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그래서」
코토하 「정말이지. 방이 이렇게나 어질러져 있다니…바로 정리할게요」
P 「아, 미안…앗, 이게 아니라」
코토하 「정리가 끝나면 저녁을 만들게요. 메밀국수라도 상관없나요?」
P 「고마워…앗, 이것도 아니라」
코토하 「…오빠. 거유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이 야한책은 문서절단기로 갈아버린 뒤 태워서 재로 만들어 버릴게요」
P 「잠깐만! 그건 어렵사리 입수한 희귀품이거든!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
P 「질문하고 싶은 게 몇 개 있으니 대답해줘」
코토하 「네」
P 「일단 첫째, 내 방 옆으로 이사 온 이유는?」
코토하 「우연입니다」
P 「…………둘째,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누구한테 들었어?」
코토하 「아주머님께」
P 「…하아…나중에 전화를 할까…셋째, 이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야」
코토하 「네」
P 「오늘, 즐거웠어?」
코토하 「…네!」
P 「응, 그렇다면 다행이고」
P 「그럼 저녁을 먹을까」
코토하 「알겠습니다. 부엌 빌릴게요」
P 「고마워, 코토하…그 동안 정리를 할까」
P 「잘 먹었습니다」
코토하 「변변치 못했습니다」
P 「요즘 들어 우동만 먹었거든. 국수는 신선했어」
코토하 「똑같은 것만 먹으면 영양 섭취가 한쪽으로 쏠려요」
P 「음~…뭐, 선처하지」
코토하 「…제가 만들까요?」
P 「뭘」
코토하 「아침이랑 도시락, 그리고 저녁을」
P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코토하 「하지만 오빠는 누가 만들어주지 않으면 꼭 인스턴트만 먹잖아요? 아주머님도 걱정하고 있었고」
P 「…아니거든?」
코토하 「자, 그럼 오늘 제가 오지 않았다면 뭘 드셨나요?」
P 「그건…뭘 만들었을 거야, 응」
코토하 「냉장고에 조미료 밖에 없는데요?」
P 「…컵라면을 먹을 생각이었어」
코토하 「역시…」
P 「그치만 컵라면 맛있거든」
코토하 「맛있는 건 알지만 피곤할 때는 영양분이 풍부한 걸 드셔주세요」
P 「응, 신경 쓰도록 할게」
코토하 「그러니 오빠의 식사는 저한테 맡겨주세요」
코토하의 눈을 본다.
아무래도 버티기 모드에 들어간 것 같다.
…옛날부터 이 상태가 되면 무슨 수를 써도 요지부동이었지.
P 「…알겠어. 그럼 부탁할게」
코토하 「만세!」
묘하게 텐션이 올라 방방 뛰어다니는 코토하.
이런 점은 정말 옛날과 다른 점이 없다.
P 「일이 바쁘거나, 시험치기 전에는 무리 할 필요 없어. 알겠어?」
코토하 「괜찮아요. 자기관리는 똑바로 할 테니까요」
P 「응. 신뢰하고 있어」
코토하 「네!」
P 「자, 오늘은 이미 늦었어. 빨리 방에 돌아가 자도록 해」
코토하 「네. 안녕히 주무세요, 오빠」
코토하한테 집 열쇠를 넘기니 마치 소중한 보물을 든 양 양손으로 가슴에 품었다.
남의 물건이니 잃어버리지 않도록 소중히 보관하는 것 같다.
코토하를 배웅한 후, 목욕을 하고 잠자리에 들어갔다.
그런데 설마 코토하가 아이돌이 될 줄이야…
옛날에는 아이돌에 흥미가 있는 듯한 모습은 안 보였는데,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 걸까?
어찌됐든 코토하가 아이돌을 하고 싶다고 한다면 나는 그 등을 밀어줄 뿐이다.
…코토하는, 과연 어떤 아이돌이 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내 의식은 어둠속으로 떨어져갔다.
다음날 아침.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뒤집어쓰고 눈을 뜬다.
…어라? 나 혹시 어제 커텐 치는 걸 깜박하고 잠들었나?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뜨니…
코토하 「~♪」
코토하가 콧노래를 부르면서 부엌에 서 있었다.
P 「어라…코토하…?」
내 중얼거림이 들렸는지, 코토하가 요리를 하던 손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코토하 「좋은 아침이에요, 오빠. 좀 있으면 아침이 완성돼요」
P 「코토하가 왜 여기에…?」
코토하 「어제 오빠가 말씀하셨잖아요. 평생 뒷바라지 해줄 테니 언제든 와도 괜찮다고」
P 「잠깐만 기다려. 그런 말은 한 마디도 안 했거든?」
코토하의 깜짝 발언 때문에 정신이 단번에 번쩍 들었다.
코토하 「후후. 농담이에요. 잠은 깨셨나요?」
P 「덕분에 완벽히」
코토하 「좀 있으면 아침 준비가 다 되므로, 그 사이 세수를 하고 오는 건 어떤가요?」
P 「그렇네. 그렇게 할게」
세수를 하고 양복으로 갈아입는다.
