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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마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그대에게

by 기동포격 2016. 2. 21.

『그럼 다음은 후우카가 말해볼까~』


『에에!? 너무 부끄러워요……』



「어머, 오늘은 라디오가 아니라 TV? 별일이네」


「응. 후우카 누나가 나오니까 들으려고 방금 전에 켰어」



소년은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대로 간호사는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꽤나……자극이 강해보이는 프로그램이네……」


「그래? 하지만 후우카 누나의 목소리는 즐거워 보이는데?」



『꺄아~!』



간호사는 더욱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시계를 보고 말했다.



「30분만 있으면 취침시간이 되니까……이제 슬슬 TV 꺼도 괜찮을까?」


「앗, 그렇구나……응, 부탁해」


「응, 잘 자렴」



소년은 아쉬운 듯이 TV가 있는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토요카와 후우카는 소아 병원을 방문하고 있었다. 원래 간호사였던 후우카는 취미인 헌혈을 하는 것 빼고는 병원에 잘 들리지 않았다. 소아 병원이므로, 진찰이 아닌 병문안을 하러 온 것이다. 



「안녕~」


「후우카 누나? 들어와도 괜찮아」


「후훗. 오래만이네. 건강히 잘 지냈어?」


「응! 와줘서 기뻐!」



 소년은 미소 지었다. 그 소년은 근무하고 있던 병원에서 우연히 알게 된 아이였다. 특히 몇 번이나 이야기를 나눴던 이 소년과는 사이가 좋았다. 지금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 같았다.



「앗, 왠지 단 냄새가 나네? 과자 가져와 준 거야?」


「어머, 잘도 알아챘네. 오늘은 고양이 모양 쿠키를 가져왔어」


「헤헷. 눈이 보이지 않는 만큼 코랑 귀는 많이 발달해 있어. 지금은 어느 간호사 누나가 왔는지도 냄새로 아는 때가 있는걸!」


「정말이지……」



 간호사는 무심코 딴지를 건다. 후우카도 그 모습을 미소 지으며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소년이 스스로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말했다는 것에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후우카가 이 소년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껴왔던 고통이었다. 본인이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면 좋은 걸지도 모른다. 다만 후우카에게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이 강한 척을 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앗. 나 있잖아, 어제 후우카 누나가 나오는 프로그램 들었어!」


「에…? 그건……으음…저기……」



 후우카는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아이들한테 별로 인기가 있을만한 게 아닐텐데.



「후우카 누나, 엄청 즐거운 듯 했어」


「그, 그렇지? 나, 매우 즐겁게 했으니까」


「하지만, 조금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도 냈었지……」



 소년은 약간 장난스러워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윽……」



 소년이 알고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후우카한테 데미지를 주기에는 충분했다. 이것도 전부 아무개씨의 탓이라고 후우카는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후우카 누나는 그 밖에도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거나 하잖아?」


「응. 굳이 말하면 그 쪽이 메인……이라고 생각하고 싶어」


「춤은 모르지만, 나도 언젠가 후우카 누나가 출연하는 스테이지에 가보고 싶은데……」



 소년은 뭔가를 상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새하얀 병실이 아닌 어딘가를.



「……그렇네. 언젠가, 초대해주고 싶어……」



 후우카는 라이브 회장이라는 장소에 대해 알고 있다. 가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년에게 있어 위험이 큰 것도 사실이었다.



「미안, 슬퍼하게 만들어서」



 후우카의 음색을 읽어낸 건지, 소년은 그렇게 말했다. 



「아니, 전혀 그렇지 않아……」


「알고 있어. 나는 그런 곳에는 못 가는걸」



소년은 그것이 아주 당연한 일인 듯 말했다.



「있잖아, 후우카 누나! 다음에는 라디오에 나와주면 기쁘겠어! 라디오라면 후우카 누나의 목소리를 좀 더 많이 들을 수 있을 테고」



 소년은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응……노력할게, 누나」




 다음날. 사무소는 평소보다 조용했다. 사무소에 사람이 없는 날은 없었지만, 일이 있고 없음에 따라서 사무소의 분위기도 크게 바뀌었다. 때로는 중학교처럼 되었다가, 혹은 파티 회장처럼 되었다가, 또는 진지한 오피스가 되기도 했다. 그 날의 사무소에는 서류를 정리하는 프로듀서와 후우카 밖에 없었다. 후우카는 굳게 결심한 표정으로 프로듀서한테 말을 걸었다. 



