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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아이마스

코토리 「마침내 손에 넣었어! 비장의 무기!」3

by 기동포격 2018. 7. 31.

유키호 「안녕하세요~」


마코토 「안녕하세요!」


코토리 「아, 어서오렴. 유키호, 마코토」


유키호 「코토리씨, 혼자 계세요~?」 두리번두리번


코토리 「오늘 예정이 있는 아이돌들은 각자 현장에 가 있고, 프로듀서씨는 외근 도시고 계시는 중. 아마 곧 있으면 돌아오실 거라 생각해」


유키호 「아, 그렇군요. 그럼 오셨을 때 드실 차를 준비해놔야겠네요」 도도도


마코토 「유키호! 땀은 식히고 가!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아, 가버렸다」


코토리 「후훗. 참 지극정성이네」


마코토 「프로듀서가 처음 왔을 때를 생각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네요…그 때는 프로듀서가 쳐다보기만 해도 쩔쩔 맸는데」


코토리 「지금은 프로듀서씨랑 가장 잘 지내는 아이돌 중 한 명이지. 지금 유키호의 모습을 그 때의 유키호한테 가르쳐주면 과연 믿을까…」




마코토 「오늘도 유키호가 달달 볶아서 사무소에 일찍 왔어요. 원래 오후부터 레슨이 있는데」


코토리 「헤에~, 그렇구나」


코토리 「!」


코토리 「그렇다는 건 당분간 시간이 남는다는 소리지?」


마코토 「뭐, 그렇게 되네요」


코토리 「그럼 유키호랑 같이 나를 도와주지 않을래?」


마코토 「상관없어요. 저희들이 할 수 있는 거라면」


코토리 「아니, 너희들밖에 할 수 없는 거야. 5분 뒤에 유키호를 데리고 여자 휴게실로 와줄래?」 벌떡


마코토 「알겠어요」


코토리 「그럼 부탁할게~」 다다닷




유키호 「코토리씨~?」


코토리 「왔구나!」 덥썩


유키호 「꺅!」


코토리 「자자, 어서 이리로」


마코토 「그래서, 저희가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뭔가요?」


코토리 「하루카가 얼마 전에 돌렸던 메일은 봤지?」


마코토 「보기는 했는데…그거 진짜인가요? 사람의 감정을 수치화 할 수 있다니」


코토리 「물론 진짜야. 내가 보장할 수 있어」


유키호 「말로 보장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마코토 「음음, 확실히. 말뿐인 보장을 믿고 그런 수상한 기계를 믿을 수는 없지


코토리 「하여튼 이래서 요즘 것들은…」 소곤


마코토 「네?」


코토리 「오호호. 아무것도 아니란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는 건 어때? 만약 이 기계가 거짓말일 경우 내가 프로듀서씨 집주소를 제공할게」


유키호, 마코토 「!」


코토리 「난 사무원이야. 프로듀서씨 개인 정보는 이미 대부분 꿰뚫고 있어. 프로듀서씨 개인 정보가 우리 사무소 특급 비밀인 것 정도는 알지?」 


코토리 「사장님조차 알지 못하는 프로듀서씨 개인 정보야. 어때? 이 정도면 내 말을 믿을 수 있겠어?」 


유키호, 마코토 「……」 흠


유키호, 마코토 「……」 끄덕


코토리 (쿡쿡. 아직 어리구나, 애들아. 나도 사실 프로듀서씨 집주소 같은 건 몰라. 하지만 이렇게 직위를 이용할 줄 안다는 게 바로 어른이란다)




코토리 「그럼 누구부터 해볼래?」


마코토 「음…어쩔래, 유키호? 먼저 할래?」


유키호 「……」


마코토 「유키호?」


유키호 「으, 응?」


마코토 「왜 그래? 몸이라도 안 좋아?」


유키호 「……」 절레절레


유키호 「몸은 괜찮아. 하지만 내키지가 않아서…」


마코토 「어째서? 유키호도 프로듀서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잖아. 프로듀서의 마음을 알 수 있다면 유키호한테도 나쁜 건 없을 거라 보는데」


