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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아이마스

유키호와 마코토의 경우

by 기동포격 2019. 5. 30.
「이 쓰레기 새끼!!」


여성이 욕지거리와 함께 멱살을 잡고 있던 남성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그 위력이 얼마나 강했던지 남성은 마치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리액션을 보여주며 바닥을 굴렀다. 


마코토 「그 면상, 예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네가 사람이야? 어떻게 욱한다고 사람을, 그것도 네 아내를 때릴 수가 있어!? 네가 사람이야!? 사람이냐고!!」


마코토는 전혀 용서할 생각이 없다는 듯 쓰러진 남성 위에 올라타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남성은 어떻게든 저항해보려고 했으나 끊임없이 이어지는 타격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마코토의 주먹이 점점 빨갛게 물들어가고, 남성의 얼굴도 흘러나온 피와 멍, 붓기로 인해 엉망진창이 되어갔다. 


「마코토, 그만해!」


그런 마코토의 허리를 잡는 유키호. 마코토는 잠시 흠칫했으나 유키호의 얼굴에 난 멍과 상처를 보고 다시 남성을 때리기 시작했다. 아까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힘으로. 이미 남성은 정신을 잃은 듯 축 늘어져 그저 맞기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유키호 「마코토! 제발 그만해, 제발!」

마코토 「왜 말리는 거야, 유키호! 이 쓰레기는 너한테 폭력을 휘두른 놈이라고!」


분노가 가득한 마코토의 목소리. 유키호는 이렇게 분노하는 마코토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대로 놔두면 마코토는 남성을 죽여버릴 것이 분명했다. 


유키호 「이 사람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하지만 이 사람 때문에 마코토 네가 범죄자가 되면 안 되잖아!」


유키호의 외침에 마코토의 팔이 멈춘다. 그제야 마코토는 정신을 차린 듯 남성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미 원형을 찾아볼 수 없는 그 얼굴은 심하게 말하면 고깃덩어리나 마찬가지였다.


마코토 「그래, 그렇지. 이 쓰레기 때문에 범죄자가 될 수는 없지. 응, 그렇고말고」


일어서는 마코토. 그런 마코토를 보고 유키호는 그제서야 안심한 듯 마코토의 허리를 놓았다. 


마코토 「미안해, 유키호. 내가 잠시 흥분했어. 네 얼굴을 보니 도저히 진정이 안 되더라고」

유키호 「아니, 괜찮아. 날 위해서 그런 거잖아? 그러니 괜찮아」


마코토를 안는 유키호. 마코토 또한 손을 둘러 유키호를 안아주었다. 마코토의 얼굴에는 씁쓸함이 가득했다. 예전과 비교해 확연하게 가늘어진 몸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입술을 깨문 마코토는 유키호의 등을 몇 번 두드려주고 유키호를 떨어뜨렸다. 


마코토 「유키호」

유키호 「응?」

마코토 「널 저딴 놈이랑 여기 같이 둘 수 없어. 방에 가서 짐을 챙겨 와. 우리 집으로 가자」

유키호 「…마코토네 집?」

마코토 「그래. 널 더 이상 이곳에 두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내 말을 들어줘」


마코토는 유키호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고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잠시 우물쭈물 거리며 고민하던 유키호는 곧 결심이 선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유키호 「…응, 알겠어. 마코토네 집으로 갈게」

마코토 「그럼 최대한 빨리 침을 챙겨서 나와. 난 아저씨한테 연락해 둘 테니까. 저 쓰레기, 이대로 죽어버려도 곤란할 테니」

유키호 「알겠어」


방 안으로 들어가는 유키호의 모습을 보며 마코토는 휴대폰을 켰다. 




