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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마스

솔직해 질 수 없는 나는

by 기동포격 2016. 2. 6.

「저기, 애들아……상담할 게 좀 있는데」



 나――모가미 시즈카는 생각하는 바가 있어, 두 사람에게 상담을 해보기로 했다



「무슨 일이야? 시즈카. 시즈카가 고민이라니 별일이네」



 한 명은 카스가 미라이. 요즘 같이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 같은 시어터에 소속 된 아이다. 덜렁이에 침착함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지만, 보살피기를 잘 하고 항상 노력하는 그런 점은 조금 존경하고 있다……물론 본인에게는 말할 수 없지만.



「무슨 일 있나요, 시즈카씨?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 말씀해 주세요」



 또 다른 한 사람은 하코자키 세리카. 이 아이도 요즘 계속 같이 일을 하고 있다. 세상 물정에 어두워 무심코 참견을 해버리고 싶어지지만, 눈치를 채면 도와주지 않아도 뭐든 혼자서 해내 버리는 일이 많은 굉장한 아이다. 



「그게……프로듀서에 대한 건데……」


「프로듀서씨가 또 무슨 일 저질렀어?」


「너무 화내시면 안 돼요, 시즈카씨. 믿음직스럽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프로듀서씨도 열심히 하고 계시니」



 ……그리고 아무래도 나는 프로듀서한테 항상 화를 낸다는 이미지가 심어져 있나보다.



「그게 아니라……그 반대야」


「에에!? 그럼 혹시 프로듀서씨를 좋아하게 되어버렸다던가!?」


「그런가요!?」


「그럴 리가 없잖아! ……그게 아니라, 솔직해질 수 없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



 이상한 오해를 풀면서 나는 두 사람에게 본론을 말했다……참나, 내가 프로듀서를 좋아하게 되다니. 그럴 리가 없는데.

 


「솔직해 질 수 없다니……프로듀서씨를 그렇게 죽일 듯이 물어뜯으면서?」


「죽일 듯이……나, 난 그렇게나 프로듀서한테 심하게 말하는 거야?」


「네. 가끔 프로듀서씨가 그만두지는 않을까 불안하게 될 정도에요」



 스스로 생각하고 있던 것 이상으로 불평은 솔직하게 하는 것 같다.



「그렇지……프로듀서의 얼굴을 보면 불평은 솔직하게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된 거 아닌가요?」


「그게 아니라……그게, 솔직하게 고맙다고 인사할 수 있게 되고 싶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미라이와 세리카는 드디어 이해가 됐다는 듯「아아~」하며 탄식을 했다.



「뭐~야. 그런 건가. 시즈카도 참, 그런 건 빨리 말해」


「말했는데……아니, 지금은 됐어.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정말 제대로 인사를 했단 말을 들을 수 있다 생각해?」


「그냥 평범하게 고맙다고 하면 안 되는 건가요?」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뭐랄까……솔직해 질 수 없는 거다.

 처음 여기에 왔을 적은 어찌됐든, 지금은 프로듀서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다. 처음으로 스스로의 힘을 이용해 가져왔다고 생각한 일이, 실은 프로듀서가 뒤에서 움직여주고 있었던 덕분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기쁨보다 부끄러움이 더 클 정도였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나를 위해서 노력해주고 있다. 그런 프로듀서니까 좀 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마음 속으로는 생각하고 있는데…….



「왠지 꼭 인사를 하고 싶을 때만,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한단 말이야……」


「아아~……」


「타이밍이 안 좋은 걸로 유명하죠. 프로듀서씨」



 프로듀서는 아무래도 두 사람 안에서 그러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니까. 온천 거리에서 라이브를 할 때도 내가 족탕으로 데리고 갔는데 토요카와씨만 쳐다보고, 저번에 벨리 댄스를 출 때도 의견을 구했는데 토코로씨가 더 섹시하다고 말하질 않나……!」


「질투?」


「아니야! 스, 스타일 수준이 다른 사람과 비교해도 어쩔 수 없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야」


「헤에~, 시즈카라도 그런 거 신경 쓰는구나」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시즈카씨도 아직 성장 중이시니까, 여성으로서의 매력은 지금부터 갖춰지기 시작할 거예요」



 우우, 세리카한테까지 위로받으면 왠지 비참함이…….



「거, 거기다! 맞다! 프로듀서는 나랑 처음 대면할 때도 지각을 했었는걸!」



 그래. 생각해보면 프로듀서를 향한 어색함은 그 때부터 계속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처음 협의를 할 때, 그 사람은 하필이면 지각을 했던 것이다. 후줄근한 양복을 입은 칠칠치 못한 모습으로. 그래서 불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나중이 되어서야 사실은 일을 정말로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지만――아무래도 좋아하게 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내가 어린애 같은 것뿐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아직도 프로듀서한테는 솔직해질 수가 없다.

 그래도 프로듀서가 칠칠치 못한 것에 관해서는 미라이와 세리카도 공감해 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 그 때 말인가」



 미라이가 보여준 반응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그 때?」


「그렇구나. 시즈카는 모르는구나……있잖아, 시즈카는 우리보다 늦게 여기에 들어왔지?」


「으, 응」



 나는 이 시어터에 다른 사람들 보다 조금 늦게 들어왔다. 그러니까 아주 조금의 차이이지만, 미라이와 세리카는 선배라고 할 수 있다. 



