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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스 SS/유키호

유키호「그녀는 매일 밤, 단검을 손에 들고 마중 나와요」

by 기동포격 2014. 8. 21.

툭, 툭. 

창문에 작은 돌이 부딪치는 소리.


 


「……」


 


커튼을 끝까지 걷고, 유리 너머로 그 모습을 본다. 

툭, 툭. 

계속해서 날아와 부딪치는 작은 돌.


 


「……」


 


말없이 작은 돌을 던지는 그녀. 

하기와라 유키호가 잘 알고 있는 그녀. 

새까만 머리카락에 야무진 몸, 키쿠치 마코토. 

시계는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창문을 연다. 

섬뜩한 공기가 피부를 어루만졌다.


 


「마코토」 

「……」


 


대답은 없다. 

대답은 없다.


 


「마코토」 

「……」


 


……대답은 없다. 

멍하니, 단지 그곳에 있는 키쿠치 마코토. 

유키호의 손바닥에 땀이 배기 시작한다. 

오늘도 다시, 이대로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인가.


 


「마코토」 

「……」


 


새까만 어둠속에서, 가로등의 불빛을 받으며 멍하니 있었다.


 


 


 


 



「마코토. 마코토는 어째서」 

「……」 

「어, 째서」


 


계속 말해도 괜찮은 것일까? 

유키호의 안에서 망설임이 생겨난다. 

이렇게 깊은 밤에, 아무런 소리도 없이 그곳에 있는 그녀.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행동거지.

마치, 다른 사람 같은.


 


「어째서……」


「……」


 


하지만 유키호는 그녀를 키쿠치 마코토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육감이라도 해도 괜찮을까. 

근거는 없지만, 기묘한 확신이 솟아올랐다.


 


「마코토는, 어째서」 

「……」


 


도중에 끊어지고, 끊어질 뿐 내뱉을 수 없는 말. 

손가락 끝은 커녕, 어깻죽지까지 차가워지고 있었다.


 


 


 


 



「어째서, 왼팔이 없는 거야?」 

「……」


 


대답은 없다. 

축 처진 소매 끝에는, 원래 있어야할 손이 없다. 

흔들흔들, 어렴풋이 흔들리는 소매의 모습은 어깨부터 소매 끝까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어째서」 

「……」


 


대답은 없다. 

대답은 없다.


 


「양다리가 없는 건, 어째서?」 

「……」


 


대답은 없다.


 


「오른손에 나이프를 들고 있는 건, 어째서?」 

「……」


 


대답은 없다.


 


「얼굴이 없는 건, 어째서?」 

「……」


 


……대답은 없다.


 


 


 


 



훅하고, 바람이 불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마른 잎 한 장이, 유키호가 있는 방에서 춤을 추었다.


 


「……마코토」


 


이름을 부른다. 

키쿠치 마코토.

하기와라 유키호가 잘 아는 그녀.

쾌활하고, 멋진, 다시없을 친구.


 


「……」


 


대답은 없다. 

조금 전과 변함없이, 오른팔 이외에는 너부러진 옷이 어렴풋이 흔들리고 있다.

검게 덮인 얼굴.

아무것도 없는데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얼굴.


 


 


 


 



「마코토」 

「……」


 


대답은 없다. 

오른손에 들고 있는 나이프가 무디게 빛난다. 

그 빛마저 어렴풋이 흔들리더니, 그렇게 사라졌다.


 


「마코토」


 


허공에 말을 걸어본다. 

대답은 없다.

녹아버리듯 사라진 그녀. 

멍하니 그곳에 있던 것이 분명했을 그녀. 

키쿠치 마코토이어야할 그녀.


 


「……이걸로, 일주일」


 


하기와라 유키호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다시 잠에 들었다.


 


 


 


 



「안녕하세요……」 

「안녕, 유키호」


 


키쿠치 마코토.

태양처럼 웃는 그녀. 

어젯밤에 봤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그녀.