차를 타고 마코토의 집으로 가는 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 유키호는 가끔씩 마코토를 힐끔힐끔 쳐다보았지만, 마코토는 창문 밖만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었다. 유키호는 마코토의 옆얼굴을 보면서 마코토를 보는 것도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꽤나 자주 만나고 있었지만, 결혼을 한 후에는 마코토를 거의 보지 못했다. 남편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유키호의 남편은 마코토를 눈엣가시처럼 여겼고 전화를 하는 것조차 막았다. 지금까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아마 앞으로도 그 이유는 알기 어려울 것이다. 유키호가 손찌검을 당했다는 걸 유키호의 아버지가 안 이상, 그가 이 세상에 무사히 살아 남을 가능성은 거의 0%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마코토 「유키호」

유키호 「으, 응?」


마코토가 갑자기 말을 걸어오자 유키호가 살짝 당황하며 대답했다. 유키호를 바라보는 마코토의 표정은 굉장히 심각했다. 


마코토 「개인적으로 걱정되는 게 있는데…」

마코토 「이번 일로 인해서…네 남성공포증이 다시 재발하거나 한 건 아니지?」 


마코토의 걱정이 담긴 물음에 유키호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유키호 「걱정 마. 옛날이랑은 달라. 그 남자가 쓰레기인 거지 모든 남자가 쓰레기인 건 아니잖아?」

마코토 「그래…그렇지」

유키호 「765 프로덕션에 있던 시절, 프로듀서가 그걸 깨닫게 해줬어. 그러니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유키호의 말에 마코토는 안심했다는 듯 고개를 뒤로 젖혔다. 선루프를 통해 보이는 하늘은 마치 마코토의 마음을 표현한 듯이 흐릿하게 구름이 끼어있었다. 


마코토 「고맙기는…친구니까 걱정하는 건 당연하지」

유키호 「응. 그래도 고마워. 연락하자마자 바로 달려와 줬으니까…마코토 네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마코토 「이제는 그런 걱정하지 마. 내가 지켜줄 테니」

유키호 「응!」


토독토독.
얼마 안 있어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코토와 유키호는 한동안 그 소리를 들으며 침묵을 유지했다.


마코토 「프로듀서…」

유키호 「?」

마코토 「아니, 유키호 네 입에서 그 말이 나온 건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코토 「프로듀서가 떠난 뒤로는 거의 못 들어본 것 같은데」

유키호 「……」

유키호 「…괴로웠으니까. 그 사람이 떠난 뒤에 깨달았거든. 프로듀서가 어느새 내 인생의 중심이 되어있었다는 걸.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프로듀서랑 이어져 있었다는 걸 깨달았지」

마코토 「헤에~. 그 말은 처음 듣는데? 그게 765 프로덕션을 그만두고 다른 지방으로 떠난 이유?」

유키호 「버틸 수가 없었어. 765 프로덕션과 도시…그리고 우리 집에서조차 그의 존재감이 느껴졌으니까」

유키호 「그렇게 도망치다 아버지가 평생의 소원이라고 해서 결혼을 했는데…결국 이렇게 결말이 나고 말았네…」

마코토 「 그 쓰레기, 며칠 뒤면 이 세상에서 사라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아저씨가 유키호 너를 얼마나 끔찍히 아끼는데 감히 손찌검을 하다니」

유키호 「그럴지도…」


그 말을 끝으로 차 안은 다시 침묵에 잠겼다. 창밖을 바라보던 마코토가 갑자기 생각난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마코토 「유키호, 냄비 요리 기억나?」

유키호 「응?」
 
마코토 「냄비 요리. 프로듀서가 비오는 날이면 항상 먹던 그거 있잖아」

유키호 「아~. 마트에서 싸구려 재료들만 쓸어 와서 대충 썰고는 넣어서 끓였던, 요리라고 부를 수도 없던 그거?」

마코토 「그렇게 보여도 술안주로는 최고라면서 항상 맥주랑 같이 먹었었지」

유키호 「응응, 생각나. 그것도 기억나? 프로듀서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시죠씨가 면이랑 육수를 넣어서 라멘 같이 만들어 버렸던 거」

마코토 「당연하지. 그 때 프로듀서가 경악하던 모습을 어떻게 잊겠어」


둘이서 마주보며 쿡쿡 웃는다. 프로듀서는 그 때 타카네와 대판 싸웠었고, 싸우는 동안 그 요리는 면이 불어 국물 없는 우동 같이 되어버렸다. 결국 그 요리는 타카네의 차지가 되었다.