「프로듀서씨, 그 무렵 정말로 큰일이셨어. 그치? 세리카」


「네. 갑자기 단번에 우리 전원을 맡게 되었기에, 프로듀서씨 엄청 바빠 보이셨어요. 항상 밤늦게까지 협의나 스케줄 조정을 하고 계셨고……사무실에서 자면서 일하고 있는 때도 많았죠」


「프로듀서씨, 피곤한 나머지 살이 쭉 빠졌었지」



 듣고 보니――그 무렵은 아직 일에 대해 잘 몰라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지만――내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무렵에는, 여러모로 바쁜 듯했던 기분이 든다.



「그러니까 그 때, 그런 후줄근한 양복으로……」



 사정을 몰랐다고는 해도, 그런 차가운 반응을 보였던 것이 안타까워져 온다.



「하지만 시즈카씨의 자료를 보여줬을 때, 프로듀서는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짓고 계셨어요」


「……내, 자료?」



 그 말은, 처음 듣는 말이었다.



「네. 이 아이는 반드시 굉장한 아이돌이 될 아이라고, 엄청 들떠하셨어요」


「맞아맞아. 책상 위에 자료를 쭉 펼쳐놓고는 히죽거렸었지. 시즈카, 부러웠었어……뭐, 정말로 우리들 중에서 제일 인기가 많게 되었으니, 프로듀서씨의 안목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거겠지만」


「그렇게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사무소에서 늦잠을 잤으니까, 프로듀서씨도 참 어린애 같네요」



 세리카는 키득키득 웃으며 그렇게 말했지만, 그 말은 더 이상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프로듀서가 나를 그런 식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 속에 치미는 게 느껴졌다. 그것이 너무나도 익숙지 않은 감정이었기에, 얼굴에 드러나지 않게 견디는 것이 고작이라서.



「……그러니까 시즈카도 프로듀서씨한테 너무 화내지 말고,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말하면 되지 않을까?」


「이런 거, 절대 말 못해……」


「에?」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네. 다음에 기회만 있다면, 나도 반드시――」



 아주 조금, 솔직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을 도중까지 했을 때, 사무소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온 것은 숨을 헐떡이는 프로듀서였다. 



「시, 시즈카! 있어!?」

「네, 넷!」



 갑자기 이름을 불려 무심코 격식을 차려버린다……아까 머릿속을 스쳐간 걸 떠올린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프로듀서는 그런 내 마음도 모르고, 내 손을 억지로 잡고는 흥분된 모습으로 말했다. 



「기뻐해, 시즈카! 이번에 주역을 맡게 되었어!」


「주, 주역 말인가요!?」


「응. 연극이나 드라마가 아니라 애니메이션 성우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어엿한 주역이야」



 굉장하다는 미라이와 세라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이렇게 주역이라는 자리가 빨리 돌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직 신출내기인 내가 주역을 맡다니, 프로듀서는 이것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줬을까.

 ……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을지도.

 이번 일에 대해. 지금까지의 일에 대해. 그리고――



「프로듀서. 저기, 고맙――」


「식품회사의 프로모션 애니메이션이고 말이야. 회사의 이름을 짊어지게 되는 것이니, 지금부터 열심히 하자!」



 ……응?



「프로모션 애니메이션이라니……어떤 역할인가요?」


「그게 보자, 샐러드 국의 공주님인 사라라고 하는 역할이야」


「몇 명 정도 출연하는 애니메이션인가요?」


「시즈카 빼고는 성우가 두 명. 그리고 식품회사 사원도 참가하는 것 같아」


「……어떤 형식의 애니메이션인가요?」


「회사 홈페이지에 실리는 5분 정도 길이의 애니메이션 같아. 이걸 기회로 더욱……」


「……잠시 괜찮을까요, 프로듀서」



 마지막까지 들었을 때는, 평소의 그 감정이 내 속에서 싹트고 있었다.



「왜, 왜 그래.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짓고……」


「됐으니까 이쪽으로 와주세요」



 프로듀서한테 잡힌 손을 내가 직접 끌어 사무소 구석까지 데려간다. 미라이나 세리카가 도우지 못하게.



「저기  있잖아요. 물론 이런 일을 적당히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작은 일을 축적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하지만 통보를 할 때는 좀 더 그에 걸맞는 격식이 있다고 생각하시지 않으세요? 방금 전처럼 그러시면 프로듀서가 굉장한 일을 가져와 줬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해 버리잖아요!」


「에, 에에~, 그게. 맞다! 실은『그래서 나도 H를 할 수 있다』라는 심야 애니메이션 역할 제안도 와 있는데……」


「뭐, 뭔가요. 그……부끄러운 이름……! 프로듀서는 저한테 뭘 시키고 싶으신 거죠!? 잘 들으세요. 전부터 생각했지만 프로듀서는 그러한 배려가……!」



 결국 평소대로 설교를 시작하게 돼버렸다. 인사는 못하면서, 이런 불평은 막힘없이 튀어나오는 어린애 같은 나. 

 하지만 그것은 분명 어쩔 수 없겠지. 나는 아직도 어린애니까. 조금만 더, 솔직하게 감사를 전할 수 있는 어른이 될 때까지, 프로듀서한테 의지하도록 하자. 



「……후훗. 왠지 시즈카는 말이지」


「프로듀서씨한테 저렇게 하고 있을 때가 즐거워 보이시죠」



 멀리서 들린 미라이와 시즈카의 대화는, 들리지 않는 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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