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코의 차례는 이걸로 끝. 오빠, 모모코한테 줄 수고했습니다 쥬스는? 가져오면 잠시 거기에 가있어. 별로, 지쳤을 뿐……」
모모코는 그렇게 말하고 우주 전함의 오퍼레이션에서 아이돌로 돌아오기 위해 메이크실 쪽으로 걸어갔다.
평소라면「어때, 오빠? 모모코한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쥬스 잊어먹지 말고 준비해서 기다리고 있어!」같은 말 정도는 하겠지만, 오늘은 어딘가 모르게 기운이 없었다.
아침부터 그런 느낌이었지만, 그 때는 자고 일어난 후의 저혈압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덜컹 소리를 내며 페트병이 입구로 떨어진다. 수고했다는 의미로 주는 쥬스. 오늘은 포도 쥬스다.
모모코는 과일 쥬스 종류를 즐겨마신다. 처음 마실 걸 가져다 줄 때「어린애니까 콜라를 좋아하겠지」라고 생각해 사갔더니「입 안이 탄산 때문에 찌릿거리잖아!」라고 혼난 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뭔가 실수라도 했으려나」
모모코가 말한 거기인 분장실로 향하면서 그렇게 중얼거린다.
내가 보는 한 모모코가 실수한 장면은 없었다. 대사가 막히거나, 대사를 틀린 일은 당연히 없었고, 내가 보기에는 오퍼레이터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연기했다고 생각한다. 감독한테 리테이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애초에 모모코는 자신의 연기에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 있다면「죄송합니다. 한 번 더 하게 해주세요」라고 하므로, 실수를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으~음. 모르겠는데」
평소라면 왠지 모르게 그 이유에 대해 짐작이 갔지만, 이번에 한해서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이런 때는 어설프게 아는 척을 하지 말고, 모모코한테 제대로 물어보는 게 좋다.
그렇게 정하고 내가 먹을 단팥죽을 사서 분장실로 돌아왔다.
분장실 문을 여니, 다다미 위에 모모코가 오도카니 앉아있었다. 오늘의 분장실은 전통식 방이었다.
「안녕, 벌써 와 있었어?」
「오빠, 너무 늦어. 어디까지 사러 갔던 거야」
기분이 안 좋은 것과는 다른, 삐졌을 때 같은 목소리로 모모코가 그렇게 말했다.
「생각을 좀 했어. 오늘은 포도야」
「고마워. 저기, 오빠」
모모코는 그리 말하고 평소의 그것을 요구해 왔다.
「예이예이」
대충 대답을 한 나는 다다미 위에 자리를 잡았다.
「음. 조금 무거워진 거 아냐? 모모코」
「오빠는 왜 그렇게 섬세함이라는 걸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는 걸까」
「이런 바보, 칭찬하고 있는 거야. 안 그래도 넌 가벼우니, 많이 먹고 커지도록 해. 성장기이고」
「그거랑 이거랑은 다른 문제야. 오빠는 정말로 여자의 마음을 모르네」
「아이고 참 죄송합니다」
무릎 위에 앉은 모모코와 그런 대화를 나눈다. 내가 좌식의자가 되고 모모코가 앉는다. 그리고 그 자세로 모모코랑 나는 협의를 하거나, 상담을 하거나, 잡담을 나누거나 한다. 평소에는 꽤나 솔직하지 못한 모모코지만, 이때만큼은 다소 솔직해진다. 아무리 초등학생이라고는 해도, 요즘 사회정세를 볼 때 오해를 받을 수도 있으므로, 사무소에서만 했었지만…….
(그만큼 뭔가를 고민하고 있다는 거려나)
머리를 쓰담으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간지러운듯 눈을 가늘게 뜨고 쓰다듬을 받고 있는 모모코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그런 걸 묻는 건데」
「네가 평소랑 다르니까」
「그래?」
「그래」
「잘도 알아채네, 오빠는」
「네 프로듀서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고 모모코를 꼬옥 끌어안았다. 고민이나 불안을 입밖으로 꺼낼 수 있도록, 조금 강하게.