마코토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한 점도 있지. 프로듀서랑 타카네씨는 왜 그렇게 사이가 나빴던 걸까」

유키호 「대부분 시죠씨가 원인 아니었었나? 항상 점잖고 어른스럽던 시죠씨가 프로듀서만 보면 아미마미처럼 장난을 쳤으니까」

마코토 「타카네씨의 의외의 단면이었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정말 달에서 온 공주처럼 고고하게 행동했는데. 아, 먹을 것 앞에서는 아니었지만」

유키호 「후훗. 그랬었지. 갑자기 시죠씨도 보고 싶네. 시죠씨는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마코토 「프로듀서의 장례식이 끝나고 나서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 뒤로 연락이 끊겼으니까. 다른 애들은 연락이 되는데도 유독 타카네씨만 안 되지. 히비키랑 미키도 모르는 눈치고」

유키호 「어쩌면 나보다 더 큰 충격을 먹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그렇게나 친했으니까…」

마코토 「그렇네…」


시죠 타카네. 
765 프로덕션에서 아즈사, 후우카와 함께 월등한 피지컬을 자랑하던 간판 아이돌 중 한 명이었다. 호시이 미키, 가나하 히비키와 페어리라는 그룹에서 같이 활동했으며 노래, 댄스, 연기, 예능 등 모든 것을 완벽하게 소화 할 수 있는 만능 아이돌이었다. 그녀의 고고한 그 모습에 대중들은 그녀를 「공주」라는 특별한 호칭으로 불렀으며, 일각에서는 달에서 왔다는 루머까지 흘렀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는 그녀의 프로듀서가 사망하고 나서 모습을 감추었다. 경찰이 그녀를 찾으려고 전국을 뒤졌지만 그녀의 흔적은 결국 찾지 못했고, 대중들 사이에서는 그녀가 달로 돌아갔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졌다.   


마코토 「냄비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집에 돌아가면 냄비 요리라도 먹을까?」

유키호 「그럴까? 비도 오고 하니 나쁘지 않을 것 같네」

마코토 「술 한 잔 하면서 그 동안 못 나눴던 이야기 다 나눠보자고」

유키호 「응응」

마코토 「그럼 일단 마트에 들를까…」


마코토가 단말기를 조작하기 시작했고, 차는 곧 방향을 꺾어 대형마트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마코토 「…역시 너무 많이 샀나?」

유키호 「내가 그만큼 적당히 사라고 말렸는데」

마코토 「하하…오랜만이라 그런지 너무 들떴었나봐」


식재료로 가득 찬 비닐봉지를 낑낑거리며 옮기는 마코토를 보고 유키호가 한숨을 쉰다.


유키호 「내가 하나 든다니까」

마코토 「아니아, 아니야. 내 탓인데, 뭐. 그리고 이 정도는 가뿐해」

유키호 「다리가 떨리는데?」

마코토 「유키호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헛것이 보이는 거야」


그렇게 겨우겨우 마코토가 사는 아파트까지 도착한 두 사람. 


마코토 「여기야. 조금 낡지만 혼자서 생활하기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잠시만 기다려. 문을 열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문에 붙은 단말기에 손을 가져간 마코토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비밀번호를 치니, 방 안에 손님이 머무르고 있다는 표시가 떴다. 마코토가 황급히 시계를 본다. 화요일 오후 7시 23분. 


유키호 「마코토?」

마코토 「으, 응?」

유키호 「안 들어가고 뭐해?」

마코토 「아, 아! 그게 있잖아. 미안, 유키호! 내가 비밀번호를 까먹어 버렸어! 이야, 나도 나이를 먹은 걸까. 요즘 기억력이 왔다 갔다 하네?」

유키호 「마코토?」


유키호는 쩔쩔매는 마코토를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유키호로서는 이런 마코토의 모습을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마코토 「자, 유키호. 어쩔 수 없으니 우리 모텔에 가서 하룻밤 지내자. 거기서도 냄비 정도는 먹을 수 있으니까. 자자」

유키호 「마, 마코토. 밀지 마」


유키호를 밀어내며 필사적으로 집에서 멀어지려고 하는 마코토. 하지만 그런 마코토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마코토의 집문이 열렸다.


