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카가 죽었습니다.
자살입니다.
향년 18세.
유서조차도 남기지 않고, 하루카는 먼 곳으로 떠나버리고 말았습니다.
밤샘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고요하고 조용하게 행해졌습니다.
분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습기 때문에 코와 머리카락에 엉겨 붙습니다.
이오리「하루카는 바보야」
주먹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꽉 쥔 미나세씨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야요이「이오리,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오리「그치만 그렇잖아? 혼자서 안지 말고 우리들한테 한 마디라도 상담을 해줬으면 됐잖아……그런데 자기 마음대로 죽어버리다니, 우리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잖아」
타카네「그만하십시오, 이오리. 어떠한 말을 한들, 하루카는 이제 돌아오지 않습니다. 허무해질 뿐입니다」
치하야「돌아오지 않는다라」
현실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루카의 주검을 봐도 그저 자고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고, 밤샘을 하는 동안 저는 그저 멍하게 있었습니다. 머리에 떠오르는 건 단편적인 기억뿐,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습니다.
내가 하루카랑 마지막으로 이야기 했던 건, 언제였을까.
그것조차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다만 이번 일 년 동안은 일 때문에 작년 이상으로 바빴고, 진심 어린 감정을 주고 받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치하야「잠시, 밖에 좀 다녀올게」
느닷없이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어졌습니다.
본심을 아주 조금 말하자면, 저는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지금 이대로 하루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있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게 편하니까.
치하야「냄새, 과연 지워질려나」
가랑비로 젖은 어깨에서는 달아오른 체온 탓에 향의 향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리츠코「어머, 치하야도 밤바람을 쐬러 온 거야?」
상복차림을 한 리츠코는, 차가운 바깥 공기 탓에 흐려진 안경을 닦고 있었습니다.
리츠코「현실감이 안 느껴지지. 느닷없이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까」
치하야「리츠코도……? 그렇네. 나도 왠지 꿈속에 있는 것 같이 멍해」
리츠코「꿈이라면, 깼을 때가 힘들지」
치하야「진짜 꿈이라면 좋을 덴데」
리츠코「진짜. 정말로 그렇다면 좋겠는데 말이야……그런데 치하야」
치하야「왜?」
리츠코「너,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뭔가 상담이라든가, 바뀐 징조라던가……」
저는 전혀 모른다는 의미로 조용히 목을 저었습니다.
리츠코「하아……그렇지. 알 리가 없나……그런데 정말로 아이돌이라는 건 업보가 많은 직업이네. 죽어도 이렇게 떼지어 모이니까」
언론 기자들에게 시선을 돌리자 리츠코는 저한테 이만 돌아간다는 걸 몸짓으로 전한 뒤,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하루카는 아이돌이기에 죽었다.
하루카가 왜 죽었는지, 그에 대한 진짜 이유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돌이기에 죽었다는 것 이상으로 적합한 대답은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타일렀습니다.
다음날, 장례식이 있었습니다.
저는 드디어 울 수 있었습니다.
울고 있는 자신을, 어딘가 모르게 차가운 눈을 한 자신이 장례식이니까 우는 거라며 비웃었습니다.
이러한 의식을 통하지 않으면 친구의 죽음도 인정할 수 없는 박정자.
그것이 저의 정체였습니다.
유키호「봐, 이 꽃도 정말 예뻐. 하루카」
하얀 꽃은 봄의 꽃.
빨간 꽃은 여름의 꽃.
출관하기 전 마지막으로 나누는 작별. 하루카는 각양각색의 꽃에 둘러싸여 자고 있었습니다.
이오리「너……같이, 외로움, 잘 타는……」
관에 들어간 인형의 검은 빛 눈. 그 눈은 너무나 공허해, 곁에서 자는 소녀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도, 이런 코미디에 어울리지 못하겠다는 식으로도 보였습니다.
코토리「치하야도……」
오토나시씨에게 받은 진홍색 꽃을 머리카락에 찔러 넣어 줘봐도, 하루카는 역시 웃지 않았습니다.
치하야「하루카, 너무나 예뻐. 그러니까, 있지, 눈을 떠. 평소 같이, 웃어. 응?」
당연히 대답은 없었습니다.
하루카가 죽었다는 걸, 저는 드디어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냉정한 저는 그런 건 이미 알고 있었을 텐데, 알고 있었을 텐데.
눈물과 콧물이 하염없이 쏟아지고, 목소리가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치하야「어째……서. 어째서인데. 하, 하루카」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꼭 이야기해야 하는 것도 너무나 많을 텐데.
사과하고 싶은 것도, 불평하고 싶은 것도 전부 눈물이 되어 흘려가 버렸는지.
이제 와서 전 뭘 이야기하면 될까요.
모르겠습니다.
결국 다들 그렇게 하듯이, 저도 관에 매달려 오열했습니다.
화장을 하는 도중, 저는 밖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하루카의 흔적을 그나마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는 구름 하나, 연기 한 줄기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납골을 한 뒤, 유품분배에서 하루카네 어머니한테 리본을 받았습니다.
치하야「저한테는, 받을 자격이 없어요. 하루카한테는, 항상 폐를 끼치기만 했고……」
제가 고개를 떨구자, 하루카의 어머니는 웃으셨습니다.