「프로듀서씨,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알겠어. 슬슬 섹시 계열이 아닌 일을 하고 싶은 거지?」



 후우카가 다음 말을 꺼내기도 전에 프로듀서는 결론을 내버린다.



「네…?」


「전부 말하지 마. 미안, 다음에는 반드시 준비해 줄 테니까……」


「으으음……그게 아니에요」


「에? 조금 농담을 할 생각이었는데……」


「섹시 계열 일만 하는 건 분명 싫지만요!」



 후우카가 평소처럼 돌아온 것에 만족한 프로듀서는 작업을 멈추고 물었다. 



「장난쳐서 미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줘」



 후우카는 어제 만났던 소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자신이 간호사를 하고 있었던 시절의 이야기도 조금 풀어놓으면서. 이야기를 하는 동안 프로듀서가 훼방을 놓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헤에~, 그런가」


「프로듀서씨, 진지하게 들으셨나요……?」


「아니, 후우카가 간호사였던 시절의 이야기는 그다지 못 들었기 때문에, 솔직히 관심을 가지고 들었어」


「진짜려나……」



 그렇게 말하자 프로듀서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단 한 번의 인연일지도 모르는데, 그 소년을 돌보고 싶어진 건 후우카답다고 생각해」


「그, 그런가요……에헤헤」



 후우카는 상대방이 갑자기 칭찬하는 것에 약했다. 하지만 프로듀서가 진지해진 건, 그 뒷말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후우카는 나한테 그걸 전해 뭘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건……」


「나한테 말했다는 건 뭔가 해줬으면 한다는 거겠지?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말해봐」



 프로듀서는 상냥하게 말했다. 아까 스스로 말하자고 결심했는데.



「제가 생각하고 있는 건, 병원에서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병원에서라니……설마 라이브라도 할 생각이야!?」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제가 생각하고 있는 건……학예회 같은 것이라……」




 후우카는 자기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전부 이야기했다. 대부분이 기세만으로 얼렁뚱땅 생각한 거라 정말 말해도 괜찮은가 싶었지만, 프로듀서는 아까와 다르게 조용히 맞장구를 치며 들어주었다. 후우카가 대충 말을 다하자, 프로듀서는 턱에 손을 괴며 중얼거렸다.



「과연……그런 기획인가……」



 후우카는 기획이라는 말에 반응해버리고 말았다.



「역시 기획이 되어버리죠……」


「응? 무슨 의미야?」


「저기……너무 크게 다루어지면, TV에서 취재를 하러 오거나 해서……아이들은 자신들을 촬영하는 걸 싫어할 거라 생각하는데……이, 이건 저의 제멋대로인 생각이므로 신경 쓰지 마세요」


「딱히 나쁜 일을 하는 건 아니야」



 프로듀서가 하는 말은 지당하다고 후우카는 생각했지만, 이 상황까지 왔으면 말하고 싶은 건 전부 말하자고 결심했다.



「저……지금은 섹시 계열 일을 하고 있어서……그건 별로 나쁘지 않다고, 한 8……70% 쯤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런 제가 지금, 아이들이 있는 병원에 가게 된다면……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싶어서……」



 후우카의 머릿속에서 많은 불안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저는, 아이들을 제 이, 이미지 때문에……」


「후우카, 이제 됐어」



 후우카가 전부 말하기 전에, 프로듀서가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얼마동안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후우카도 그저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카, 그 병원의 연락처를 가르쳐 주지 않을래?」


「에?……아, 네……으음, 이거에요」



 연락처가 쓰인 종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나서, 프로듀서는 다시 후우카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될지는, 될 수 있는 한 가까운 시일 내에 보고 할 테니 기다려줘」



 프로듀서는 책상에서 일어서 그 말을 남기고는 사무소에서 나갔다. 프로듀서가 갑자기 움직인 것에 놀란 후우카는, 얼마 동안 프로듀서가 나가버린 사무소의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일이 있은 뒤 며칠 후, 사태는 후우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빨리 진행되었다. 



「후우카, 전에 이야기 했던 그거 말인데……」



프로듀서는 조금 뜸을 들이며 말했다. 