마코토 「혹시, 무서운 거야? 수치가 낮게 나올까봐?」


유키호 「아니…」




유키호 「나는 프로듀서가 나한테 호감을 얼마나 가지고 있든지 상관없어. 프로듀서가 나를 이끌어주고, 내가 끓인 차를 드셔주시고, 그리고 맛있다며 미소를 보여주시면 난 그것만으로도 행복해」


유키호 「내가 내키지 않는 이유는…이 장치는 사람의 마음을 엿보는 장치잖아? 사람이 가진 것 중 가장 은밀하면서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을 보여주는 장치」


유키호 「주인인 프로듀서의 허락도 없이, 타인인 우리가 마음대로 프로듀서의 마음을 엿보아도 괜찮은 걸까?」


유키호 「난 그게 꺼림칙하고 내키지 않아」


마코토 「유키호…」


코토리 「……」 부들부들


마코토 「코토리씨?」


코토리 「…뭐야, 그게. 부끄럽잖아」


코토리 「난 처음부터 그런 건 신경도 안 썼었는데…생각해보니 그렇네…이건 도촬이나 마찬가지…아니…죄질이 더 나빠…」


코토리 「난 글러먹은 어른이야!」 으아앙


마코토 「아니, 이제와서 뭘…」


코토리 「하아?」 찌릿


마코토 「윽」 움찔




달칵



시즈카 「역시 유키호씨네요」


시호 「겨우 그 정도로 죄책감이라니…」


유키호 「시즈카, 시호…」


코토리 (하루카랑 치하야, 미키가 쳐들어왔을 때도 그렇고, 이 휴게실 벽은 얼마나 얇은 거야?) 


시즈카 「역시 제가 존경하는 분 중 한 분이세요. 치하야씨와 더불어 이곳에서 가장 정상적인 정신세계를 가지신 분…」


유키호 「으, 응?」


시즈카 「그런 거에 일일이 죄책감을 가지실 필요는 없어요. 그거 아세요? 지금 프로듀서가 쓰는 책상에는 수많은 도청기가 설치되었다가 경쟁자에게 제거되고 있고, 컴퓨터는 실시간으로 해킹당하고 있으며, 프로듀서 몸에는 온갖 발신기가 설치되어 있어요」


시즈카 「이미 프로듀서한테는 사생활이라는 게 없어요. 그러니 유키호씨 혼자 그렇게 죄책감을 가지실 필요 없어요」


유키호 「에, 에?」




시호 「코토리씨, 그 안경 여기로 넘겨주세요」


코토리 「응? 아, 그래」


시호 「시즈카, 그 쪽 잡아」 꽈악


시즈카 「오케이」 꽈악


유키호 「어? 어어?」 


시호 「유키호씨, 동료들이 왜 소중한지 아세요?」


시호 「그건 바로 동료가 망설이고 있을 때 등을 밀어주는 존재니까 그런 거예요」


유키호 「자, 잠깐만!」 질질질



벌컥




마코토 「……」


코토리 「……」


마코토 「대체 뭐였죠?」


코토리 「글쎄…」




시호 「자, 이 문 너머에 프로듀서씨가 계세요」


시즈카 「저희들이 프로듀서 차를 타고 왔거든요. 아마 지금쯤 땀을 식히고 계시지 않을까요?」


시호 「자, 이 안경을 쓰시고」 쓰윽


시즈카 「얼른 가서 프로듀서한테 원기를 보충해주세요. 오늘 외근을 하느라 많이 힘들었거든요」 달칵


시호 「행운을 빌게요」 툭


유키호 「자, 잠깐만. 꺅!」 휘청





시호 「후우, 오늘도 좋은 일을 했네」


시즈카 「그런데 라이벌이 될지도 모르는 존재한테 이렇게 도움을 줘도 되는 거야? 더군다나 유키호씨라면 아주 강력한 라이벌이 될지도 모르는데. 유키호씨가 지금 같이 어중간한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나오면 어떻게 하려고?」


