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나중에 봐」
「일 열심히 해~」
「응~! 고마워~!」
손을 붕붕 소리 나게 흔들고, 자전거 페달을 젓기 시작한다.
고지대에 있는 학교는, 등굣길은 지옥이고 하굣길은 제트 코스터 같았다.
물론 전력으로 달리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브레이크를 가볍게 잡아가면서, 제일 기분 좋은 스피드를 유지하며 언덕을 내려간다.
기운 가득한 태양은 아스팔트를 뜨겁게 달구고, 길에서 아지랑이가 올라올 정도로 날씨는 덥다.
등에 땀이 나는 것을 느끼고, 스피드를 조금 올렸다.
리본이 가볍게 당겨지며 머리카락이 뒤로 휘날린다.
「이얏호~!」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소리를 지른다.
멀리멀리 시야 가득 펼쳐진 거리는 열기에 느른해져있는 것 같았고, 그런데도 내려다 보이는 경치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오늘부터 여름방학이다.
나는 아이돌……지망생이다.
작은 사무소에 소속되어 있고, 아직 일이 없지만 레슨은 매일매일 하고 있는데다, 날 담당하고 있는 프로듀서씨도 있다.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꿈이 곧 있으면 이루어질 것 같지만, 좀처럼 닿지 않아서 참으로 어중간하다.
하지만 여름이 되면,
무언가가 바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읏차차……」
언덕을 내려오니 빨간불.
브레이크를 차분히 몇 번 나누어 잡아, 흰 선 앞에 딱 맞게 멈춰 선다.
수업이 없어 텅 빈 가방에는 필통이 댄스를 추는 소리가 덜커덩, 덜커덩.
교통량은 적지만 무심코 넘어지기라도 하면 대참사가 일어날지도 모르니, 주의해야 한다.
아버지는 지금도 내가 자전거 통학을 하는 것을 마땅치 않게 여기신다.
정말이지 실례라니까.
바람이 사라진 찰나, 발밑에서 열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확하는 의성어와 함께 전신에 달라붙으니,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더~워~……」
땀이 단번에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큰 구름이 엉뚱한 방향으로 낮잠을 자고 있다.
매미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음, 그러고 보니」
나는 집으로 가는 방향보다 조금 서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생각난 게 있었다.
타이어에서 나는 소리인지, 아니면 체인에서 나는 소리인지 알 수 없는 촤르륵 거리는 경쾌한 리듬.
거기에 맞춰 페달을 더욱 힘차게 저으며 가속한다.
길을 빠져나와 도로 세 개를 넘어, 좁다란 골목에 들어선다.
「우와……. 지나갈 수 있을까」
길은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좁아서, 자전거에서 내릴 필요가 있었다.
좁은 길에서 걸리지 않게 조심하며, 자전거를 밀면서 걸었다.
밀집되어 있는 집들 중 어딘가에서 야구중계를 하는 소리와 기름에 무언가를 볶는 소리가 들렸다.
자신도 모르게 냄새를 맡을 것 같아「안 돼, 안 돼」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실외기 앞은 빠른 걸음으로, 짙은 응달은 천천히 통과.
그렇게 내 페이스대로 나아가니 초등학교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모교다.
학생들은 이미 집으로 돌아갔고, 학교도 여름의 더위에 진절머리 난 듯 조용했다.
「아직도 망가져 있는 그대로네. 언제 고치려나?」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수영장에 비치해둔 시계. 그 시계에는 금이 가있다.
금이 가있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금이 가있었으므로, 으음…….
「6, 3, 1……」
적어도 10년은 저 상태이다.
혹시 계속 저 상태이지 않을까?
그런 오지랖을 떨고 있자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자전거를 세우고, 자물쇠……는 잠그려고 하다가 역시 그만뒀다.
그 시절에는 다들 자물쇠 같은 건 하지 않았고, 지금은 그렇게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바구니에 가방을 넣어둔 채, 나는 열려있는 문으로 조심히 들어갔다.