「이번에는 자원봉사 활동으로서 병원을 방문하게 됐어」


「자, 자원봉사……!?」



 후우카로서는 통과되었다는 것에 놀랄 뿐이었다. 사무소 사정을 생각지 않았던 것도 있었지만, 병원 측의 형편도 전혀 생각하지 않고 기세만으로 말해버렸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응. 그러니까 급료는 나오지 않지만」


「그, 그건 상관없어요! 하, 하지만……」


「다만…자료를 남기는 차원에서 사진 촬영은 하도록 하겠어」


「사, 사진……」


「참고로 카메라맨은 나야. 나 빼고는 취재자가 일절 없어……것보다 어디에도 말할 생각은 없으니까. 말한다고 해도 사후 보고 정도겠지」


「프, 프로듀서씨……!」


「앗, 내가 찍는 사진도 어디까지나 활동기록으로서 내가 개인적으로 찍어두는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줘」


「감사합니다!」



 후우카는 프로듀서의 손을 잡고 말했다. 



「으, 응.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행사 내용은 너한테 맡기게 되는데 괜찮아?」



 후우카가 기뻐하는 모습에 쩔쩔매며 프로듀서는 말했다.



「저기……혹시, 전에 급히 나간 것은 이걸 위해 여러 가지로……」



 후우카가 이야기를 시작한 찰나, 프로듀서는 후우카의 말을 끊고 말했다.



「그리고……맡긴다고 했지만 후우카 혼자서 하는 것도 힘들 것 같으니, 스케줄이 빈 아이돌한테 이야기를 했어」


「에에? 그, 그렇게까지. 다른 사람들한테 폐를 끼칠지도 모르는데……」


「아니에요, 후우카씨!」



 어딘가에 숨어 있었는지 구석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카스가 미라이가 말했다. 가나하 히비키와 요코야마 나오, 모치즈키 안나도 같이 있었다. 



「미라이!? 거기다 히비키랑 안나, 나오까지!」


「본인들에게 상담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맞데이. 서운하데이!」


「후우카씨가 곤란에 빠져있다면……안나, 협력할 거야」


「애들아……」



 네 사람의 따뜻한 말에 후우카는 무심코 눈물지었다.



「일 스케줄 때문에 올 수 없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들 후우카한테 협력하고 싶어했어」


「내 고집을 위해……」


「그렇지 않아. 평소 후우카가 사람들을 상냥하게 대해주고 있으니, 다들 그렇게 말해주는 거야」



 히비키가 그렇게 말했다.



「프로듀서씨, 정말로 감사합니다! 으으음……」


「후우카. 미안하지만 나도 다른 일이 쌓여 있어. 나머지는 맡겨도 괜찮을까?」



 프로듀서는 조금 안달내고 있었다. 후우카는 역시 지난 며칠 동안 프로듀서가 움직여주었다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다면 후우카를 한 번 놀릴만한 시간은 있었을 테니까.



「네, 맡겨주세요!」



 후우카는 힘주어 말했다.




 기획에 대한 작전회의가 시작되었다. 프로듀서도 멤버를 모으고 대략적인 내용만을 전하는데 그쳤던 모양. 멤버를 보며 나오는 말했다.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초반 극장 공연 멤버가 모였는걸」


「그렇다는 건 리더는 본인으로 결정이네!」


「아니요, 히비키씨. 저도 리더로서 사람들을 이끌어왔으니까, 제가 리더를 하겠어요!」



 히비키랑 미라이가 리더 논쟁을 시작하려고 하자 안나가 말했다. 



「이번에는……후우카씨가, 리더로서 적격이라고……생각하는데?」


「에에!? 내가 리더!?」


「아까운데……한 번만 더 했으면 전통적인 개그의 흐름으로 흘러갔을 텐데……」


「…? 안나, 해서는 안 되는 일…했어?」



 분하다는 듯 주먹을 쥐는 나오에게 의문을 가지는 안나였지만, 후우카로서는 그럴 경황이 아니었다. 그러자 미라이랑 히비키도 납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안나가 말하는 대로야! 이번에는 후우카씨가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후우카! 곤란한 일이 있으면 뭐든 본인에게 물어도 괜찮아! 왜냐하면 본인은……」


「완벽하니까……겠지?」


「우~, 대사를 가로채는 건 비겁해~!」



 이 기획은 후우카가 제안한 것이었다. 지금은 자신이 리더에 적합한지 아닌지 따지고 있을 경우가 아니라고 후우카는 생각했다. 굳게 결심한 후우카는 말했다. 



「알겠어요! 이번에 리더를 맡게 된 토요카와 후우카에요! 잘 부탁드려요」



 후우카가 다시 한 번 인사를 하자 다른 사람들은 멍해지고 말았다. 알 수 없는 침묵을 참지 못한 나오가 입을 열었다.