시호 「뭐야, 시즈카. 그런 어쭙잖은 각오로 프로듀서씨 쟁탈전에 끼어든 거야? 하긴 그 납작한 가슴을 보다보면 그런 걱정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시즈카 「호오~?」 빠직


시호 「우린 라이벌이기 전에 765 프로덕션 동료들이야. 동료가 망설이고 있는데 등을 밀어주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지」


시호 「그리고 난 라이벌이 얼마가 됐든 프로듀서씨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 한 두 명 늘어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 게다가…」


시즈카 「게다가?」


시호 「게임은 공평해야 재밌는 법이잖아? 하루카씨가 왜 굳이 메일로 그 장치가 있다는 걸 모두에게 알렸을까? 처음에 그 장치를 발견했을 때 코토리씨와 더불어 자신만 써먹었으면 아주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을지도 모르는데」


시즈카 「헤에~. 네가 방금 말한 동료 정신과 공평함을 하루카씨 또한 가지고 있다?」


시호 「그리고 나처럼 지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도 가지고 있겠지. 그 사람은 그렇게 보여도 이곳 765 프로덕션의 동료 정신을 확립한 사람이야. 이미 그렇게 강력한 적과 대치하고 있는데 한 명 더 늘어난다고 그렇게 심각한 일이겠어?」


시즈카 「무서운 사람이네, 하루카씨. 과연 치하야씨의 단짝」


시호 「우연으로 그랬는지, 확신을 가지고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하루카씨를 리더로 삼은 건 프로듀서씨의 절묘한 한 수였어」


시즈카 「…어당리」 소곤


시호 「뭐야, 시즈카. 오랜만에 한 번 싸우자는 거야?」 싱긋


시즈카 「어머, 저는 그냥 단어 하나를 말했을 뿐인데 왜 그렇게 과민반응을 하시는지?」 싱긋


시호, 시즈카 「……」




P 「후, 더워라」 팔락팔락



벌컥



유키호 「꺅!」 휘청





P 「유키호?」


유키호 「아,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허둥지둥


P 「일정은 오후부터 있텐데 이미 와 있었구나. 항상 일찍 오네. 아즈사가 널 본받으면 참 좋을 텐데, 하하」


유키호 「아, 아즈사씨도 늦고 싶어서 늦는 게 아니니까요」 


P 「그건 그렇지」


유키호「 으, 으음」 안절부절


P 「왜 그래?」


유키호 「아,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프로듀서, 지금부터 차를 내고자 하는데 괜찮을까요?」


P 「나야 언제든 환영이지」


유키호 「그럼 평소 같이 소파에 앉아 기다려주세요」


P 「그래」




나는 넥타이를 살짝 풀고 소파에 앉는 프로듀서를 힐끗 쳐다보며 탕비실로 들어갔다. 시호가 내 얼굴에 씌운 안경을 만져본다. 아까 휴게실에서는 이것을 쓴다는 게 내키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시호랑 시즈카도 나를 도와주기 위해 그런 행동을 취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는 걸까?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가장 구석에 있는 서랍에 꽂아넣었다. 탕비실은 오롯이 일부 아이돌들만의 공간. 그렇기에 이곳을 자주 이용하는 아이돌들의 개인 공간이 당연하다는 듯이 있었다. 서랍에 있던 것을 쟁반에 하나씩 옮겨놓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소중하게. 깨지기라도 하면 난 아주 슬플 테니.


쟁반을 들고 사무실로 향한다. 프로듀서가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프로듀서가 저런 행동을 취하면 고민이 있다는 뜻이었다. 이벤트 기획이 잘 안 풀리기라도 하는 걸까?



「준비 다 됐어요」



그 말에 프로듀서가 날 쳐다 보았다. 시선을 느끼며 테이블에 쟁반과 포트를 놔둔다.



