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사무소에서 ~
P「이 정도면 되려나」
코토리「뭘 쓰고 계세요?」
오토나시씨가 어깨너머로 들여다 보려한다.
P「우왓!? 갑자기 뭐 하시는 거예요!」
코토리「그렇게 놀라시지 않으셔도… 그것보다 그 편지, 누구에게 보내는 편지 인가요?」
코토리「앞으로 일 년 동안, 다시 한 번 잘 부탁해라니. 마치 러브레터 같잖아요」
P「아, 아니에요. 그런 경박한 것이 아닙니다」
서둘러 편지지와 봉투를 책상 안에 넣는다.
코토리「농담은 그만두고, 슬슬 갈 시간 아닌가요?」
시계를 확인한다.
9시 12분. 치하야의 길거리 촬영 개시시간은 10시.
P(슬슬 갈까…)
P「그러네요. 그럼 슬슬 데리러 가보겠습니다.
촬영하는 동안 그쪽에서 시간을 때우고, 촬영이 끝나면 치하야를 집까지 데려다 주고 올 거니까, 좀 늦을 거예요」
코토리「네네.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 오후 5시 촬영이 끝난 후 ~
P「미안. 치하야까지 걷게해서」
치하야「아니요. 괜찮습니다. 촬영 장소가 집 근처라 다행이네요」
P「응. 정말 미안. 설마 차 키를 잃어버리다니…」
퇴근길. 둘이서 나란히 길을 걷는다.
며칠 전까지 매미의 울음소리로 활기가 넘치던 길도,
8월이 끝날 무렵이 되니 조금이지만 고요함을 되찾고 있었다.
치하야「왠지 가을 같아 졌네요. 어느 새인가」
P「응? 그래? 아직 매일 더운데」
치하야「…프로듀서는 운치가 없습니다」
P「?」
고개를 갸웃거리는 프로듀서.
그 얼빠진 표정도 어째서인지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게 하루카가 말한「황혼의 마법」일까.
눈부실 정도로 빛나는 오렌지 색 석양.
나와 프로듀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흔들린다.
치하야(상당히・・・로맨틱한 상황이지? 이거)
P「치하야?」
치하야「에? 앗, 네. 왜 그러세요?」
P「아니, 갑자기 조용해져서. 고민이라도 있어?」
치하야「아니요」
치하야「아름답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P「…그러네. 평소에는 차로 이동하니까 가끔은 이렇게 걷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치하야「프로듀서가 차 키를 잃어버린 탓이지만 말이에요」
P「윽. 미안하다니까」
치하야「후훗. 농담이에요. 오히려 이렇게 느긋하게 이야기 할 수 있으니 조금 기뻐요」
촬영 때문에 웃는 것과는 다른, 힘 빠진 미소를 짓는다.
기분 좋은 침묵이 잠시 동안 계속 된다.
치하야(그러고 보니, 일 년 전 오늘은 분명)
치하야(프로듀서와 처음으로 둘이서 외출한 날이었네요)
치하야(노래와 관련 된 일을 하고 싶다며, 억지를 말하는 나의 상담을 들어주고)
치하야(생각해 보면 그 때부터・・・였을지도 모르겠네요)
P「치하야, 잠깐 이쪽으로 와 봐」
치하야「후에?」
P「얼굴이 새빨개. 열이라도 있는 거 아냐?」
치하야「아, 아니요. 전 괜찮아요. 분명 저녁놀 탓일 거예요」
정신을 차리니 프로듀서의 얼굴이 바로 곁에 있어서,
부끄러워져 무심코 얼굴을 돌려버렸다.
P「그래…그럼 다행이지만. 요즘 바쁘니까 무리는 하지마」
치하야「고맙습니다」
치하야「하지만 요즘 일하는 게 매우 즐거워요.
분명 프로듀서가 노래와 관련 된 일을 많이 가져와 주는 덕분일 거예요」
P「하하하. 그거 다행이네. 열심히 한 보람이 있어」
P「최근 노래 실력도 더욱 향상되었고」
치하야「아직 세계적인 가수가 되려면 멀었어요」
P「치하야라면, 분명 곧 세계적인 가수가 될 수 있을 거야」
P「일 년 전 그날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
치하야(에? 설마・・・기억하고 계시는 거야?)
