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비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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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끝까지 줄곧 이어져 있는 벚꽃길. 바로 요전 날, 사무소 사람들이랑 여기에서 꽃놀이를 하며 즐겼던 직후. 하지만 오늘은 프로듀서씨랑 단 둘. 겨우 얻을 수 있었던 휴일에 프로듀서씨를 데리고 한 번 더 꽃을 보러 왔다.
「아름다운 거예요, 프로듀서씨」
내가 말하자 프로듀서씨는 그렇다면서 짧게 중얼거렸다.
바람이 갑자기 강하게 불어 벚꽃 잎들이 춤추기 시작한다.
「내일은 비가 온다고 했던가. 꽤나 떨어져버리겠지」
「정말인가요? 공주, 쓸쓸한 거예요」
벚꽃과 벚꽃 사이를 걸으면서, 팔랑거리며 공중을 떠다니는 꽃잎을 눈으로 뒤쫓는다.
그러고 보니 꽃잎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시험삼아 손을 뻗어본다. 하지만 꽃잎은 손바닥에 올라타는 일 없이, 땅을 향해 천천히 떨어져갔다.
「그런데 날씨 한 번 참 좋은걸」
프로듀서씨가 크게 기지개를 폈다.
봄날씨가 기분 좋다. 벚꽃도 기분 좋은 듯 만발해 있다.
「가끔은 이렇게 산책하는 것도 좋은데」
「그런 거예요. 느긋하게, 산책하는 거예요」
내가 그리 말하자, 프로듀서씨는 웃음을 터뜨렸다.
「왜 그러시는 건가요?」
「아니, 사생활에서도 그 말투를 쓰는구나 싶어서」
「호?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마츠리는 항상 이런 거예요……그렇죠?」
「그렇네. 항상 그래」
프로듀서씨가 웃기다는 듯 웃는다. 조금 화가 났지만 어째서인지 나도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건 분명 봄이기 때문에. 마음까지 온화하게 만드는 계절. 그것이 봄인 거다.
「저기, 프로듀서씨」
「왜?」
「마츠리, 요즘 들어서는 즐거운 일 투성이인 거예요」
「헤에, 그거 다행인걸」
「프로듀서씨도 즐거우세요?」
「응, 즐거워」
프로듀서씨의 온화한 얼굴 표정을 보니 절로 기뻐진다.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왠지 모르게 얼굴을 돌려버렸다. 만개한 벛꽃 나무에 시선이 머물고, 무심코 멈추어 버린다. 눈길을 빼앗길 정도로 아름다운 벚꽃들.
아이돌을 시작하고 나서 오랜 기간이 지났다. 스케줄장이 새하얗던 그 무렵이 거짓말 같이 느껴질 정도로, 지금은 스케줄장이 새까맣게 메워져있다. 지금 이 휴일도 정월 이후 처음. 고통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꿈꾸던 나날이다. 매일매일이 즐거워서, 내일이 빨리 오지 않나 목이 빠질 지경이다.
하지만 괴로울 때도 있다. 구역질이 난다고 듣거나, 바보 취급 당하거나. 나 또한 인간이다. 매정한 말을 들으면 상처받고, 앞으로 미래가 어찌될지 불안해 한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도망치지 않고 견뎌 온 것은, 곁에서 나를 떠받쳐 준 사람이 있으니까.
프로듀서씨. 나의 기사님. 항상 내 곁에 있어주었다. 그것은 내가 아이돌이기에 그런 것일 뿐,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몹시 외로워진다. 왜 외로워지는지 생각해보면 “아아, 그런 건가” 라는 항상 똑같은 대답이 도출 된다.
『난 언제부터인가, 프로듀서씨를――』
「마츠리, 왜 그래?」
깜짝 놀랐다. 프로듀서씨가 꽤나 앞에 가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거예요!」
내가 답하자, 프로듀서씨는 앞으로 돌아 천천히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강한 바람이 불어 벚꽃이 춤춘다.
만약 꽃잎을 잡는다면 이 마음을 고해버릴까. 계속 숨겨두려고 했던 이 마음을, 차라리 털어놓아 버릴까.
목표를 정했다. 팔을 뻗는다. 하지만 역시 잡을 수 없었다.
프로듀서씨의 뒤를 쫓는다. 곁에 서니 내 어깨를 가리켰다. 무슨 일인가 싶어 어깨를 본다. 꽃잎이 어깨에 올라타 있었다. 손가락으로 집어서 그 꽃잎을 보니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되어 사랑해요, 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무슨 말 했어?」
프로듀서씨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비밀인 거예요」
그렇게 대답하고 나는 꽃잎을 힘껏 쥐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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