「그럼 시작할게요」



포트에 주전자를 올려놓고 스위치를 켰다. 사무소에서는 화기가 금지되어 있기에, 불로 물을 끓이지 못했다. 그것이 항상 안타까웠다. 맛에도 차이가 있지만 그 특유의 풍치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포트를 켜놓고 쟁반에서 다완과 챠코시, 차선을 테이블로 옮겨 놓고 그것들을 지긋히 바라본다.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작년 생일에 프로듀서가 사준 소중한 다도구들. 이 다도구들은 오로지 프로듀서에게 차를 끓여줄 때만 사용하고 있었다. 단짝인 마코토를 위해서도 써본 적이 없는, 나와 프로듀서의 관계를 상징하는 보물이었다. 


포트에서 물 끓는 소리와 함께 김이 솟아오르자 스위치를 끄고 들어서 다완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프로듀서를 힐끗 쳐다보니 나를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아마도 전에 차를 끓이다 화상을 입은 것 때문에 그러하리라.  


물을 부은 뒤 다완 옆에 놔둔 차선을 들어 물을 휘젓는다. 차선을 부드럽게 풀어주기 위해 몇 번 휘저으며 튕기듯 적셔준다. 작업을 끝낸 뒤 차선을 푼 물은 다른 그릇에 붓고 다완을 다건으로 깨끗이 닦았다. 물 한 방울 남아있지 않게 정성스레.


말차시로 가루를 떠 챠코시에 넣고는 헤라로 눌러 거른다. 프로듀서는 헤라가 챠코시에 스치며 들리는 소리가 기분 좋은지, 눈을 감고 소파에 등을 기댄 자세로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프로듀서를 곁눈질 하며 손에 힘을 더욱 주었다. 다완에 고운 가루가 어느 정도 쌓이자 그 위에 온수를 부었다. 그리고는 차선을 들어 다완에 담긴 가루와 물을 휘젓기 시작했다.  


프로듀서가 옛날에 말한 적이 있었다. 자신은 이 과정을 제일 좋아한다고. 돌아가신 할머니가 옛날에 다도를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었다. 그 말을 들은 후 사무소에 아무도 없는 날이면 이렇게 차를 끓이게 되었다. 소심한 자신이 프로듀서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이 정도 밖에 없으니까.


거품이 일자 차선을 내려놓는다. 차의 완성. 그리고 나와 프로듀서의 특별한 시간도 끝이었다. 

 



유키호 「드세요」 쓰윽


P 「고마워」


P 「……」 후루룩


P 「……」


P 「응, 역시 맛있어」


유키호 「후훗」


유키호 (죄송해요, 프로듀서)


유키호 (전 이제부터 당신의 허락도 없이 당신을 들여다 볼 거예요)


유키호 (그 차로 용서받을 수는 없겠지만)


유키호 (그래도 죄책감을 조금은 덜 수 있다면)


유키호 「……」 달칵



호감도 : 51



유키호 「아…」


유키호 「……」 후우


P 「유키호?」


유키호 「아무것도 아니에요. 네」 방긋




코토리 「51…」


시호 「왠지 유키호씨 태도 같은 숫자네」


시즈카 「어쩌면 유키호씨가 바란 숫자일지도. 더도 말고 현상유지」


유키호 「안심이 되기도 하고, 아쉬운 것 같기도 하고…」


유키호 「하지만 앞으로도 프로듀서 얼굴은 볼 수 있을 것 같아」


유키호 「그런데 애들아? 너희들 얼굴이 왜 그래?」


시호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시즈카 「잠시 건방진 고양이를 혼내줬을 뿐이니까요」


시호 「누가 누굴 혼냈다고? 반죽처럼 납작한 빈유씨?」


시즈카 「진 건 사실이잖아?」


시호 「국어 공부부터 먼저 하고 와야겠네, 시즈카. 진다는 개념을 잘못 알고 있는데?」


시호, 시즈카 「……」 


마코토 「애들아, 진정해! 둘 다 손톱 세우지 말고!」




코토리 「뭐, 저기는 놔두고 51이 나온 이유를 한 번 볼까」


코토리 「꾸욱」 달칵



P → 유키호


막 입사했을 때 남성공포증 때문에 날 피하던 것과 달리, 이제 스스로 나한테 다가오는 때도 많다. 남성공포증이라는 그늘에 가려져 있던 매력도 빛나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유키호가 끓여주는 차는 내가 회사생활을 하는데 있어 오아시스나 다름없다.


