걸어갔다. 



지휘관「일단 차를 대접할게. 둘 다 커피면 돼?」


세인트루이스「어머?」


헬레나「나도 도울게……」


지휘관「됐으니 푹 쉬고 있어. 이런이런. 자매인데 성격이 왜 이렇게 정반대인걸까……」



 나는 투덜투덜 불평을 하며 부엌 쪽으로 사라졌다. 




헬레나「…………」


세인트루이스「후후. 헬레나도 지휘관군을 돕는다고 수고했어」


헬레나「언니……남의 방을 멋대로 뒤지면 안 돼」


세인트루이스「뒤진다니, 말투가 좀 무례하네?」


헬레나「허가를 받지 않은……」


세인트루이스「어머머~, 고지식해라~. 그・것・보・다・도♪」


헬레나「뭐……!?!?」


세인트루이스「우후후. 지휘관군도 얕볼 수가 없네. 뭐, 이건 단순한 남성용 패션 잡지의 부록 같은 거지만 말이지. 이거 봐봐. 남성이 좋아하는 여성의 데이트 패션이래」


헬레나「…………보여줘」


세인트루이스「후후. 그래그래♪ 이 옷은 헬레나한테 어울릴 것 같지 않아?」


헬레나「하지만 나……옷은 거의 안 가지고 있어」


세인트루이스「다음 휴일에 쇼핑이라도 갈까?」


헬레나「………………」


세인트루이스「솔직히 말하면 이것에 관해서는 헬레나가 부러워」


헬레나「놀릴 생각?」


세인트루이스「전혀~. 거기다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스타일은 좋잖아♪」


헬레나「역시……놀리려고……」


지휘관「자, 기다렸지. 응??」


세인트루이스「응♪ 아, 맞다. 지휘관군, 다음 휴일에 우리를 위해 시간 좀 내주지 않을래?」


헬레나「!?」


지휘관「별로 상관없는데……둘이서 옷을 고르는 게 더 좋지 않아?」


세인트루이스「우리 둘만 가면 헬레나가 자기 걸 전혀 사지를 않거든. 그러니까 지휘관군이 골라줘. 알겠지?」


지휘관「으~음. 헬레나도 괜찮아?」


헬레나「……응. 괜찮아. 부탁……해도 괜찮을까?」


지휘관「상관없어. 헬레나가 하는 부탁은 거절 못 하고」


세인트루이스「뭔데~! 나는~!」


지휘관「남의 방을 멋대로 뒤지는 놈 같은 건 전 모릅니다요」


세인트루이스「너무해~!」


지휘관「농담이야. 그럼 다음 휴일에 보자」


세인트루이스「우후후. 해냈어♪」


지휘관「오, 기뻐하는 방법은 헬레나랑 비슷하네」


세인트루이스「어머??」


지휘관「아니, 아까 헬레나도 내 방에 올 거냐고 물어봤더니 기쁜 듯이 손을 가슴에 대고 있었거든」


헬레나「지휘관, 아까 그거 봤어!?」


세인트루이스「어머. 귀엽네~, 헬레나♪」


헬레나「우우……」



 그 다음은 서로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면서 티타임을 즐겼다. 






지휘관「자~, 일도 끝」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기지개를 한번 쭈욱 켠다. 그 자세 그대로 시계를 힐끗 보니 시각은 이미 8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지휘관「…………큰일났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6시 30분부터 메탈 블러드 함대랑 술자리를 가지기로 했었다. 


 나는 당황하며 폰을 꺼내 전원을 켠 뒤 탄식을 했다. L〇NE의 알람이 20통이나 와 있었다. 


 나는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내용들을 보았다. 그 대부분이 프린츠・오이겐한테서 온 것이었다. 



오이겐:6시 반부터 회식이야. 잊어먹은 건 아니지?

오이겐:지각이잖아.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해?