 


「저기, 다들 아직 안 왔어?」 

「응. 유키호가 올 때까지 코토리씨랑 단 둘이 있었어. 코토리씨도 바쁜 듯해서, 짬을 주체 못하고 있던 참이야」


 


손짓발짓을 이리저리 섞으며 이야기하는 그녀. 

표정이 풍부하고 기운이 넘치는 그녀. 

어젯밤에 봤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그녀.


 


「저기, 마코토?」 

「응? 왜 그래? 유키호」


 


망설인다.

어젯밤에 우리집에 왔어?

그 사람은, 너야?

어떻게 물어야 할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인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차라도 끓여올게」 

「고마워. 유키호」


 


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오늘도 또 입을 다문다.


 


 


 


 



시시한 잡담을 하면서도 유키호의 시선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키쿠치 마코토의 왼팔.

그 팔은 분명히 어깨에 붙어 있었고, 그녀의 의사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키쿠치 마코토의 양다리.

그것들도 또한 그녀의 몸에 분명히 고정 되어, 유연하고 복잡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늠름한 눈썹. 

따뜻한 빛을 품은 눈동자. 

부드러운 뺨.

가늘고 곧은 코.

담홍색의 통통한 입술.

그 모두가. 

어젯밤에 봤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그녀.


 


「유키호?」 

「에? 왜, 왜?」 

「멍한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어?」


 


이쪽을 들여다보는 그녀의 얼굴. 

갑자기 접근해서, 숨이 막혔다. 

어젯밤에 봤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그녀.


 


「아무것도, 아니야」


 


애매하게 웃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툭, 툭. 

창문에 작은 돌이 부딪치는 소리.


 


「……」


 


커튼을 끝까지 걷고, 유리 너머로 그 모습을 본다. 

툭, 툭. 

계속해서 날아와 부딪치는 작은 돌.


 


「오늘도……」


 


말없이 작은 돌을 던지는 그녀. 

하기와라 유키호가 잘 알고 있는 그녀. 

새까만 머리카락에 야무진 몸, 키쿠치 마코토. 

반듯하고 예리한 용모는 검게 덮여 있다.

늘씬하게 뻗어 있을 손발도 지금은 오른팔뿐.

시계는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창문을 열고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도 또한, 유키호를 바라본다.

눈과 코가 없는, 검은 얼굴.


 


「당신은, 누구?」 

「……」


 


대답은 없다.


 


「마코토?」 

「……」


 


대답은 없다. 

대답은 없다. 

멍하니, 단지 그곳에 있는 키쿠치 마코토.


 


「매일 저녁, 뭘 하러 오는 거야?」 

「……」


 


……대답은 없다.


 


 


 


 



서로 말없이, 서로 바라본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감각. 검게 덮인 얼굴.

손바닥뿐만이 아니라, 온 몸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그녀는 키쿠치 마코토다.

그녀는 키쿠치 마코토가 아니다.


 


「마코토?」


 


둘 다 옳다고 생각한다.

낮에 만난 그녀. 

지금 눈앞에 있는 그녀.

둘 다 그녀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


 


대답은 없다. 

시계 초침이 규칙적으로 소리를 내고 있었다. 

힐끗 쳐다보니 2시 16분.

그녀가 오른손에 들고 있는 나이프가 무디게 빛난다. 

그 빛마저 어렴풋이 흔들리더니, 그렇게 사라졌다.


 


「……」


 


오전 2시부터 시작되는 16분간의 대면. 

일정한 시간에 나타나, 일정한 시간에 사라지는 그녀. 

낮에 보는 모습이랑은 전혀 다른 그녀. 

키쿠치 마코토. 

구토감을 가볍게 느끼며, 하기와라 유키호는 잠에 들었다.


 


 


 


 



「안녕, 유키호」


 


태양처럼 웃는 그녀.


 


「……」


 


멍하게 있던, 또 한명의 그녀.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는 감각. 

위가 뒤집어지는 것 같은 나쁜 기분. 

둘 다 키쿠치 마코토다. 

그럴 리 없다.

둘 다 키쿠치 마코토다. 

그럴 리 없다.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는 감각. 