다만 어제도 집 앞에 검은 차가 서 있었다. 분명 몰래 이사를 하고 집주소도 숨기고 있는데 어떻게 알아냈는지 모를 일이다. 아무래도 유키호네 집안은 내가 유키호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 탐탁지 않은 모양이다. 유키호를 피하는 편이 좋을까?



코토리 「검은 차…」


코토리 「유키호, 짐작 가는 부분 있어?」


유키호 「……」


유키호 「저 볼일이 생겨 먼저 가보겠습니다. 마코토, 트레이너한테 급한 일 때문에 먼저 돌아갔다고 이야기 해줄래? 프로듀서한테는 내가 가면서 이야기 해놓을게」


마코토 「으, 응? 그래」


유키호 「그럼 먼저 실례할게요」



달칵




코토리 「굉장히 험판 표정이었지…」


마코토 「전 유키호가 그런 표정 짓는 거 처음 봤어요」


코토리 「아무래도 집안이 집안이다 보니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일도 많은가보네」


마코토 「괜찮으려나…」


마코토 「……」


마코토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벌떡


코토리 「마코토?」


마코토 「코토리씨, 저도 먼저 가볼게요. 유키호가 걱정돼요」


마코토 「프로듀서한테 이야기 좀 해주세요!」 다다닷



벌컥




코토리 「가버렸다…」




코토리 「그럼 다음 차례는…」 힐끗


시호 「저희인가요」


시즈카 「드디어 이 순간이 찾아왔군요」


코토리 「아하하…」 삐질


코토리 「그래서 순서는 어떻게?」


시즈카 「저는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이 있어서 시호한테 순서를 넘길게요. 아까 차를 타고 올 때 점심으로 우동을 만들어 드린다고 했거든요」


시즈카 「그러니 코토리씨, 그것 좀 주세요」


코토리 「응. 자, 조리실 열쇠」 부스럭부스럭


코토리 「불 조심해서 쓰도록 해. 원래 사무소를 비롯한 시어터 안에서는 화기 금지인데, 몰래 쓰고 있는 것이니」


시즈카 「걱정마세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시호는 수치가 높게 나왔으면 좋겠네」 싱긋


시호 「걱정 안 해도 그럴 테니 자기 걱정이나 하는 게 어때?」 싱긋


시호, 시즈카 「……」


코토리 「하와와」




시호 「프로듀서씨」


P 「시호잖아. 땀은 좀 식혔어?」


시호 「네, 샤워까지 했어요. 오늘은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P 「뭐, 당연히 해야 했을 일이니까」


시호 「저기…프로듀서씨, 부탁이 있습니다만」


P 「부탁? 뭔데? 어차피 지금 우동을 기다리는 중이라 한가하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도와줄게」


시호 「연기 연습을 도와주셨으면 해요」


P 「아, 그건가…그 정도면 뭐」


시호 「감사합니다」


P 「그래서 주제는?」


시호 「아버지와 딸이에요」


P 「이거 또 쉬워 보이면서 난감한 걸 들고 왔군」


시호 「그 편이 재미있으니까요」 


P 「좋아, 그럼 시작해볼까!」




P 「다녀왔습니다~」


시호 「어서오세요, 아빠. 엄마가 부엌에서 저녁을 하고 계시는 중이에요. 가방이랑 옷, 이리주세요」


P 「오, 고마워. 그럼 아빠는 엄마한테 인사하고 올 테니 방에다 갖다놔줘」


시호 「맡겨주세요」



P 「후우~」


시호 「……」


P 「응? 시호? 아직도 안방에 있었니?」


시호 「…아빠, 아까 엄마하고 이야기 하실 때 들었는데 이번 주말에도 출근해야 한다는 게 사실이에요?」


P 「으, 응. 유감스럽게도 그렇단다…」


시호 「이번 주말에 저랑 그림책을 사러간다고 했잖아요…」


P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거든. 시호도 어른이 되면 알 거야. 사회생활이 이렇다는 걸」


