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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카노 SS

아버지「좀 있으면 딸의 생일인가」

by 기동포격 2016. 11. 8.

아버지「그 녀석은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이니까……올해로 16살인가」 


아버지「세월 참 빠르구먼…얼마 전까지『크면 파파랑 결혼할래』하던 아이가, 벌써 결혼을 할 수 있는 나이까지…」 


아버지「뭐, 딸을 어디 사는지도 모를 놈들한테 줄 생각은 아직 털 끝만큼도 없지만 말이야!」 


아버지「그건 그렇고 16년인가……길었던 것 같기도 하고, 짧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아버지「아내가 먼저 가고, 직장에다 집안일 그리고 육아를 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나날이었지만, 딸이 아주 착한 아이로 자라 준 덕분에 어떻게든 지금까지 살아왔어」 


아버지「……좋아, 올해 선물은 분발하도록 하자고. 늘 집안일을 해주고 있으니, 그에 대한 감사도 겸해서 말이지」




【집】 



아버지「다녀왔습니다」 


딸「앗, 파파! 어서오세요!」 


아버지「오……이 냄새는, 야끼소바려나?」 


딸「정답! 오늘 만든 건 조금 자신작이야! 아, 먼저 씻을래?」 


아버지「아니, 먼저 저녁부터 먹자.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있으니」 


딸「……?」 




【식사중】 



아버지「너, 좀 있으면 16살 생일이잖아?」 


딸「응? 으헤으마야?」 


아버지「먹으면서 말하지 마……아니, 지금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딸「에? 그거 생일 선물 말하는 거야?」 


아버지「그래. 뭐든 말해봐. 뭐든 사주지」




딸「뭐, 뭐든!? 분명 작년까지만 해도 선물은 3만원까지라고……」 


아버지「너도 이제 고등학생이잖아. 3만원 정도로는 모자라겠지」 


딸「와, 와아아아아! 진짜 뭐든 괜찮은 거야!? 남자가 한 입으로 두 말하는 거 아니지!?」 


아버지「당연하지. 평소부터 너한테는 신세를 지고 있으니. 그걸 치하해주는 의미도 있어」 


딸「만세! 기뻐라! 파파 고마워! 사랑해!」 


아버지「후……그래서 넌 뭘 갖고 싶어? 말해봐」 


딸「으음, 파파 싸인!」 


아버지「하아?」 




딸「바로 준비할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부스럭부스럭 


아버지「뭐야. 갑자기 가방을 뒤지기 시작하고……지금은 밥 먹는 중이야」 


아버지「거기다 준비라니 뭔데? 무슨 준비?」 


딸「아~, 찾았다. 자, 이거」 


아버지「……?   학교에서 내준 프린트야?」 


딸「아니, 아니야. 그거 혼인신고서」 


아버지「과연. 혼인신고서인가」 






아버지「미안. 의미를 잘 모르겠는데」 




딸「에? 아니, 그 혼인신고서에 싸인해 줬으면 하는 것뿐인데……」 


아버지「아니, 말은 알아들었어. 것보다 이 혼인신고서 누구 거야? 배우자란에 딸의 이름이 쓰여 있는데」 


딸「나랑 파파 거야. 보면 알잖아」 


아버지「봐도 모르는데다, 들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내가 바보여서인가. 그런 건가」 


딸「아니, 파파는 조용히 이 혼인신고서에 이름이랑 도장을 찍으면 될 뿐인데」 


아버지「그걸 하는 순간 내 사회적 생명은 끝나는 거지? 어라? 나 뭔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걸까?」




아버지「잠시만 기다려. 상황을 정리하게 해줘」 


딸「응」 


아버지「좀 있으면 16살이 되는 내 딸이」 


딸「응」 


아버지「나한테 자기랑 아버지의 혼인신고를 쓰게 하려고 하고 있다」 


딸「무슨 문제 있어?」 


아버지「반대로 이 상황이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네 머리가 문제지」 




딸「파파, 잊어먹은 거야? 우리들 옛날에 결혼하기로 약속했었잖아?」 


아버지「하, 하아!? 언제? 어디서? 나는 그런 약속 한 적 없거든!?」 


딸「생각해 봐. 내가『크면 파파랑 결혼할래』라고 했더니, 파파가『오케이. 딸이 결혼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말이야』라고 했잖아」 