하루카母「너희들을 말이지, 가족이라고 했어」
치하야「에?」
하루카母「소중한 가족이래. 팔리기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대화하는 시간도 줄어들어버렸지만, 그 아인 입을 열면 항상 너희들에 대한 이야기만 했어. 그러니까, 너희들이 타인 같이 느껴지지 않아. 첫대면인데 딸 같이 느껴져서 말이야」
치하야 「죄송해요」
하루카母「왜 사과하는 거니. 자, 울지 말고 고개를 들라니까. 그 아이도 웃으며 보내주는 걸 좋아할 거야……활기찬 아이였으니까」
한 달 후. 저는 사무소를 그만두었습니다.
타카기「사표는 내가 맡아두도록 하지. 노래를 부르고 싶어지면 다시, 언제든 돌아오도록 하게. 그때까지는……그렇지, 휴직이라는 형태로 해두지」
치하야「감사합니다」
타카기「……그래서, 지금부터는 어쩔 생각인가?」
치하야「……모르겠습니다. 다만, 지금은 계속 자고 싶습니다. 그것 뿐이에요」
타카기「지금은 그걸로 됐네. 하지만 깼을 때는 지금의 몇 배나 되는 슬픔이 덮쳐 올거야」
치하야「어느 쪽이 됐든 악몽이에요. 그렇지 않은가요?」
타카기「아니야. 현실일세. 아마미군은 죽었어」
사장님은 억양없는 목소리로 저한테 그렇게 말했습니다.
치하야「어떻게 그렇게 냉정하실 수 있는 거죠? 사장님은 하루카가 죽은 게 슬프지 않으세요?」
타카기「슬픈 게 당연하지 않은가. 괴로운 건 다들 똑같아. 하지만 다들 그것을 극복하려 하고 있네. 다 같이 말이지」
그런 건 당연히 거짓말이었습니다.
다들 하루카의 죽음을 필사적으로 잊으려 하고 있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돌을 계속 할 수 없으니까.
웃으며 무대에 설 수 없으니까.
하루카랑 함께 했던 추억에 못질을 하고, 뻔뻔스럽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아이돌을 계속한다. 전 그렇게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아이돌을 그만두는 겁니다.
이대로 아이돌을 계속하고 있으면 틀림없이 저도 하루카랑 똑같은 길을 걸을 겁니다.
그런 확신과도, 두려움과도 비슷한 예감은 장례식 이래로 그 날의 분향 같이 저한테 엉겨 붙어왔습니다.
하지만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한 달 동안 저는 그것을 말로 표현하려고 계속 발버둥치고 있었습니다.
치하야「……하루카는, 아이돌이었기에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타카기「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치하야「……어떻게 말해야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 다만 하루카가 아이돌이 아니었으면, 죽지 않고 끝났을 거라 생각합니다. 리츠코는 그걸 업보라고 했었습니다만」
타카기「업보라, 잘 표현했군……아이돌은 인간이 아닐세」
치하야「심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타카기「표현이 좋지 않았군. 뭐라고 할까, 아이돌은 인간이어서는 안 되는 존재일세」
치하야「똑같은 말이에요. 저희들도 슬플 때는――」
타카기「그렇지. 물론 아이돌도 인간이야. 인간인 게 당연하지」
제 말을 도중에 끊으며 사장님은 계속 말했습니다.
타카기「슬플 때는 슬프고, 외로울 때는 외롭다. 그런데도 팬 앞에서는 웃어야 한다. 그게 아이돌의 업이야」
치하야「……그러니까 동료끼리 서로 버팀목이 되어주는, 그것이 765 프로덕션이었잖아요――」
말하고 나서 자신의 입술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하루카는 항상 그렇게 말하며 버팀목이 되어주었는데, 그런 하루카를 받쳐주는 것은 결국 아무도 할 수 없었습니다.
가슴의 답답함이 드디어 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하루카한테 속죄하고 싶었던 겁니다.
타카기「――실제로 자네들은 나의 이상형이었네」
치하야「어떤 이상이었나요?」
타카기「자신들의 힘으로 길을 열어가는 아이돌. 물론 가혹하기 그지없는 이 업계야. 하지만 그것조차도 서로 협력하여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가족 같은 사무소를 나는 만들고 싶었네」
치하야「……가족이라고, 하루카가」
타카기「뭐?」
사장님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저는 하루카네 어머니한테서 들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죄의식을 느끼는 건 저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기에.
치하야「하루카가, 저희들을, 가족이라고. 그러니까, 사장님 탓이 아니에요」
한 순간 사장님의 눈이 밝아졌습니다만, 그뿐이었습니다.
눈에서 다시 힘이 사라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타카기「그렇군. 아마미군이 그런 말을…… 그렇다면 난 부친 실격이었군」
자조적으로 중얼거리는 사장님에게 더 이상 할 말도 없었던 저는 사무소를 떠났습니다.
사무소를 그만두고 한 달 후, 뜻밖의 손님이 방문했습니다.
치구사「오랜만이네, 치하야」
치하야「뭐 하러 온 거야?」
치구사「들었어……친구에 대한 거. 그리고 그 탓에 사무소를 그만둔 거」
치하야「엄마랑은 관계없어……내 일인걸. 내버려둬」
치구사「내버려둘 리가 없잖아」
그리운 말이었습니다.