막과자 가게다.
베드타운으로서 발전해 온 이 거리의 역사는 의외로 오래 되지 않았다.
지금 같은 모습이 된 것은 겨우 5, 6년 전부터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우리들에게 있어, 그것은 어지러우면서도 흥미진진한 체험이었다.
한 달마다 새 건물이 생겨나는 모습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데 충분한 사건이었다.
『도쿄의 어쩌고 저쩌고 하는 가게가 이번에 생긴데』
『그 유명인이 항상 가는 브랜드가 역 맞은편에』
『노래방이 생겼으니까, 다 같이 가자』
등등, 중학생이 됐을 무렵 때부터 이런 대화는 일상다반사로 했다.
그럼 그때까지는 어떠하였느냐? 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여기에 있다.
초등학생의 행동반경은 넓은 것 같으면서도 좁다.
그러니까 우리들이 쇼핑을 한다고 하면 할머니가 운영하는 이 가게 아니면 슈퍼 쇼핑에 어울리는 것을 가리켰다.
「…………」
말없이 들어와 버렸다.
딱히 목소리를 낼 필요는 없다고 해도, 발길을 끊었던 것이 왠지 모르게 뒤가 켕긴다.
할머니 가게―――정식 명칭은 모른다. 다들 그 이름으로 통했다―――는 마지막으로 왔을 때랑 완전히 똑같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낮인데도 어둑한 가게는 좁았고, 상품들이 이리저리 너저분하게 놓여 있었다.
최근 들어 갑자기 커지기 시작한 엉덩이를 신경 쓰며 가게 안을 한 바퀴 돌았다.
「으~음……그리워」
무심코 중얼거린다.
매우 화려한 원색적인 과자.
미묘하게 자잘한 부분이 다른 캐릭터의 모형.
슈퍼볼이나 작은 뜨개질을 할 수 있는 장난감.
녹이 슬어 과연 동작을 할지 의심이 가는 게임.
그리고 모양만 겨우 갖춘 채 놓여있는 문방구.
정말로 변한 게 없다.
대강 놓여 있는 게 아니라, 아마 이 모습이 완성 된 모습이겠지.
자필로 쓴 가격표에는 100원 단위의 과자가 대충 배치되어 있었고, 일반적인 고등학생이 가지고 다니는 돈이라면 전부 먹을 수 없을 만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학교에서 돌아와 숙제도 하지 않고 밖으로 뛰쳐나와는, 손에 꽉 쥔 동전으로 뭘 살지 고민했던 나.
그런 시절도 있었다.
그 무렵의 앙갚음은 아니지만, 여기서는 어른스러운 구매를 한번 해볼까?
유과는 칼로리가 신경 쓰이니 아웃.
장난감은 프로듀서씨한테 놀림 받을 것 같으므로 통과.
모형 만드는 건 취미가 아니고, 문방구는 충분히 있다.
이렇게 되면 살 것은 필연적으로 정해진다.
「사탕, 이려나?」
커다란 눈깔 사탕이 눈에 띄었다.
이거라면 사람들에게 나누어줘도 이상하지 않겠지.
선택 기준이 옛날과는 너무나도 달라져, 조금 쓸쓸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향수적인 분위기에 당해버린 것 같다.
펀치로 구멍이 뚫린 봉투가, 비닐 끈에 매달려 있었다.
탁하고 떼어 숨을 불어 넣어 팽팽하게 만든다.
차봉투보다도 한결 작은 그것에 가능한 색이 치우치지 않게 색을 바꾸어가며 담아간다.
데굴데굴, 데굴데굴.
눈깔사탕이 서로 부딪치고, 표면에 뿌려져 있는 굵은 설탕이 떨어져나가 봉투 밑쪽에 쌓여갔다.
부웅.
선풍기가 돌기 시작했다.
「어서오세요」
「앗, 안녕하세요……」
할머니가 가게 안쪽에서 나왔던 것이다.
