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라는 말이지, 트레이너한테 ”감사”를――더욱, 더욱, 더욱 더 하고 싶어」
나를 내려다보는 하루우라라가, 항상 보여주던 벚꽃색 눈동자가 아니라 탁한 눈동자로 그렇게 말했다.
내 양팔은 하루우라라가 단단히 누르고 있어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녀의 가느다란 팔에서 어떻게 이런 힘이 나오는 건가. 우마무스메의 완력에 다시 한 번 놀라움을 느낀다.
나는 하루우라라를 올려다 보면서, 상황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생각했다――
◇◇◇
솔직히 말해 하루우라라는 레이스와 어울리지 않는 우마무스메였다고 생각한다.
져도 즐겁다는 것은, 승리를 목표로 하는 레이스에 있어 치명적인 감각이다.
하지만 「달리는 것 그 자체가 즐겁다」 고 하는, 하루우라라의 기질을 살린다면 혹시?――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녀를 조금씩 단련시켰다.
더트에 알맞은 적성과, 선입에 어울리는 각질을 육성.
승리를 노리도록, 그렇다고 달리는 즐거움을 잊지 않도록.
그런 트레이닝 방침을 세운 보람이 있어, 하루우라라는 결과를 창출――URA 파이널즈에서 승리를 장식하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승리한 그 순간, 하루우라라가 기뻐하는 모습은 굉장했다. 그 모습을 보았기에, 환희가 담긴 태클을 받아 갈비뼈에 데미지가 좀 있었던 것도 나쁘게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축하하기 위해, 이 온천 여관을 찾아왔다.
탕을 즐기고, 음식을 보며 입맛을 다시고, 방에 놀러 온 하루우라라와 이야기를 나누고――일이 한 바탕 끝난 후, 방에 문득 침묵이 흘렀다.
「트레이너」
책상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앉아 있는 하루우라라가, 불쑥 중얼거렸다.
「우라라는 말이지, 트레이너에게 엄청, 엄청 감사하고 있어. 달릴 수 있으면 지더라도 즐거웠지만, 이기면 더욱, 더욱 즐겁다는 걸 가르쳐줬어. 이길 수 있게 트레이닝을 시켜주었어. 지금의 우라라가 있는 건 말이지, 전부 트레이너의 덕분이야――정말로 고마워」
하루우라라가 항상 보여주는 천진난만한 미소와는 조금 다르게 차분한 미소를 띠우고, 나에게는 과분할 정도의 감사를 고했다. 트레이너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감사한 건 나도 마찬가지야. 네가 노력했기에 나도 지금 여기 있는 거야. 네가 있어주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어. 나의 슬하에 와줘서――정말로 고마워」
그래, 하루우라라가 열심히 노력했기에, 지금 이 순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조금 도와준 것에 불과하다.
하루우라라가 전하는 감사의 말에, 나도 전력으로 그 감사에 답을――했을 터였다.
내 말을 들은 순간.
쓰윽――――――하고
온화한 미소를 띠운 채, 하루우라라의 눈동자가 탁해졌다.
「……우라라?」
내 말 어딘가에 기분을 해칠만한 것이 있었나? 갑작스러운 하루우라라의 변모에, 나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하루우라라는 일어서더니 책상을 돌아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그녀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트레이너, 치사해」
――치사해?
내가 곤혹스러워 하고 있으니, 하루우라라는 손을 뻗어 내 팔을 잡았다.
「그렇게 말하면, 좀 더 “감사” 하고 싶어지잖아」
하루우라라가 꽈악, 힘을 주기 시작했다.
무심코 버티려고 했지만, 인간인 내가 우마무스메의 완력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대로 날 밀어 넘어뜨리고――하루우라라는 내 위에 올라탔다.
「우라라는 말이지, 트레이너한테 ”감사”를――더욱, 더욱, 더욱 더 하고 싶어」
그리고 첫 장면에 이른다.
◇◇◇
「지――진정해」
내 입에서 처음으로 흘러나온 건 그 말이었다.
「진정해? 우라라는 차분해. 남자는 이렇게 하면 기뻐한다고, 책에서 잔뜩 읽었는걸」
응. 방금 전이었다면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자신보다 강한 존재에게 억눌리는 상황이라는 것은, 결코 부러워할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배웠다.