정신을 차리면, 2시. 

그녀가 오는 시간. 

툭, 툭. 

창문에 작은 돌이 부딪치는 소리.


 


「……」


 


커튼을 끝까지 걷으니, 유리 너머로 그 모습이 보였다.


 



창문을 연다. 

미지근한 공기가 피부를 어루만졌다.


 


「마코토」 

「……」


 


대답은 없다.

대답은 없다.


 


「마코토」 

「……」


 


……대답은 없다.

멍하니, 단지 그곳에 있는 키쿠치 마코토. 

유키호의 목소리가 떨린다.


 


「어째서, 왼팔도 있는 거야?」 

「……」


 


대답은 없다.

새까만 어둠속에서, 가로등의 불빛을 받으며 멍하니 있었다.


 


 


 


 


 


힘없이 처진 소매. 

하지만 그곳에는 분명히 왼팔이 존재했다. 

오른손에 들고 있는 나이프가 무디게 빛난다.

서로 말없이, 서로 바라본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감각, 검게 덮인 얼굴.


 


「마코토」 

「……」


 


대답은 없다.

대답은 없다.

힘없이 어렴풋하게 흔들리는 왼팔. 

때로는 유키호의 손을 잡고, 때로는 주먹을 쥐는 그 왼팔. 

그녀는 키쿠치 마코토다. 

그럴 리 없다.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는 감각. 

16분.

녹아버리듯 사라진 그녀.

멍하니 그곳에 있었을 그녀. 

키쿠치 마코토 같은 그녀.


 


「대체, 대체 뭐야……!」


 


하기와라 유키호는 몸을 떨면서 다시 잠에 들었다.


 



「안녕, 유키호」 

「……안녕, 마코토」 

「어라? 기운 없어 보이는데, 괜찮아?」


 


이쪽을 들여다보는 그녀의 얼굴.

검게 덮이지 않은, 그녀의 얼굴.

어젯밤에 봤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그녀.


 



「응. 요즘 잠을 좀 못자서……마코토?」


 


애매하게 웃으며.

숨이 막힌다.


 


「그거……왜 그래?」


 


유키호의 시선 앞.

키쿠치 마코토의 왼손, 그 손등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아아, 이거? 실수를 좀 해서 말이지」


 


밝게, 거북한 듯이 이야기하는 그녀. 

멍청하게 식칼에 베여버렸어, 라고. 

상처는 크지만 얕기 때문에 걱정 할 필요는 없어, 라고.


 


「……」


 


때로는 유키호의 손을 잡고, 때로는 주먹을 쥐는 그 왼팔. 

어젯밤에 봤던 그녀에게도 있던, 왼팔.


 


 


 


 



오전 2시.


툭, 툭. 

창문에 작은 돌이 부딪치는 소리. 

커튼을 끝까지 걷고, 유리 너머로 그 모습을 본다. 

툭, 툭. 

계속해서 날아와 부딪치는 작은 돌.


 


「……」


 


창문을 열고, 이야기한다.


 


「마코토」 

「……」


 


대답은 없다.


 


「당신은 누구시죠?」 

「……」


 


대답은 없다.

대답은 없다.


 


「어째서, 양다리가 있는 거죠!?」 

「……」


 


……대답은 없다.


 


 


 


 



서로 말없이, 서로 바라본다. 

새까만 머리카락에 야무진 몸.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감각, 검게 덮인 얼굴.

힘없이 어렴풋하게 흔들리는 왼팔.

때로는 유키호의 손을 잡고, 때로는 주먹을 쥐는 그 왼팔. 

서 있는 듯한, 떠 있는 듯한 양다리.

키쿠치 마코토의 정교한 몸놀림을 지탱하는 양다리.


 


「당신은……대체 누구시죠……!」 

「……」


 


대답은 없다.

오른손에 들고 있는 나이프가 무디게 빛난다. 

그 빛마저 어렴풋이 흔들리더니, 그렇게 사라졌다.


 


「……윽」


 


녹아버리듯 사라질 때, 그 때.

아무것도 없는데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얼굴.