시호 「흥. 맨날 저보고 약속을 어기면 안 된다고 해놓고는 아빠가 어기시네요. 거기다 어른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최악」


P 「하하…할 말이 없네」




시호 「흥!」 휙


P 「우리 공주님이 단단히 삐지셨구나. 어떻게 하면 풀릴려나」


시호 「……」 


시호 「……」 도도돗


시호 「영차」 풀썩


P 「시호?」


시호 「……」 콕콕


P 「뺨?」


시호 「여기다 뽀뽀해 주시면 용서해 드릴게요


P 「시호?」


시호 「단순한 연기예요, 프로듀서씨. 아버지가 딸한테 뽀뽀하는 건 평범한 일이잖아요?」


P 「우리는 프로듀서랑 아이돌이다만?」


시호 「아니요. 지금은 아버지와 딸이에요. 연기를 하는 중이니까요」


P 「그런 억지가 어디에…」




시호 「……」 콕콕


P 「……」


시호 「시즈카가 오기 전에」 물끄러미


P 「…예이예이」


시호 「눈 감고 해주세요」


P 「깐깐하신 딸이네요. 알겠습니다」


P 「……」 쓰윽


시호 「……」 달칵 



호감도 : 78



P 「쪽」


시호 「오늘은 이걸로 용서해 드릴게요. 대신 다음에는 꼭 같이 가는 거예요!」


P 「그래, 약속 꼭 지킬게」




시호 「후우. 오늘은 이쯤에서 끝낼까요」


P 「좋은 연기였어. 실력이 나날이 늘어가는 것 같네」


시호 「프로듀서씨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 꾸벅


P 「나야 뭐, 그냥 어울려 주는 것뿐인데」


시호 「아니요.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도 프로듀서씨 앞 뿐이니까요」


시호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우동 맛있게 드세요」


P 「시호도 같이 먹지?」


시호 「그 시간은 시즈카와 프로듀서씨의 시간이니까요. 제가 방해를 할 수는 없어요」


P 「…너희들은 가끔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그 얼굴도 시즈카랑 싸워서 그런 거지?」


시호 「비밀입니다」


P 「예이예이」


시호 「후훗.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코토리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네」


시호 「명분이 필요했으니까요. 에어컨 때문에 문은 닫혀 있어 몰래 찍을 수도 없었으니」


코토리 「그래서, 수치는?」


시호 「78. 상당한 고득점이네요」


코토리 「……」 추욱


시호 「코토리씨, 힘내세요…」


코토리 「코토리쨩 안 침울하거든! 아직 괜찮거든!」 


코토리 「그래서 이유는…」 훌쩍



P → 시호


독선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초기와는 달리 지금은 나한테 의지도 해주고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고 있다. 독설은 여전하지만 이제 그 속에 담긴 뜻까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이 아이는 앞으로 분명 거물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이 아이의 곁에서 그 성장을 볼 수 있으면 좋으려만…



시호 「뭐, 당연한 평가입니다만」


시호 「요즘 제가 말을 거칠게 해도 실실 웃어넘기던 건 이런 연유였나요」


코토리 「나도 컨셉을 바꿔야 할까?」 추욱


시호 (불쌍한 사람. 나이부터 시작해 모든 조건이 자기한테 유리한데도 불구하고 그걸 이용하지 못하고 있으니…)


시호 「아, 시즈카한테 안경을 갖다 줘야지. 다녀올게요」


코토리 「……」


시호 「반응이 없다. 이미 시체인 듯 하다」




똑똑



P 「들어와」


시즈카 「점심을 가져왔어요, 프로듀서」


P 「오오, 기다렸어. 오늘 아무것도 못 먹었거든」


시즈카 「네, 아까 차에서도 그렇게 말씀하셨죠. 그래서 오늘은 좀 특별한 우동을 준비했어요」


시즈카 「이거예요」


P 「흠? 그냥 보기에는 아무 건더기도 없는 우동인데?