위험하다. 무섭다.
팔을 억눌려 전혀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나 무서울 줄은.
「무서워하지 마. 괜찮아. 아프게 하지 않아. 우라라, 공부 열심히 했으니까」
하루우라라는 그런 나를 달래듯, 평온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하루우라라한테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녀는 상쾌한 표정으로 나의 저항을 억제했다.
「아하하. 트레이너는 우라라에게 못 이겨……귀여워라」
하루우라라가 얼굴을 접근시킨다. 복숭아 색 머리카락이 내 뺨을 쓰다듬었다.
코를 킁킁 울리며――입맛을 할짝 다셨다.
「트레이너, 좋은 냄새」
탁해진 눈동자를 유지한 채, 하루우라라한테서 온화한 미소가 사라지고――요염한 표정이 드리웠다.
「그럼, 트레이너. “감사”, 잔뜩 해줄게」
그렇게 말하고 하루우라라는 옷에 손을 가져갔다.
위험하다. 이 이상은 확실히 위험하다. 이제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
비장의 카드를 쓰는 수밖에――!
「이, 이 이상 계속 한다면 나는 하루우라라를――――시, 싫어하게 될 거야」
하루우라라의 움직임이 딱 멈췄다.
「……어?」
하루우라라가 눈을 크게 뜬다.
탁하던 눈동자에 빛이 돌아오고, 항상 보던 벚꽃색 눈동자가 되어 있었다.
「못 들었어? 나는 우라라를――――시, 싫어하게 될 거라고 했어」
흥분 상태에 있는 사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충격을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나는 트레이너가 되는 과정에서 그것을 배웠다.
진정시키기 위해서라고는 해도, 이 말을 꺼내는 건 솔직히 괴롭다.
좋다, 싫다 두 선택지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분명 하루우라라를 좋아하고 있고, 곁에 있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통상적인 관계 그 이상은 바라고 있지 않다.
「…………」
내 말에 하루우라라는 얼어붙고 말았다. 몇 초간의 침묵이 흐른다.
「지――진정, 했어?」
나는 조심조심, 하루우라라에게 물었다.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말이지만, 하루우라라한테는 효과적이었던 것 같――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꽈아아아아아아악!!!
「크허억!?」
하루우라라는 눈에 눈물을 넘쳐흐르도록 띠우며 나에게 베어 허그를 걸어왔다. 삐걱삐걱하고 들려서는 안 되는 소리가 들린다. 잠깐만 기다려봐. 데미지를 입은 지 얼마 안 지났는데――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트레이너!! 사과할 테니 우라라를 싫어하지 마. 부탁이야, 부탁이야, 부탁이야―――!!」
「아, 알겠으니까, 좀 놔줬――」
뽀각
――아……
결국 위험한 소리가 들렸군――그것이, 그 날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다음날.
기절 했던 나와, 나에게 달라붙어 울며 매달렸던 하루우라라는 거의 동시에 눈을 떴다.
한숨 자고 이성을 되찾은 하루우라라는 굉장히 침체되어 있었다. 트레이너에게 올라탄 것도 모자라 미움받아 버리고 말았다――그것이 상당히 견딜 수 없는 모양이다.
나는 그런 하루우라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했던 말은 단순한 임기응변이라고 하루우라라에게 전했다.
우마무스메에게 기승위를 당했다는 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트레이너라고 하는 직업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그 정도의 일을 신경 쓰면, 이 일은 못 해 먹는다.
하루우라라는 나의 말을 들으면서 쓰다듬을 받고 있었지만――이윽고 나의 몸에 꼬옥 달라붙었다. 이번에는 상냥하게, 결코 과하지 않게.
「트레이너――계속 우라라의 트레이너로 있어줘」
――물론이지. 나는 그렇게 답했다.
<끝>
참고로 돌아 간 뒤 병원에서 갈비뼈를 검사받으니, 골절 일보직전인 상태라고 진단받았다. 뭐, 이런 걸 일일이 신경 쓰면 트레이너라는 직업은 못 해 먹는다.
<이번에야말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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