아버지「너 그거 진심으로 말하는 거야……?」 


딸「무슨 말 하는 거야. 지금 한 말 어디에 장난스러운 요소가 있다는 건데?」 


아버지「굳이 말하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장난스러운 요소밖에 없는데」




딸「뭐, 그런 거니까 빨리 싸인, 싸인」 


아버지「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는데」 


딸「좀 있으면 난 결혼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잖아?」 


아버지「그렇지」 


딸「그래서 파파는 옛날에『내가 결혼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해준다』라고 약속을 했어」 


아버지「그런 약속은 무효야, 무효!」 


딸「어라라? 하지만 말이야, 『남자가 한 입가지고 두 말 안 한다』라고 했지?」 


아버지「큭……!?」 


아버지(이, 이자식……)




딸「……아니면 내가 그렇게 싫어?」 


아버지「에? 아, 아니……그럴 리가 없잖아. 넌 내 소중한 외동딸이니까」 


딸「진짜? 파파는 날 사랑해?」 


아버지「아아, 당연하지. 딸을 사랑하지 않는 아버지가 있을 리가 없잖아」 


딸「알겠어. 고마워. 부족한 몸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아버지「기다려, 기다려. 왜 그렇게 되는 건데」 




딸「어? 그치만 파파는 날 좋아하잖아?」 


딸「나도 파파를 좋아해」 


딸「아무런 문제도 없잖아」 


아버지「그『좋아한다』는 그런 의미의『좋아한다』가 아니야!」 


딸「나 또한 그래. 파파를 파파로서 사랑해」 


딸「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젖어버릴 정도로」 


아버지「네 사랑은 삐뚤어졌어」




딸「그러니까 아무런 문제도 없어. 나를 좋아한다는 마음만 있으면 괜찮으니까」 


아버지「뭐가 괜찮다는 건데! 윤리적으로, 법률적으로 무엇 하나 괜찮은 게 없는데!」 


딸「아아, 그거라면 괜찮아. 왜냐하면 파파랑 나, 피가 안 이어져 있으니까」 


아버지「누가 언제 그런 말을 하든!? 넌 나랑 아내 사이에서 태어난, 어엿한 내 딸이야!」 


딸「에?」 


아버지「에?」 




딸「어……으음, 파파. 모르는 거야?」 


아버지「……하아? 뭐, 뭘?」 


딸「파파랑 나……유전자적으로 생판 남이야」 







아버지「???」




딸「으~음……이거 봐봐. 친구인 검찰의가 해준 DNA감정」 


아버지「」 


딸「나는……파파의 아이가 아니야. 마마랑 그 불륜상대 사이에서 생긴 아이」 


아버지「」 


딸「어떻게든 나랑 파파가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없을까, 탐정인 친구에게 이래저래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었어. 볼래?」 


아버지「」 


딸「……여보세요?」




딸「……괜찮아?」 


아버지「…………아니, 미안」 


아버지「그러고 보니 그 녀석, 죽기 전에 계속해서『미안해요, 미안해요』라고 했었었지」 


딸「거기서 조금은 의심을 하도록 하자」 


아버지「아니, 그치만 보통은 생각 안 하잖아. 분명 출산 예정일을 듣고『어라?』라고는 생각했지만」 


아버지「생각해 보면, 네가 태어나기 1년 전부터 묘하게 쌀쌀맞은 느낌은 있었지만 말이야」 


딸「의심할 요소는 상당히 많았지…」 




아버지「……진짜인가. 진짜란 말인가」 


딸「뭔가, 미안해…분명 파파도 알고 있는데, 나한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어…」 


아버지「반대로 나도 몰랐던 진실에 도달한 네가 굉장하다고 할까, 무서워. 대체 뭔데, 그 인맥…네 교우 관계는 어떻게 되어 있는 거야…」 


딸「에, 에헤헤…별 거 아니야」 


아버지(그러고 보니 이 녀석, 뭘 시켜도 완벽했지…) 




딸「뭐, 그런 거니 빨리 싸인, 싸인」 


아버지「너 말야, 이 타이밍에 잘도 그 말이 나오네!?」 


딸「뭐 어때. 죽은 사람 따위 아무래도 좋잖아. 우리들은 미래를 향해 살아가고 있어! 법률의 벽이 사라진 지금, 파파를 구속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 자, 욕망이 이끄는 대로 펜을 잡아!」 