「관장님?」


고개를 빼꼼 내밀고 마코토를 부르는 한 소년. 


「관장님, 안 들어오고 어디 가세요?」

마코토 「아아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절망하는 마코토. 유키호는 새하얗게 승천하기 시작한 마코토의 옆구리를 꼬집어 제정신으로 돌려놓았다.


유키호 「…마코토. 저 아이, 누구야?」

마코토 「으, 응? 그게, 그러니까…우리 도장에 다니는 아이야」

유키호 「도장에 다니는 아이…도장에 다니는 아이가 왜 마코토의 집에 있는데? 마코토, 너 설마…」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직접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마코토는 유키호의 눈이 가늘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구랑 이야기하시는 거예요?」


결국 답답함을 이기지 못했는지 마코토에게 다가가는 소년. 유키호는 고개를 살짝 내밀어 다가오는 소년을 살폈다. 키가 커다랗고 교복을 입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학생이었다. 


마코토 「스, 스즈키? 왜 하필이면 오늘…」


스즈키라 불린 소년이 마코토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스즈키 「왜라뇨? 원래 화요일이랑 금요일은 제가 와서 청소랑 저녁을 해드리는 날이잖아요」

유키호 「…마코토?」

마코토 「힉!」


마코토를 부르는 유키호의 목소리에서 한기가 느껴진다. 마코토는 바들바들 떨면서 유키호한테서 고개를 돌렸다. 아침에 보여주던 그 기세는 도대체 어디로 가버렸을까?


스즈키 「…옆에 계신 그 분은?」

유키호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어요. 하기와라 유키호라고 해요. 마코토의 오랜 친구랍니다. 오늘은 마코토네 집에 묵으려고 찾아왔어요」

스즈키 「앗, 처음 뵙겠습니다. 키쿠치 관장님의 제자인 야마다 스즈키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유키호 「후훗.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스즈키를 보면서 유키호는 미소지었다. 천천히 살펴보니 참 순박하게 보이는 소년이었다. 실제 성격이 어떨지는 알 수 없었지만, 첫인상만 봐서는 상당히 괜찮은 성격을 가진 소년처럼 보였다. 


스즈키 「문 앞에서 소리가 들리기에 나와 봤는데…아, 관장님. 식재료도 사오셨나요? 이미 제가 다 사놨는데…」

유키호 「야마다군?」

스즈키 「아, 넷!」


유키호가 고개를 내밀면서 이름을 부르자 당황하며 대답하는 스즈키. 유키호는 이름만 불렀을 뿐이지만, 그 목소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를 스즈키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유키호 「오늘은 이만 돌아가 주지 않을래? 오랜만에 마코토를 만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거든. 저녁은 우리가 알아서 먹을게. 알겠지?」

스즈키 「아, 알겠습니다!」


몸을 돌려 방으로 뛰어 들어간 스즈키는, 가방을 들고 돌아와 유키호와 마코토에게 인사를 한 뒤 그대로 대로를 향해 달려갔다. 


유키호 「그럼 방해꾼도 갔으니…안에 들어가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눠볼까? 키쿠치 마코토양?」

마코토 「네…」


유키호가 앞장서고 짐을 든 마코토가 그 뒤를 따른다. 집까지 얼마 안 되는 거리가 마코토한테는 너무나 힘들게 느껴졌다. 지옥에 끌려가는 게 어떤 기분인지 맛볼 수 있는 1분이었다. 



 
유키호 「그래서」

마코토 「네」

유키호 「그 아이와의 관계는?」

마코토 「스승과 제자입니다」


유키호는 대답을 듣자말자 바로 마코토의 멱살을 잡아서 들어 올리고는 무섭게 노려보았다. 마코토의 머릿속에서는 의문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아니, 왜 이런 아이가 그 쓰레기한테 힘없이 맞고 있었던 거지?


