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사랑을 해버리는 걸까.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사랑을.
「하아……」
양장본 연애소설을 덮고, 나는 한숨을 한 번 쉬었다.
「난 왜 그런 말을 해버린걸까……」
바로 몇 시간 전의 일이었다. 레슨 스튜디오에 가기까지 시간이 남아있던 나는, 프로듀서씨랑 같이 느긋하게 쉬고 있었다.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프로듀서씨가 이렇게 느긋하게 쉬고 있어도 되냐고 생각했지만, 나는 나대로 프로듀서씨랑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에 기쁨을 느꼈기에, 딱히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나중에 혼나도 내 탓……은 아니지? 코토리씨나 코노미씨도 있기에 사무소에 단 둘이라는 상황은 아니지만, 프로듀서씨가 곁에 앉아있으면 긴장이 되서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게 된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곁에 앉은 프로듀서씨한테도 들려버리는 게 아닐까 생각해버릴 정도로, 나의 두근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조, 좋아하는 사람이랑 이야기한다는 것은, 대화를 나누는 게 서툰 내가 아니더라도 긴장할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결코 나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딸린다던가, 그런 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여자애는 사랑을 하면 다들 이렇게 되는 거야. 부끄러워서 책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으니 프로듀서씨가「뭘 읽는 거야?」라며 말을 걸어왔다. 질문을 받은 나는 뛰어오를 듯이 등줄기를 폈다.
「네엣!? 에, 아, 그게, 이, 이이, 이 책 말인가요? 이건 지금 세간에서 화제인 연애소설이에요!」
「아니, 그렇게 당황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그건 그렇고 유리코는 그런 거 자주 읽는구나. 저번에도 연애소설을 읽고 있지 않았어? 아,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던가?」
「헤……!? 어, 없어요, 그런 사람!」
「그 반응을 보건데 없을 리가 없는데? 딱히 이름을 묻는 것도 아니니, 가르쳐줘~. 같은 반 아이라든가, 그런 거라도 괜찮으니까」
갑자기 심장이 튀어나올만한 질문을 계속해서 해오는 프로듀서씨.
이 사람은 정말로 심술쟁이라고 생각한다. 제 바로 앞에 있는 당신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리 없는데. 그런 나의 마음도 모르고, 어서 말하라며 날 놀리는걸.
「저, 정말이지! 프로듀서씨는 바보! 제 마음도 모르면서 제멋대로 말하지 마세요!」
「유, 리코……?」
이제 몰라――그 말만을 하고 나는 사무소를 뛰쳐나와 버렸다.
그 때는 그저 내 마음을 말할 수 없었던 괴로움, 그것이 엉뚱한 화풀이가 되어버렸을 뿐인데.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으니까 나는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는데, 무사태평한 듯이…….
그런 제멋대로인 이유로 나는――
「――유리코~?」
「아, 네! 죄, 죄송해요. 멍하게 있어서……」
「아니, 그건 괜찮은데……다들 이미 돌아가 버렸는데?」
아무래도 아침에 있었던 일로 인해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던 것 같고, 댄스 선생님이 말을 걸어주셔서 겨우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근처를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은 흔적도 안 보였고, 아무래도 나만 혼자 남아버린 것 같았다. 빨리 사무소로 돌아가야지.
나는 급히 짐을 정리해 스튜디오를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와, 제일 가까운 역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제일 가까운 역에서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니, 나는 오늘 운이 좋을지도 모른다……아침부터 프로듀서씨랑 싸움을 해버렸으니, 역시 운이 나쁠지도.
사무소로 돌아가는 전철 안. 운 좋게 자리를 잡은 나는, 흔들리는 전철에 몸을 맡기며 다시 한 번 아침나절에 있었던 사건을 생각했다.
――아아, 나는 왜 그런 일로 화를 내버렸던 걸까. 사실은 당신을 좋아합니다, 라고 말하고 싶어. 그 때, 그 자리의 기세에 맡겨 고백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하다면 얼마나 편할까.
이 마음을 가로막는 벽은 너무나도 높고, 그리고 몇 겹이나 치솟아 있다.
내가 15살인 것, 너무나도 차이가 많이 나는 나이, 아이돌과 프로듀서라고 하는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 프로듀서씨가 문제다. 만일 사랑이 결실을 맺는다 치자. 나 자신은 아이돌을 그만두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로듀서씨는 어떻게 되는 걸까. 물론 아이돌에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꿈은 그 밖에도 있다. 그 꿈을 지금과는 다른 관계가 된 프로듀서씨가 지지해줬으면 한다……라는 망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 프로듀서씨는 사람들에게 공격을 당해 더 이상 프로듀서로서 일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나 때문에, 프로듀서로서 있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
「하아……」
이동시에 하는 독서도 까맣게 잊고, 나는 나아갈 수 없는 그리고 돌아가는 길 밖에 없는 상황에 그저 한탄 밖에 할 수 없었다.
사무소로 돌아가면 프로듀서씨한테 사과해야지. 느닷없이 화를 내버렸으니, 프로듀서씨가 생각하기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것이다.
좋아한다고 하지 못하는,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랑. 그런 나의 고뇌도 모르고, 프로듀서씨는 참……그런 식으로 놀리기나 하고.
「정말로, 당신은 죄많은 사람이에요……바보」
아무한테도 들리지 않게 중얼거리고, 자리 가장자리에 기대어 눈을 감는다. 사무소에서 가까운 종점에 도착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잠시 자두자. 오늘은 여러모로 피곤하니까, 가끔씩은 괜찮겠지.
