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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37

1. 갑작스러운 등장 ‘프로듀서씨가 이상해’ 점심시간에 시호는 그렇게 말했다. 시선을 잡지에서 프로듀서 쪽으로 돌린다. 모니터 너머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이돌이 있는 실내에서 흡연을 할 리는 없고 아마 전자담배일 것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보여주는 프로듀서의 습관. 확실히 요즘 들어 저렇게 담배를 피는 일이 많아졌다. 얼마 전까지는 아무리 전자담배라고 해도 교육상 좋지 않다며 자제하던 프로듀서였는데 말이다. 아, 시호가 프로듀서에게 다가간다. 얼굴이 일그러져 있는 걸 보니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다. 곧 연기가 끊기고 시호의 폭풍우 같은 잔소리가 프로듀서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똑바로 들어주세요!」 아무래도 프로듀서가 또 듣는 둥 마는 둥 하는가 보다. 평소였다면 미안하다면서 실실 웃으며 넘어갈 프로.. 2020. 7. 4.
벽람항로 : 착임 평일 저녁. 저녁시간은 원래 시끄러운 시간이었지만, 오늘따라 유독 시끄러운 테이블이 하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적 한가운데로 돌진해 들어가면서 적함을 향해 주포를 쐈지. 포탄은 정확히 적의 순양함을 직격, 그 순양함은 전투능력을 잃고 함열에서 이탈해 버렸다니까. 다른 한 척의 순양함이랑 항공모함은 내가 항공기를 상대하는 동안 도망쳐 버렸어. 즉 나 혼자서 적의 기동부대를 격파해 버렸다는 거야!!」 「대단하세요! 언니!」 「흥! 최강의 16인치 주포를 가진 넬슨급 네임쉽으로서 당연한 거 아니겠어?」 넬슨이 의기양양하게 목소리를 드높이며 전과를 자랑하는 모습을, 프린스 오브 웨일즈와 엔터프라이즈가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넬슨이 저렇게 흥분하는 건 처음 보는군」 「그럴 만도 하지. 꽤나 .. 2019. 10. 26.
유키호와 마코토의 경우 「이 쓰레기 새끼!!」 여성이 욕지거리와 함께 멱살을 잡고 있던 남성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그 위력이 얼마나 강했던지 남성은 마치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리액션을 보여주며 바닥을 굴렀다. 마코토 「그 면상, 예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네가 사람이야? 어떻게 욱한다고 사람을, 그것도 네 아내를 때릴 수가 있어!? 네가 사람이야!? 사람이냐고!!」 마코토는 전혀 용서할 생각이 없다는 듯 쓰러진 남성 위에 올라타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남성은 어떻게든 저항해보려고 했으나 끊임없이 이어지는 타격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마코토의 주먹이 점점 빨갛게 물들어가고, 남성의 얼굴도 흘러나온 피와 멍, 붓기로 인해 엉망진창이 되어갔다. 「마코토, 그만해!」 그런 마코토의 허리를 잡는 유키호. 마코토는 잠시 흠.. 2019. 5. 30.
지휘관 「서약?」1 주둔지 사령관 「이것을 받게」 쓰윽 지휘관 「이것은?」 사령관 「바로 서약을 위한 반지일세」 지휘관 「서약?」 사령관 「아, 그래. 자네는 처음 들을 수도 있겠군」 사령관 「이름은 거창하게 서약이라고 지었네만, 사실 말하자면 함선의 강화일세. 경제적, 정치적 등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모든 함선을 강화시킬 수는 없으니, 일선에서 뛰고 있는 지휘관에게 선택하게 하는 거지. 지휘관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함선을 강화할 수 있게 말이야」 지휘관 「…그런데 왜 반지입니까?」 사령관 「그것도 많은 이유가 있다네. 일단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함선에는 ‘인격체’ 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가. 그 인격체에게 반지라는 분명한 형태를 줌으로서 소속감의 상승, 지휘관과 인격체의 인연 강화, 그리고 다른 함선들의 향상심 상승.. 2019. 3. 13.
지휘관「갈등」 이른 아침. 지휘관의 집무실 앞은 평소와 달리 사람들로 인해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 면면을 살펴보자면 로열 네이비 소속의 프린스 오브 웨일즈와 리펄스를 비롯하여 이글 유니온 소속의 엔터프라이즈, 렉싱턴, 호넷, 세러토가 등 모두 이 진수부를 떠받치는 쟁쟁한 인물들이었다. 집무실 앞에 모인 그녀들은 다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서로 수군거리고 있었으나, 엔터프라이즈만큼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POW 「그럼 어제 나왔던 의견대로 내가 대표로서 이 문서를 지휘관에게 제출하겠네. 다들 아무 불만 없겠지?」 프린스 오브 웨일즈의 말에 모두 수근거림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의 의견을 확인한 POW가 눈을 감고 한숨을 한 번 쉬고는 결연한 표정으로 집무실 문을 노크하려.. 2019. 3. 6.
P 「아카네 바이러스?」 12월 2일, 새벽 03시 25분. 프로…씨…나세… …듀서씨!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가 내 몸을 흔들며 무어라 외치고 있다. 일어나세요! 다급함이 배인 목소리. 몸을 흔드는 강도가 더욱 강해진다. 하지만 오늘도 11시까지 잔업을 하다 온 나에게 있어, 잠보다 중요한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어쩌죠…빨리 나서야 하는데… 울먹거리고 있다. 어쩔 수 없죠~. 이렇게 되면 강제로 일으키는 수밖에~. 목소리가 늘어났다. 처음에 들린 목소리와는 달리 조금은 느긋하게 들리는 목소리. 어라, 이상한데. 이 목소리들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빠악! P 「으악!」 갑작스런 충격이 내 머리를 덮치고, 나는 강제로 각성해 몸을 황급히 일으켰다. 「드디어 일어나셨네요!」 「정말 못 말리신다니까요~」 아직.. 2018.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