「갑자기 자기소개를 하면 깜짝 놀란다 아이가!」



 나오의 딴지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동료가 있으면 분위기를 이렇게 만들어준다. 후우카는 그것에 감사하다고 느꼈다.



「이번 기획에서는 미니 라이브를 한 후, 아이들과 접촉하려는 흐름으로 하려고 생각합니다」



후우카가 대략의 흐름을 설명한다.



「미니라이브에서는 기본적으로 음원을 틀어 노래하고, 거기에 약간의 움직임을 더한다는 느낌으로……곡은 아이돌로서의 곡이랑 아이들을 위한 노래도 부르고 싶은데……」


「오오! 그럼 오키나와 민요 같은 거 어때?」



 히비키가 의견을 낸다.



「그렇게 했다가 아이들이 모르면 우짤끼고?」


「아니, 좋을지도 몰라……민요라면 아이들도 듣기 쉬울 테고……히비키, 몇 곡 생각해 놓을 수 있어?」


「맡겨~!」


「어린이용 노래라면 내가 어릴 적에 불렀던 노래라도 괜찮으려나?」


「응. 미라이도 부를 수 있는 곡을 몇 개 추천해 놓아 줄래?」


「네~에!」



 미라이는 활기차게 대답했다.



「놀이 기획……게임 같은 거, 하는 거야……?」



 안나가 후우카에게 묻는다.



「으~음, 보자. TV 게임은 어려울 테고 뭐가 좋으려나……」


「그럼, 안나 집에 있는……보드 게임을 쓸래……? 안나가 어릴 적에, 자주 가지고 놀았던 거……」


「응응! 그걸 부탁할 수 있을까?」



 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한편 나오는 장식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파티에서 쓸 만한 장식이면 되제? 뭔가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인데」


「응. 나오, 부탁할게. 정말로 너희들이 있어줘서 다행이야……」


「내도 평소에는 후우카한테 신세를 지고 있고, 신경 안 쓰도 된다. 거기다……이렇게 직접 만들어서 이벤트를 하는 느낌, 완전 좋아하고 말이다」



 나오가 말했다. 



「히비키씨, 이거 봐요~. 쨘~, 종이학!」


「겨우 그거 가지고 덤비다니, 미라이! 본인 거는 종이사자야!」



 미라이랑 히비키가 종이접기로 여러 가지를 만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안나도……토끼 만들래……」


「그체? 전부 즐거워 보이제」


「응……나도 열심히 해야지」



 후우카와 동료들은 준비를 착착 해나갔다.



 후우카와 그 동료들의 기획이 다음날로 다가온 밤. 소년은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머? 오늘은 라디오 안 듣니?」



 간호사는 조금 놀라 물었다.



「응. 내일은 후우카 누나가 뭔가 해주는 것 같아! 나는 안 보이니까 모르지만, 저번에 후우카 누나의 지인이 여기에 와서 원장 선생님에게 뭔가 상담했다고 친구가 말해줬어!」



 소년은 흥분한 상태로 이어 말했다.



「그 때 후우카 누나의 이름이 나왔데! 혹시 그 지인은 누나가 자주 이야기하는 프로듀서씨라는 사람이려나……」


「그래그래. 너무 흥분했다가는 잠 못잔다?」


「있잖아, 간호사 누나는 뭔가 알고 있어?」


「후훗. 내일의 즐거움으로 남겨두도록 하자」



 간호사는 소년을 달래면서 불을 껐다. 어두워진 방안에서 소년은 내일 있을 일에 대해 상상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즐거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획날 당일. 병원 큰 객실에 20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5명의 아이돌이 자신들이 만든 장식을 객실 전체에 붙이고 있었다. 오늘은 의상이랑 마이크 없이, 전원이 사복에 앞치마를 걸치고 있었다. 집합이 끝난 것을 보고, 아이돌들은 앞쪽에 나란히 줄섰다. 아이들은 웅성거리고 있었다. 처음으로 후우카가 입을 열었다.