아버지「잡을까 보냐! 것보다 네 엄마잖아! 말을 어떻게 그렇게 해!」 


딸「에~……어디 사는 지도 모르는 개뼈다귀랑 만든 아이를 자기랑 남편의 아이라고 속이고, 화목한 가족 흉내를 내 답도 없는 년을 마마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아버지「어, 아아……미안….」 


딸「…사과하지 마」 


딸「사과할 거라면……싸인 해줘」 


아버지「안 한다고 하고 있다만




딸「……뭐 어때」 


딸「나를 사랑해주고 있잖아?」 


딸「내가 피가 이어지지 않은, 생판 남이라는 걸 안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없잖아?」 


아버지「……당연하지. 피가 이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넌 내 딸이야」 


딸「그렇다면―――」 


아버지「그렇기에 안 돼」 


딸「―――윽」 




아버지「아무리 네가 우수해도, 아무리 네가 귀여워도, 아무리 네가 나를 사랑해 준다고 해도, 넌 나한테 있어『딸』에 지나지 않아」 


아버지「나는 너한테『아버지』로서의 애정밖에 줄 수 없어」 


딸「………」 


아버지「그리고 그건 결코『쭉 함께 있어 준다』라는 게 아니야. 그런 건 사랑이라고 하지 않아」 


아버지「나는 네가 자유롭게 살아줬으면 좋겠어. 나한테 묶이지 않고, 내가 모르는 세계에서 자유롭게 살아줬으면 좋겠어」 


딸「…………파파」




아버지「물론 나도 너랑 같이 살고 싶다는 마음은 있어. 너를 어떤 사람한테도 넘기고 싶지 않다고 하는 마음도 있어. 하지만 그건 불가능해. 넌 내 딸로서, 이 세상에 태어나 버렸으니까」 


아버지「나는 네 아버지로서, 네 행복을 바라지 않을 수 없어」 


아버지「그러니까……여기다 싸인을 할 수 없어」 


아버지「알아줘. 부모 자식이라는 건, 그런 거야」 


딸「……………」 




딸「………응. 파파라면,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아버지「딸…」 


딸「헤헤. 조금 빨리, 예상도 못한 선물을 받아버렸네」 


아버지「……뭐, 나도 너한테서 특대급의 선물을 받았으니까 말이야…」 


딸「미, 미안해…모르는 게 좋은 것도 있지…」 


아버지「아니, 괜찮아. 너도 말했잖아. 우리들은 미래를 향해 살아간다고」 


아버지「지난 일에 매달리는 건, 우리답지 않지」 


딸「……응!」 




딸「좋아!」 


아버지「?」 


딸「아까는 이상한 말을 해서 미안. 지금부터는『딸』로 확실히 돌아갈 테니까」 




딸「나는, 행복해질게」 


아버지「……그래. 그러도록 해」 




딸「아, 맞다. 오늘은 디저트가 있어!」 


아버지「오, 그래?」 


딸「미스터 도넛에서 세일을 하고 있었어♪ 파파는 초코패션을 좋아했지?」 


아버지「응. 고마워」 


딸「그럼 잘 먹겠습니다!」 


아버지「잘 먹겠습니다」



딸「어때? 맛있어?」 


아버지「응. 맛있어. 고마워, 딸」 


딸「에헤헤…인사는 됐어. 인사를 할 정도라면」 







아버지「헤?」풀썩 


딸「잠시 자고 있어줘」




【???】 



아버지「으음……」 


아버지「……여, 여긴 어디지」 


딸「아, 깼어?」 


아버지「딸……! 너, 너 뭘―――」찰칵 


아버지「수갑……?」 


딸「후후후. 멋지지, 그거. 비쌌어~」 


아버지「너……! 뭘 할 속셈이야! 이런 짓을 하고도 그냥 끝날 거라 생각해…!?」 


딸「……뭐, 파파가 착실한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딸이 구애 좀 했다고 해서 휙 넘어올 정도로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딸「그러니까……최종수단을 썼을 뿐」 


아버지「하, 하아………?」 




딸「……파파. 나 이래보여도, 공부 잔뜩 하고 있어」 


아버지「야, 얌마……뭘 할 생각이야……」 


딸「한 번으로는 함락되지 않을지라도……」 


아버지「하지 마……오지 마……하지 마라고……!」 


딸「계속해서, 계속해서 하면 언젠가는 파파도 나를『여자』로서 봐주겠지?」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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