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것 같았던 벚꽃도 지기 시작, 어린잎이 피어난 나무들을 보고 봄도 이제 끝물인가-
그렇게 느낀 것도 찰나의 순간.
체온이 살짝 상승하는 것 같은 따뜻한 공기에 휩싸인 오늘.
난 봄의 향기를 실은 바람을 받아들이며, 레이스를 위해 새로이 재조정한 메뉴를 테블릿으로 검토하면서 연습 장소로 향했다.
시각은 이윽고, 트레이닝이 시작되기 10분 전.
지랄 우마무스메--골드쉽은 모습을 전혀 내비치지 않는다.
「뭐 하는 거야, 그 녀석…」
어제는 그렇게 신나서
「나 말이야! 다음 레이스에서 이기면 트레이너 돈으로 야키니쿠 먹고 싶어! 괜찮지? 괜찮지? 아앙?」
그렇게 끈덕지게 졸라댄 주제에.
애초에 사준다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트레이너인 나에게 거부권은 없는 건가?
그녀의 유례를 찾기 힘들며 끝이 없는 에너지와 텐션은, 항상 격하게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에 컨디션 조정이 꽤나 어렵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근의 기온차 때문에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대로 연습 장소에 오지 않는 것도 마음에 걸리므로, 나는 상태를 살피러 가기로 했다.
트레센 학원의 기숙사로 걸음을 옮겨 그녀의 방에 도착하니, 문에는 큼직큼직하게 문자를 갈겨쓴 벽보가 한 장.
「오늘의 고루시쨩은 영업 종료했습니다」
「… 하아?」
이게 대체 무슨 의미야?
영업 종료가 대체 뭔데? 넌 언제부터 여기서 장사를 시작했는데?
네가 남에게 건네는 건 시비 정도밖에 없잖아. 농담도 이렇게까지 하면 어처구니가 없어진다.
깊은 한숨을 한 번 내쉬면서 시험 삼아 문을 노크해 본다.
「야~. 고루시, 있어?」
「……」
「트레이닝 시작 시간은 이미 훨씬 전에 지나갔다고. 있으면 빨리 나와」
「… 형씨, 벽보 붙어 있는 거 봤어? 오늘은 가게 영업 종료했어. 돌아가, 훠이훠이」
골드쉽의 밉살스러운 목소리가 문을 넘어 귀에 꽃힌다.
아무래도 방 안에 있는 것 같다.
「아니, 훠이훠이는 무슨. 것보다 있다면 열게」
「얌마! 소녀의 방에 멋대로 들어오지 마!!」
문답 무용으로 문을 여니, 골드쉽이 침대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누워있었다.
「뭐야, 진짜 몸이라도 나쁜…우왓, 다크서클이 엄청나구먼」
「으아앙… 어젯밤에 토끼는 외로워지면 정말로 죽어버리는 걸까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더니, 나 토끼가 가여워서 밤새도록 잠이 안 오더라. 그래서 잠을 못 잤어… 흑흑흑. 불쌍한 토끼쨔응」
「…그런 하찮은 이유로 수면부족이라니, 넌 정말로 바보구나」
「야, 임마. 고루시쨩을 바보 취급했어? 엉? 안 그래도 작은 그 키를 좀 더 작게 해 줄까」
정말로 아무래도 좋은 일 때문에 고민하며 잠을 못 자거나 덤벼오는 것을 보아하니, 평소 내가 보던 그녀가 틀림없다. 조금 안도한다.
그리고 이렇게 수면부족인 채 트레이닝을 해봤자 부상으로 이어지므로, 휴식을 주기로 했다.
「뭐, 생각했던 것보다 건강해서 다행이야. 어쩔 수 없으니 오늘은 하루 더 쉬어도 괜찮아」
「진짜!? 와~~아! 그럼 건어물 같이 밖에서 계속 대자로 누워 뒹굴면서~, 햇볕을 쬐고 싶은데~. 따뜻한 곳에서 자고 싶어~」
「밖에서 자면 감기에 걸리니,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자」
「음~. 그냥 자기만 하면 아깝고…아, 좋은 생각이 났다. 저기, 트레이너」
불길한 예감이 날 덮친다.
이 눈은 무언가를 해줬으면 할 때, 조를 때 보여주는 눈이다.
