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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아이마스

P 「아카네 바이러스?」

by 기동포격 2018. 11. 12.

12월 2일, 새벽 03시 25분.



프로…씨…나세…


…듀서씨!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가 내 몸을 흔들며 무어라 외치고 있다. 



일어나세요!



다급함이 배인 목소리. 몸을 흔드는 강도가 더욱 강해진다. 하지만 오늘도 11시까지 잔업을 하다 온 나에게 있어, 잠보다 중요한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어쩌죠…빨리 나서야 하는데…



울먹거리고 있다.



어쩔 수 없죠~. 이렇게 되면 강제로 일으키는 수밖에~.



목소리가 늘어났다. 처음에 들린 목소리와는 달리 조금은 느긋하게 들리는 목소리. 어라, 이상한데. 이 목소리들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빠악!




P 「으악!」



갑작스런 충격이 내 머리를 덮치고, 나는 강제로 각성해 몸을 황급히 일으켰다. 



「드디어 일어나셨네요!」


「정말 못 말리신다니까요~」



아직 비몽사몽인 의식을 최대한 추슬러 목소리의 주인들을 살펴본다. 방은 어두웠지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 때문에 어떻게든 알아볼 수 있었다. 



P 「하코자키…그리고 토모카? 너희들이 여기를 어떻게?」



하코자키 세리카. 텐쿠바시 토모카. 모두 내가 프로듀스 하고 있는 아이돌들. 이런 시간대에 이 아이들이 왜 여기에? 거기다 나는 내가 어디 사는지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세리카 「지금 그런 걸 따지고 있을 상황이 아니에요! 빨리 일어나세요!」


토모카 「서두르지 않으면 늦고 말 거랍니다~?」



하코자키가 내 손을 잡아당기며 재촉한다. 평소에 항상 유유자적해 보이던 토모카조차, 목소리에서 초조해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세리카 「어서요! 어서!」



재촉하는 하코자키 때문에 마지못해 일어선다. 야근을 끝내고 오자마자 그대로 옷을 입고 침대에 뛰어들어 잠이 들었기에, 다행히 애들 앞에서 흉한 꼴을 보이는 건 면할 수 있었다. 



세리카 「밖에 헬기를 준비해뒀어요! 빨리 타러 가요!」


P 「헬기!?」



이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콰앙!



세리카 「꺅!」


P 「!?」


토모카 「……」



굉음이 들린다.

창문 바깥이 갑자기 환히 빛난다. 

솟아오르는 불기둥이 저 너머로 보인다.



토모카 「서둘러야겠어요. 아니면 정말로 목숨이 위험할 거예요」


세리카 「네!」


P 「어엇? 자, 잠깐만!」



하코자키랑 토모카가 달리기 시작한다. 하코자키한테 손을 잡혀 있는 나도 어쩔 수 없이 같이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하코자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내 손을 잡고 있는 하코자키의 손은 풀릴 줄을 몰랐다. 무슨 여자애 힘이 이렇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중에도 둘 다 얼굴에 초조함을 드러낼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갑자기 일어난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던 나는 뭐라도 묻고 싶었지만,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하코자키랑 토모카한테 도저히 물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1층에 도착하는 엘리베이터.

그리고 밖으로 나온 내가 본 것은…



「프로쨩, 프로쨩!」


「쓰다듬어줘!」


「프로쨩은 아카네쨩의 것!」


「귀여운 아카네쨩이 프로쨩을 귀여워 해줄게!」



맨션을 포위하고 있는 노노하라 군단과 그 군단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는 검은 양복 차림의 남자들이었다. 



P 「이게…대체…」


세리카 「서둘러요, 어서!」



하코자키가 헬기들이 있는 곳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약 10여 대의 헬기가 맨션 앞에 엔진을 켠 채 대기하고 있었다. 양복 차림의 남자들이 헬기와 맨션 입구를 둘러싸고는 기를 쓰면서 군단을 막고 있었지만 중과부적. 결국 한 쪽이 무너지고 말았다. 



「대형이 무너진다!」


「막아! 무슨 일이 있어도 아가씨를 지켜야 해!」



노노하라 군단을 막고 있던 한쪽 벽이 무너지고 그 틈을 이용해 수많은 노노하라들이 물밀듯이 나를 향해 뛰어오기 시작했다.