치구사「저기, 치하야. 나랑 같이 살자. 그래서 다른 아이들 같이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고, 네 나이에 어울리게 놀고, 연애를 하고. 네가 그럴 수 없었던 건, 엄마의 책임이지만」
평범하게, 라는 말에 저는 강하게 이끌렸습니다.
이전의 제가, 저한테는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한 말입니다.
치하야「왜, 왜 이제 와서야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치구사「왜냐하면 우리는 가족이잖아? 지금까지 가족다운 일은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지만」
미안해, 외로웠지라며 엄마는 나에게 사과했습니다.
아이돌은 고독합니다.
일이 아무리 화려하고 활기 넘친다고 해도, 혼자 있게 되면 일말의 외로움이 덮쳐옵니다.
돌아갈 곳이 없는 저한테는 더욱 사무치게 느껴지는 일이었습니다. 소리 하나 없는 쌀쌀한 방에서 저는 언제나 혼자서 떨고 있었습니다.
그런 고독으로부터 저를 구해준 것이 하루카였습니다.
저한테 손을 내밀어, 765 프로덕션이라고 하는 거처를 주었습니다.
가령 그것이 저한테 있어 하루카라는 존재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 임시적인 거처였다고 해도 말입니다.
그것을 스스로 버린 지금, 저는 외로웠던 걸지도 모릅니다.
엄마랑 같이 살기로 했습니다.
속죄를 위해 아이돌을 그만두었을 텐데, 전 뭘 하고 싶은 걸까요.
저는 자신의 연약함을 저주했습니다.
엄마랑 살기 시작한지 2주일이 지났을 무렵, 오랜만에 학교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소꿉놀이 같은 엄마와의 생활은, 가족이라면서 빌려 입은 옷을 입은 듯 껄끄러운 채이며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런 생활이 계속되든, 끝이 나든 고등학교만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제 아이돌이 아닌 평범한 일반인으로서 앞으로를 살아 갈 테니까.
한 달 만에 입은 교복에서는 그 날의 분향 냄새가 났습니다.
치하야「그러고 보니 벌써 졸업이네. 여기에는 아무런 추억도 없지만」
졸업식 전에 교복을 세탁소에 맡겨둬야지.
그렇게 혼자서 중얼거리고 소란스러운 교실에 들어간 순간. 교실은 한순간 잠잠해지고 모든 학우들이 기이한 눈으로 저를 일제히 바라보았습니다.
학교에 친구는 없습니다.
저에게 있어 다른 세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 교실. 이 교실에서는 눈을 어디다둬야 할지 알 수 없었으며 호흡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가끔씩 출석을 해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치하야「평범하다는 건 어렵네」
아이돌을 그만두고 엄마와 함께 살게 되어, 저는 제가 평범한 사람이 된 듯한 착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이돌을 그만뒀든 계속하고 있든, 그들에게 있어 저는 다른 세계에 있던 평범하지 않은 인간이겠죠.
그건 아마 제가 이 교실에서 느끼는 위화감이랑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치하야「이것도 어떤 의미로 아이돌의 업인걸까……아니, 그게 아니지. 자업자득이야」
아마 하루카라면 학교에서도 친구가 많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기분 나쁜 척을 하며 쉬는 시간을 보내는 일 같은 건 없겠죠.
근심 걱정 없어 보이는 미소로 담소를 나누고, 많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이고.
하루카가 있을 곳은 765 프로덕션 말고도 많았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씩 답이 보이던 것이 또 미궁에 빠져버렸습니다.
하루카는 왜 그렇게 765 프로덕션에 집착하고 있었던 걸까?
돌아갈 집도, 자신이 있을 곳도, 하루카한테는 너무 많다 할 정도로 있었을 텐데.
상처입어도 상냥한 말을 건네줄 사람이 많이 있었을 텐데.
지루한 수업 도중에 저는 꿈을 꾸었습니다.
765 프로덕션 구성원들과 같이 보냈던 그 날의 꿈입니다.
지금 이 계절에는 들려올 리 없는 쓰르라미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눈부신 스포트라이트 탓에 땀투성이인 우리들이 움직일 때마다 반짝거려 보입니다.
저도, 하루카도 팬을 위해 노래하며 춤추고 있었습니다.
하루카「나, 아이돌을 해서 정말 다행이야. 치하야도 그렇게 생각하지?」
MC 도중 갑자기 물어온 화제에 저는 곤혹감을 느꼈습니다.
치하야「으, 응……물론이야. 하루카」
하루카「진짜?」
치하야「진짜인 게 당연하잖아……」
바람이 불지 않는 무대에서는 스포트라이트가 발하는 열이 피부를 바싹바싹 태워 아플 정도였습니다.
하루카「흐~응. 거짓말쟁이」
치하야「거짓말이 아니야」
어느 새인가 무대는 깜깜해졌고, 비가 옆으로 들이치고 있었습니다.
관객석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치하야「왠지 갑자기 추워졌네. 거기다……다른 사람들은 돌아가 버린 걸까」
스포트라이트의 열기가 갑자기 그리워졌습니다.
하루카「겨울이니까 추운 건 당연해. 자, 765 프로덕션으로 돌아가자. 다들 기다리고 있어」
치하야「응, 그렇네. 다들 기다리고 있지」
우산을 같이 쓰고 손을 잡습니다. 하교하는 초등학생 같이 우리는 걸어 돌아갔습니다.
