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우리들이 아이돌이 되고 2년의 시일이 지난 어느 겨울날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하늘은 구름 하나 없는 맑은 날씨의 햇살.
사장님의 호령으로 우리들과 하즈키씨가 하나의 방에 집합하니, 그곳에는 프로듀서가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으면서 우리를 맞이했다.
대체 무슨 일이 시작되는 걸까. 우리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지만, 프로듀서의 표정으로 추측하건데 그것이 결코 나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래.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나쁜 이야기가 아니었고
우리들의 입장에서 보면, 인생 최악의 이야기였다.
「이번에 내……이게 아니지. 저는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이어진 이야기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프로듀서가 인사를 대충 끝낸 후, 사장님과 같이 방을 나갔다.
기억나는 것은 시종 행복의 절정 같은 미소를 띤 얼굴……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던, 내가 W.I.N.G에서 우승했을 때도 보여준 적이 없는……행복해 보이는 미소였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작고 작은 오열이 우리들의 시간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 소리로 드디어 머리가 이해했다.
나는……우리들은……실연을 했다고.
그 뒤로 우리들에게는 마음에 큰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공허한 나날이 이어졌다.
어제까지는, 겨울의 얼어붙는 추위도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몸을 안쪽부터 얼려온다. 그것을 지금까지 녹이던 불꽃도, 지금은 그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프로듀서가 결혼했다는 사실은, 아이돌을 확실하게 바꾸고 말았다.
예를 들면 하치미야 메구루.
천진난만하며 붙임성 있고, 누구에게나 밝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던 활기참이 세일즈 포인트였던 그녀는, 지금도 밝게 행동하고 주위를 북돋우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정신이 번뜩 들듯 그 밝음이 사라지는 때가 있다. 그러면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주저앉아, 누구에게도 안 보이도록 얼굴을 무릎에 파묻는다.
지금까지 사랑을 몰랐던 그녀가, 실연하고 처음으로 사랑을 깨닫고 말았다. 지금 그녀에게 있어 『연애』 라는 단어는 『실연』 이라는 단어와 동의어였다.
다음으로, 모리노 린제.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프로듀서를 사랑하는 아이돌의 필두였던 그녀.
본래 표정의 변화가 적었던 아이였지만, 실연한 후로는 철가면 같이 표정의 변화가 없다……고 하면 조금 어폐가 있다.
전혀 웃지 않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프로듀서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고 있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프로듀서가 하는 말에도 표정의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도 프로듀서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만은 알 수 있다.
틈이 생기면 그녀는 프로듀서의 옆에 눌러앉는다. 그것도 반드시 오른쪽 옆.
마치 프로듀서의 곁에 있는 것은 자신이라고 말하려는 듯한 모습. 하지만 결코 왼편에는 앉지 않는다. 그리고 프로듀서의 왼손을 결코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녀가 프로듀서의 결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의사표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오사키 텐카.
지금까지 자신에 관한 일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그녀였지만, 그 날을 기점으로 그녀는 자립했다. 물론 갑자기 할 수 있을 리는 없고 서투르며 불안불안 했지만, 그녀는 동생인 아마나나 같은 그룹의 치유키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자립하려 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그녀의 성장으로 결말이 나겠지만, 본심은 아마 프로듀서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은 그녀의 반항. 프로듀서의 결혼에 반대하는 그녀의 조용한 의사표시.
그렇다면 그녀의 집에서는 과연 어떨지 의문이 남는다. 그러니까 여동생인 아마나에게 그것을 물으려고 했다.
하지만 할 수 없었다.
아마나는 그런 텐카의 모습에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하이라이트를 잃은 눈동자로 프로듀서를 쏘아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쏘아보는 눈동자의 종착점은 프로듀서인가, 아니면 이룰 수 없었던 그의 옆자리인가……
그 이외에도 크든 작든 아이돌에게 변화가 일어난 오랜 시간.
그 상처는 결코 막히지 않는다.
지금도 울고 있는 아이돌들. 프로듀서를 향한 태도가 어색해진 아이돌들. 프로듀서를 향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는 아이돌들. 그 태도는 제각각이다.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한 건지, 눈치 채지 못한 척을 하고 있는 건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다름없는 태도로 접해오는 프로듀서.