자택의 일부를 가게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 유리문을 열면 그곳에서 할아버지가 자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할머니와 달리 할아버지는 조금 성을 잘 내고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어찌됐든 너무 오랜만이라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양심에 찔리는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왠지~모르게 거북해져서 나는 말없이 할머니에게 봉투를 건넸다.
할머니는 옛날과 똑같이 쭈글쭈글한, 그리고 옛날보다 조금 작아진 손으로 눈깔 사탕을 하나하나 세어나갔다.
아무 말도 안했지만, 나를 기억 못하는 걸까?
나 자신은 말을 꺼내지 않으면서, 그런 제멋대로인 생각을 하고 만다.
「2200원입니다」
「아, 네」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어,
「앗.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네네」
느긋한 대답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햇빛이 맹렬하게 내려쬐는 여름은, 오히려 사계절을 느끼게 해 좋은 인상을 준다.
나는 역시나 시절을 느끼게 하는 아이스 박스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꺼냈다.
이걸 아이스크림이라 부를 수 있을까.
빙수에 설탕물을 부었을 뿐인 대용품으로, 이른바 미조레로 불리는 것이다.
여름이 되면 학교 수영장에서 놀다가, 돌아오는 길에 여기서 미조레를 먹고 가는 것이 나의 여름방학이었다.
다른 아이스크림 보다 훨씬 싼 것도 있지만, 나는 이 소박한 맛을 아주 좋아해서, 엄마한테 「배 아야 하니까 조심해」라는 주의를 아무리 받아도 먹는 걸 그만둘 수 없었다.
제일 안쪽에 있는 꽁꽁 언 녀석을 꺼내니, 손이 아플 정도로 차가웠다.
녹지 않게 최대한 만지는 면적을 최소화해서 잡고, 가게로 다시 들어갔다.
「이걸로, 전부?」
「네. 계산 부탁드려요」
짧디 짧은 주고받음 안에도, 그리운 추억이 가득하다.
돈이 부족해 울기 시작한 아이를 상냥하게 달래거나,
찧고 까불며 노는 사이에 가게 물건을 망가뜨린 남자애를 꾸짖거나,
날씨 좋은 날에는 겉이 이리저리 해진 벤치에 앉아 함께 수다를 떨거나.
할머니한테도 가게랑 똑같은 무게의 추억이 있다.
매미와 선풍기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
「…………」
하지만 어중간하게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몹시 어려워서, 동전을 건네주고 거스름돈을 받는, 마치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는 것 같은 주고받음을 말없이 행했다.
어딘가에서 풍경 소리가 들린다.
상냥하면서 시원한 음색이다.
나는 벤치에서 조금 덜 갈라진 곳을 택해 앉고는 빙수를 입에 넣고 있다.
차가우면서 달콤한, 초등학교의 수영장과 여름방학의 맛이다.
가게에 손님은 나밖에 없다.
반쯤 취미로 하고 계신 거겠지만, 걱정이 된다.
이래서야 가게를 지탱할 수 있을까?
나무 스푼이 탁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을 쳤다.
빙수 용기에 쓰레기를 전부 넣고는, 녹슨 등유통으로 만들어진 쓰레기통에 던졌다.
「으~음……. 가볼까~」
크게 발돋움을 하며 자전거로 다가간다.
「헤헷~. 내가 일등~!」
「치사해! 너 횡단보도에서도 자전거를 탔잖아!」
「맞아~!」
뒤돌아 보니 자전거를 탄 초등학생이 세 명 있었다.
브랜드로 보이는 옷은 뭔지 잘 모를 색으로 더러워져 있었고, 자전거는 많이도 넘어졌는지 바구니가 찌그러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다 같은 헬멧을 쓰고 있었고, 내 후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이 내지르는 큰소리 때문에 매미 몇 마리가 놀라 날아간다.
미용실에서 잘랐을 머리카락은 땀투성이가 되어, 이리저리 흐트러져있다.