「모모코 말이야, 뭔가 이상해」
그리 말한 모모코는 자세를 바꾸어 천천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 연극 말이야, 에밀리가 주역이잖아」
「그렇네」
「에밀리가 말이야, 그렇게 연기를 잘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어. 모모코는 있잖아, 모모코가 극장 사람들 중에서 연기를 제일 잘한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거든」
「응」
「어째서! 모모코가 연기를 더 오래 해왔는데……어째서 에밀리가 더 잘하는 거야!」
마지막 말은 거의 울먹이는 소리였다.
우는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걸까.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다. 훌쩍……훌쩍하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작은 몸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분하고, 부끄러워……에밀리를, 이대로 싫어하게 될 것 같아서. 누구보다 좋아하는 친구인데……」
대답은 간단했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질투」
이게 토요카와씨나 모모세씨 같은 모모코가 아직 가질 수 없는 어른의 매력이 필요한 역할이었다면, 이렇게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키가 작다, 섹시함이 부족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그렇지 않다.
아역이라고 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모모코는 몇 번이나 역할을 차지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졌다. 근소한 차이가 아니라, 압도적인 차이로.
동경에서 오는 질투가 아니다. 자기가 있을 곳을 차지한 것에 대한 분함에서 오는 질투.
그것을 삼킬 방법도, 내던져 버릴 방법도 모모코는 모른다. 첫 경험일 테니까.
아마 모모코가 프린세스 역할을 했었어도 촬영은 무사히 진행됐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 스튜어트씨가 한 것 보다는 좀 부족한 결과물이 나왔을 것이다. 모모코 자신이 그걸 알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분한 거겠지.
자신에게는 오랜 경험이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뜻대로 안 되는 법이지. 이런 건, 특히」
그리 말하며 모모코의 등을 토닥거린다.
「……오빠도 이런 일, 있었어?」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모모코가 묻는다.
「응. 학창시절에 럭비를 하고 있었거든. 중학교에서는 나보다 큰 녀석도, 빠른 녀석도 없었어. 그러니까 계속 주전을 차지했었어」
「응」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갔더니, 나보다 크고 나보다 빠른 녀석들이 발에 채일 만큼 있어서, 어이없게 주전에서 떨어졌지」
「괴로웠어?」
「뭐, 그렇지」
「오빠는 말이야, 그 때 어떻게 했어?」
「울부짖고, 배가 터지도록 밥을 먹고,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푹 잔 뒤……그리고 연습했어」
「그렇구나」
「응」
모모코는 아까같이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오빠」
「왜?」
「좀 있다 밥 먹으러 가자. 미나코씨네 집에」
「응, 알겠어」
「그 뒤에 말이야, 사무소로 돌아가서 오빠가 만든 핫케잌 먹고 싶어」
「많이도 먹네?」
「모모코는 너무 가볍잖아? 그렇다면 많이 먹어야지」
「그랬었지」
「내일부터 연기 레슨, 늘려줘」
모모코는 그렇게 말하고 울었다. 방금 전같이 억누른 울음이 아니라 소리를 높여, 엉엉거리며.
어떤 일류라 할지라도, 처음부터 일류였던 것은 아니다. 셀 수 없이, 몇 번이나 좌절하고, 그 때마다 일어나서 눈앞에 있는 벽을 뛰어넘어 왔던 것이다.
납득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참고, 다음에 똑같은 분함을 맛보지 않게 노력을 하는 거다.
앞으로, 앞으로. 어찌됐든 앞으로. 웅크리고 앉아 있어봤자,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처음으로 느낀 벽을, 지금 모모코는 자기 나름대로 생각해 넘으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그것을 같이 생각하며 모모코를 밀어 올린다. 그것뿐이다.
「우웁. 너무 많이 먹어버렸어……」
「역시 사타케씨의 풀코스는 굉장한걸~. 나도 힘들어. 핫케잌 어쩔래?」
「내일 아침 밥으로」
「응」
「저기……오빠」
「응?」
「……기대, 하고 있어줘. 알겠지?」
「물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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