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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니마스

넌, 여친 있어?

by 기동포격 2020. 12. 2.

「넌, 여친 있어?」



 그것은 서류를 작성하며 마시고 있던 커피를 리필 하러 가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난 타이밍에 일어난 일. 사무소 소파에서 다리를 꼬고 여유 있게 앉아있던 후유코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해왔다. 


 단적으로 말해, 놀랐다. 진심으로.


 내가 아는 한 후유코는 섣부르게 사람의 신변을 파고들만한 타입의 아이가 아니다. 그런데 나의 사적인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듯한 행동을 한다는 것은 즉, 뭔가 그에 상응하는 이유가 있기에 그런 것이 틀림없다.



「으음…갑자기 왜?」



 커피를 끓이러 가는 것을 일단 중지하고, 그대로 후유코의 옆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친숙하기 그지없는 단정한 얼굴은 어딘가 우울해 보여, 평소와 비교해 패기가 없다. 그러고 보니 아침 인사를 할 때 기운이 조금 없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프로듀서로서 후유코가 오늘 보여주는 이변은 우려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보고 지나칠 수는 없다.

 나는 스스로의 마음을 가다듬자마자, 가능한 온화함을 의식하며 말을 이어갔다. 



「나의 사적인 영역에 흥미를 가지다니 깜짝 놀랐어. 대답하기 전에, 질문의 의도를 물어봐도 괜찮을까?」


「……그래」



 후유코는 옆에 앉아있는 나의 얼굴을 조용하게 응시하기 시작했다.

 사랑스러운 갈색 눈동자가 어딘가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무릎 위에 놓인 작은 양손은 긴장하고 있는 듯 단단히 주먹을 쥐고 있었다.



「요전에, 말이야」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후유코는 심각하게 말했다.



「스트레이라이트가 버라이어티 방송 수록을 했잖아. 끝내고 돌아갈 때, 같이 출연했던 여성 탤런트가 분장실에서 물어왔어


「…나한테 연인이 있느냐, 없느냐?」


「응. 네가 너무 멋져서 한눈에 반했다고 소란을 피우더라고」


「그, 그렇구나……그건 뭐라고 해야 할까, 영광이네」


「뭐야, 좋아하는 거야?」


「그야 그렇지. 다른 사람이 호의를 가져준다면 대부분 기뻐하겠지」


「……흐으응」



 돌아온 것은 아무런 감정도 담겨져 있지 않은 맥빠진 목소리.

 어라? 기분 탓일까. 

 방의 기온이 조금 내려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너 정말 빡치네」


「갑자기 신랄한걸」


「시원찮은 주제에 인기 있잖아. 전에도 말했지? 후유말고 귀여운 아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후유한테서 한눈 팔다가는 절대로 용서치 않을 거야」


「아니…걱정하지 않아도, 나는 지금 후유코한테서 눈을 떼지 않고 있는데」



 후유코의 요구는 될 수 있는 한 들어주고 있다.

 그런 나의 행동이 응석을 받아줄 뿐이라고 지적한다면 뭐, 부정은 할 수 없지만.



「…흥. 뭔데, 대체 뭔데. 그런 말이 입에서 술술 나오고 말이야. 후유의 마음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이 천연 카사노바」


「아야! 임마, 후유코. 다리 차지 마」


「후유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든 벌 치고는 가벼운 편이거든. 바보」


「잘 모르겠지만 미안」


「잘 모르겠으면 사과하지 말지? 화가 더 끓어오르는데」



 우울해 보이는 얼굴에서 이번에는 깔보는 듯한 얼굴로 완전히 바뀐다.

 나는 그 쪽 취향이 아니므로 비교적 평범하게 상처를 받을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눈물 흘릴 만큼은 아니지만.



「것보다 후유의 차례는 끝났으니, 다음은 너의 차례야. 자, 빨리 대답하도록 해」



 후유코가 타박하듯이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킨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시동이 걸렸는지, 평소 보던 투지 넘치는 태도다. 하지만 무릎 위에 그대로 놓여 있는 왼손이 약하게 떨리는 걸 본 나는, 무심코 깨달았다.


 이런 건 눈치챘다고 하더라도 지적하지 않는 게 좋겠지.

 일단 못 본 체를 하고 차분하게 대응을 하는 것이 어른이라는 존재다.



「없어, 지금은」



 딱히 숨길 이유도 없었으므로 그렇게 태연히 대답한다.

 나 스스로도 내가 한 말에 씁쓸함을 느꼈다.

 현실은 정말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후유코 또한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무심코 고개를 갸우뚱거릴 뻔했다.



「『지금은』이라는 건…옛날에는 있었구나」



 후유코의 목소리는 어딘가 언짢음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한숨이 들려올 것 같이.

 으~음, 내가 뭔가 실수를 했나?

 이상하게도 본능은 진실을 아는 걸 두려워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아아. 뭐, 그렇지. 있긴 했어도, 프로듀서로서 일을 시작한 뒤에 차였지만」


「…헤에? 상대방한테 대체 뭘 했는데」


「아니, 아무것도 안 했어」


「그럼, 왜」


「하하. 오히려 아무것도 안 했던 것이 문제였던 거야」



 삽시간에 멍해진 후유코에게, 나는 자조적인 미소를 띄웠다.

 옛날 일을 가볍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격한 후회가 나를 덮쳐든다.