그 얼굴이, 분명하게 웃었다.


 


 


 


 



16분. 

멍하니 그곳에 있었음이 분명한 그녀.

얼굴이 검게 덮인, 키쿠치 마코토같은 그녀. 

키쿠치 마코토와 조금도 닮지 않은 그녀.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는 감각.

위가 뒤집히는 것 같은 나쁜 기분. 

떠올린다.

떠올린다.

키쿠치 마코토의 왼손, 그 왼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사라지기 직전에 지었던, 추악한 미소. 

키쿠치 마코토와 조금도 닮지 않은 그녀. 

키쿠치 마코토와 조금도 닮지 않은 키쿠치 마코토.

그녀는 키쿠치 마코토다.

그럴 리 없다.


 


「우엑, 켁, 엑……!」


 


참지 못하고, 속에 있는 것을 토해낸다. 

토해낸다. 

……토해낸다.


 


「하아……하, 아……우, 우우」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며, 울다 지친 하기와라 유키호는 잠에 들었다.


 


 


 


 



「안녕하세요……」


 


대답은 없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막혀,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저기……」 

「유키호!? 침착히, 부디 침착하게 들어줘」


 


오토나시 코토리가 양어깨를 세게 잡는다.

진지한 시선. 

그 두 눈은 새빨갛게 충혈 되어 있었다.


 


「마코토가, 마코토가……!」 

「저기, 코토리씨? 마코토에게 무슨 일이라도?」


 



키쿠치 마코토의 정교한 몸놀림을 지탱하는 양다리. 

새하얀 붕대와 깁스에 감겨있는 양다리.


 


「살아 있어야 다리도 쓸 수 있는 거지. 살아있으니 다행이야」


 


키쿠치 마코토. 

태양처럼 웃는 그녀.

어제 아침에 봤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그녀. 

허세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


 


「어째서……」 

「차가 인도까지 돌진해 와서 말이지」


 


사망자도 나온, 처참한 사고였다. 

양다리 골절만으로 끝난 건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럼 몸조리 잘 해. 또 올테니까」 

「응, 고마워. 그렇다고 해도 다리 한쪽은 가벼우니, 목발을 짚고 바로 복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떠올린다. 

떠올린다. 

서 있는 듯한, 떠 있는 듯한 양다리. 

멍하니 그곳에 서있었음이 분명한 그녀. 

사라지기 직전 지었던, 추악한 미소.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는 감각. 

위가 뒤집어지는 것 같은 나쁜 기분. 

하기와라 유키호는 애매한 의식 중에 귀가했다.


 


 


 


 



툭, 툭. 

창문에 작은 돌이 부딪치는 소리.


 


「……」


 


커튼 너머로 소리가 울려 퍼진다. 

툭, 툭.

계속해서 날아와 부딪치는 작은 돌.


 


「……안 들려. 안 들려!!」


 


시계는 2시를 가리키고 있다.


 


「유키호, 유키호」 

「안, 들려……!」


 


귓가에서 속삭이는, 익숙한 목소리. 

손바닥뿐만이 아니라, 온 몸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떠올린다.

떠올린다. 

검게 덮인 얼굴. 

사라지기 직전 지었던, 추악한 미소. 

그녀는 키쿠치 마코토다. 

그럴 리 없다.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는 감각. 

위가 뒤집어지는 것 같은 나쁜 기분.


 


「유키호, 유키호」 

「……윽, 안 들려!」


 


웅크리고 앉아, 눈을 감고, 귀를 막지만 그래도 계속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시계 초침이 규칙적으로 소리를 내고 있다.


 


「마중 나왔어. 유키호」 

「우……우우……!」


 


몸을 떨면서, 단지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유키호, 내일도 올게」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날 밤은 더 이상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침 해가 뜨고 모친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 하기와라 유키호는 간신히 잠에 들었다.


 



「그녀는 매일 밤, 단검을 손에 들고 마중 나와요」


 


흰 벽. 

흰 바닥. 

흰 천장.