추위 때문에 얼어붙은 몸. 밀착한 하루카의 체온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치하야「따뜻하네. 하루카 네 손」
하루카「치하야 손은 차갑네」
치하야「차가워?」
하루카「거짓말거짓말. 따뜻해, 치하야」
치하야「진짜?」
하루카「응」
치하야「……거짓말을 참 못한다니까」
하루카「에~, 따끈따끈해~」
두서없는 이야기를 하는 동안, 둘이 쓰기에는 너무 작았던 우산이 점점 넓어져 우리는 비에 젖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인가, 저희 둘은 어린애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혀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하루카「다들, 계속계속 사이가 좋으면 좋겠네」
치하야「그렇네」
하루카「다 같이 같은 꿈을 계속 꾸고 싶지」
치하야「응」
하루카「계속 꾸는 거다? 약속한 거야」
치하야「응응. 약속약속」
하루카「있잖아, 치하야」
하루카는 갑자기 머뭇거리며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습니다.
하루카「누구한테도 안 말할 거지?」
치하야「안 말해」
하루카「정말?」
치하야「응. 새끼손가락 걸자. 새끼손가락 고리 걸고 꼭꼭 약속해」
얼어붙은 작은 손을 하루카 앞에 내밀고, 우리는 손가락을 걸었습니다.
하루카「약속했어! 에헤헤. 나 말이지, 프로듀서씨를 좋아해」
치하야「그런 건 알고 있어」
하루카「에에에~. 어떻게어떻게」
치하야「보면 알아」
하루카「우우……하지만 말이지, 미키도 프로듀서씨를 좋아해」
치하야「……그것도 다들 알고 있어」
하루카「미키한테는 못 이길 것 같아」
치하야「택하는 건 프로듀서잖아?」
하루카「그건 그렇지만……미키는 자신의 꿈을 향해 힘차게 달리고 있는걸」
우산은 또다시 거북해졌습니다.
치하야「하루카도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죽을 필요는 없어.
그렇게 말을 꺼내다 말았습니다.
하루카「그럴까?」
치하야「그래」
제가 그렇게 말하니, 우산에서 뛰쳐나간 하루카는 어린애가 하듯이 웅덩이로 뛰어들고 저한테서 등을 돌렸습니다.
하루카「나한테는 말이지, 이제 꿈이 없을지도.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동료들이랑은 같은 무대에 서 있고 싶어. 그건 내 이기심이지?」
얼굴은 보이지 않을 터인데, 저는 하루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눈썹이 八자 모양을 그리는, 곤란한 일이 있을 때 마다 짓는 표정을 하고 있을 게 틀림없습니다.
치하야「……그거랑 이거랑은, 프로듀서와는 다른 문제야」
이기심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했습니다.
하루카「똑같은 거야. 전부 나의 이기심. 그러니까 말이야, 참지 않으면 안 돼지?」
그렇게 말하고 비에 젖은 하루카에게 우산을 씌우려고 했더니, 우산은 어딘가로 사라져 있었습니다.
방금 전까지 분명히 제 손 안에 있었을 터인데요.
치하야「어라? 어째서. 잠시만 기다려줘. 하루카」
아무리 찾아도 우산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루카「조금 비를 맞더라도, 난 외롭지 않게 같이 쓰는게 좋은데. 어차피 쓰는 거라면 열 세명이 들어갈 수 있는 우산이 좋아」
치하야「바보같은 말 하지 말고 빨리 비 피할 곳을 찾자. 응? 감기 걸려버릴 거야」
하루카가 말하려고 하는 건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심은 무서운 것입니다.
전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딴 데로 돌리려고, 저는 필사적으로 말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하루카는 그것에 개의치 않고 말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하루카「하지만 말이야, 혼자라면 우산은 없지. 그러니까 젖는 게 싫다면, 어디 들렀다 가고 싶어도 참아야지……내 경우에는 어디 가면 될지도 모르지만. 그럼 이만 가볼게. 바이바이, 치하야」
하루카는 마지막으로 제 쪽을 한 번 되돌아 본 후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슬픈 듯 웃으며 골목 저편으로 달려갔습니다.
치하야「기다려, 하루카!!」
꿈은 거기서 끝났습니다.
눈을 뜨니 수업은 이미 끝나 있고, 종례를 할 시간이었습니다.
치하야「냄새, 역시 지워지지 않네」
그 날 비가 내리는 가운데 돌아가는 하굣길. 우산도, 친구도 없는 저는 혼자서 집을 향해 걸었습니다.
치하야「우는 것이라면 쉽지만」
혼자서도 괜찮은 강함을 원해.
이제 아이돌은 아니지만, 강해져야 해.
그렇게 생각한 저는 파랑새를 흥얼거렸습니다.
결국 저는 노래에 기댈뿐입니다.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 당신을 잊지 않아.
부정적인 가사만이, 제 목소리를 타고 머리에 울려옵니다.
치하야「하지만 앞만을 바라보겠어요」
마지막 가사를 겨우 다 부르니, 저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불렀을 이 노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치하야「앞 같은 건, 아무리 해도 볼 수 없어. 되돌아 볼 뿐, 그런 건 무리야……」
꿈속에조차 본심 부딪치는 걸 무서워한 내가, 앞 같은 걸 볼 수 있을 리가 없어.