거실로 돌아가니
P 「오오…」
몇 개월 만에 보는 제대로 된 아침식사가 있었다.
P 「이렇게 차려진 아침은 오랜만인걸」
코토하 「…오빠, 설마 지금까지 아침을…?」
P 「자취를 시작했을 무렵에는 차려먹었는데, 하루카를 비롯해 애들이 팔리기 시작한 뒤로는 나도 바빠져서 안 차려먹게 됐어」
코토하 「역시 제가 안 만들면 오빠는 얼마 안 있어 영양실조에 걸릴 것 같네요」
P 「일단 비타민제는 먹고 있으니, 영양분은 섭취하고 있어」
의미 없는 잡담을 하면서 아침을 먹는다.
P 「잘 먹었습니다」
코토하 「변변치 못했습니다」
P 「코토하 네가 만든 밥은 오랜만에 먹었는데, 역시 맛있는걸」
코토하 「그, 그럴까요?」
P 「그래. 난 코토하 네가 만든 밥 좋아해」
코토하 「가, 감사합니다. 오빠」
내가 칭찬을 하자 얼굴에 함박꽃이 핀 코토하. 그런 코토하를 흐뭇하게 생각하며 먹은 식기를 정리한다.
P 「나는 슬슬 출근할 건데, 코토하는?」
코토하 「저도 이제 가볼 거예요」
P 「알겠어」
코토하 「이거, 도시락이에요」
P 「고마워, 코토하」
코토하한테 도시락을 받아 가방에 넣는다.
P 「깜박한 건 없고」
코토하 「아, 오빠. 넥타이가 삐뚤어져 있어요」
P 「어이쿠」
넥타이를 고치려고 하니
코토하 「가만히 계셔 주세요」
코토하가 재빨리 넥타이를 고쳤다.
코토하 「…」
그런데 넥타이를 고친 코토하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더니 침묵을 지키기 시작했다.
P 「코토하?」
코토하 「어? 앗. 다, 다녀오세요. 여보」
P 「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옛날부터 이상하게 허둥댄다니까, 코토하는.
코토하랑 같이 집을 나와 문을 잠근다.
P 「그럼 코토하, 조심하도록 해」
코토하 「네. 방과후에는 바로 갈게요」
P 「알겠어」
코토하랑 헤어진 나는, 바로 극장으로 향했다.
P 「자, 그럼 점심을 먹을까」
극장에서의 일이 일단락 되고, 드디어 한숨을 돌린다.
뚜둑하며 듣기 싫은 소리가 나는 등을 펴고 있자니
리오 「어머, 프로듀서군. 휴식?」
카오리 「고생하십니다, 프로듀서씨」
P 「리오, 카오리씨」
리오랑 카오리씨가 말을 걸어왔다.
리오 「아~, 또 반말이다」
P 「당신이 반말을 해도 괜찮다고 했잖아」
리오 「그건 그런데~, 가끔은 옛날 같이 리오 누나라고 불러줬으면 해」
P 「애냐, 당신은」
카오리 「후후. 리오랑 프로듀서씨는 변함없이 사이가 좋네요」
P 「카, 카오리씨. 아니에요. 저랑 리오는 그냥 악연일 뿐이에요」
리오 「옛날에는 그렇게 보살펴줬는데…」
P 「미안. 한 번 더 말해줄래? 스무살이 된 날에 갑자기 센 술 마시고 한방에 뻗은 모모세 리오씨. 한 번 더 말해줄래?」
리오 「웃고 있는데 뭔가 무서워」
카오리 「후후♪」
P 「그런데 리오는 무슨 용무라도 있는 거야?」
리오 「앗, 그랬었지」
리오 「프로듀서군, 같이 점심이라도 먹지 않을래?」
카오리 「저희들이 좋은 가게를 찾아냈거든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프로듀서씨도 같이 가시지 않을래요?」
P 「카오리씨가 같이 가자고 하니 가고 싶습니다만…」
리오 「뭔데~. 가자고 꼬신 건 나거든?」
P 「공교롭게도 오늘은 도시락을 싸왔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도시락을 꺼낸다.