흰 커튼과, 바깥 쪽에서 메워진 창문.


 


「프로듀서. 프로듀서는 제가 이상해졌다고 생각하세요?」 

「……」


 


대답은 없다.


 


「전부 새하얘서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이렇게 하는 편이 진정되요……검은 걸 보면 새까만 얼굴이 떠올라서」 

「……」


 


대답은 없다.

대답은 없다.


 


「저는 마코토를 지켜야 해요. 그건 분명 다음에 마코토의 얼굴을 하고 올 테니까. 혹시 그걸 보게 된다면, 마토코가 또 부상을……!」 

「……」


 


……대답은 없다.


 


 


 


 



「어땠나요?」 

「가지 않는 게 좋아. 네 얼굴을 보면 아마, 날뛰겠지」 

「그런가요……」


 


고개를 숙이는 마코토. 그런 마코토의 머리를 프로듀서의 손이 상냥하게 쓰다듬는다.

양다리를 골절당한 사고로부터 3개월. 

키쿠치 마코토의 다시없을 친구는, 마음이 병들었다고 진단되었다.


 


「너랑 쏙 빼닮은 사람이 매일 밤 나이프를 들고 나타나, 얼굴을 보이라고 한다……는 것 같아」 

「……」 

「그 녀석의 왼팔이나 다리를 봤을 때, 네가 왼손의 상처를 입거나 다리를 골절 당했다고 하더군. 그러니까 이번에도 반드시. 유키호는 그렇게 말했어」 

「……바보 같아요」 

「그렇네」


 


현관을 나와, 견고한 문을 지나, 되돌아본다. 

일부분만 색이 다른 벽.

메워진 창.

근처를 둘러본다.

포장된 길.

맨홀. 

녹슨 가로등.


 


「단순한 착각이야. 유키호……」


 


프로듀서랑 마코토가 탄 차는, 유키호네 집 앞에서 떠나갔다.


 


 


 


 



툭.

배수로 타일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오른손에 든 나이프가 무디게 빛난다.

키쿠치 마코토가 잘 아는 그녀. 

황갈색의 가지런한 머리카락과 가느다란 몸을 갖고 있는 하기와라 유키호.

다시없을, 친구.


 


「……하아-. 하아-」


 


비누와 샴푸 향기가 어렴풋이 감도는 욕실.

오른손에 든 나이프가 무디게 빛난다. 

하기와라 유키호. 

키쿠치 마코토의 얼굴을 보기 무서워하는 그녀. 

마음이 병들어버린 그녀. 

상냥하며, 섬세한 그녀. 

둘도 없는, 다시없을 친구.


 


「프로듀서. 아버지, 어머니, 다들……미안」


 


오른손에 든 나이프가 무디게 빛난다. 

그 빛이 어렴풋이 흔들렸다.


 


 


 


 



똑, 똑똑.

문들 두드리는 소리.


 


「유키호, 유키호」 

「……」


 


대답은 없다.


 


「유키호. 여기서 나가자. 데리러 왔어」 

「……」


 


대답은 없다.

대답은 없다.


 


「괜찮아. 난 키쿠치 마코토야. 유키호, 더 이상 있지도 않은 가짜를 무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


 


……대답은 없다.


 


「유키호, 들어갈게」 

「……마코토야?」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만큼, 가냘프게 떨리는 목소리였다.


 


 


 


 



「응 나야. 진짜로 키쿠치 마코토야」 

「정말로……?」


 


지금 당장이라도 문을 열어 껴안고,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가르쳐 주고 싶다.

며칠 밤낮을 고독과 공포 속에서 보내온 그녀를, 1초라도 빨리 안심시켜 주고 싶다.


 


「……못 믿어」 

「어떻게 하면 믿어줄래?」


 


조급한 마음을 억누르며, 신중하게 유키호와 대화한다. 

손잡이를 잡으려고 하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억누른다. 

가슴이 크게 울리는 것을 느끼며, 깊고 천천히 내뱉는 호흡을 의식한다.