집에 돌아가니 비에 흠뻑젖은 저에게 엄마가 타월과 따뜻한 코코아를 내주셨습니다.
치하야「이제 와서 엄마인 척 하지 마」
그 상냥함에 울고 싶어져, 저는 지금까지의 푸념을 히스테릭하게 엄마한테 쏟아 부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엉뚱한 화풀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쏟아 붓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감정의 배출구로 취급받아도, 엄마는 그저 사과만 할 뿐 반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치하야「무슨 말이라도 해 봐. 응? 왜 화도 안 내는 거야?」
엄마는 하루카 같이 곤란한 미소를 지은 채 계속 미안하다고 할 뿐이었습니다.
치구사「열, 좀처럼 내리질 않네……그럼 엄마는 일 다녀올 테니까, 무슨 일 있다면 연락하도록 해」
몽롱한 의식 사이로 엄마의 목소리가 저 멀리 들립니다.
벌써 며칠 째인지는 모르지만, 저는 그 뒤부터 열이 나기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 열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치하야「정말로, 어디 간 거야. 하루카는――」
엄마의 말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 저는 그 날의 하루카를 쫓으려 필사적이었습니다,
알고는 있습니다.
그 꿈의 뒤를 봐봤자 이루어지는 건 없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답을 주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하루카는 돌아오지 않는다.
치하야「소중한 사람은 항상 내 곁에서 사라지는구나……아아, 그런 거구나」
하루카를 만나고 싶어. 그뿐입니다.
하지만 하루카는 이제 꿈에도 나와 주지 않습니다.
저는 하루카를 만나러 가자고 생각했습니다.
정신을 차리니 열은 겨우 내렸고, 몸 상태도 학교에 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치하야「학교는, 뭐 됐어. 어차피 말해놨고」
저는 몸치장을 하고 전철에 탔습니다.
행선지는 하루카의 집입니다.
전철을 갈아타고도 벌써 한 시간 이상이 지났는데 목적지는 보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긴 거리를 하루카는 매일 왕복했구나.
그 동안 하루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예를 들어 죽기 전날에도 하루카는 이렇게 전철에 몸을 맡기고 있었을 터입니다.
하루카母「어머, 치하야. 갑자기 무슨 일이니?」
치하야「향을 올리러 왔어요」
하루카母「이렇게 일부러 와주다니, 미안하네. 하루카도 기뻐할 거야」
향을 올리고 안내된 곳은 하루카가 지내던 방이었습니다.
여자애다운 방에서 왠지 좋은 냄새가 났습니다.
많은 물건이 있었지만 적당히 정돈되어 있어서, 살풍경한 제 방과는 크나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하루카母「역시 방은 손을 못 대겠더라고. 갑자기 돌아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달력은 하루카가 죽은 그 달 그대로 멈춰있었습니다.
하루카母「그래서 치하야가 왔을 때도, 친구가 놀러왔다고 생각해 왠지 이 방으로 안내해버렸어. 이상하지?」
치하야「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저도 동생이 죽었을 때 그렇게 했으니까요」
하루카母「요즘 들어 이런 생각이 들어. 나는 그 아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게 아닐까 하고. 그것만 생각하게 돼서, 그 아이가 출연했던 TV 같은 걸 반복해서 보게 돼」
하루카의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며 저한테 수첩을 보여주셨습니다.
하루카의 수첩입니다.
하루카母「그 아이, 이렇게나 일했었구나. 이래서야 파김치가 돼서 돌아오겠지」
선명하고 귀여운 문자가 작은 수첩에 빼곡히 쓰여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불규칙하게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별이나 꽃의 씰. 그 씰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습니다.
별은 동료들과의 합동연습 아니면 다 같이 모이는 날.
꽃은 누군가와 일을 같이 하는 날.
그리고 하트는 프로듀서가 따라오는 날.
하루카가 동료들과의 시간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슬플 정도로 알 수 있었습니다.
하루카母「유서다운 것도 전혀 쓰지 않았고, 정말로 왜 자살 같은 걸」
하루카네 어머니는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수첩을 팔락팔락 넘기셨습니다.
하루카母「그 애, 정말로 아무 말 안 했어?」
진지한 눈빛으로 하루카의 어머니가 저를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무심코 시선을 돌리니 봉투에 들은 털실뭉치와 머플러가 보였습니다.
분명 크리스마스에 프로듀서한테 줄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완성 못한 거겠지.
하루카母「아아, 그거 말이지……대체 누구한테 주려고 한 걸까……일 때문에 녹초가 돼서 돌아와도, 매일 밤늦게까지 몇 번이나 다시 짜서는」
치하야「완성하지 못했으니, 건네주지 못한거네요」
하루카母「완성은 했어」
치하야「에?」
하루카母「모처럼 짰는데 못 준 것 같아. 그러니까 그 아이, 분명 실연해서 죽은 게 아닐까 하고」
치하야「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분명 자신의 지금 그 상태로는 줄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 때의 지갑과 마찬가지로, 고민하고 있는 지금의 자신에게는 넘겨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을 게 틀림없다,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루카母「그러려나? 그럼 더욱더 모르겠네」
치하야「죄송해요……저도 모르겠어요」
고민의 원인은 아마도 그 때와 똑같은 것이었을지도.