유키호 「마코토. 현실은 네가 좋아하던 만화가 아니야. 저런 고등학생 아이가 성인 여성의 집에 아무런 이유 없이 청소랑 식사를 만들러 온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마코토 「하, 하지만 프로듀서가 살아있었던 시절에는 우리도 많이 그랬잖아. 묵는 때도 많았고」

유키호 「그건 끝까지 반대하는 프로듀서를 무시하고 우리가 억지로 그랬던 거고. 아니면 뭐야. 네가 반대하는데 저 아이가 억지로 네 집에 쳐들어와서 그러는 거야? 그렇다면 마코토 대신 내가 경찰에 신고 해줄까?」

마코토 「아니아니아니」

마코토 「알겠어. 이야기 해줄 테니까 이 멱살 좀 놔줘! 숨쉬기가 힘드니까」


유키호가 멱살을 놓자 체념한 마코토가 짐에서 맥주를 꺼내 탁자에 올려놓고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유키호도 음료수를 하나 꺼내서는 맞은편에 앉았다. 


마코토 「아, 그러니까 뭐부터 이야기해야 하려나~」


머리를 긁적이는 마코토.


마코토 「음~, 그래. 야마다 스즈키, 그 아이는 우리 도장에서 고참격인 존재야. 지금 17살 고등학생 2학년. 10살부터 우리 도장에 들어와서 활동하고 있는 아이지」

마코토 「공부도 잘하고, 운동 실력도 좋고. 우리 도장에 있는 트로피 반절은 그 아이가 따온 거야. 거기다 성격도 좋고, 마음씀씀이도 좋아서 남자랑 여자, 연상과 연하를 가리지 않고 인기가 많아. 마치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같은 아이지」

마코토 「그 아이가 우리 집에 오게 된 건…한 1년 전쯤? 도장에서 회식을 했는데 내가 그 때 거하게 취하는 바람에 그 아이가 나를 우리 집까지 데려다 준 거야」

마코토 「뭐, 그 때 우리 집을 보고 경악한 그 아이가 일주일에 두 번씩 우리 집을 방문하게 된 거지. 덕분에 집이 이렇게 깨끗한 거고」


마코토의 말에 유키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확실히 집은 어디 나무랄 곳 없이 깨끗했다. 주부인 자신도 감탄할 만큼. 


유키호 「정말 그것뿐이야?」

마코토 「응?」

유키호 「널 믿고 맡긴 그 아이의 보호자를 배신할만한 일을 한 건 아니지?」

마코토 「그, 그건 아니야! 하늘에 맹세코 그런 적은 없어!」

유키호 「…그렇다면 다행이고…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해. 독신 여성이 사는 곳에 고등학생이 계속 들락날락 거리면 주변에서 안 좋게 볼 테니…」

마코토 「…응. 응응, 그렇지. 앞으로 조심할게」


고개를 끄덕이는 마코토. 땀을 흘리며 어색하게 끄덕이는 그 행동에 유키호는 별로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더 추궁하지는 않았다. 누구에게나 사생활은 있는 법.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어느 정도 선은 지켜야 하는 것이 도리였다. 마코토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굳이 추궁할 필요도 없었다. 


유키호 「그 아이도 참 상냥하네. 아무리 스승이라고는 해도 그 나이에 직접 찾아와서 집안일까지 해주다니」

마코토 「무, 물론이지. 나의 자랑스러운 제자니까」 

유키호 「그럼 냄비 요리를 먹어볼까? 시간도 늦었으니 빨리빨리 만들어 먹고 자자」

마코토 「아, 그렇네. 시간이 벌써 9시가 다 되어가네. 바로 준비할게!」


그렇게 두 사람만의 파티가 시작되었다. 




마코토 「…정말 걱정했다구…네가 그 쓰레기한테 시집간다는 이야기 듣고…그렇게 말렸는데…결국 이 사단이 났잖아」

마코토 「내가 항상 말했지! 그 자식은…본심을 숨기고 있다고!」

유키호 「아버지의 말씀이었는걸…나로서도…어쩔 수…없었어」

마코토 「딸꾹…그런데 유키호…」

유키호 「으~응?」

마코토 「너…남이 때린다고…맞고 있을 아이가…아니잖아. 옛날의 그 기세…다 어디로 가버린…거야」

유키호 「아버지가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된다고 해서…참고 있었던 거야」

마코토 「크크큭…역시 그랬구먼」


마코토가 바닥을 뒹군다. 에어컨 때문에 차가운 다다미 바닥이 기분 좋은지 얼굴을 대고 계속해서 뒹굴었다. 그러다가 벌떡 일어나서는 유키호한테 다가가 유키호를 꽈악 안았다.