오이겐:…………


오이겐:잔업하는 중? 최대한 빨리 해


오이겐:…………



오이겐:최악



지휘관「하늘이시여……」



 많이 빡치셨다. 마지막 내용이 특히 마음을 찌른다. 아마 지금쯤 가게에서 날뛰고 있겠지…….



지휘관「……?」



 다른 내용을 확인하고 있으니 드물게 Z46(퓌제)한테서도 딱 한통이 와 있었다. 



퓌제:빨 리 와



지휘관「」



 나는 폰을 바로 주머니에 넣고 서둘러 방을 뛰쳐나갔다. 




지휘관「정말로 미안하다!!」



 그 뒤 메탈 블러드 함대가 모인 가게로 뛰어가, 자리에 도착하자마자 사과를 하며 몸을 90도로 숙였다. 


 사람들의 표정은 안 보이지만 차가운 시선이 나를 찌르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그라프 체플린「뭐, 경도 자신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었겠지……그것도 우리를 위한 것……딱히 책망할 생각은 없네」





지휘관「……고마워, 그라프 체플린」



 나는 그라프 체플린의 상냥한 말에 안심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라프 체플린「그렇게 말할 거라 생각했나?」


지휘관「헤!?



 그라프 체플린이 그리 고한 순간, 나는 왼팔을 누군가한테 갑자기 잡힌 후, 그대로 끌려가듯 가장 앞자리에 앉았다. 



오이겐「뭐야~. 늦잖아~!」





지휘관「어이쿠. 많이 취하셨군요」



 이미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눈이 흐리멍텅하게 풀린 오이겐이 내 팔을 껴안고 있었다. 평소에는 장미향에 휩싸여 있지만, 지금은 알코올 냄새 밖에 풍기지 않는다.


 오이겐 주위를 살펴보니, 일본술 술병이 3병.



Z46





지휘관「퓌제도 미안. 시간을 보지 않았던 내 잘못이야」


그라프 체플린「일을 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약속을 깨는 것만큼 큰 잘못은 없다. 경이라도 그 정도는 알고 있을 터」


지휘관「정론이야……그런데 다른 멤버는? 지금 이 커다란 개인실에는 나빼고 세 명뿐인데


Z46


지휘관「그렇구나……그 녀석들한테도 내일 사과를 하지」


Z46


지휘관「……」



 퓌제가 하는 말을 듣고 그라프 체플린 쪽을 살짝 보니, 그녀는 팔짱을 끼고 흥하며 콧방귀를 꼈다



그라프 체플린「경이라면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약속을 지킬 거라 믿고 있었다. 뭐, 레드라인을 넘기기는 했지만」


지휘관「……고마워」


그라프 체플린「이만 됐네. 그럼 다시 한 번 취해보도록 하지. 자, 경도 빨리 술을 주문하도록」


지휘관「앗싸!」


오이겐「싫~어~」


지휘관「뭐야, 이 애. 귀여워」




 그로부터 눈 깜짝할 할 사이에 1시간이 흐른 후



오이겐「자, 지휘관~. 한 잔 더♪ 다시 두 잔♪ 좀 더 쭉쭉 들이켜~」


지휘관「꿀꺽꿀꺽꿀꺽!!!!!」


그라프 체플린「후후후후후후. 이 얼마나 감미로운 술인가……」



 완전히 취해버린 우리들은 세상만사가 즐거운 상태가 되어버렸다. 



지휘관「자!!」


오이겐「어머, 고마워♪ 당신한테 받는 술이라면 몇 잔이라도 마실 수 있을 것 같아」


지휘관「하하하하하하하!!!」


그라프 체플린「경, 나의 잔도 비어있다만?」


지휘관「앗차, 실례했군. 그라프 체플린은 와인이었나?」


그라프 체플린「아니, 경과 똑같은 술을 마시고 싶다」


지휘관「그렇다면 이 일본술을 드셔보시지요」


그라프 체플린「음……와인보다 도수가 높군……하지만 맛이 있네」


지휘관「하하하!!!」


오이겐「한잔 더~!」


지휘관「참 빠르시군요!?」



 우후후, 하하하하하



Z46 고오오오


지휘관「응??」


Z46


지휘관「왜 그래?」


오이겐「우후후. 지금부터는 어른의 시간이야~♪」


그라프 체플린「넌 너무 많이 취했어……」


Z46


지휘관「응?」


Z46



 퓌제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한테 다가와서는 내 무릎 위에 앉았다. 