하지만 죽을 거라고 결심했다면, 적어도 그 전에 마음을 전하자고 생각했을 터입니다.
하루카는 분명 죽자고 결심해 죽은 게 아니라, 고민 끝에 사고가 정지해 죽은 게 아닐까.
하지만 그 가설을 하루카의 어머니한테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유를 어떻게 표현하면 될까요.
다만 뭔가 결정적인 원인이 있다고 믿는 게 구제받는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도 그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치하야「그럼 실례했습니다 ……또 향을 올리러 와도 괜찮을까요?」
생전의 하루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더니 꽤나 오랜 시간동안 실례를 한 것 같습니다. 밖은 이미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하루카母「언제라도 오도록 하렴. 하루카도 기뻐할 거야」
덜커덩, 덜커덩. 돌아가는 전철에 긴 시간 동안 몸을 맡기며, 저는 또 하루카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알 수 없습니다. 답이 보이기 시작해도, 역시 그것은 답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러던 중 전철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얕은 잠에 빠져버렸습니다.
간신히 집에 도착하니 시간은 이미 아홉시를 지나 있었고, 휴대폰을 보니 엄마한테서 전화가 몇 건이나 와 있었습니다.
치하야「완전히 늦어버렸네」
밖에서 보는 저희 집은 불이 켜져있고, 저녁 메뉴인 스튜의 냄새가 났습니다.
치하야「다녀왔습니다」
이 말을 입에 담은 게 얼마만일까요.
스토브로 인해 따뜻하게 데어진 방 공기. 그 때문에 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안도하고 있었습니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왜 나는 지금 마음을 놓고 있는 걸까.
자신에게 아주 조금 화가 났습니다.
치구사「어서오렴」
이 말도 오랜만에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치구사「밖, 추웠지? 목욕탕 준비해놨으니까 먼저 들어가도록 하렴」
제가 늦게 돌아왔을 뿐인데, 엄마는 아직 저녁도 안 드셨나 봅니다.
분노는 갑자기 사그라들고 말았습니다.
치하야「고마워」
치구사「가, 갑자기 왜 그러니? 설마 아직 열이 있다든가」
치하야「이상하려나?」
솔직하게 고맙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기다려주고 있는 사람도, 제가 먹을 저녁도 있습니다.
이런 안정적인 생활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엄마한테 매정하게 대해 온 제가 갑자기 부끄러워졌습니다.
그건 그렇고 하루카도 일 때문에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왔을 때, 역시 이렇게 생각했을까,
그저 고맙다고.
그 후로 저는 학교에는 가지 않고, 공원에서 시간을 때우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학교에 가는 일은 있어도, 그건 졸업을 위해 출석날짜를 채우기 위한 수단.
수험시즌인 학교에서는 수업다운 수업도 하지 않았고, 저는 책상에 엎드려서 그저 음악을 듣고 있으면 될 뿐이었습니다.
배가 고프면 엄마가 만들어 준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치하야「오늘은 하사미아게네」
이 하사미아게 하나를 하기 위해 엄마는 어제부터 일부러 사전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치하야「음, 맛있네……엄마도 매일 이런 공이 많이 들어가는 걸 할 필요 없는데」
엄마나름대로 속죄를 할 생각일까요.
도시락은 날이 갈수록 정성이 듬뿍 들어간 호화로운 것으로 변해갔습니다.
학교에도 안가고, 그렇다고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저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요.
다만 시간만은 넘칠 정도로 있습니다.
그러니까 많은 것을 생각합니다.
엄마가 말하는 것처럼 이대로 평범하게 생활하고, 학교를 나오고, 지금은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만 남들만큼 놀고, 연애를 하는 동안에 저는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요?
하지만 제가 행복해지면 질수록, 하루카를 향한 죄의식도 계속해서 강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하루카가 죽은 이유조차 모르는데 죄의식만은 제 속에서 성장해갑니다.
치하야「차라리, 단죄를 받고싶네」
자조적으로 그렇게 말해보았습니다.
하루카가 죽은 이후에 행하는 저의 행동은 모순 투성이입니다.
속죄를 위해 아이돌을 그만두고 혼자가 되었는데, 외롭기에 엄마랑 같이 산다.
더군다나 남들만큼 행복해진다는 것까지 생각해버린다.
그리고 그것을 하루카한테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누군가한테 재판받아 해방되고 싶다고 바랬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엄마를 버릴 수는 없습니다.
정오가 조금 지났을 무렵의 벤치에서, 저는 그런 생각들만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생활이 계속 되던 어느 날, 리츠코가 저를 호출했습니다.
리츠코「불러서 미안해」
치하야「아니야. 아이돌을 그만두고 한가하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잘 지내?」
저는 신경 쓰이던 것을 물었습니다.