세리카 「아아, 이미 늦어버린 거야?」



절망하는 하코자키. 곧 나머지 남자들도 파도에 휩쓸리듯 노노하라 군단에 휩쓸리고 군단은 헬기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토모카 「성모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P 「토모카?」



갑자기 멈추어 이상한 주문을 외우는 토모카. 그와 동시에 토모카의 발밑이 빛나기 시작한다. 그 빛은 곧 퍼져나가 커다란 원을 그렸고 알 수 없는 문양과 기이한 문자들이 원을 채우기 시작했다. 



토모카 「내 부름에 답하여, 지금 그 모습을 이곳에 드러내어라. 당신들의 사명을 지킬 순간이 지금 도래했으니, 나의 부름에 답하여 그대들의 힘을 펼쳐 보여라!」 



토모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원이 환하게 빛난다. 그리고 빛이 잦아들자…



P 「뭐야, 이건…」



원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아니었다. 중세 시대 기사들처럼 갑옷으로 온 몸을 두르고 방패와 함께 도끼, 창, 랜스, 칼 등 수많은 무기를 든 사람들.



토모카 「가세요, 천공기사단이여!」



토모카가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기사들이 돌진한다. 방패를 앞으로 내밀고 질서정연하게 돌진하는 기사들. 그들은 곧 노노하라 군단과 부딪혔고, 나를 향해 파도처럼 밀려들던 노노하라 군단이 순식간에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원에서는 계속해서 기사들이 솟아나고 있었다.

  


토모카 「…세리카, 먼저 가도록 하세요~」


세리카 「토모카씨?」


토모카 「여기는 제가 어떻게든 막을 테니, 프로듀서씨를 잘 부탁드려요~」


세리카 「하지만!」


토모카 「어서 가세요~. 프로듀서씨가 아카네씨의 손에 넘어갔다가는 어떻게 될지, 세리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아요~?



내가 그녀들이 하는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멍하게 있는 동안, 하코자키는 잠시 고민하더니 곧 마음을 굳힌 듯 달리기 시작했다. 하코자키한테 손목을 잡힌 나는 그대로 끌려가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토모카는 우리를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세리카 「출발해 주세요!」



우리가 헬기에 타자마자 헬기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미 3대 밖에 남지 않은 헬기가 황급히 떠올라 맨션을 벗어난다.



세리카 「토모카씨…」



그리고 곧 맨션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P 「……」


세리카 「……」



시끄러운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는 헬기 안. 조종사끼리 다급하게 교신하는 소리만 들릴 뿐, 우리는 한참동안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P 「그래서…」


세리카 「……」 움찔


P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줬으면 하는데…」


세리카 「……」



내가 의문을 던졌지만 하코자키는 여전히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침묵은 5분이 지나서야 깨졌다.



P 「…아카네 바이러스?」


세리카 「네」


P 「뭐야, 그게.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아까 그 무리들이 노노하라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랑 관련이 있는 거야?」


세리카 「네, 맞아요. 아카네 바이러스는 아카네씨를 숙주 삼아 살아가는 특수한 바이러스에요. 저희 하코자키 가문에서는 정부의 사주를 받아, 예전부터 노노하라 가문을 예의주시하며 그 바이러스를 관리하고 있었고요」


P 「하코자키 가문이?」


세리카 「네. 프로듀서씨, 의문을 가져보신 적 없나요? 왜 부족한 것 하나 없는 재벌 가문의 아가씨가 이런 아이돌 사무소에 들어와서 아이돌 활동을 하고 있는지…」


P 「……」



그건 분명 미나세를 봤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이었다. 왜 재벌 가문의 따님들이 아이돌 활동을, 그것도 961 프로덕션이나 346 프로덕션처럼 대기업이 아닌 이런 중소기업에 들어와서 아이돌 활동을 하고 있는지.