「애들아~. 오늘은 이렇게 모여줘서 고마워~!」


「와아, 후우카 누나다~」


「오늘은 뭘 할 거야~?」


「다른 누나들은 누구?」



 아이들이 가지각색으로 말한다. 후우카는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오늘은 너희들한테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누나들이 재밌는 걸 많이 생각해서 왔어요~」


「즐거운 거?」


「놀아주는 거야~?」


「후후, 그렇네. 그럼 일단은 오늘 같이 놀아 줄 누나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후우카가 재촉하자 아이돌들이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하이사이~! 본인은 가나하 히비키라고 해~! 너희들은 하이사이라는 말을 알고 있니? 흠흠……응, 이건 오키나와 사투리라고 하는 거야. 오키나와는 일본의 끄트머리 구석에……아니지, 아니지. 그건 훗카이도고~!……어쨌든 오늘은 너희들이랑 잔뜩 놀며 즐길 거야~! 자, 다음은 미라이~!」


「안녕하세요. 저는 카스가 미라이라고 해요. 으~음, 좋아하는 건 아이돌로……에? 평범한 자기소개는 안 되나요!? 으~음 그럼……어쨌든 즐거운 하루를 만들도록 하죠!」


「뭐꼬, 그 자기 소개! ……커험. 내는 요코야마 나오라고 합니다. 오, 방금 걸었던 딴지 아는 기가? 나오 누나는 오사카 출신이지만, 오늘은 보케라고 하면 누구한테도 안 지는 멤버가 많으니까, 너희들도 딴지 거는 거 도와주래이~!」


「안나도 보케……? 앗, 모치즈키 안나……에요. 오늘은 OFF 모드라도 괜찮다고 했으니까……이런 느낌……이에요.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과 재밌게 놀면, 비빗하고 될지도……?」


「그리고 다시 한 번 인사드려요. 전 토요카와 후우카라고 해요. 오늘은 히비키, 미라이, 나오, 안나랑 같이 여러분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아이들한테서 박수가 터져나온다. 그 중에서도 소년은 누구보다 크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러자 한 아이가 카메라를 들고 있던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있잖아, 저 사람은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앗, 저 형 저번에 왔던 형이다」


「원장 선생님한테 손발이 닳도록 빌던 사람이다!」



 보고있던 아이들이 떠들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철저히 카메라맨이라는 역할에 집중할 셈이었던 프로듀서였지만, 아이들이 기대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아 참으로 곤혹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러자 후우카가 말했다. 



「후훗, 그렇네요. 이 형도 저랑 같이 노력해준 사람이에요. 자기소개를……부탁할 수 있을까요」



 프로듀서는 말도 안 돼, 나는 아무것도 생각해 놓은 게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이돌의 주목은 집중될 뿐이었다. 



「나……저는 프로듀서라고 합니다. 오늘은 아……누나들이랑 여러분의 사진을 찍는 담당이므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이들은 박수를 쳤다. 평소에 그다지 박수를 받는 입장이 아닌 프로듀서는, 조금 쑥스러운 듯 보였다. 박수가 멈추자 후우카는 말했다. 



「그럼 스테이지를 시작합니다. 처음은……제 노래를 들어주세요」



 소년은 후우카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후우카의 맑은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후우카의 목소리를 몇 번이고 들었던 소년이었지만, 노래하는 목소리를 이렇게 가까이서 들은 적은 처음이었다. 소년은 무언가가 보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객실에 스테이지가 나타나 거기서 노래를 부르는 후우카의 모습이. 소년은 후우카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 목소리와 분위기를 통해 후우카가 미소 지으며 그곳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아이돌을 하고 있을 때의 후우카 누나의 목소리는……즐거워 보여. TV에서 들었을 때랑 똑같아……아니, 그 이상으로……」



 소년은 손장단을 치며 노래를 들었다. 거기에 끌려 다른 아이돌도 손장단을 치기 시작한다. 후우카도 마이크를 들고 있지 않은 만큼, 다른 소리에 지지 않게 큰 목소리로 노래했다.



「후우~……여러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래 부르기를 끝내고 후우카는 말했다. 객석에서 요란한 박수가 터져나왔다. 후우카는 평소라면 더욱 큰 스테이지에서 노래할 때도 있었지만, 오늘 받는 박수는 그 때 받는 박수보다도 크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소년도 같은 마음이었다. 진짜 라이브에서는 이 이상일지도 모르지만, 소년은 그것을 한 번도 느낀 적이 없었다. 



「이게……후우카 누나가 항상……느끼고 있는 거려나」


「감사합니다! 이어서 미라이 누나의 노래…………」

 



 노래 상연이 끝나고, 아이돌들이 각자 준비한 것으로 아이들이랑 놀고 있었다. 후우카는 잠시 밖의 공기를 쐬자고 생각해 객실을 나왔다. 심호흡을 하려고 한 그 순간, 누군가가 뒤에서 목 근처에 손을 댔다. 