리츠코「응……허세일지도 모르지만 다들 이제 괜찮아. 치하야는 최근 어때?」
치하야「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엄마랑 다시 살게 되었어」
리츠코「그렇구나. 다행이네, 잘 지내는 것 같아서. 어머니랑은 잘 지내고 있어?」
치하야「처음에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게 느꼈었지만, 지금은 평범한 모녀처럼 지내고 있다고 생각해. 아직 부자연스러운 점도 있긴 하겠지만」
그 뒤 잠시 동안은 서로의 근황이나 시시한 잡담들을 계속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리츠코가 절 왜 불렀는지 알고 있기에, 이런 대화가 점차 감질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치하야「……그런데 리츠코. 오늘은 무슨 용건으로 날 부른 거야?」
리츠코「하루카가 왜 죽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애초에 내 추측에 지나지 않지만」
치하야「알아낸 거야!?」
리츠코「추측이라고 했잖아? 뭐, 듣도록 해. 그 후에 치하야가 판단하도록 하고」
있잖아, 우리 사무소에서 아이돌이 되는 것 자체가 꿈이었던 아이는 누가 있었을까. 기껏해야 하루카 정도지?
다른 아이들은 모두 수단.
뭐, 진실이 어떤지는 몰라. 제대로 들어본 게 아니니.
유키호는 자신을 바꾸고 싶다.
마코토는 여자다워지고 싶다.
아즈사씨에 이르러서는 운명의 사람을 찾기 위해.
치하야는 가수가 되기 위한 발판이지?
목적을 위해 아이돌을 한다.
하지만 뭐, 치하야랑 하루카는 어떤 의미로 비슷하네.
있을 곳이라는 의미로. 그것뿐이지만 말이지.
치하야는 이제 어머니랑 살기 시작해 자신이 있을 곳을 겨우 수중에 넣었지만 옛날에는 아니었지?
있을 곳 같은 곳은 어디에도 없어서, 노래에만 매달렸지.
하지만 외로웠던 건 똑같았어.
하루카나 765 프로덕션 동료들이 도와줘서, 비록 임시라고는 해도 넌 765 프로덕션이라는 거처를 얻었어.
그건 부정 안 하지?
그 때부터 치하야는 부드러워졌는걸.
있을 곳이라는 건, 자기가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곳이니까 부드러워지는 건 당연. 마음을 허락하지 않으면 무리인걸.
하지만 하루카는 정반대.
아이돌을 고집하면 할수록, 765 프로덕션 말고는 있을 곳이 사라졌어.
에? 하루카한테는 765 프로덕션 말고도 있을 곳이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분명 하루카라면 친구도 많이 있었을 거야.
하지만 아이돌로서 팔리면 팔릴수록 학교 친구나 가족과는 소원해져.
거기다 하루카는 애초에 아이돌이 된 시점에서 꿈이 이루어졌잖아?
다른 아이들은 아이돌이 되는 게 스타트 라인인데 혼자만 골인했던 거야.
아이돌이 되어 다 같이 즐겁게 노래 부르고 춤추고 싶다.
그게 하루카의 꿈이니까.
오랜 세월 가지고 있던 꿈이랑 동경도 플러스 되어, 하루카는 765 프로덕션을 고집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하지만 정말로 얄궂기 그지없지.
아이돌로서의 일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하루카의 꿈은 망가져 간다.
대조적으로 다른 사람들은 점점 꿈에 다가간다.
그러니까 나도 다른 꿈이나 목표를 찾아내어야 한다.
이곳보다, 동료보다도 소중한 꿈 같은 걸 이제와서 찾아낼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찾아내어야 한다.
변해야 한다는 초조함과 변하고 싶지 않다,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 소망.
그 갈등이 하루카를 죽인 거야.
……외로운 것뿐만이 아니었던 거야.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고집할 리가 없잖아?
게다가 프로듀서를 향한 연정.
이것도 박차를 가했음이 틀림없어.
연적인 미키는 정력적으로 일을 해내는데 비해, 자신은 고민을 안은 채 멈춰있다.
그래서야 고백을 할 수 있을 리 없어. 하루카도 참, 이상하게 진지하다니까.
아마 본인도 잘 몰랐다고 생각하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생각해.
왜 하루카는 죽어버렸을까.
그것만을 계속 생각해오며 내가 간신히 내린 결론이야.
이건 나의 제멋대로인 추측이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이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답은 나오지 않았어.
그럼 우리가 대체 어떻게 할 수 있었느냐.
아마 아무리 생각해봤자, 대답은 나오지 않겠지.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고작해야 뉴 이어 라이브 전에 모두와 함께 할 수 있는 연습 시간을 넣어주는 것 정도.
하지만 그거 가지고는 근본적인 해결은 전혀 될 수 없잖아?
그야 뭐, 위안정도는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 생각하면 첫 뉴 이어 라이브 때 좀 더 진심으로 맞부딪쳐야 했어.
그 때 하루카도 하루카 나름대로 답을 냈겠지라면서 내 멋대로 납득하고는 방치해뒀던 게 큰 잘못이었어. 해결 같은 건 전혀 되지 않았는데.
……왜 나는 눈치채줄 수 없었던 걸까.
그러니까 말이지, 치하야는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어.
애초에 치하야 네 탓이 아니니까.
남동생 때도 그랬지만 치하야는 대체로 자격지심이 너무 강해.
지금도 그렇지?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꼈을 때, 죄를 짓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지?
봐, 역시 그렇잖아.
좀 더 자신에게 정직해 지도록 해.
아니, 아이돌이니까, 아이돌이 아니니까 같은 그런 게 아니라.
너한테도 행복해질 권리는 분명하게 있으니까.
아이돌로 돌아올 필요는 없어.
하지만 행복해지도록 해야 해.