세리카 「아카네 바이러스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아카네씨가 아직 유년기일 적이에요. 다행히 그 때는 아카네씨가 어려서 힘이 약해 금방 사그라들었지만, 정부에서는 바이러스의 위험도를 주목해 저희 가문에게 도움을 요청해 왔어요」


P 「정부가 왜 하코자키 가문에 그런 요청을?」


세리카 「프로듀서씨도 아시다시피 일본 정부는 철저한 관료조직이에요. 관료조직은 안정적지이만 긴급 상황에서는 무력할 때가 많은데다, 일반인들에게 이 바이러스에 대한 것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에요. 저희 재벌 가문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한 형태로서 정부가 맡기 힘든 일을 몇 가지씩 맡아 관리하고 있어요」


P 「…그럼 미나세도?」


세리카 「그것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일반인에게는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일이라…」



하코자키가 잠시 숨을 고른다. 



세리카 「아카네 바이러스는 굉장히 위험한 바이러스에요. 평소에는 아카네씨 몸에서 조용히 휴식기를 가지고 있다가, 조건이 맞추어지면 활동을 시작하죠」


세리카 「프로듀서씨도 아까 그 수많은 아카네씨를 보셨죠?」



고개를 끄덕인다.



세리카 「아카네 바이러스는 조건, 즉 12월 3일 00시라는 조건이 갖추어지면 활동을 시작해요. 아카네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침투해 그 사람을 아카네씨로 변화시켜버려요. 그리고 숙주인 아카네씨는 감염자들을 조종하고요」 


P 「이때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잖아? 그런데 갑자기 왜?」


세리카 「원래는 아카네씨를 12월 2일 밤에 아무도 없는 특수한 방에 격리해놓았다가, 12월 4일이 되면 풀어 드렸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12월 3일이 되기 전에 바이러스가 활동을 시작하는 바람에…면목이 없네요」



하코자키의 눈에 눈물이 배이기 시작한다. 나는 그저 입맛을 다시는 수밖에 없었다.



P 「…그런데…그 아카네 바이러스랑 나랑은 무슨 관련이지? 너랑 토모카도 나를 단순히 구하러 온 건 아닌 것 같고, 아까 그 노노하라 무리도 나를 애타게 부르짖던데…」


세리카 「그건…」



하코자키가 당황하며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이윽고 마음을 굳힌 듯…



세리카 「프로듀서씨는…그게, 증폭기이기 때문이에요」


P 「증폭기?」


세리카 「네. 아무리 아카네 바이러스가 위험하다고 하지만, 12월 3일이 지나면 저절로 휴식기에 들어가 버려요.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아직 밝혀진 건 없어요. 그래서 아카네 바이러스는 위험하지만, 그 피해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죠. 하루 동안만 생존할 수 있으니…」



세리카 「하지만 거기에 프로듀서씨가 들어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아카네 바이러스가 프로듀서씨를 손에 넣는다면 그 증폭된 힘으로 순식간에 지구 전체로 뻗어나갈 수 있어요. 그래서 아카네 바이러스는 프로듀서씨를 원하고 있는 거예요」


세리카 「물론 프로듀서씨의 그 힘은 아카네 바이러스에만 한정되지 않아요. 그리고 그것이 프로듀서씨가 765 프로덕션을 떠날 수 없는 이유에요. 최대한 저희들의 눈이 닿는 곳에 계셔야 하니까…」



나는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아카네 바이러스? 내가 증폭기라고? 



세리카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들어 혼란스러우실 거예요. 하지만 모두 사실이니 받아들여 주셨으면 해요」



하코자키가 올곧은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거짓말이라고는 모르는 순수한 아이다. 하코자키가 하는 말은 분명 사실이겠지.



P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알겠어.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하코자키 네가 하는 말이라면…믿을 수밖에 없겠지」


세리카 「감사합니다」



하코자키가 고개를 숙인다. 작은 머리에 쓴 커다란 헬멧이 조금은 우스꽝스러웠다. 






그렇게 얼마동안 이동했을까. 시끄러운 헬기 엔진 소리가 귀에 익숙해 질 때쯤이었다. 





세리카 「!?」


P 「!?」



우리 옆에 있던 헬기가 갑자기 폭발하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직후 다급한 교신과 함께 회피 기동에 들어가는 헬기들. 



세리카 「꺅!」


P 「큭!」



급격한 기동에 우리는 손잡이를 잡고 버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헬기가 최대한 낮게 날기 위해 지상으로 급강하 하는 순간 나는 똑똑히 보았다. 창문 밖으로 날아가는 푸른 광선을.