「꺄악! 프, 프로듀서씨……!」


「수고했어, 후우카」



 이 사람은 정말로 평소대로라고 생각한 후우카였지만, 오늘은 그렇게 불평을 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이 제멋대로인 기획을, 프로듀서는 이리저리 움직여 실현시켜주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프로듀서씨가 애 같은 장난을 해서 어쩌자는 건가요……」


「하핫. 잠시 휴식이야? 나도 사진 찍으랴, 아이들이랑 놀아주랴 상당히 지쳤어」



 하지만 그 얼굴은 즐거워 보였다. 후우카는 아까 아이들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프로듀서씨, 정말로 감사드려요. 그렇게 열심히 부탁해 주셔서……」


「아니, 원장 선생님이 반대로 나한테 미안해 하더라고. 오히려 해준다고 감사를 받을 정도였어. 감사해야 할 사람은 난데……」


「하지만 그것도 프로듀서씨가 움직여 주셨으니까……」


「원래 후우카 혼자서라도 할 수 있던 일에, 내가 멋대로 끼어든 것뿐이야. 앞으로도 가끔 이런 일은 해도 상관없어. 아이돌이라고 해서, 해서는 안 되는 일도 아니고 말이야」



 프로듀서는 그렇게 말했다. 



「아니요. 저 혼자서는 못했어요. 오늘……그 아이한테 아이돌로서의 저를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해……그러니까 프로듀서씨한테 부탁을 해서……그랬더니 미라이를 비롯한 애들이 협력을 해줘서……정말로 혼자서는 못했어요」



 후우카는 힘주어 그렇게 대답했다.



「아이돌로서……인가」



프로듀서가 뭔가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그 순간,



「후우카 누나!」



 간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소년이 객실에서 나왔다. 후우카 쪽을 보고 방긋 미소 짓고 있었다. 후우카는 소년에게 다가가 말했다. 



「오늘 강연은 어땠어?」


「엄청 끝내줬어. 미라이 누나는 기운이 넘쳤고, 히비키 누나랑 나오 누나는 지금까지 잘 알지 못했던 말을 가르쳐 줬고, 안나 누나는 가끔씩 변신해!」



 소년은 약간 흥분한 듯 말했다. 



「그리고……후우카 누나가 부르는 노래를 여기서 들었어! 역시 후우카 누나의 목소리는 마음이 편해지는구나……나도 다음에는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연습 할게」



 소년의 예상 이상으로 기뻐하는 모습에 후우카는 눈물지었다. 정말로 하기를 잘했다고. 



「친구도 즐거웠데! 또……하는 건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다 같이 누나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싶어!」


「다행이다……다행이다……」


「후우카, 우는 건 나중에 해. 간호사 선생님들이 보고 있어」



 조금 놀리는 듯한 말투로 프로듀서가 말하자, 소년은 그 목소리에 반응했다. 



「혹시 지금, 곁에 프로듀서씨라는 사람이 있어?」



 자신을 불렀다는 것에 프로듀서는 놀랐다. 소년한테 다가가니, 소년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감사합니다. 너무나 즐거웠어요」


「나야말로 고마워. 덕분에 나를 포함해 다들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어」



 그러자 소년은 가볍게 프로듀서에게 얼굴을 가져가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프로듀서가 귀를 기울이자, 소년이 이번에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후우카 누나를 잘 부탁해……」


「으, 응」



 소년이 하는 말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프로듀서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 말에 소년은 만족한 듯 미소 지으며, 이번에는 후우카를 향해 귀를 기울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후우카가 귀를 기울이자, 소년은 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후우카 누나, 프로듀서씨 좋아하는 거야?」


「에에!?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난 잘 모르겠는데?」


「그치만 프로듀서씨랑 이야기 하고 있을 때의 목소리, 평소보다 즐거운 듯이 들렸는데?」



 소년은 장난스러워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이번에는 후우카도 알 수 있었다. 소년이 일부러 이러고 있다고. 



「괜찮아. 프로듀서씨한테는 내가 잘 말해뒀으니까」



 소년은 객실 쪽을 발길을 돌렸다. 



「어린데도 철이 들었구나……」



 프로듀서가 아저씨 같은 말을 하자, 후우카는 이렇게 대답했다. 



「정말로……너무 단단히 들었어요……아무개씨랑 좀 닮은 구석도 있고」


「응? 누구랑 닮은 거야?」



 아무개씨는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니에요……아무것도……자, 돌아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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