인생은 한 번 뿐이니까.
치하야「그런데 왜 이제 와서?」
하루카가 죽고 이미 3개월 가까이 지나고 있었습니다.
리츠코「딱히 드라마틱한 이유는 없어. 저번에 말이지, 코토리씨랑 한 잔 하러 갔거든. 그랬더니 코토리씨가 너무 마셔버려서」
치하야「오토나시씨답네」
리츠코「그래서 내가 7잔째 거든요, 했거든? 그랬더니 코토리씨가 치하야! 인생은 한 번 뿐이야, 라고 외치더라고. 그래서 치하야에게 전해야한다고 생각했어」
치하야「후후후. 웃기네」
이런 말은 리츠코 나름대로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 한 말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만취해서 불평하는 오토나시씨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지므로,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릅니다만.
리츠코「하지만 정말로 그 말 그대로야. 인생은 한 번뿐이야」
리츠코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제 눈을 응시했습니다.
치하야「그렇네」
리츠코「그러니까 나는 치하야가 무의미한 속죄 같은 걸 하지 않았으면 해. 아이돌로 복귀하라고도 하지 않아. 치하야의 인생은 치하야만의 것이니까. 좀 더 자유로이 생각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리츠코와 만나고 그 다음달, 저는 또 학교를 땡땡이치고 공원벤치에 앉아있었습니다.
솔직히 아직도 머리가 혼란스럽습니다.
하루카가 죽은 인유.
행복해질 권리.
인생의 일회성.
리츠코가 말한 건 모두 저에게 있어서의 답이었습니다.
치하야「하지만 정답인지는 모르지」
판단은 저한테 맡긴다고 리츠코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말을 들어도, 어떻게 하면 될지 막막하기만 할 뿐입니다.
석양에 물들어 있었을 공원이 점점 어둑해지기 시작해도, 저는 평소에 항상 앉아 있던 공원 벤치에서 망부석처럼 앉아있었습니다.
치구사「돌아가자, 치하야」
퇴근중인 엄마가, 어느새 제 앞에 서 있었습니다.
치하야「왜, 여기 있는 거야?」
치구사「퇴근길이니까」
치하야「답이 되지 않아」
치구사「무슨 말이려나?」
치하야「내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안 거야?」
치구사「후후후. 아무려면 어때. 그리고 내일부터는 학교를 땡땡이 치고 일부러 이런 곳까지 오지 않아도 괜찮아. 모처럼 나은 감기, 다시 걸리고 싶지 않지?」
엄마는 전부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저는 엄마한테 제가 안고 있는 고민을 상담했습니다.
처음 있는 일입니다.
치구사「치하야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되잖아」
치하야「엄마면서 참 무책임한 해답이네」
치구사「무책임하지 않다면 딸이 이렇게 될 때까지 방치 같은 건 하지 않아. 미안해」
치하야「이제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아……그래서, 난 어쩌면 좋을까」
치구사「그러니까 하고 싶은 걸 하면 되잖아? 넌 자유로우니까」
치하야「자유라……생각해본 적도 없어」
치구사「그리고 속죄 같은 건 그만두도록 해. 그게 얼마나 쓸데없는 짓인지는, 우리 모녀가 제일 잘 알고 있잖아」
치하야「……그것도 그렇네」
치구사「엄마도 최근 들어 알게 됐지만, 너무 늦었지」
치하야「늦지 않았어……늦었다고 해도 지금부터 채워 가면 돼」
치구사「……고마워. 하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치하야도 전혀 늦지 않았어. 지금부터라도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면 돼」
엄마가 그렇게 말하니 또 다시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생각해버렸습니다.
눈이 멀 것 같은 스포트라이트의 불빛을 받으며, 있는 힘껏.
치하야「정말로, 업보네」
치구사「어머나? 뭐가?」
복귀를 하다면 앞으로 많은 상처를 입을 것이 뻔합니다.
어쩌면 엄마한테도 상처를 입히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빛나는 무대에서, 환성을 받으면 노래하고 싶다니. 아이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업보가 많은 생물인지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치하야「나, 다시 노래하고 싶어. 부르고 싶어」
치구사「그렇구나」
지기 직전의 태양. 엄마는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눈으로 그 태양을 쫓으며 끄덕여주셨습니다.
이튿날 이른 아침, 저는 어깨까지 자른 머리에 리본을 달고 집을 나섰습니다.
치하야「다녀오겠습니다」
오랜만에 걷는 도시의 숲. 헤맬 것 같아 혼자서 걷는 것이 불안해졌지만, 그래도 이제 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맑게 개인 하늘을 올려다보니, 높이 뜬 태양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습니다.
치하야「비는 안 오겠네」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행복해져야지.
그 도중에 혼자서 흠뻑 젖어버린다고 해도,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다고 해도 지금의 저한테는 돌아갈 집이 있으니까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사무소 사람들이랑은 대체 어떤 얼굴을 하고 만나면 될까.
그것이 조금 불안합니다
치하야「하아……하루카라면 이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할까」
모두 나의 가족이라고 한 하루카의 말을 저는 떠올렸습니다.
――그렇네. 다녀왔다고 하면 돼. 그걸로 안 된다면, 부딪쳐가면 되는 거야.
【fin】
http://elephant.2chblog.jp/archives/520120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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