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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마스

치히로「No price」

by 기동포격 2016. 1. 4.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볼펜, 5000원.  


이제 3년 가까이 애용하고 있는 사무용 책상, 35만원. 



「안녕하세요, 치히로씨」 



프로듀서씨가 문을 열고 인사를 해온다.  


당신이 입고 있는 양복, 50만원. 


사회인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라며 분발하셨겠지요. 


아직 조금 세련되지 않다는 느낌은 듭니다만, 잘 어울린답니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씨. 오늘은 휴일 아닌가요?」

 


이 세상의 모든 것에는 가격이 붙여진다. 


그걸 알게 된 것은, 몇 년전의 일.  


그것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나는 눈으로 확인한 것의 가격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눈으로 보는 모든 것에, 가격표가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건, 인간이라도 예외 없이. 




「오랜만에 스카우트를 하러 갈까 싶어서요」 



수백억의 가격표가 붙은 당신은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그런가요. 또 좋은 아이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또 란코나 린 같은 수십억의 가치를 가진 아이를 데리고 와주셨으면 해요.


저번에는 수억의 가치만을 가진 아이들뿐이었으니까. 



「이번에는 활동범위를 늘려보려고요. 치히로씨가 생각하기에는 어디가 좋다고 생각하세요?」 



눈앞에 1000원짜리 일본 지도를 펼치는 프로듀서씨.  


47가지의 가격표가, 내 앞에 펼쳐진다.  




「……어디 보자. 여기는 어떨까요」 



펼쳐진 가격표 중에서 도쿄를 제외하고 특히 가격이 높은 곳 중에서, 가까운 곳을 선택해간다.


그것은 현(県) 자체의 가격이고, 결코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의 가치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제일 무난하다고 생각했기에. 


이러한 때, 내 눈은 불편하다.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진 1인당 가치의 평균을 산출하거나 할 수는 없다. 


이 눈으로 인식한 사람의 가치만을 측정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이 눈이 있으면 가치가 낮은 사람을 가려낼 수 있다.


프로듀서씨가 스카우트해 온 아이들도, 가치가 억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아이는 퇴출시켜 왔다.




「과연……참고가 됐습니다. 꼭 가보겠습니다」

 


현 몇 개에 마크를 한 프로듀서씨는 지도를 정리하자마자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나한테도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것은 역시 존재한다. 



그것은 예를 들면, 끝없이 펼쳐진 하늘.


그것은 예를 들면, 양이 너무 많은 바다.


그것은 예를 들면, 예술적인 의미가 큰 그림.  


그것은 예를 들면―――당신의, 마음.



가격표에 둘러싸여 살아온 나에게 있어, 가치를 모르는 것만큼이나 불안하고 두려운 일은 없다.  




왜냐하면 가격이 없다는 것은.



「얼마를 지불해야, 제 것이 될까요」 



누구한테도 들리지 않게, 살짝 자조적인 기색으로 말한다.


돈을 아무리 모은다고 해도, 내 것으로 할 수 없는 것이니까. 


이렇게 최악인 나라면, 더욱더.  








저 빌딩은 50억.


우리 프로덕션은 20억. 


역시 이제 슬슬 프로덕션을 큰 곳으로 이전해야 할까. 


밖으로 나와 생각에 잠긴다. 


프로듀서씨가 꼭 같이 가자고 해서, 나도 스카우트를 하는데 따라가게 되었다.  


여성이 같이 있는 게 상대방도 이야기하기 쉬울 것이다―――라는 이유로. 


이유가 있다 할지라도, 같이 가자고 해준 건 기쁘답니다. 




문득 유리창에 비친 나를 바라본다.


커스텀 메이드인 사무복, 40만원. 


살짝 멋을 내본 머리 묶개가, 2만원. 


하지만



「후훗」 



웃음이 나와 버리는군요. 


부자연스럽게 큰 가격표 딱 하나가 불쑥. 거기에 쓰인 한 자릿수.  



『0원』 




아무리 아름다운 것으로 멋을 내보아도, 나의 가치는 속일 수 없는 것 같다. 



「오래 기다리셨죠!」 



프로듀서씨가 프로덕션에서 가방을 가지고 나온다. 


그 15만원짜리 가방은……누군가가 당신에게 선물을 해준 거겠지요. 


그 가방은 분명 당신에게 있어 가격표에 적힌 가격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  


제가 드린 만년필도, 그것과 똑같이 소중히 해주시고 계실까요.