 아침부터 이런 건, 조금 힘든데.



「차인 이유는 2가지. 첫 번째는 일이 바빠서 서로 엇갈리게 된 것. 두 번째는…그녀가 질투의 화신이었다는 것. 아이돌과 일을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야」


「즉…정나미가 떨어졌다는 거네」


「빙고. 하지만 아이돌이 나한테 연애감정을 가질 확률은 희박한데 말이야. 오해하게 만든 건 지금도 미안하기 그지없어」


「--큭. 그, 말은…」


 

 내가 한 말에, 후유코는 벌레를 씹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 거의 보지못한 표정.

 하지만 후유코가 왜 그런 반응을 하는지, 나로서는 그 이유를 명확히 알 수가 없었다.

 반사적으로 나는「후유코?」라고 이름을 살며시 불렀다. 이어지는 말을 그녀에게서 이끌어 내기 위해.

 그러자



「모르는, 법이야」


「…응?」



 돌아온 것은, 부정하는 말이었다. 



「네가 마음대로 그렇게 믿고 있을 뿐, 너한테 연애감정을 가진 아이돌이 있을지도 모르는 법이잖아」


「아니아니…아무리 그래도 그건」


「시끄러. 후유가 한 말을 가볍게 여기지 마」


「…미안」


「정말 그렇다니까. 왜, 왜 이런 녀석을 후유가……왜 이렇게 괴로워해야 하는 건데……」



 나의 사죄를 듣고 있는 건지 안 듣고 있는 건지, 후유코는 혼자서 작은 목소리로 투덜투덜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고개를 숙여,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해두면 위험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는 오른손으로 후유코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었다. 



「야, 후유코」


「………있을 수 없어. 이 타이밍에 나를 만지다니」


「뭐, 뭐라고? 한 번 더 말-」



 말을 하는 도중에, 후유코가 오른쪽 손목을 쥐었다. 그리고는 재빠르게 그 얼굴을 들어, 갈색의 눈동자를 나의 시선과 맞추었다.



「너 짜증나」


「그 말, 아까도 들었어」


「아까보다 더 짜증난다는 의미야, 바보. 둔한데다, 세심함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전혀 움직여주지 않는다 싶으면 또 굉장히 상냥한데다 가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하지만 진짜 제일 짜증나는 건」



 그 때

 후유코의 뺨이 툭 소리를 내며 내 오른손에 살며시 올려졌다.

 마치 응석을 부려오는 것처럼.



「ーー너를 싫어할 수 없는 나 자신」


「후유-」


「아~, 아~! 시끄러, 닥쳐. 대답 같은 건 딱히 기대 안 하거든. 요만큼도」



 후유코는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갑자기 일어서서는, 빙글 돌아 나를 등지고 섰다.

 그 자리에서 똑바로 걸어가면 사무소 출입구. 기분 탓인지, 후유코의 뒷모습은 쓸쓸해 보였다.

 ーー무슨 말을 해야 한다.

 본능이 그렇게 속삭이고, 지금 바로 어떻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종이 머릿속에서 울려퍼졌다.



「잠깐만! 후유코!」


「…뭔데」


「후유코 네가 말한 그런 아이돌이 만일 있다고 한다면, 그 연심을 필사적으로 숨기며 참을 수 있는 건 대단하다고 나는 생각해」


「……, 당연하지. 후유가 알고 싶은 건……아이돌에게 사랑받아 넌 기쁘냐 기쁘지 않느냐, 그것에 관한 것이야」



 후유코의 연약한 어깨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이유는 여전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이상하게도 가슴이 고통스러워졌다.



「기뻐. 하지만 그것과 같을 정도로 괴로워. 여하튼 세상을 적으로 돌리면 가장 곤란한 건 아이돌 쪽이니까. 나는, 아이돌이 상처받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



 다짜고짜 본심을 내비친다.

 이 대답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그런 건 내가 알 바 아니다.

 어쨌든 지금은, 눈앞에 있는 여자아이의 마음에 다가가 붙어 있어주고 싶었다.



「………그렇구나」



 몇 초의 침묵 끝에 돌아온 것은, 어딘가 안심한 듯한 목소리였다.



「그렇다면 나, 이대로 너를 싫어하지 않으면서 지낼게」


「그건 고맙지만…그렇게 말고 좀 더 상냥하게 말해줄 수는 없나?」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그걸 그렇게 간단하게 할 수 있다면, 이미 그렇게 했을 테니까. 이유는 네가 방금 막 말했잖아」


「그 말은-」


「후유는 말이야」



 내 말을 억지로 차단하며, 후유코는 갑작스럽게 화제를 전환했다.

 여전히 나에게서 등을 돌린 채였다.



「언젠가 아이돌을 은퇴하면, 탤런트가 될지도」


「가, 갑작스럽네. 어째서?」


「왜냐하면…연예인으로서 반짝거리며 빛나면서도, 시원찮은 주제에 인기 있는 바보랑 당당히 연애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걸. 그런 건 치사해」


「어?」



 말의 진의를 이해하려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순간, 찰칵하고 문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후유코가 낸 것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기다란 흑발이 눈앞에서 너풀거리며 나부끼고 있었다.



「그럼 나중에 보자. 슬슬 레슨 시간이니 가볼게」



 결국 후유코는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사무소를 떠났다.

 떠나려는 순간 봤던 후유코의 귀는 사과처럼 새빨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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