P「치하야도 기억하고 있어? 모두 다 같이 노래방에 갔을 때・・・」
치하야(아… 뭐야 그건가…)
치하야(역시, 이제 기억하고 계시지 않은 걸까. 그런 사소한 일은)
치하야(그래. 프로듀서는 나 말고도 많은 아이돌들을 프로듀스 하고 있는 걸)
치하야(어쩔 수 없어)
P「・・・같은 일도 있었지」
치하야「아, 네. 그랬었죠」
P「치하야…?」
조금 침울해졌는걸 들켰을지도 모른다.
프로듀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치하야「신경 안 쓰셔도 되요. 촬영 때문에 조금 지친 것 뿐이니까」
P「음…그래? 환절기에는 몸 상태가 나빠지기 쉬우니까 조심해」
치하야「감사합니다」
치하야(배려를 하는 건지, 하지 않는 건지…)
길을 빠져나와 복잡한 주택가로 접어든다.
오렌지 색 빛을 발하던 태양은 모습을 감추고, 대신 하늘에는 달이 어슴푸레하게 빛나고 있었다.
희미한 빛이 세상을 밝히는 가운데 서늘한 바람이 지나간다.
P「어두워졌네. 분명 치하야가 사는 집은 여기서 멀지 않았지?」
치하야「네. 저기 있는 교차로를 넘자마자 바로 있습니다」
P「그래」
치하야(좀 더, 둘이서 걷고 싶어…)
치하야(하지만 이런 때에 한 해서, 시간은 빨리 지나가지)
빨간색 신호등이 빛나는 교차로에 이른다.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두 사람을 비춘다.
치하야「달이・・・아름답네요」
P「아, 그러네. 흐린 달도 나쁘지 않아」
P「시간이 빈다면, 또 산책 하러 올까?」
치하야「네. 약속이에요?」
서로를 잠시 응시하는 두 사람.
P「응. 기대하고 있을게. 그럼 치하야, 조심히 들어가」
치하야「프로듀서도 조심하세요. 고생하셨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 집을 향해 걷는다.
치하야(결국, 알아차려주시지 못했네요…프로듀서)
치하야(조금 유감입니다만, 둘이서 한 산책, 즐거웠습니다)
달칵
쾅
치하야「후우. 오늘은 여러 가지로 지쳤어」
구두를 가지런히 벗고, 거실로 들어간다.
소파에 쓰러지듯이 앉고 가방을 테이블에 두었다.
치하야(먼저 샤워라도 할까)
작고 간소한 욕실로 들어가 재빨리 샤워를 끝낸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소파에 앉는다.
치하야「어머?」
가방에서 보지 못한 것이 삐져나와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뭘까…)
조심조심 손으로 집어본다.
치하야「…!」
귀여운 파란 리본으로 장식되어 있는 봉투.
여자 아이가 보면 기뻐할 동물 스티커로 봉해진 봉투를 뒤집으니,
발신인과 제목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Title: 일 년 동안 다시 한 번 잘 부탁해
From: P
치하야「키득. 정말、、、둔감한건지, 민감한거지」
「하지만」
「고맙습니다. 프로듀서」
~ 잠시 뒤 P의 집에서 ~
P「흠. 이해가 안 가는데…」
아이돌들의 다음 일은 서점 선전.
한 사람씩 맘에 든 작가의 책을 소개하는 것 같다.
P「나도 뭔가 힘이 돼 주려고 해서 나츠메 소세키 위인전을 읽기 시작하기는 했는데・・・」
「전혀 이해가 안 돼」
페이지를 넘기며 글을 대충 읽는다.
P「응?」
문득시야에 들어온 관용구가 눈에 띄었다.
페이지를 넘기던 손을 멈추고 그 한 문장을 읽는다.
『나츠메 소세키는 외국어에도 조예가 깊어, 수많은 명역을 남긴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을 여기서 소개하겠다.
그는 어떤 교과서에 적힌 "I love you." 라고 하는 흔한 문장을 이렇게 번역했다.
"달이, 아름답네요" 라고』
P「…!」
P의 머릿속에 교차로에서 숙이고 있던 치하야의 얼굴이 떠오른다.
P(설마, 아니겠지)
…어쨌든 다시 일 년 동안, 아니 앞으로도 계속,
톱 아이돌의 자리를 차지하는 그 순간까지.
P「그 때까지 잘 부탁해. 치하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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