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오후.
사무소 거실에는 아사쿠라랑 나──그 사람 세 명만이 있을 뿐. 코이토랑 히나나는 다른 일, 하즈키씨도 외근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
「어? 그렇게 해서 먹혀버리는 거야?」
「그래그래. 설교 중에 뒤에서」
「엄청나게 재밌어 보이는 걸, 그거」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응, 알겠어~. 다음에 가지고 올게. DVD」
소파에 마주보며 앉아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두 사람.
나는 그 옆에서 가구 카탈로그를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었다.
「상어 영화도 다양하게 있지」
「프로듀서도 추천할만 게 있으면 가르쳐줘」
「상어 영화?」
「응」
「민달팽이랑 오징어가 나오는 건 어때?」
「그거 상어 요소 있어?」
「……없구나」
아사쿠라랑 나는 앞전의 일이 빨리 끝났기 때문에 지금은 빈 시간. 미팅이나 대본의 확인도 끝나, 예정에 없는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다음 레슨까지.
「아, 맞다. 프로듀서. 저번에 준 감 먹었어?」
「그래. 감사히 먹었어」
「맛있었지」
「맛있었어. 양이 상당히 많아서 친가에 가져갔더니, 어머니도 기뻐하시더라고」
「그렇구나」
감.
그러고 보니 며칠 전, 아사쿠라의 집에서 선물을 받았다. 잘은 모르나 친척인 농가 분이 대량으로 보내왔다면서.
……이 사람한테도 가지고 간 모양이다.
「바로 다 못 먹어서 남으면, 냉동하면 돼」
「냉동?」
「응. 샤벳으로 만들어 먹으면 맛있데」
「헤에, 그렇구나. 다음에 시험해 볼게」
「엄마가 말한 걸 그대로 말했을 뿐이지만 말이야」
카탈로그 페이지를 넘겼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행복해 보이는 부부가, 식탁에 앉아 만면의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그 테이블, 의자, 소품에는 각각 가격과 브랜드명이 쓰여 있어서──아까 그 페이지도 비슷한 구성이었고, 이제 계속 같은 페이지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자취, 자취라. 가능한 하려고는 하는데 말이야」
「쉽지 않지」
「그러니까, 무심코 편의점에 의지하게 된다니까. 가끔은 괜찮지 않을까 변명을 하면서.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면 매일……」
「편의점 음식, 맛있는 거 있지. 이해해」
「이해하면 안 돼……아아, 그게 아니라, 안 된다고 해야 하나, 과의존 하는 것에 조심하라는 말이지. 중요한 건 밸런스야」
「나는 집에서 사니 괜찮아. 조심해야 하는 건 프로듀서니까」
「……오늘 밤은 오랜만에 직접 만들어 먹어 볼까」
다음 페이지로 넘기려던 손을 멈추고, 그를 슬쩍 본다. 한숨을 쉬면서 소파의 등받이에 늘어지게 등을 기대고, 천장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아사쿠라는 다리를 꼬고는 다리 위에 팔을 세우고 턱을 괸채, 미소를 지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참고로 잘 하는 요리 같은 거 있어?」
「잘하는 요리……으~음. 카레는 어떻게든 할 수 있어. 그리고 고기 감자조림」
「괜찮잖아. 다음에 만들어줘」
「응? 만들어 달라니, 토오루한테?」
「나한테도 만들어 줌으로서 자연스럽게 스스로 만들게 된다, 같은」
「응? ……뭔가 교묘하게 구워삶아 먹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후후. 그래?」
…….
나는 카탈로그에 시선을 되돌리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아무래도 이걸로 마지막 페이지인 것 같았다.
「그런데 프로듀서 방에 있는 냉장고에는 아무것도 없지?」
「언제 본 거야……」
「감을 가지고 갔을 때」
「……그랬었지, 응」
「뭔가 생활감이 없다고 해야 하나. 잘 모르겠지만」
「요 근래 바빠서 장도 제대로 못 봤어」
「흐~응」
「좋아, 우선은 장보기부터다. 오늘은 퇴근길에 마트에 들리자」
「뭘 만들 거야? 카레? 나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음~, 카레도 괜찮지만 고기 감자조림으로 할까. 뭔가 일식을 먹고 싶은 기분……잠깐. 얌마, 토오루. 오늘 만들어 준다고는 아무도──」
「오늘 안 만들어 준다는 건, 언젠가는 만들어 준다는 거?」
「알겠어, 알겠어. 언제려나. 내 방이 아니라, 사무소에서 만들어 줄 테니까」
「괜찮아, 그걸로. 만세」
책을 덮는다. 마지막까지 읽고 깨달았다. 이건 신혼부부를 위한 가구 카탈로그였다. 다시 한 번 보니, 소파에서 어깨를 맞댄 남녀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왜 처음부터 눈치채지 못했냐라는 이야기일 뿐이지만.
「……보자, 고기 감자조림에 필요한 건 또 뭐가 있더라」
가구 카탈로그를 잡지꽂이에 돌려놨을 때, 시야 가장자리에 그의 모습이 보였다. 스마트폰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고개를 기울이고 있었다.
「아아, 그렇군. 미림이었군. 좋아. 그럼 필수적으로 사야하는 것은 미림이랑 잘게 썬 돼지고기, 감자, 양파, 당근……어라?」
이번에는 고개를 크게 갸우뚱거린다.
「잠깐만 기다려. 미림은 아직 다 안 썼잖아. 남아있다면 일부러 새 걸 살 필요는 없지. 그런데 만일 있다고 해도, 유통기한을 확인 안 해놨고. 으~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혼잣말이, 계속해서 새어나온다.
나는 작게 숨을 내쉬고──그에게 말을 걸었다.
「미림은 새로운 걸 사주세요. 유통기한이 지났어요」
「어? 오오, 그런가」
딱 한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 그였지만, 바로 원래 표정으로 복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계속 이어나갔다.
「그리고 돼지고기. 사려고 한다면 필요한 만큼만 사세요. 이벤트도 가깝고 하니 당분간 바쁘잖아요? 그렇다면 자취를 할 수 없는 날도 고려해야 할 테고요」
「과연, 그 말이 맞아. 고마워, 마도카」
「……그리고 하나 더, 말하는 김에 말씀드리겠습니다만. 미림은 싱크대 밑이라던가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하는 것이 적절해요. 저번에 봤을 때 냉장고에 들어있더군요」
「켁. 그랬어?」
「네. 다음부터는 조심해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못을 박아두니, 그는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면목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로 손이 많이 가는 사람.
「면목 없군. 조심하지」
「그렇게 해주세요」
「응. 다시 한 번 고마워. 마도카 덕분에 살았어」
「……아니요, 딱히」
「하핫──앗,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벽시계를 본다. 레슨 예정 시각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옆에 두었던 가방을 들고 일어선다.
「자, 아사쿠라. 이동」
「아, 응」
수긍한 아사쿠라가 프로듀서를 향해 「다녀오겠습니다~」 라며 인사를 했다. 나도 이어서 목례만을 하니, 그는 「그래, 다녀오렴」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손을 들었다.
우리들은 같이 거실을 나섰다.
「──히구치」
아사쿠라가 말을 꺼낸 것은, 내가 문 손잡이를 잡았을 때였다.
「히구치도 간 적 있구나. 프로듀서 집」
「……」
문을 밀어 열면서 대답한다.
「우연이 겹치면 있는 법이잖아. 그런 일도」
끝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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