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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스 SS/이오리

이오리「쿠키」

by 기동포격 2014. 2. 27.

일을 가기 전, 나는 사무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무심하게 프로듀서를 바라본다. 손가락 끝에 선명한 색이 묻어 있는 걸, 문득 찾아내었다.


「아, 손톱……」


컴퓨터와 마주보고 있는 그 녀석을 향해 중얼거렸다.

그 녀석은 나의 중얼거림을 듣지 못하고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잠깐만, 프로듀서. 새끼손가락 손톱, 빨개져 있어」


「에? 우왓!?

 ~윽. 눈치 채지 못했어!」


「그래서 그건 대체 뭐야? 피?」






「아니, 매니큐어야. 매니큐어」


「? 너 여장취미라도 있는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아마, 장난이겠지. 자고 있는 동안 당한 걸까……」


누구에게 당했냐고는 묻지 않았다.

이 녀석은 인기가 많다. 이 나에게도 사랑받고 있으니 당연하겠지. 

마음은 조금 복잡하지만.


저번에도 예쁜 여자와 같이 있는 것을 보았다. 

자고 있는 동안이라고 이 녀석은 말했다. 아마, 분명, 그런 관계일 것이다.

그 밖에도 많이 있겠지. 마음이 조금 아팠다. 





「그래서 이오리씨……. 부탁이 있습니다만……」


「뭐야. 말해봐」


「아세톤 좀 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안 가지고 있어. 오늘은 계속 그렇게 있어야겠네」


「진짜……? 이거 어떡하지……」


「기껏해야 아미랑 마미에게 들켜서 놀림 받는 거겠지! 니히힛♪」


「역시 남자는 그런 걸 싫어해?」


내가 물어보니 프로듀서는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긴 탓인지 매니큐어가 발려진 것에 위화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건 이거대로 재밌는데. 꽤나 좋아」


「어울리지 않아?」


「그 정도로 그렇게 즐거워하지 마. 

 그럼 난 갈게. 리츠코에게 혼나는 건 사양이니까」


「그럴 거라면 그냥 바로 가는 게 나았었잖아.

 사무소에 무슨 용무라도 있었어?」


「아, 혹시 날 만나러 왔다던가?」


「윽! 진짜 시끄럽네! 그냥 조금 빨리 일어났을 뿐이야!」


「하하, 그렇겠지. 자, 갔다 와! 늦어서 리츠코에게 혼나도 난 몰라」


「흥! 이제 갈 거야!」


「아, 일주일 뒤에 사무소에 오도록 해.

 모처럼의 오프, 이 이오리랑 보내게 해줄 테니까!」


「알겠지? 일주일 후, 사무소야」


「응, 알겠어. 일주일 후, 사무소 말이지」


「알면 됐어. 그럼」




그 날 일은 아즈사가 놀랄정도로 빨리 끝났다. 





―― 어느 날


역시 하루카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좋을까.

이런 건 하루카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좋긴 하지만…….


좋아, 물어보자. 마침 있는 것 같고. 이제 뒤로 물러날 수 없어. 


「잠깐만, 하루카. 부탁이 좀 있는데……」


「에? 뭐야? 무슨 일 있어?」


「―――을 가르쳐 줬으면 좋겠어……」


「그 정도라면 이 하루카씨에게 맡겨주세요!」


「특출한 것을 가르쳐 줄테니까!」 





――― 일주일 후


오후, 사무소에는 나 혼자. 프로듀서는 아직 오지 않았다. 

신경을 끄고 박력분을 반죽한다.


만들고 있는 건 쿠키.

만드는 구실은 야요이에게 주기위한 단순한 연습.

사실은 그 녀석과 함께 만들기 위해.


반죽하는데 정신을 집중하고 있자니 그녀석이 왔다. 

머리에 까치집이 지어져 있었기에 늦잠 잤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퍽이나 빨리 왔네」


「미안, 늦잠 잤어」 





「알고 있어. 벌로 이거 반죽하도록 해」


「뭐야 이건?」


「보면 알잖아. 쿠키야. 야요이에게 선물할」


「흐~응. 이오리도 그런 걸 하는 구나」


「뭣!? 완전 실례네! 나도 이 정도는 만든다고!」


하루카에게 만드는 법을 물은 건 비밀.


그 뒤로 묵묵히 박력분을 반죽하고 있는 그 녀석을,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차를 마셨다.  





반죽을 다하고 모양을 만들어 구워지길 기다린다.


프로듀서는 상당히 지쳤는지 책상에 엎드려 있다.

손에 선명한 색이 묻어 있는 걸 발견했다. 


「저기, 잠깐 손 좀 빌려줘」


「에? 왜?」


「이유는 묻지 말고. 자, 빨리 내밀어봐」


그렇게 말하고 손가방에서 아세톤을 꺼낸다. 

그녀석의 손을 잡고 화장솜에 아세톤을 묻혀 억지로 손톱을 닦았다.  

매니큐어가 군데군데 지워져있던 손톱이 깨끗하게 변한다.  





「조금만 더 가만히 있어봐」


대답의 유무는 확인하지 않는다.

손가방에서 매니큐어, 베이스 코트, 톱코트를 꺼냈다. 


베이스 코트 - 매니큐어를 바르기 전에 바르는 것.

톱코트 - 매니큐어를 바른 후 바르는 것.


우선 엄지손가락에 베이스 코트를 바른다.

속건성이라 새끼손가락을 다 바를 무렵에는 이미 전부 말라 있었다.


매니큐어 색은 핑크다.

나의――반짝이가 들어있는 핑크색 매니큐어.


「다른 사람 손톱에 바르는 건 상당히 힘드네」


「야야, 전부 바르는 거야?」


「당연하잖아! 이 이오리가 발라주는 거니까 감사하도록 해!」


「아, 오른손도 준비해두도록 해. 전부 바를 테니까」


각오해 두도록 해! 이렇게 말하고 서로 웃는다.  





「왜 그 매니큐어를 지우지 않았던 거야? 그렇게 군데군데 지워져 있었는데」


「헤어졌어. 여자친구랑」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매니큐어를 지워버리면 그녀의 흔적이 전부 없어져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이야」


「……」


「그런 표정 짓지 마. 마침 지우고 싶었으니까」


「자, 빨리 계속 발라줘. 말은 안했지만 이 자세 좀 힘들어」 





지금, 프로듀서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예전에 발라져있던 매니큐어는 옛 여자친구의 것. 

그것을 지우고 이번에는 나의 색을 그에게 바른다.




「이걸로 끝이야?」


「아직이야. 마르면 톱코트도 발라야 하니까」


전부 바르면 막 구워진 쿠키를 둘이서 먹자. 

그리고 야요이랑 사무소 사람들에게 줄 몫도 정리하자. 


「흐응~. 겨우 매니큐어 하나 바르는 건데 엄청 귀찮네」


「그렇게 하는 편이 오래가니까. 니히힛♪」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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