「…………」
앗차, 이래서는 안 되지.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의심스러운 눈길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아, 아하하……」
웃으며 얼버무리며 말을 건넨다.
「여기, 자주 와?」
「…………」
크윽…….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않는 이 아이들은, 어른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들이겠지만.
뭔가……조금……그렇지?
일말의 쓸쓸함을 느꼈습니다. 네
「누나는 누구?」
덩치가 제일 큰 아이가, 경계하며 대답을 해주었다.
「그게 말이야, 나도 이 학교에 다녔어」
「흐~음……」
흥미가 없다는 걸 조금도 숨기지 않고 건성으로 대답하다니.
알기 쉽다고 해야 할까, 솔직하다고 해야 할까.
프로듀서씨한테도 이런 점이 있었다.
「그래서 여기도 자주 들렀던 곳이라, 조금 그리워져서……」
「응……」
거북하다. 굉장히 거북하다.
「이, 이런 거 알고 있어?」
순간 나는 초등학교 시절 익힌 쓸모없는 지식을 피로하기 시작했다.
물엿을 잘 섞는 방법, 맛있는 과자의 조합, 학교에서 물총 놀이를 할 때의 전략, 제비뽑기 당첨이 잘 들어가는 곳 등등.
해마를 전력으로 자극해 필사적으로 떠올려, 차례대로 후배한테 전수해 주었다.
「그래서, 그래서!?」
「굉장해! 나 그거 해볼래!」
「야, 다른 놈들한테는 말하지 마!」
다행이다.
수상한 사람 취급을 당해 신고 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피하면 역시 마음이 아프다.
「응. 그럼 난 슬슬 가볼게」
「「「에~!!」」」
이별하는 것을 애석하게 여기는 건 솔직히 기뻤다.
「미안. 이제 꼭 가봐야 하는 시간이거든……」
슬슬 역으로 가지 않으면 늦겠지.
「자자, 너희들. 누나한테 고맙다고 인사했어?」
할머니가 어느새 인가 밖에 나와 계셨다.
서 계시니 많이 작아지셨구나, 라고 느낀다.
「우……. 고, 고마워!」
「「고마워!!」」
급식을 먹을 때 하는 인사 같이 입을 맞춰 인사.
응. 역시 좋은 아이들이었다.
「고맙네」
「아니요, 별거 아니에요……」
나의 지식도 기본적으로 남한테 들은 것 뿐인데, 이렇게 감사받으면 부끄러워 참을 수가 없다.
빨리 떠나려고 자전거에 올라탔다.
「언제든지 오렴. 하루카」
「……에?」
자전거에 탄 채로 뒤돌아보니, 할머니가 천천히 가게에 들어가고 계시는 참이었다.
머리를 쓱쓱 긁는다.
빙수를 먹어 차가워진 몸은 이미 따뜻해져있다.
「또 와줄 거야……?」
남자애가 다른 곳을 보면서 물어왔다.
「응!」
나는 방긋 웃으며 손을 내밀어 V자를 그렸다.
「만세~!」
방방 뛰어다니며 기뻐하는 아이들의 눈은 굉장히 빛나고 있어서, 어렸을 적의 친구들이 모락모락 떠올랐다.
싱글벙글 웃으며 자전거를 젓기 시작한다.
바람이 일렁이며, 열이 튀어 오르고, 자전거 벨을 울렸다.
타이어에서 나는 소리인지, 아니면 체인에서 나는 소리인지 알 수 없는 촤르륵 거리는 경쾌한 리듬.
수업이 없어 텅 빈 가방에는 필통이 댄스를 추는 소리가 덜커덩, 덜커덩.
그 곁에서 눈깔사탕이 딸까닥 거리며 시원하게 웃고 있었다.
「이얏호~!」
그리운 경치가 등 뒤로 녹아 흘러가기 시작한다.
그것이 너무나 익숙한 경치로 바뀌어도, 나의 막과자 가게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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