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리포터/일반

가을의 우울

by 기동포격 2022. 10. 25.

「……포터!……잠깐만…더 이상은, 무리….……괴로워…」

「아직 여유 있잖아? 자, 조금만 더…」

「…크윽……싫어…으아……이제는……」

「후후. 넌 옛날부터 금방 약한 소리를 내뱉는 버릇이 있었지. 아직 참을 수…있지?」

「……아…싫어……무리…야….…으으…왜, 내가…이런 걸…」

「이런 거? 그야 네가 학교에서 제일 귀여우니까. 이 말의 의미…알고 있지?」

「……큭…모르겠어……힉…안 돼…이제, 나온다!…살려……」

「조금만 더 참아. 곧 익숙해질 거야」

「싫어……이제…진짜로……나온다, 나와버린, 다……아….…라고 하잖…」

「어쩔 수 없네. 그럼 마지막으로 조금 강하게 갈게?」

「안 돼……바…바보냐…?…더 이상은, 무리…라고…….…으아!……나, 나온다!…나온다고…!…싫어…」

「하핫. 넌 정말 겁쟁이구나」


그 말을 듣고, 마침내 드레이코의 머리에 핏대가 선다.


「…큭! 네놈! 나온다고 하잖아!……내장이!」

「농담도 참! 코르셋 때문에 내장이 튀었나왔다는 사람은 들어 본 적이 없어」


해리는 그렇게 말하고 더욱 힘을 주어 드레이코의 허리를 단단히 죈다.
그 표정은 조금 즐거워 보인다.

드레이코는 벽에 팔을 대고 해리에게 등을 향한 뒤 허리를 조금 뺀 자세로 서 있는 상태. 해리가 배후에서 가하는 가차 없는 압박 때문에, 얼굴에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띄우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됐냐고 하면.



호그와트에서는 매년 연례행사인 연극 발표회가 있다. 

이것은 네 기숙사 공동으로 개최. 다만 남녀로 나뉘어 연기를 하는 것이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통이었다.

이번 회 남성팀의 연기작은 햄릿.
참고로 여성팀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그런 가운데 무슨 인과인지는 몰라도 해리는 영웅다운 햄릿으로 결정, 상대인 오필리아는 재밌게도 드레이코로 결정되었다. 

…물론 드레이코는 단호히 거부했다. 결단코 거부했다. 

하지만 그 거부를 찬동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어? 그 슬리데린의 아가씨인 드레이코 말포이가 오필리아역?
…그건 조금 보고 싶다…아니, 이 눈에 확실하게 담아두고 싶다. 
…어? 본인이 오필리아역을 거부하고 있다고?
아, 그래. 나는 그 거부를 거부하지. 

이러한 상황이라 드레이코의 거부는 누구에게도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우왕좌왕 발표회 당일이 되었다. 
아침부터 모습을 감추고 도망치던 드레이코는, 연극이 개최되기 1시간 전에 포획되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주위 사람들에 의해 화장은 완성되고, 지금은 개최 10분전.

이곳은 무대 양 끝에 있는 넓은 대기실. 모두 이곳에서 화장을 하거나, 의복을 체크하거나 한다. 

드레이코의 지금 모습은
머리는 마법으로 허리까지 길어졌고, 웨이브가 부드럽게 들어가 있으며, 양 사이드의 머리카락 한 줄기를 땋아서 뒤로 고리를 만들어 놓았다. 
의복은 허리 위로는 가는 선과 화사함을 강조하는 듯한 가느다란 외관이며, 허리 밑으로는 천을 늘어뜨려 흐르는 듯이 완만히 펼쳐져 있는 옷이다. 



프린세스라기보다는 무희 같은, 가련하면서도 고상함을 보여주는 드레스. 
빛을 조절함으로서 옅은 보라색이나 청색, 핑크 등으로 보이는 시술이 적용되어 있으며, 덧없음을 더욱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 훌륭한 옷을 드레이코는 지금 허리까지만 걸치고 있다. 그것은 코르셋으로 잘록함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야기는 첫머리로 돌아온다. 


「좋아! 이 정도면 되려나? 풀리지 않도록 마법을 걸어둘게」


그렇게 말하는 해리의 얼굴은 정말로 즐거워 보인다. 아까부터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를 않는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드레이코의 기분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활화산처럼 좋지 않았다. 아까부터 계속 투덜투덜 불평을 하고 있다. 

주위에 있는 다른 출연자들은 그런 그들을 쓴웃음 섞인 표정으로 바라보며 메이크를 고치거나 하고 있다. 

다만 해리와 같이 드레이코를 괴롭히던 론과 헤르미온느는 히죽히죽 웃으며 재밌어 보였다.


「말포이, 너 지금 굉장히 예쁜데?」


헤르미온느가 드레이코에게 드레스를 입히면서 감탄스러운 목소리로 말하지만, 그는 아까 그 자세 그대로 고개를 가로젓고 있을 뿐. 아무래도 말할 여유조차 없는 것 같다. 
호흡을 하는 것이 고작.
그런 상황이겠지.


「후훗. 큭큭큭…」


드레이코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왜 그래, 왜 그래. 뭔가 무서워. 주위가 웅성거리는 가운데, 해리만이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고, 괴롭고, 답도 안 보이게 되면 뭔가 웃고 싶게 되지~. 이해해~. 절절할 정도로 이해가 가. 뭔가 그거, 방어본능인 것 같아. 너무 힘들 때는 웃어둬~, 같은?」

 



지금 현재 힘든 일이라고는 전혀 없는 해리는 무사태평한 발언.

그것조차도 반응하지 않는 드레이코에게, 론도 일부러 훼방을 놓으러 왔다. 