리오 「어머? 프로듀서군이 요리 할 줄 알았던가?」
P 「만든 건 내가 아니거든?」
카오리 「그건…누가 만들어 주신 건가요?」
P 「네」
리오 「누가 만들어 준 거야?」
P 「리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야」
리오 「내가?…아주머님?」
P 「그건 아니야」
리오 「그럼 으음……………짐작가는 곳이 없는데」
P 「한 사람 정도는 짐작가는 곳이 있잖아」
리오 「그치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범위 안에서는, 프로듀서군이 여자애랑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던 기억은 없는걸」
P 「켁」
카오리 「프로듀서씨는, 지금 사귀고 계시는 분이 없나요?」
P 「네, 넷. 부끄럽지만」
카오리 「그런가요…다행이다」
P 「어?」
카오리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리오 「그래서, 결국 누군데」
P 「코토하」
카오리 「…코토하?」
리오 「코토하라니?…어? 옆집에 살던 그 타나카 코토하?」
P 「그래. 그 타나카 코토하야」
리오 「어? 하지만 그 아이가 살고 있는 집, 여기서 멀지?」
P 「그게 옆집으로 이사를 왔어」
리오 「가족 전부?」
P 「아니, 코토하만. 자취야」
리오 「옛날부터 프로듀서군을 따라다니던 아이였지만, 그렇게까지 쫓아올 줄이야」
P 「뭐, 코토하답지만」
카오리 「저기, 프로듀서씨?」
P 「네, 왜 그러세요?」
카오리 「그 타나카 코토하? 씨랑은 대체 무슨 관계인가요…?」
P 「연하인 소꿉친구예요. 옛날부터 저를 따라다녀서 자주 보살펴줬어요」
카오리 「그 아이가 도시락을?」
P 「네. 뭐, 옛날부터 저를 위해 요리를 배웠으니 만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면서 도시락이나 저녁을 만들어줬어요」
리오 「코토하가 만든 요리, 상당히 맛있었지」
P 「그래」
카오리 「…프로듀서님」
P 「네」
카오리 「만약 제가…프로듀서님한테 도시락을 싸준다면, 드셔주실 건가요?」
P 「그건…」
아카네 「이노베이션, 일지도!」
카오리 「안 될까요…?」
P 「그럴 리가요! 카오리씨가 만든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니, 전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오히려 제가 꼭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아카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뚜둑뚜둑뚜둑
리오 「프로듀서군. 아카네의 두개골이 함몰 될 것 같은데?」
카오리 「그럼 내일 바로 만들어 올게요!」
P 「부탁드립니다!」
카오리 「후후♪」
리오 「아, 잠깐만 카오리! 점심은!?」
콧노래를 부르면서 걸어가는 카오리씨와 그 뒤를 쫓아가는 리오.
…카오리씨가 만든 도시락이라. 설마 이런 행운이 넝쿨째 굴러 들어오다니.
아카네 「프로쨩…기브, 기브」
P 「앗차」
아카네 「진짜 너무해! 하마터면 귀여운 아카네쨩의 두개골이 변형 될 뻔 했다고!」
P 「미안미안. 그래서 뭐하러 왔는데?」
아카네 「러브코미디의 파동을 느껴서 방해하러 왔어」
P 「호오」
아카네 「우와앗! 프로쨩의 오른손이 새빨갛게 불타며 아카네쨩을 부숴버리라 외치고 있어! 농담! 농담이야, 프로쨩!」
P 「본론은?」
아카네 「어제 입사한 코토하쨩을 맞이하기 위해 서프라이즈 파티를 할까 싶어서」
P 「서프라이즈 파티라…」
아카네 「응! 그러니까 프로쨩은 아이돌들 조정을 해줘!」
P 「그런 거라면 알겠어. 코토하를 즐겁게 해줘」
아카네 「오케이!」
파티에 대한 건 아이들한테 맡겨두면 될 것이다.
남은 건 스케줄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군.
시어터 그룹은 아직 대부분이 레슨을 하고 있는 단계이니 용이하다치고…
머릿속에서 스케줄을 이리저리 짜면서 도시락통을 열고 젓가락을 가져간다.
P 「응, 맛있어」
코토하가 만든 도시락은 역시 맛있었다.
메구미 「안녕, 프로듀서」
P 「메구미잖아. 안녕」
극장 비품을 정리하고 있으니, 메구미가 말을 걸어왔다.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
메구미 「비품 정리? 도와줄까?」
P 「이 선반만 정리하면 되니 괜찮아」
메구미 「그렇구나」
P 「메구미는 이 다음에 레슨이었지」
메구미 「응」
P 「그렇다면 부탁하고 싶은 게 좀 있는데」
메구미 「뭔데?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할게」
P 「…말투가 좀…아니, 됐어」
메구미 「?」
P 「코토하가 오늘부터 레슨을 시작하는데, 처음이니 페이스 같은 걸 당연히 모를 거야」
P 「그러니까 코토하를 좀 봐줘」
메구미 「오케이. 맡겨줘. 코토하는 내가 잘 돌봐줄 테니」
P 「의지하고 있어」
메구미 「냐하하. 기대받고 있네♪」
잠시 뒤
코토하 「안녕하세요」
코토하가 극장에 도착했다.
P 「안녕, 코토하」
코토하 「안녕하세요, 오…프로듀서」
P 「방금 조금 위험했네」
코토하 「꽤나 익숙해지지 않네요…」
P 「뭐, 천천히 익숙해져가면 돼. 그럼 바로 오자마자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한데, 오늘은 바로 레슨을 받게 될 거야」
코토하 「네」
P 「처음이라고 해서 긴장할 필요 없어. 오늘은 차츰 익숙해지기 위한 준비운동 비슷한 거니까」
P 「탈의실에 운동복이 있을 거야. 거기서 갈아입고 레슨장에 집합해줘」
코토하 「알겠습니다」
P 「그럼 코토하, 레슨 열심히 해!」
코토하 「네!」
코토하를 보낸 후, 내 책상으로 돌아갔다.
이제 머지않아 극장의 첫공연이 있다.
될 수 있으면 코토하도 내보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P 「나도 열심히 해야지」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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