덜커덩, 덜커덩. 일정한 리듬이 흐르는 전철 소리를 BGM으로 삼으며, 나의 의식은 어둠에 잠겨 갔다.
「다녀왔습니다……어라?」
내가 사무소로 돌아오니, 별나게도 사무소 내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이돌 전부가 없다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코토리씨까지 없다니 별일도 다 있구나……그렇게 생각하며 가방을 소파에 내려놓고, 안에서 레슨 선생님한테 받은 클리어 파일을 꺼내었다.
――맞다, 유리코. 이거 프로듀서씨한테 전해주지 않을래? 저번에 건네줄 기회를 놓쳐서 말이야.
레슨 스튜디오에서 돌아가려고 구두를 신고 있을 때 있었던 일. 선생님한테서 받은 프로듀서씨의 중요한 서류를 난 맡고 있었다. 중요한 것인데 아이돌인 나한테 건네줘서 괜찮으려나? 라고도 생각했지만 맡기로 했다. 파일을 건네주는 김에 아침에 있었던 일을 사과할 수도 있으니, 나한테 있어서는 다시없을 기회였다.
프로듀서씨 책상에 파일을 두려고 다가갔을 때, 책상 위에 펼쳐진 노트가 눈에 띄었다.
이 노트, 뭘까? 신경이 쓰인 나는 펼쳐진 페이지에 쓰인 문자를 훑어보았다.
--이건, 오늘?
커다랗게 세로줄 3칸의 크기로 쓰인 숫자는 오늘을 나타내는 날짜였고, 그 밑에 문장 몇 줄이 괘선을 따라 쓰여 있었다.
『저질러 버렸다.
그저 그녀가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을 듣고 싶었던 것뿐이다. 그러면 품어서는 안 되는 이 감정을 포기할 수 있었을 테니까.
그 마음만이 앞서 그녀를 화나게 만들어 버렸다. 좋아하는 상대인데, 그리고 담당하고 있는 아이돌인데 이제 얼굴을 볼 낯이 없다. 나는 앞으로――』
설마, 이건 일기? 게다가 이건――
한 문자, 한 문자를 정중하게 읽고 있을 때, 내 뒤에서 물건이 털썩거리며 연속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내가 뒤를 돌아보니 바닥에 흩어져있는 몇 권의 파일과,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굳은 프로듀서씨의 모습이 있었다.
「……미안」
입을 굳게 다물고 그 자리를 떠나려고 하는 프로듀서씨.
「――기다려요!」
나는 자연스럽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할지 생각지도 않았는데, 머릿속은 새하얀데도 불구하고 나는 어째서인지 바로 프로듀서씨를 불러 세우고 있었다.
지금 말하지 않으면 두 번 다시 프로듀서씨를 만날 수 없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일기라고 생각되는 것의 내용도 정리하지 못했는데, 나는 프로듀서씨한테 달려가 그 소매를 있는 힘껏 잡고 있었다.
「기다려 주세요……프로듀서씨. 저기, 가지 말아주세요! 저도, 똑같으니까요」
「똑같아……?」
「네. 저는 분명 그 노트를 봐버렸어요. 그리고 죄송해요. 프로듀서씨의 마음도 모르고, 오늘 아침에는……하지만 저도, 똑같으니까……」
생각나는 말을 하나하나, 천천히 고해간다. 문맥 같은 건 이미 아무래도 좋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손을 놔서는 안 된다――나는 지금 그것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프로듀서씨가 안심할 수 있도록 천천히 머릿속에서 반복하면서 말을 꺼내니, 자신한테도 들려주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일기에 쓰여 있던 것이 의미하는 내용과, 프로듀서씨가 무슨 생각을 하며 생활했는지가 정리됨에 따라, 내가 말하는 톤은 점점 올라가고 뺨이랑 귀도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나만이 고뇌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프로듀서씨도 똑같았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생각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 뭐야. 서로 좋아하고 있었구나.
「즉 저는――」
――프로듀서씨를 좋아해요.
프로듀서를 좋아하게 되어버린 아이돌과, 아이돌을 좋아하게 되어버린 프로듀서.
슬픈 것은 서로의 마음을 알았는데, 그것을 밝힐 수가 없어서 연인다운 일은 무엇 하나 할 수 없는 것.
그러니까, 적어도 지금만큼은.
나는 뒤돌아 선채로 계속 서있는 프로듀서씨의 배에 손을 두르고 달라붙었다.
프로듀서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배를 두른 내 손을 힘껏 잡아주었다. 서로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분명 나랑 프로듀서씨 둘 다 전부 전해졌을 것이다.
이 허락받은 시간이, 영원히 계속되면 좋을텐데――
「프로듀서씨! 안녕하세요!」
「응. 안녕, 유리코」
「그리고, 이거……오늘 몫이에요!」
「오, 고마워. 그럼 이건 내일……은 유리코가 오프니까 안 되나. 오늘 레슨이 끝나고 돌아왔을 때 건네주도록 할게」
그 뒤로 나랑 프로듀서씨의 관계는 한 걸음 나아갔지만, 평소대로 아이돌과 프로듀서로서의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공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관계이고, 나는 아직 15살. 가정을 이룬다던가, 그런 걸 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었다.
단 하나, 지금까지와는 달리 바뀐 것이 있다고 한다면――
「오늘은 좀 많이 썼으므로, 읽는 게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건 기대되는걸. 대체 페이지가 얼마나 될지……」
「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니까요!」
유일하게 연인으로서 있을 수 있는 장소로서, 교환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거려나?
언젠가 이 일기에 쓰인 데이트 계획을 전부 행하는 날이 오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레슨 스튜디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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