 


「그럼 갈까요」 


「네. 어디부터 돌까요?」 




어디 한 번 봅시다―――라면 다시 지도를 펼치는 프로듀서씨.



「당일치기라면 이 근처일까요」 


「그렇네요. 그게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왠지 모르게, 왠지 모르게지만. 


이래서야 여행지를 하는 부부 같다며 웃음이 나온다.  


그 관계는 내가 금고에 있는 돈을 전부 쏟아 부어도, 내 것이 될 일은 없을 텐데.



「그럼 출발해 볼까요!」

 


힘차게 걷기 시작한 프로듀서씨의 등을 뒤쫓는다.




그리고 앞질러 가버리려고 할 때, 공중에서 흔들흔들 방황하던 그의 손을 잡는다.  



「치, 치히로씨?」 


「프로듀서씨는 아무래도 제가 있다는 걸 잊고 가버릴 것 같으니까, 목걸이 대용으로 손을 잡겠어요」 


「모, 목걸이 말인가요……」 



진절머리 내는 그와 달리 내 기분은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다.


이 정도는, 부수입이지요.


가치가 없는 저의, 아주 조금 비싼 쇼핑.






「치히로씨,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며칠 뒤.


오늘도 가격표에 둘러싸인 하루. 그 하루가 끝나려고 하는, 단 둘만이 있던 사무소에서.


프로듀서씨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고했다.



「뭔가요. 돈에 대한 이야기인가요?」 



그 진지한 표정에 두근거린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 조금 얼버무리듯 말한다.



「그런 농담은 됐습니다. 정말로 진지하게……미래와 관련된 이야기니까요」 


「미래……」 




조금 상상해본다.


수년 후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때에도 가격표에 둘러싸인 생활을 하고 있을까. 



「으음, 그게 말이죠……그게……」 



프로듀서씨는 애매모호하고, 복잡한 표정을 지은 뒤 입을 다물어버린다. 


이건 뭔가 꺼림칙한 일이 있을 때 짓는 표정이다.  


다만, 미래랑 관련 된 꺼림칙한 이야기라는 것은 대체 뭘까. 역시 돈이 얽힌 것이 아닐까?




「……저랑, 사귀어주시지 않겠습니까!」 



프로듀서씨가 내 눈앞에 갑작스럽게 작은 정사각형 흑색 상자를 내민다. 


400만원……? 혹시, 이 안에 들어있는 건. 



「열어봐도, 괜찮나요?」


「네, 넷」 



있을 수 없어. 그럴 리 없어.  


하지만 어쩌면.


불안과 희망이 뒤섞인 마음으로, 상자를 살짝 열어본다. 




거기에 있는 건, 작디작은 다이아몬드가 얹힌 반지였다.



「……후훗」 


「뭐, 뭔가 이상했나요!?」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왜냐하면 안에 들어있던 것은 내가 예상하던 것이었으니까.


아무리 돈을 모아도, 내 것으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 


내가 전재산을 쏟아 붓는 한이 있어도, 가지고 싶었던 것. 



「반지라니……결혼할 때 주는 거잖아요」 


「아, 그게 말이죠. 그게, 그 정도의 각오라는……」 



당황하는 프로듀서씨를 장난치듯 몰아세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울어버릴 것 같았으니까.




「만약 저한테 차이면, 이 반지를 어쩔 셈이셨나요?」 


「쿠, 쿨링 오프를……」 


「역시 그건 아까워요. 모처럼의 반지니까요」 



돈을 만지는 것 이상으로 조심하며 신중히, 신중하게 반지를 살그머니 집는다. 



「이렇게, 해야겠죠」 



그리고 집은 반지를, 왼손 약지에 꼈다. 

 


「아……치, 치히로씨……!」 



반지에는 변함없이 400만원의 가격표가 붙어 있지만,




손에서 반짝이는 반지는 세상 어느 반지보다, 어떤 물건보다 비싸게 보였다.



「감사합니다. 저도 좋아해요. 프로듀서씨」 



달빛이 창문을 넘어 사무소 안으로 비치고 있다.


이 풍경에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아 다행이라고, 마음속으로 안심한다.


그런 무드가 없는 고백은, 필요 없다. 


프로듀서씨 뒤에 있던 거울이 문득 내 눈에 들어왔다. 



바보 같이 자기주장을 하는, 부자연스럽게 큰 가격표.


거기에 쓰인 가격이 변한 것처럼 보인 것은, 제 기분 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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