유키호 「…마코토?」

마코토 「아, 유키호. 유키호가 진짜…우리 집에 있는 거네. 꿈이 아닌…거네. 내가 얼마나…쓸쓸했는지…알아?」

유키호 「미안…」


마코토의 머리를 쓰다듬는 유키호. 포니테일로 묶은 그 머리가 히비키를 연상시켰다. 


유키호 「쓸쓸하게 만들어 미안해…」


유키호도 마코토의 머리에 손을 두르고 힘을 줬다. 그렇게 몇 분 간 체온을 나누던 그녀들은 곧 떨어져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얼마 안 있어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마코토 「유키호…나 고민이 있는데…들어줄래?」


마코토가 탁자에 엎드려서는 오른손만 들어서 흔든다. 


유키호 「뭔데? 이번에 마코토가 도와줬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해줄게」


유키호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든지 바닥에 몸을 눕히고 대답한다.


마코토 「…후우」


마코토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맥주를 한 캔 더 따고는 그대로 쭈욱 들이켰다. 다 마신 캔을 싱크대에 던져버린 마코토는 휘청거리며 유키호에게 다가가 그대로 허벅지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마코토 「나…스즈키…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어」

유키호 「………하아?」


유키호는 취기가 싹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 이 주정뱅이가 방금 뭐라고 한 거지?


유키호 「자, 잘 못 들었는데…다시 한 번 말해줄래?」

마코토 「스즈키…그 아이를…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어…」

유키호 「마코토!」


유키호는 경악하며 마코토를 일으켜 세웠다. 


유키호 「지, 진심으로 말하는 거야? 너 35살이라고! 주책도 정도가 있는 법이야!」


아까처럼 다시 한 번 마코토의 멱살을 붙잡고 흔드는 유키호. 유키호가 마코토를 흔들면 흔들수록 그에 비례해 마코토의 안색이 푸른색으로 변해갔다. 


마코토 「유, 유키호. 그만. 넘어올 것 같아」


유키호는 그 말을 듣고 흔드는 것을 멈추기는 했지만 멱살은 여전히 잡고 있는 상태였다. 


유키호 「진심으로 말하는 거야?」

마코토 「비교적」

유키호 「대체 언제부터?」

마코토 「언제쯤이려나? 그 아이가 양아치들한테 붙잡힌 여자애들을 구해주는 걸 목격했을 때?」

유키호 「하지만 미성년이잖아!」

마코토 「어쩔 수가 없었어. 왜냐하면 그 아이, 내가 꿈꾸던 이상형을 그대로 현실에 강림시킨 것 같은 아이인걸. 눈이 안 갈래야 안 갈수가 있나」

유키호 「……」

마코토 「아아, 꼴사나운 거 나도 알아! 나이 먹을 대로 먹고 고딩한테 헤롱헤롱하고 있다니!」


마코토가 유키호의 손을 뿌리치고는 바닥을 뒹군다.  


마코토 「나 자신으로서도 납득이 잘 안 간다고! 하필이면 제자 녀석이라니…」

마코토 「하지만…좋아하게 된 걸 어떡해…」


비틀거리며 일어선 마코토는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지고는 곧 잠에 들었다. 잠시 아무 말 없이 마코토를 바라보던 유키호는 마코토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꺼냈다. 


유키호 「그렇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유키호 「마코토」

유키호 「어른이 된다고 해도…우리는 변하는 게 별로 없구나…」


유키호는 잠이 든 마코토가 깨지 않게 이불을 덮어주고, 자신도 그 옆에 누웠다. 밤이 깊어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내일 마코토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할지 고민을 하며 유키호도 눈을 감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막연한 불안감을 품으며 유키호는 잠에 빠져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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