세리카 치하야씨에요!」


P 「키사라기?」


세리카 「저 푸른 광선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제가 알고 있는 한 치하야씨 밖에 없어요! 치하야씨의 특기는 초장거리 저격!」





세리카 「치하야씨가 저희들을 공격한다는 것…그건 치하야씨마저도 감염됐다는 것…」


P 「감염?


세리카 「저희 아이돌들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아카네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도 아카네씨로 변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지배되는 것은 일반인과 똑같아요!」



세리카가 힘겹게 말하는 사이, 우리가 타고 있는 헬기와 같이 회피 기동을 하던 헬기가 불길에 휩싸여 추락한다.



조종사 「아가씨!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습니다! 지상에 착륙하겠습니다!」


세리카 「하지만 지상에는…」


조종사 「지상에서는 도망칠 수라도 있지만, 이대로 공중에 있다가는 100% 죽음입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이번에는 저희들의 판단에 따라주십시오!」


세리카 「…알겠어요!」



헬기가 어느 공원에 착륙을 시도한다. 헬기가 착륙을 시도하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가장 위험한 그 순간, 높은 하늘에서 푸른색 빛이 번쩍였다.


손바닥에 땀이 맺힌다. 저것이 헬기에 맞으면, 이 헬기는 아까 추락했던 헬기들과 똑같이 폭발에 휩쓸릴 것이다.



세리카 「프로듀서씨!」



하코자키가 내 품에 뛰어든다. 무서워서 뛰어드는 것이 아닌, 어떻게든 나를 지켜보겠다는 발버둥이었다. 그런 하코자키를 품에 안으며 나는 눈을 감았다. 





세리카 「어?」



폭음이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코자키의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이끌려 다시 눈을 뜨니, 헬기는 멀쩡했다. 



P 「…어떻게 된 거지?」


세리카 「광선이 저희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 떨어졌어요.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회에요! 가요, 프로듀서씨!」



하코자키가 내 손목을 잡고 끌어당긴다. 나는 그 엄청난 힘에 그저 끌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임무 실패…」



키사라기 치하야가 총을 내리며 감정 없이 기계적으로 중얼거린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방해한 사람을 노려본다.



「우후훗. 그렇게 위험한 걸 가지고 놀면 위험하잖니, 치하야」



치하야가 노려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칼을 칼집에 넣는 미우라 아즈사. 그 모습은 꼭 잘못한 동생을 상냥하게 타이르는 언니의 모습 같았다. 



치하야 「……」


아즈사 「어머어머~」



치하야가 말없이 총구를 아즈사에게 향한다. 그 모습을 보고도 꿈쩍도 하지 않는 아즈사. 치하야가 천천히 방아쇠에 손가락을 가져간다. 치하야가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빠악!



옆에서 날아온 주먹에 얼굴을 강타당하고 날아가 빌딩에 처박히는 치하야.



「위험했어요!」


「그러다 진짜로 당하면 어쩌려고 그러시는 거예요!」



흰 세라복으로 몸을 감싼 코우사카 우미와 이부키 츠바사가 아즈사를 타박한다. 



아즈사 「우후훗. 너희들이 구해줄 걸 알고 있었으니까~」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아즈사의 대답에 질렸다는 표정을 짓는 우미와 츠바사. 





아즈사 「그래서, 조사한 건 어떻게 됐어?」


츠바사 「상황이 상황인지라 전부 파악할 수는 없었어요」


우미 「일단 파악된 감염자는 방금 날아간 치하야씨랑 미키, 야요쨩, 코토하, 못치, 사요찡, 아리링, 에밀리, 아유무, 노리상, 스바룽, 치즈룽, 아미, 시호링, 그리고 유리링. 이상이에요」


아즈사 「어머나, 유리코까지?」


츠바사 「다른 사람들은 소재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어요. 상황이 너무 혼란스러운지라, 다들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감염자들도 감염이 됐다는 것만 파악했을 뿐, 순식간에 사라졌고」


아즈사 「그래? 우후훗. 고생했어」



아즈사가 메모를 끝마치고, 얼굴을 찌푸린다. 상황은 보기보다 심각했다.