맞물리지 않는 양자에게 신기하게도 큰 골은 생기지 않았고, 시간은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프로듀서의 결혼 보고가 있은 지 1년이 경과했다.
프로듀서에게 변화가 보인 것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기 바로 직전이었다.
프로듀서의 기운이 명백하게 없었다.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우리들을 대할 때도 어쩐지 허세를 부리는 듯 억지 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우리들이 「무슨 일이야?」 라고 물어도, 프로듀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대답만 고집.
하즈키씨나 사장님에게 물어봐도, 얼버무리는 기색 없이 「모른다」 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4일 전 목요일.
프로듀서가 쉬었다. 유급 휴가라고 했다.
유급 휴가 소화율 0.5일인 프로듀서가 유급 휴가를 썼다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인데, 어째서인지 우리들은 갑작스러운 유급 휴가에 이상한 두근거림이 일어났다.
프로듀서는 이전부터 갑자기 기운이 없어지거나, 어느 한 점을 지긋이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는 일도 있었으니까.
나의 불안이 정답이라는 듯, 프로듀서는 다음 날도 쉬었다.
그대로 주말과 내 휴일도 지나 월요일이 된 날도, 아침에 사무소에 얼굴을 내미니 하즈키씨가 프로듀서는 오전을 쉰다고 고했다.
4일이 지나며 불길한 예감은 불안으로 바뀌고, 그것은 이윽고 초조함으로 바뀌었다.
프로듀서를 빨리 만나고 싶어.
오로지 그 마음만을 간직한 채 시간은 지나갔다.
오전에 사무소에 도착하고 나서 4시간 하고 조금.
시간의 흐름이, 매우 길게 느껴졌다.
오후 한 시가 되기 조금 전, 프로듀서는 사무소에 나타났다.
하지만 표정에는 생기가 없었고, 공허한 눈으로 인사도 없이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나나 다른 아이돌이 말을 걸려고 해도, 프로듀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부정적인 분위기에 겁을 먹어 말을 걸 수 없었다. 프로듀서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하즈키씨 또한 똑같았다.
이윽고 사장님이 방에 나타나 프로듀서를 부르고는, 둘이서 방을 나갔다.
사무소에는 이상한 침묵. 누구도 소리를 내지 못하고, 우리들은 서로 눈을 맞춰도 고개를 흔들며 침묵을 이어갔다.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사장님이 돌아왔다.
프로듀서는 돌려보냈다고 했다.
모두가 사장님에게 캐물었다. 프로듀서는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사장님은 주저하였지만, 이윽고 포기한 듯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조용히 말을 꺼냈다.
「……그가 이혼을 했다. 이유는 상대방의 외도이며……이미 서류 제출도 끝냈다고 한다」
매우 이상한 분위기였다.
프로듀서를 향한 불안과 걱정.
부인이 프로듀서를 배신한 것에 대한 분노.
그리고 다시 찾아온 찬스에 대한 황홀한 기쁨.
다양한 감정이 충돌하여, 우리들은 표현하기 어려운 표정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사장님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지금……정신적으로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네. 누구도 신용할 수 없다고도 했어……그러니까, 그가 어떻게든 예전 같은 패기를 회복할 수 있도록……자네들도 협력을 해주었으면 하네」
사장님의 말에 우리들은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프로듀서가 기운을 되찾았으면 하는 것은 우리들 모두의 소망. 그러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하지만……그래도 조금 기대를 해버리고 만다.
프로듀서가, 이번에는 우리들에게 그 때의 감정을 향해줬으면 한다고.
우리들은 조용히 웃었다.
3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4898139
'샤니마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뢰의 증표 (0) | 2024.05.21 |
---|---|
히나나 「어라~? 프로듀서 칼라에 립스틱 묻어있는데~?」 샤니P 「뭐!?」 (1) | 2024.05.21 |
샤니P의 아들이 미래에서 찾아왔다 (3) | 2024.05.20 |
후유코 「너 요즘 그 아이를 마음에 들어하고 있네」 P 「그, 그 아이?」 (3) | 2024.05.19 |
녹칠이 오프를 보내는 방법 (1) | 2024.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