「자자, 아름다운 오필리아님. 그런 곳에 서 계시지 마시고, 부디 이쪽으로」


그렇게 말하며 드레이코의 팔을 잡고 가까운 의자에 에스코트까지 해서 앉힌 론. 그런 기분 나쁜 론은 그다지 개의치 않은 것인지, 드레이코는 전혀 관계없는 말을 불쑥 중얼거렸다. 


「지금 전력으로 질주하라고 하면, 호흡곤란으로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 말을 들은 론은 익살을 떨며 계속해서 간섭한다. 


「뭐야, 숨 쉬기 어려운 거야? 그렇다면 좋은 호흡법이 있지. 자, 내 흉내를 내도록 해. 알겠지? 힛힛후~」


론이 힛힛후~, 힛힛후~ 숨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자, 너도! 하며 신호를 주자, 드레이코는 솔직하게 힛힛후~하며 흉내를 낸다. 

헤르미온느가 그 모습을 보고 무슨 짓을 시키는 거냐며 질렸다는 얼굴로 끼어든다. 


「론, 대체 뭐하는 거야! 무슨 이상한 걸 가르쳐 주는 거야, 대체…말포이, 멈추는 게 좋을 거야. 계속하다가는 내장이 나와버릴 걸?」


그 말을 들은 드레이코는 당황한 듯 손을 급히 입으로 가져갔고, 깔깔 웃는 론을 원망스럽다는 듯 노려보았다. 


「…망할. 내가 왜 이런 걸…」


한스럽게 투덜투덜 불평하는 드레이코.


「…왜 난데? 여자 같은 얼굴을 원한다면 자비니라도 상관없잖아」


그 중얼거림을 듣고 있던 주위 사람들이 생각한 것은 한 가지.

…아아, 얼굴이 여자 같다는 거, 자각, 하고 있었구나…

그리고 해리가 콧노래를 부르며 드레이코의 의문을 해결해 주었다. 



「그건 안 돼. 왜냐하면 그는 흑발이잖아. 내 안의 오필리아는 흑발이 아니라고」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알까보냐. 그렇다면 내 안의 햄릿은 흑발이 아니야, 이렇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 햄릿을 해주는 건가?」

「네 의견 따윈 안 들어줘」


해리는 팔락팔락 손을 흔들며 드레이코의 항의를 일축.
너무나도 건방진 그 태도에 드레이코의 관자놀이에는 핏대가 선다. 


「……네놈 말이지…것보다 내가 숨어 있던 장소를 어떻게 알아챈 거지? 거기라면 절대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장난을 치다 야단맞은 아이 같이 풀이 죽어 한숨을 쉬는 드레이코. 
해리는 그 의문에 방글방글 미소를 보여줄 뿐, 대답을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고 보니 말포이를 발견해서 질질 끌고 돌아온 건 해리였었지.

론은 개미 눈물만큼 동정하면서 흥미본위로 물었다. 


「확실히 좀처럼 찾기 어려웠지. 넌 대체 어디에 숨어 있었어?」

「울보 머틀의 여자 화장실」

「…넌 남자잖아?」

「그 화장실을 쓰는 녀석은 없잖아」


…문제의 핀트가 잘못되지 않았나?


일찍이 거기서 폴리주스 마법약을 만들었던 론은, 자신이 했던 했던 행동은 생각지도 않고 진심으로 질렸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그런 곳에 있는 걸 용케도 찾아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해리 쪽을 슬쩍 보니, 로브 주머니에서 삐져나온 오래된 양피지의 일부가 보였다. 

도둑 지도잖아!! 그야 당연히 못 도망치지…



해리의 반쯤 반칙이라고도 할 수 있는 숨바꼭질의 종막에, 역시 개미 눈물만큼 동정해버리는 론이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걱정이 부상한다. 


「그런 것보다 너, 대사 기억하고 있어? 나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면, 당연히 대사 같은 건 안 외웠을 거 아냐…?」


그 질문에 드레이코는 깨끗하게 대답한다. 


「맞아. 잡혔을 때 포기하고 대본 전부를 외웠어」


그 말을 듣고 론의 입이 딱 벌어진다.


「거짓말!? 나는 내 대사 외우는 것만으로도, 거의 한 달은 걸렸는데!!」

「핫! 너의 침팬지 뇌랑 같은 취급 하지 마시지」


빠직
장난치지 마. 아까 내가 품었던 동정의 마음 돌려줘.

불꽃을 일으키며 노려보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 해리가 끼어든다.


「자자, 둘 다 진정하고. 앗, 그런 것보다 슬슬 내 차례야. 뭐, 너도 나의 명연기를 본다면, 햄릿이 나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할걸. 그 눈에 확실히 담아두도록 해!」


조금 짜증나는 말을 남기고, 해리는 우당탕 거리며 무대를 향하여 그 모습을 감추었다. 


「…저 거들먹거리는 상처 영웅님은, 어떻게 좀 할 수 없어?」


드레이코가 쓰윽 하고…차가운 눈으로 론과 헤르미온느한테 질문을 날린다. 


「역시 저건 좀…」

「해리에게 능글거리는 말투가 이렇게까지 어울릴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아무리 친구인 두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커버를 못 해주고 있는 가운데, 멀리서 해리의 목소리로 그 명대사가 들려왔다.



-죽느냐 사느냐…그것이 문제로다!-


「시끄러워, 바보. 고민 할 틈이 있다면 냉큼 죽어버려. 1초라도 빨리 죽어. 광속으로 죽어」


주문같이 중얼거리는 드레이코. 

입만 다물면 예쁘고 귀여운데 말이야…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3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36859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