아즈사 「유리코까지 감염되어버린 건 좀 뼈아프네. 그리고 파악 된 감염자 중 특별히 위험한 사람이…」


츠바사 「미키 선배랑」


우미 「코토하」


아즈사 「그렇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 두 사람은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해. 우미, 츠바사. 부탁 할 수 있을까?」


우미 「물론!」


츠바사 「맡겨주세요!」





빌딩 쪽에서 날아온 푸른 광선을 가볍게 피하며 우미랑 츠바사가 대답했다.



아즈사 「나도 가고 싶기는 한데…


아즈사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어린양 한 명을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해서 말이야」



아즈사가 빌딩 위에 떠있는 치하야를 보면서 말한다. 치하야를 힐끗 바라본 우미랑 츠바사는 그대로 다른 방향을 향해 날아갔다. 


그런 우미랑 츠바사를 손을 흔들며 배웅한 아즈사는 곧 칼을 꺼내며 치하야와 대치했다.



아즈사 「마침 좋은 기회 아니니? 이 기회에 오랫동안 끌고 왔던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것도 좋다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치하야?」


치하야 「……」



치하야도 총을 소멸시킨 뒤 검을 꺼내든다. 



아즈사 「자, 그럼 시작해볼까? 누가 765 프로덕션의 진정한 가희인지, 그리고 거유와 빈유 중 누가 더 우수한지를 말이야~」


치하야 「큿!」



보랏빛과 푸른빛이 밤하늘에서 부딪혔다. 






도심은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다. 도시를 빠져나가려는 자동차들과 인파가 섞여서 그야말로 세기말을 보는 듯 했다. 그리고 그렇게 정체된 사람들은 얼마 안 있어 노노하라 군단에 휩쓸리고 말았다.



「프로쨩! 프로쨩 어딨어!」


「프로쨩을 찾아라!」


「쓰담쓰담쓰담쓰담!」



두두두두



세리카 「갔어요…」


P 「……」



상자에서 빠져나온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도시를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노노하라 군단을 피하다 보니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P 「이럴 바에야 도시를 빠져나가기 보다는, 그냥 도시 안에서 버티는 게 낫지 않을까? 어차피 12월 3일이 지나면 소멸한다며?」


세리카 「그게 나을지도 모르지만…숨을 곳이 있을까요」



하코자키가 걱정스러운 듯 말한다.



P 「이 넓은 도시에 숨을 곳 하나 없을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도시 안에 숨어있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세리카 「프로듀서씨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P 「일단 이곳을 벗어나도록 하자」



여기저기서 폭음이 들린다. 일단 이곳이 어디쯤인지 알기 위해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P 「호오~」



빌딩 옥상에서 보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여기저기서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었고 비명과 경적소리, 그리고 폭음소리로 떠들썩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거대 아카네 「프~로~쨩!」


코노미 「우랴아아아앗!」



거대한 노노하라와 싸우고 있는 거대한 코노미였다. 마치 TV에서 튀어나온 듯한 그 광경에 나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울○라맨이냐?






P 「저 거대 노노하라도 아카네 바이러스 때문에 생긴 거야?」


세리카 「네. 몇 만분의 일로 생기는 변종이에요」



둘러보니 거대 노노하라는 하나가 아니었다. 도시 이곳저곳에서 거대한 노노하라가 활보하고 있었다. 



P 「코노미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거 아냐?」


세리카 「…어쩔 수가 없어요. 다른 때였다면 도와드렸겠지만 지금은…다른 분들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 파악조차 안 되고 있으니…폰은 무용지물이고」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P 「아까 아이돌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 아까 토모카도 그렇고, 지금 보이는 코노미도 그렇고. 아이돌들은 전부 저런 힘을 가지고 있는 거야?」


세리카 「네! 일단 765 프로덕션은 그래요. 다른 프로덕션은 모르겠지만…」


P 「이런이런. 내가 31년 동안 가지고 있던 상식이 전부 무너지는 느낌인데…하하」


세리카 「죄송해요…제가 방심만 하지 않았더라도…」


P 「하코자키가 뭘 잘못했는데? 바이러스가 조건도 안 갖추어졌는데 활성화 됐다며? 그럼 하코자키로서는 어쩔 수 없지. 다음부터 잘하면 되는 거야, 다음부터」



하코자키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하지만 하코자키의 표정은 풀릴 줄을 몰랐다. 



