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타자와 시호의 발렌타인
2월 7일. 저녁.
극장 분장실에 있는 것은, 나 혼자뿐.
발렌타인 데이를 일주일 앞두고, 나는 조금 고민에 빠져있었다.
작년까지는 발렌타인 데이 때 초콜릿을 줄 상대가 남동생 정도 밖에 없었지만,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주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누구라고는 말 못하지만, 항상 신세를 지고 있고, 이런 나를 걱정해주고 있는 사람이다.
모처럼의 기회이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초콜릿을 드리자고 정했다.
딱히 좋아하기 때문은 아니다.
…………아마.
그건 어쨌든 간에.
내가 무엇을 곤란해 하고 있냐면, 프로듀서씨한테 무슨 초콜릿을 어떤 식으로 전할 것인가에 대한 거다.
남동생한테 줄 때는「자, 초콜릿」이라고 평범하게 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는 안 되겠지.
상대는 남동생이 아니고, 무엇보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자, 초콜릿」이라며 건넨다는 것은, 좋지 않을 것이다.
좋고, 좋지 않고 이전에 실례인 것 같은 기분조차 든다.
평소에 취하고 있는 태도도 충분히 실례가 된다는 건 일단 이해하고 있지만, 그거랑 이거는 다른 문제다.
「……역시 누군가한테 상담하자」
무심코 떠오른 그 생각은, 실은 거의 처음부터 하고 있던 생각이었다.
나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자, 그럼 누군가한테 상담한다는 건 정했는데, 그 상대를 어떻게 하지.
또래인 카나나 안나로는 어쩐지 불안하다. 될 수 있으면 연상인 사람이 좋겠는데…….
차근차근 생각해보니, 이런 일을 상담할 만한 연상이 별로 없었다.
이런 때, 나 자신의 붙임성이 없는 점을 원망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나을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그런 식으로 우울해지기 시작하던 내 사고에, 한 줄기의 빛이 비추었다.
「어라, 시호잖아. 이런 곳에서 뭐하는 거야?」
「……메구미씨」
모습을 나타낸 건 메구미씨였다. 같은 사무소에 소속되어 있는 동료로, 같이 공연을 한 적도 있었다. 나보다 두 살 연상으로, 사람을 놀리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에 비해서는 돌보기를 잘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연상이며, 돌보기를 잘한다?
「시호? 어~이, 괜찮아~?」
「메구미씨!」
「꺄악!?」
갑자기 이름을 불린 것에 놀랐는지, 메구미씨는 느닷없이 얼빠진 소리를 질렀다.
「뭐, 뭔데? 정말로 괜찮아?」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메구미씨. 미안한 기분이 들었으므로, 조금 진정하기로 한다.
「죄송합니다. 찾고 있던 인재가 눈앞에 나타나서 무심코……」
「찾고 있었다? 나를?」
「그게……메구미씨한테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요」
「상담?」
「네, 실은――――」
이렇게 해서 나는 메구미씨에게 일의 전말을 이야기했다.
「――――이렇게 된 건데…………메구미씨?」
「푸훕……크큭……」
내가 이야기를 끝내니, 메구미씨는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것보다, 거의 처음부터 히죽거리고 있었다.
「………뭔가요」
「아니, 그치만 시호가 말이지……? 설마……크흐흑……」
「……………」
이 사람에게 상담했던 게 올발랐던 걸까. 뭔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메구미씨 이상으로 적임인 사람은………….
…………코토하씨가 있었지, 그러고 보니. 그 사람도 메구미씨한테 지지 않을 정도로 사람을 잘 돌보고, 매우 상냥한데다, 그리고 어른이다.
하지만 이미 이야기해버린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언제까지 웃으실 건가요」
「응. 미안미안……」
겨우 웃음을 거둔 메구미씨. 그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다. 얼마큼 웃으면 기분이 내키는 걸까.
「그래서, 뭐였더라? 프로듀서한테 초콜릿을 주고 싶다는 이야기였던가?」
「프로듀서씨한테 드린다는 말은 한 마디도――」
「어라? 아니야? 시호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상대는, 프로듀서 정도 밖에 없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요」
「것보다 시호를 걱정하는 남자는 프로듀서 밖에 없잖아?」
「………………」
그야말로 100% 옳은 말이라 반론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정해 버리는 건 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므로 부정해 본다.
「어, 어쨌든 프로듀서씨가 아니니까요」
「그런 것보다 말이야, 이야기 계속해도 괜찮아?」
「……네」
왠지 몹시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어떤 초콜릿을 주면 되는지, 어떻게 주면 좋을지 모른다는 이야기였던가?」
「네, 어떻게 하면……」
「시호가 직접 당당히 전해주면, 프로듀서는 뭐가 됐든 기뻐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뭔가 적당하지 않나요? 좀 더 어드바이스 다운 건……」
「어디 보자. 주는 상대방을 생각하고 있다면 직접 만든 게 됐든, 파는 게 됐든, 전부 괜찮다고 생각해. 중요한 것은 진심이니까 말이야」
연극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대사를 술술 말할 수 있는 것을 볼 때, 메구미씨는 거물이라고 생각한다.
「진심, 말인가요」
「그래그래! 그러니까 시호의 진심을 프로듀서한테 전하는 거야. 알겠지?」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 역시 프로듀서구나. 이야~, 젊다는 건 참 좋네!」
「아, 아니에요……!」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누구한테도 말 안 할 테니, 이것저것 들려줘~!」
「따, 딱히 부끄러워하는 건 아니에요……. 것보다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자자! 그런 말 하지 말고, 패밀리 레스토랑에라도 가서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내가 드링크바 쏠 테니까!」
「……메구미씨는 드링크바를 정말로 좋아하시네요」
결국 그 날은 메구미씨, 그리고 나중에 합류한 코토하씨랑 셋이서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 긴긴 이야기를 나눴다.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격에 안 맞게 생각했다.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 당일 오후.