지휘관「응??」


Z46


지휘관「상관없어~」꼬옥


Z46


오이겐「부러워~. 부러워, 부러워~!」


지휘관「에이잉. 진정해라, 오이겐!」


그라프 체플린「무표정으로 일관하던 그 퓌제가……」


Z46


그라프 체플린「그렇군……」


오이겐「지휘관, 나한테도~」


지휘관「넌 아까부터 달라붙어 있잖아」


오이겐「안아줘~!」


지휘관「너 내일 어떻게 되도 모른다!」꼬옥


오이겐「아~앙. 행복~♪」


그라프 체플린「………」


Z46


지휘관「옛스, 맘!」 꼬옥


Z46


그라프 체플린「…………」


지휘관「쓰다듬는 느낌 좋은걸」쓰담쓰담


Z46 ?


지휘관「그래! 자랑거리다!」


Z46


오이겐「쓰다듬어줘~!」


지휘관「예이예이」쓰담쓰담


오이겐「우후후~♪」


그라프 체플린「…………밉군」


지휘관「자, 이리오렴」


그라프 체플린「!」


그라프 체플린「…………」



그라프 체플린「…………음」


지휘관「착하지」


그라프 체플린「뭐, 나쁘지는……않군……」


지휘관「후후. 귀여운걸」


그라프 체플린「귀여워??」


지휘관「그래. 응석부리기 좋아하는 귀여운 여자아이야」


그라프 체플린「……응. 경……내일이 되면 이 일은 잊는 거다. 알겠나?」


지휘관「그래」쓰담쓰담


그라프 체플린「…………후후」


Z46


오이겐「후후……음……」


지휘관「뭐야, 이거. 나 내일 죽는 거 아냐?」



 이래저래 우리들의 밤은 천천히 깊어져갔다. 






 - 다음날



오이겐「우~……」


히퍼「너 너무 많이 마셨어. 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오이겐「지휘관한테 달라붙은 뒤로는 기억이 없어……」


히퍼「하아?」


Z46「그래서 체플린은 그 뒤 지휘관한테」


Z23「헤~. 그라프 체플린씨가 그런 모습을」





그라프 체플린「부탁하지. 잊어주게나……우우……」욱신욱신




헬레나「언니, 양복에 대해서 좀 가르쳐줬으면 하는데」


세인트루이스「어머? 주말 데이트에서 입을 비장의 의상 말이야?」


헬레나「아, 아니거든……///」


세인트루이스「후후, 귀여워라」




유니콘「일러스트리어스 언니……좋아한다는 게 대체 뭐야?」





일러스트리어스「뭐??」


셰필드「벨파스트, 요즘 주인님과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고 봅니다만. 잠시 주인님 곁에서 떨어져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벨파스트「그건 아무리 그대의 명령이라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혹시 강제로라도 그리 하라 하신다면……」


셰필드「헤에……」




아카기「쇼카쿠??」


쇼카쿠「별 거 아니에요. 그저 이 답답함을 조금 풀고 싶을 뿐이에요. 어울려 주실거죠?」


아카기「우후후후후후후후후. 분수를 모르는 녀석 같으니……」



즈이카쿠「……카가 선배」


카가「그래. 둘이서 아침이라도 먹자. 그 뒤 연습하는데 잠시 어울려주지」


즈이카쿠「!!」




지휘관「…………」



 이런 진수부이지만, 오늘도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자, 지금부터 앞으로……어떤 파란만장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까.


 뭐,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만


 솔직히 말해……자신은 없으려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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