시즈카 「명나라 풍 탕면이에요」


P 「며, 명나라 풍? 중국식이 아니라?」


시즈카 「일단 참고로 한 책에 그렇게 쓰여 있었으니까요」


시즈카 「한 번 드셔보세요」


P 「뭐, 시즈카 네 실력을 생각하면 분명 맛있겠지만…잘 먹겠습니다」 후루룩


P 「음!」


P 「보기에는 그냥 국물이랑 면뿐인데 이렇게 맛있다니…」



P 「면이 정말 가늘고 탱탱한데? 어떻게 한 거야?」


시즈카 「면이 찰진 건 달걀을 넣었기 때문이에요」


P 「국물도 왠지 친근한 맛이고」


시즈카 「국물은 집에서 꿩고기랑 찐전복, 말린 생선, 버섯, 파를 넣고 푹 끓인 걸 가져왔어요」


P 「꿩이랑 전복!? 전복은 그렇다 치더라도 꿩고기는 대체 어디서?」


시즈카 「세리카한테 부탁했어요. 프로듀서를 위해 요리하는데 쓰겠다고 하니 다음날 바로 구해주더라고요」


시즈카 「요즘 일이 많아 힘드신 것 같은데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이런 거 밖에 없어요. 날도 더운데 몸조심 하세요. 항상 감사합니다」 방긋


P 「……」


P 「……」 훌쩍


시즈카 「프로듀서!?」 움찔


P 「아니, 눈에 뭐가 들어갔나봐…」 쓱쓱


P 「맛있어. 정말 맛있어」 후루룩


시즈카 「후훗」 


시즈카 (그럼 이때) 달칵



호감도 : 78



P 「한 그릇 더!」


시즈카 「네!」




시호 「……」


시즈카 「……」


시호 「과연 내가 인정한 라이벌이네. 만만치 않아」 호감도 : 78


시즈카 「시호 너야말로」 호감도 : 78


시호 「그럼 이유는…」



P → 시즈카


처음에는 치하야 MK2인 줄 알았으나 치하야랑은 또 달랐다. 완벽성을 추구하는 그 성향과 자신한테도 엄격한 그 성격은 765 프로덕션에 또다른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요즘은 그 단단하던 성격도 많이 풀린 것 같아 대하기가 쉬워졌다. 시호와 좋은 콤비가 될 것 같다.



시호 「…너무 고평가 아냐? 완벽성을 추구하는 성향과 자신한테도 엄격한 성격이라니? 대체 그런 게 어딨다고? 거기다 나랑 좋은 콤비가 될 것 같다니? 혹시 더위를 드셨나?」


시즈카 「역시 프로듀서라는 거지. 시호 너는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걸?」


시호 「헤에~. 그건 그렇고 우동이 이유에 안 들어가 있네」


시즈카 「뭐든지 우동으로 엮으려는 건 좀 그만두지?」


시호 「이번에도 우동으로 호감도를 올리려고 했으면서? 그건 그렇고 무승부라니…딱 우리 같은 결과일지도 모르겠네」


시즈카 「그래. 얼마나 악연으로 엮인 건지 무서울 정도야」


시호 「그래서, 오늘 저녁은 어쩔 건데?」


시즈카 「프로듀서한테 말해뒀어. 오늘 시호가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거라고」


시호 「하아? 왜 마음대로 그런 걸 정해놓는 건데?」


시즈카 「싫다면 우리 집으로 초대하고」


시호 「싫다는 말은 한 마디도 안 했거든?」 


시즈카 「그럼 오후 레슨이 끝나면 같이 장을 보면 되겠네」


시호 「메뉴는 내가 정해. 일일이 간섭하려 들지 마」



달칵




코토리 「……」


코토리 「……」


코토리 「……」


코토리 「……」


코토리 「……」


코토리 「……」 훌쩍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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