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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무스메/SS

다이와 스칼렛의 트레이너 보이스 편집

by 기동포격 2021. 5. 18.

『……그래서, 언덕 후반부의 랩타임이 떨어지고 있으니, 조금 더 언덕 등반 개시 스피드를……』


기숙사에 있는 나의 방에서 스마트폰 사진을 정리하고 있을 때, 찍은 기억이 없는 고용량 동영상을 발견했다.


「뭐야, 이거……?」


화면은 새까맣고, 음성만이 흘러나온다.


『……나는 그 쪽이 더 좋으려나. 스칼렛은 어떻게 생각해?』


아무래도 지난 주 즈음 트레이너실에서 했던 미팅이 녹화되어 있는 것 같았다.
어떠한 연유로 인해 녹화 버튼을 눌러버렸겠지.


『나로서는 조금 더 다리를 모아 스타트하고 싶은데』


건방져 보이는 내 목소리도 녹화되어 있다. 직접 들으니, 너무나 제멋대로인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러워졌다.
바로 지워버리자고 생각했을 때


『스칼렛. 그 방법은……』


마침 트레이너가 내 이름을 부르는 부분에서, 손을 멈추고 말았다.


일시정지. 조금 되감아서, 재생.


『스칼렛』


이어폰을 끼고, 다시 한 번 더.


『스칼렛』


……앗, 난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트레이너가 내 이름을 부르는 건 항상 있는 일인데. 하지만 자기 방에서, 귓가에서, 그가 나를 부르는 걸 듣는 건 완전히 달랐다.
나는 그것을 몇 번이나 되풀이 했고, 결국 그 동영상을 지우지 못했다.



밤. 침대에 누은 뒤, 이어폰을 끼고 또 그 녀석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낯간지러워서……참을 수가 없어서.
자신이 조금 변태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고……그 날은 기분 좋게 잘 수 있었다.

다음날, 또 동영상에서 흘러나오는 트레이너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잡음이 신경 쓰이게 되었다.
이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없으면 좋을 텐데.
조금 더 선명한 목소리라면 좋을 텐데.
좀 더……상냥하게 말해줄 때의 목소리라면 좋을 텐데.
그렇다면, 한 번 더 녹음하면 된다. 얼마 안 되어 그것을 깨달았다.



트레이너실에서 미팅을 시작하기 전에 스마트폰을 꺼내 책상에 두었다. 녹음 어플을 가동한다.


「그럼 오늘의 반성회를 시작해볼까」

「네」

「오, 대답 좋은걸. 항상 조금 따분해 보이더니」

「아니거든요. 자, 빨리 시작하죠」

「미안미안. 일단 오늘의 타임 말인데……」


미팅은 평소 진행되던 대로 진행되었지만, 내 가슴은 계속해서 두근거렸다.
좋은 목소리가 녹음되었을까?



「응. 이전 것보다 훨씬 좋아」


방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미소지었다.
딱히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음성편집용 무료 어플을 다운로드해서, 필요한 부분을 잘라내어 붙여 보았다.


『스칼랫……좋아……』


하고 있자니, 스스로도 기분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멈출 수 없을 것 같다.
얼마 전부터 자각하고 있던 그를 향한 마음이, 더욱 가속하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느낌 좋은 대사가 부족해……」


이렇게 되면 이리저리 말을 하게 만들어, 음성을 끌어 모으는 수밖에 없다.
내 행동은 점점 그 수위를 높여가고 있었다.



「이쪽이랑 이쪽, 어느 쪽이 귀여워?」

「오른쪽이 더 귀여우려나」

「히트쳤던 그 영화, 뭐였더라?」

「분명,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지 마, 아니었던가?」

「트레이닝 시간까지 잠시 눈 좀 붙일게. 잘 자」

「여기서? 뭐, 상관없지만……잘 자, 스칼렛」


그 밖에도 이런저런 대화로 트레이너의 말을 끄집어내어, 녹음하고 있었다.
음성편집 어플도 무료 어플에서 AI기술이 엄청나다고 소문난 유료 어플로 바꾸었다.