P 「일단 내려가자. 저 거대 노노하라 눈에 띄었다가는 큰일 날 테니」


세리카 「네」


「어디 가?」


P 「!?」


세리카 「!!」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하코자키 앞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토끼 귀 후드를 쓰고, 레이피어 같이 얇고 길쭉한 검을 든 그 아이는



P 「안나!!」





안나 「체크메이트!」



하코자키가 안나의 공격적인 행동을 인식하자마자 몸을 비튼다.



촤악



신속하게 피하기는 했지만 안나의 속도가 워낙 빨랐던지라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세리카 「꺄악!」



피가 솟아오른다. 안나는 어느새 우리와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하코자키를 보고 한 번 히죽거린 뒤, 검에 묻은 피를 맛있다는 듯 핥기 시작했다.  



P 「하코자키! 괜찮아!?」


세리카 「하아, 하아…괜찮, 아요」



하코자키가 어깨를 잡으며 일어난다. 입으로는 괜찮다고 하고 있었지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어깨에서 피는 계속해서 샘솟아 옷을 적시고 있었고, 고통 때문인지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안나 「……」



다행히 안나는 히죽거리며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 접근하려는 기색은 없었다.



세리카 「프로, 듀서, 씨…먼저, 도망, 치세요」


P 「무슨 말을! 얌마, 너 이대로 있다가는 죽어!」


세리카 「도망! 치세요!」


P 「!?」


세리카 「저 같은, 건, 아무, 래, 도, 좋아요…하아, 하아…지금, 은, 프로듀, 서씨, 가, 훨씬, 더 중요, 해요!」


P 「하코자키…」


세리카 「꼭, 무사, 하셔야 해요…」


P 「큭!」



나는 그대로 문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안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문 앞에 도착한 나는 문을 열고



P 「세리카!」


세리카 「!」


P 「무사해야 한다! 알겠냐! 꼭이다!」


세리카 「네!」



웃으며 대답하는 세리카. 나는 그 미소를 보고 그대로 뒤로 돌아 계단을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P가 떠난 옥상은 바람소리만이 들렸다. 세리카의 거친 숨도 어느새 멈춰 있었다. 안나와 세리카는 눈싸움을 할 뿐, 누구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안나였다.



안나 「프로듀서씨도 갔으니 이제 아픈 척은 그만하지?」


세리카 「아, 들켰어?」



안나의 말을 듣고 자세를 바로 하는 세리카. 손을 떼자 드러난 어깨는 언제 상처를 입었냐는 듯 새살이 돋아 있었다. 



안나 「정말 못 봐줄 연기였어. 프로듀서씨도 이 상황이 아니었으면 바로 연기라는 걸 눈치 챘을 걸?


세리카 「이상하네~. 나로서는 정말 잘했다 생각했는데…꺄핫」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치는 세리카.  




안나 「정말 가증스러운 여자야. 남들을 속여 가며 이익을 챙기는 전형적인 사기꾼 주제에, 착한 척은 다하고」


세리카 「안나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구나? 내가 하는 걸 바로 사회생활이라고 하는 거야」


안나 「안나가 언니인데?」


세리카 「육체적 나이가 뭐가 중요해? 중요한 건 바로 정신연령이야, 정신연령」



세리카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히죽거린다. 그 동작에 안나는 기분이 몹시 상한 듯 얼굴을 찌푸린다.



안나 「마녀. 오늘이야말로 그 가죽을 벗겨주겠어」


세리카 「할 수 있으면 해보시지」



안나가 검을 세리카에게 겨눈다. 세리카 또한 창을 소환, 그 창을 손에 들어 안나를 겨눈다. 각종 악마가 조각된 붉은색 창이 둔탁하게 빛난다. 



세리카 「그런데 프로듀서씨를 안 쫓아가도 돼?」


안나 「안나말고도 또 한 명이 프로듀서씨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세리카 「헤에~. 그러면 최대한 빨리 끝내야겠네?」



세리카가 자세를 잡는다. 안나도 세리카를 따라서 자세를 잡는다.



세리카 「프로듀서씨는 내 거야. 그러니 내가 지켜」


안나 「흥」


세리카 「……」 모모모모모모모모


안나 「……」 난난난난난난난난



불기둥이 굉음을 내며 솟아오른다. 두 사람이 그것을 신호로 땅을 박찬다.

칼과 창이 부딪힌다.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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