하지만 고루시 마음대로 휘둘리기만 해서야, 트레이너로서의 프라이드가 용서치 않는다.
그녀가 토해낼 다음 말을 받아들일 준비 정도는 해두자.
「오늘은 고루시쨩은 이미 영업 종료했잖아? 그러니까 트레이너가 지금부터 나를 치유시켜 준다는 건 어때. 이름하여 응석받아주기씨!」
… 두통이 나기 시작했다.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 건, 나일지도 모른다.
「하~~~~… 그야말로 딱 안성맞춤이라니까, 이거. 그래, 그야말로 내 전용으로 직접 만든 것 같은…」
상황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거룩한 그 삼여신조차 전혀 알 수 없겠지.
「왜 그렇게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어, 트레이너~! 곱디고운 우마무스메인 나 고루시님한테 안겨 있으니, 좀 더 기뻐하는 얼굴을 하라고」
상황은 이미 파악하고 있겠지.
난 지금 키가 10cm나 차이나는 우마무스메에게, 다키마쿠라 취급을 당하고 있다.
「이건 나를 놀리고 있는 거잖아. 아아, 진짜. 아까부터 지방 덩어리 때문에 더워죽겠어」
「지… 지방…이라고… 배짱 한 번 좋은걸. 질식사하는 게 소원이야? 트레이너님」
「그만그만그만, 진짜 죽어」
나를 치유해라! 응석을 받아줘라! 그런 제멋대로인 주장에서 파생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광경.
육성 중인 우마무스메, 골드쉽에게 다키마쿠라 대체품 취급을 당한 결과, 사인이 말도 안 되게 큰 가슴 때문에 압사라니. 절대로 싫다.
「뭐, 간단히 말해 수면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숙면을 취해야 하잖아? 그렇다면 트레이너인 네놈이 나를 질 좋은 수면으로 이끄는 것이 도리에 맞잖아?」
그렇게 말하며 자기 마음대로 내 머리에 턱을 올려놓고, 거기다 나를 꽈악 안는다.
불합리하게도 지방 덩어리가 또다시 압력을 늘려가므로, 산소결핍이 일어나 어질어질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다.
맥박이 뛰는 속도도 마라톤을 전력질주한 후 같아서,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 어째서지?
「참나. 쪼물락쪼물락 빼지 마. 얌전히 온기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완수하는 것에 집중하도록 해. 것보다 내가 잘 때까지 이대로 있지 않으면 싫어」
「야키니쿠도 그렇고, 이 상황도 그렇고, 나에게 거부권은 없는 거구먼」
「오. 야키니쿠 사준다는 약속, 잊지 않았잖아! 역시 트레이너… 월급 많이 받으니, 좋은 고기 기대하고 있다고」
「이긴다면 말이지」
「응. 이길 거야, 나는」
문득 시선을 위로 향하니
평소 보여주는 광기와는 다르게
올곧고, 신념어린 「진정한」 강함을 가진 그녀의 눈동자가 보였다.
그 눈동자에는 아무런 미혹도 보이지 않았다.
「…그 말, 그리고 너도, 나는 믿고 있어」
「당연하지! 나도 나를 믿고 있고, 트레이너도 물론 믿고 있어」
만족스러운 듯 니히히 웃는 골드쉽은, 칭찬받아 기쁜 어린애 같았다.
「… 그건 그렇고, 트레이너 따뜻하네. 뭔가 진정돼」
「성인 남성을 끌어안고 진정된다니, 넌 정말로 이상한 녀석이구나」
「이런 생각하고 행동은, 트레이너한테만 하는 걸」
「아? 잘 못 들었어」
「쿠울」
… 바로 수면 돌입이냐.
침까지 흘리면서 초고속으로 잠에 빠지다니, 마치 맨날 0점을 받으면서 파란 고양이형 로봇에게 의지하는 소년 같다.
「뭐, 오늘 정도는 말이지」
여러 레이스에서 그녀가 꿈을 보여주는 만큼, 지금 이 시간만큼은 즐거운 꿈을 꾸게 해주자.
윤기 나는 은색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빗처럼 쓸어내리니, 회색 꼬리가 살짝 흔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새근새근 자면서 내는 숨소리와 2인분의 따뜻함이 기분 좋아, 어느새인가 나도 천천히 의식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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