극장 한 구석에 있는, 프로듀서씨가 사무 작업을 하는 방(라고 해도 나름대로 넓기 때문에, 반은 아이돌들의 휴게실 같이 되어있는 방)에 나는 있었다.
해가 지고, 주변은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나는 호시탐탐 초콜릿을 건넬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평소에는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는 사람인데, 오늘따라 빈틈이 없다.
빈틈이 없다고 할까, 내가 건네드리려 할 때마다 노렸다는 듯 누군가가 초콜릿을 건넸다.
누군가가 줄 때 같이 건네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면 편승하는 것 같아 싫었다.
그것을 반복하고 있는 사이에, 저녁이 되고 말았다.
――――그런 나에게, 드디어 찬스가 찾아왔다.
오후 6시가 지났을 무렵.
프로듀서씨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시호? 아직 있었어?」
확실히 평소라면 이미 돌아갔을 시간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평소처럼 데꺽 돌아갈 수는 없었다.
「빨리 안 돌아가면……이라고 해도, 밖은 이미 깜깜하지만 말이야……」
딱 보기에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이렇게 늦은 시간이라면 대부분의 사람은 돌아갔을 테고, 건넨다면 지금일 것이다.
「저기, 프로듀서씨――――」
마음을 굳게 다진 후 가방 속에 있는 초콜릿을 꺼내려고 한 그 순간, 프로듀서씨는 말했다.
「아, 맞다. 방송국에 메구미랑 코토하를 데리러 갈 건데, 가는 김에 역까지 데려다 줄까?」
기선을 제압당한 나는, 흐름에 떠밀려 끄덕이고 말았다.
차에 탄 나와 프로듀서씨.
평소라면 뒷좌석에 앉지만, 오늘은 조수석에 앉았다. 그러는 게 건네기 쉽다고 생각했기에.
운전석에 탄 프로듀서씨는 고개를 한 번 갸웃거렸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어쩌면 좋을까.
기세를 꺽인 탓에 타이밍을 완전히 놓쳐버렀다.
그리고 그 탓에 동요해버려, 어딘가 진정이 되지 않았다.
냉정을 한 번 되찾는 게 좋을 것이다.
평상심, 평상심…….
「시호?」
「꺄학!?」
「시호? 왜 그래?」
「갑자기 말 걸지 마세요! 깜짝 놀랐잖아요!」
「에에!? 미, 미안……」
무심코 이상한 목소리를 내버렸다. 부끄러워.
「그래서, 뭔가요?」
「아니, 다 왔다고」
「!」
창밖을 보니 분명 극장에서 제일 가까운 역이었다. 이 시간에 역 앞은 꽤나 소란스럽다.
하교하는 학생, 퇴근하는 샐러리맨.
오늘 같은 날이라면 커플도 많다. 손을 잡고 걷는 남녀가, 여기저기 많이 보인다.
가방 속에 있는 포장된 상자를 움켜쥔다.
――――지금이라면 방해하는 사람은 없다.
「프로듀서씨」
「응?」
심장이 두근거리며 격렬하게 고동친다. 몸이 굳는다. 눈물이 흐를 것 같다. 이 감각은 스테이지에 섰을 때 느껴지는 그것에 가깝다. 그런데도 이렇게까지 긴장했던 적은 없었다.
「……저기, 이거…………」
초콜릿이 내 손에서 프로듀서씨의 손으로 건너간다.
「……이건, 혹시 초콜릿?」
그렇게 묻는 프로듀서씨한테, 드물게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마음이 평소처럼 악담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프로듀서씨는 한 순간 한 방 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평소처럼 웃어주었다.
「설마 시호한테 받을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어」
「……항상 신세를 지고 있고, 마침 좋은 기회였으므로 답례를 하려고…………. 폐를 끼쳤나요?」
「아니아니아니! 그렇지 않아, 응. 상당히, 아니 엄청 기뻐」
「…그, 그런가요」
얼굴이 붉어지는 게 느껴진다.
뭘까, 이 감정은.
가슴 안쪽을 간질이는 듯한, 뭐라 말할 수 없는 근질근질한 감각.
필사적으로 얼버무려 넘기려 해도, 얼굴이 타올라 간다.
「……시호? 얼굴이 붉은데? 괜찮아?」
「윽! 보, 보지 마세요!」
「에에!?」
한심한 목소리를 내지르는 프로듀서씨.
죄송하지만, 이런 얼굴을 보일 수는 없다.
「저, 전 가볼게요! 고생하셨습니다!」
더 이상 같은 공간에 있다가는 이상해질 것 같았으므로, 허둥지둥 차에서 내리려 했다.
「아, 시호」
「뭔가요」
「이거, 고마워」
무심코 냉담한 대답을 해버린 나에게, 프로듀서씨는 미소지으며 그렇게 고했다.
그리고 내 머리에 조용히 손을 올리고는, 상냥하게 쓰다듬는다.
그 행위 때문에 얼굴이 더욱 뜨거워져, 나는 견디지 못하고 차를 뛰쳐나와 잔달음질 치며 개찰구로 향했다.
전철에 탄 후에도, 집에 돌아와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도 얼굴의 붉은끼는 사라지지 않았고, 심장은 계속 고동치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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