「……완성했어」


재생버튼을 눌렀다.


『스칼렛, 수고했어. 오늘도 귀여워서 최고였어. 스칼렛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야. 좋아해. 사랑해. 내일도 열심히 하자. 잘 자』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일련의 목소리를 듣는다……아주 조금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가 나한테 달콤한 말을 귓가에서 속삭여주고 있었다.


「우우~~」


간지러워서 꼬리가 휘적휘적 춤을 춘다.


「?……뭐 듣고 있어?」

옆의 침대에서 누워 잡지를 읽고 있던 보드카가, 일어나서는 흥미진진해 하며 다가왔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뭔데. 가르쳐 주면 뭐 덧나?」


이어폰을 가져가려고 하는 보드카에게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안 돼. 절대 안 돼!」

「쪼잔하기는!」


얼마동안 달라붙던 보드카한테서 어떻게든 숨기는데 성공했다.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 분사(憤死)하고 말 것이다.

그 이후에도 나는 트레이너의 목소리를 여러번 녹음하고 그것을 편집했다.
길이는 물론이고 바리에이션도 증가했다.
숙면용, 기상용, 알림용. 격려해주는 것, 타일러주는 것. 각 상황에서의 알람……조금 야한 기분이 들었을 때 쓰는 것.
그 덕분에 숙면을 취할 수 있었고, 상쾌하게 기상할 수 있어, 상태가 나날이 좋아지고 있었다.



절대로 할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실수는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과신하고 있을 때 일어나는 것이다.
평소에는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는 매너모드로 해놨을 텐데.
트레이너실에서 트레이너랑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도중


『스칼렛, 메시지가 왔어』



주머니에 들어있던 폰에서, 합성한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거짓말. 어째서. 게다가 하필이면 트레이너 앞에서.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갑자기 내 옷의 주머니에서 들려온 탓인지, 깜짝 놀라 말을 잃은 것 같았다.
얼버무리려 했지만……무슨 말을 해서 얼버무리면 될까.


「스칼렛, 방금 그건……」

「이건, 그게……네 목소리랑 비슷한 보이스가 있어서, 다운로드 했어! 무슨 불만 있어!?」


오히려 내가 큰소리를 낸다. 나의 단점이다.
트레이너는 나의 기세에 놀랐는지, 항상 보여주는 나의 분노어린 대응이라고 생각했는지, 어쩔 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 딱히 불만은 없어」

「그럼 상관없지!? 문제 없지!? 그럼 이만 가볼게!」


나는 황급히 트레이너실을 빠져나왔다.


「아아아……」


내일부터 트레이너의 얼굴을 어떻게 보지.
트레이너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있는 건 안 들킨 것 같지만……그의 목소리가 좋다고 스스로 말한 거나 마찬가지고.
내 마음까지 들킬 것 같아……
부끄러워서 죽고 싶었다.



「다녀왔어」

터벅터벅 방으로 돌아오니, 드물게 보드카가 열심히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내가 돌아온 것에 깜짝 놀랐는지, 손가락이 화면을 누른다.


『보드카, 아침이야. 일어나』


보드카의 폰에서, 그녀의 트레이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 너도……


「우와아아앗! 듣지 마, 듣지 마! 머릿속에서 지워!」


이미 들어버렸고, 지울 수도 없을 것 같다. 동류.


「너, 그거 어떻게 된 거야」

「……이, 이건……그게, 트레이너실에서 졸 때, 트레이너가 깨워줬거든? 기상하는 게 엄청 상쾌하더라고! 그래서 트레이너한테 부탁해서 목소리를 녹음했어……무슨 불만 있어!?」


그녀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면서 말했다.

자신이 직접 부탁했나……


「보드카, 나의 패배야」

「헤?」


나는 솔직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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