 


「……몰라. 믿고 싶은데, 무서워」


 


지금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럼 내가 항상 하던 그거. 그걸 하면 믿을 주려나」 

「그거……?」


 


믿어준다. 

믿어 줄게 틀림없다. 

심호흡을 하고, 호흡과 마음을 정돈한다. 

단 번에 외쳤다.


 


「하나, 둘……마코마코링~!!」


 


 


 


 



「……」


 


대답은 없다.


 


「어, 어라?」 

「……」


 


대답은 없다.

대답은 없다.


 


「안 되려나?」 

「……」


 


……대답은 없다.


 


「……유키호~?」 

「풉. 후후……후후. 하하하하하!!」


 


밝은 웃음소리.

키쿠치 마코토가 잘 아는 그녀는 소극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럼없이 웃고 있다.


 


「유키호. 들어가도 괜찮아?」 

「후훗. 후후후……응. 그런 건 진짜 마코토 이외에는, 아하하, 하지 않으니까」 

「너무한데, 무슨 의미야? ……헤헤, 그럼 들어갈게」


 


 


 


 


「……마코토, 그거」 

「응, 베어 보았어」


 


마코토의 뺨에 붙어있는 거즈.

오른쪽 귓가에서 턱 앞까지를 가리고 있었다.


 


「어째서」 

「유키호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봤어. 그 요괴는 아마도 자신에게 없는 것을, 나를 상처 입혀서 생기? 같은 걸 빨아들여 생기게 하고 있지 않나, 하고 말이지」 

「……」 

「그러니까 다치기 전에 스스로 상처를 내면, 더 이상 큰 부상은 당하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했어」 

「하, 하지만 그렇다고 얼굴에 상처를 내다니……」 

「괜찮아. 생각해 봐. 왼손 상처도 흔적이 전혀 남지 않았지? 비슷한 느낌으로 베었으니, 이것도 나중에 흔적이 남지 않을 거야. 프로듀서한테 굉장히 혼났지만 말이지, 헤헤」


 


키쿠치 마코토.

태양처럼 웃는 그녀. 

하기와라 유키호가 잘 아는 그녀.


 


「후후. 이유도 애매하고 방식도 엉망진창이야」 

「하지만 생각해봐. 어제는 요괴가 나타나지 않은 거 아냐?」 

「아……그러고 보니」


 


매일 밤, 귓가에서 속삭이고 있던 그녀. 

키쿠치 마코토를 조금도 닮지 않은 검은 얼굴의 그녀. 

어젯밤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그녀.


 


「그치? 이걸로 해결! 자, 서로의 부활을 축하하면서 뭔가 맛있는 거라도 먹으러, 아야야야야야야!?」 

「후후……응, 마코토!」


 


이제 앞으로는, 나타나지 않을 그녀.


 


 


 


 


 


 


두 사람은 커피를 빙글빙글 뒤섞는다.


 


「대체 뭐였을까요」 

「대체 뭐였던 걸까요」


 


두 사람은 커피를 빙글빙글 뒤섞는다.


 


「코토리씨는 믿을 수 있으세요?」 

「아니요. 전혀」


 


두 사람은 커피를 빙글빙글 뒤섞는다.


 


「그렇죠?」 

「네」


 


두 사람은 커피를 빙글빙글 뒤섞는다.


 


「애초에 유령 같은 걸 믿으세요?」 

「괴담으로서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두 사람은 커피를 빙글빙글 뒤섞는다.


 


「그렇죠?」 

「네」


 


두 사람은 커피를 빙글빙글 뒤섞는다.


 


 



한 사람은 커피를 빙글빙글 뒤섞는다.


 


「그런데」 

「네?」


 


한 사람은 그 손을 멈췄다.


 


「코토리씨는 어제,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까지 안 오셨죠?」


 


두 사람은 그 손을 멈췄다.


 


「……」


 


대답은 없다.


 


「코토리씨?」 

「……」


 


대답은 없다.

대답은 없다.


 


「……코토리씨」 

「……」


 


……대답은 없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감각. 검게 덮인 물. 

컵 안에서는 커피가 아직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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