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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니마스

어째서인지 여벌쇠를 가지고 있는 토오루

by 기동포격 2021. 6. 28.

「저기, 프로듀서. 지금 잠시 시간 되시나요?」


 팔짱을 끼고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마도카가 말을 걸어온 것은 해질녘이었다.


「아. 으~음, 뭔데」


 아사히가 저번날 TV 촬영 중에 일으킨 문제를 처리하느라 요며칠 바빠 건성이었던 나는, 마도카를 슬쩍 올려다본 후 바로 다시 컴퓨터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왠지, 바빠 보이시므로 나중에 하겠습니다. 딱히 급한 것도 아니므로. 소파에 앉아서 기다릴 테니까요」


 마도카는 한숨을 한 번 쉬고 그 말을 남긴 뒤, 방을 나가버렸다.

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마침내 일이 끝난 것은 오후 10시. 마도카는 결국, 먼저 돌아간 것 같았다. 급한 용무가 아니라고 했었는데 대체 뭐였을까. 체인으로 물어볼까. 아니, 휴가가 끝나고 물어보면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을 고치고, 이미 아무도 없는 사무소의 문을 허둥지둥 잠그고는 귀로에 올랐다.

 내일은 오랜만에 맞는 휴가이니, 술이라도 사가자. 도중에 편의점에서 캔맥주랑 안주를 산 뒤, 자택인 아파트로 향했다.

 집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니


「어서와」


 혼자서 자취하는 나를, 현관에서 앞치마 차림으로 맞이하는 여성이 있었다.


「…? 토오루?」


 현관에는 미소를 방긋 띠운 토오루가 있었다.


「아아, 으음…」


 나는 상황을 잘 알 수가 없어, 망설였다.


「어서와, 프로듀서. 짐 들어줄게」

「…다녀왔어」


 일단 인사를 한다. 앞치마 차림으로 미소짓는 토오루와 몇 초 동안 말없이 서로 바라본다. 문득 냉정함을 되찾고, 일단 제일 먼저 입밖으로 튀어나온 질문.


「왜 우리 집에 있는 거야? 문은 어떻게 열었어?」

「복사했어. 대단하지」


 토오루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서는, 짤랑짤랑 가볍게 흔들면서 자랑스럽게 후훗 웃는다.
 내 가방에서 열쇠를 가져간 건가? 대체 언제?


「있잖아, 그건 범죄야」

「어? 그럼 신고할 거야?」


 의표를 찔린 듯, 멍한 표정으로 토오루가 묻는다.


「안 해. 안 할거지만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이런 짓을 하면 범죄야. 알겠어?」

「알겠어. 프로듀서 말고 다른 사람한테는 안 하도록 할게」

「그게 문제가 아니야. 뭐, 됐어. 데려다 줄 테니까, 일단 오늘은 돌아가줘」

「맞다. 그리고 우리 집 열쇠, 돌려줘」


 나는 토오루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싫어」


 토오루가 열쇠를 꽉 쥐면서 현관에 주저앉는다.


「…얌마…」


 나는 살짝 어처구니가 없었다.


「…절대로 안 줘. 뭣하면 억지로 뺏어볼래?」


 토오루는 눈을 치켜뜨고 나를 살피며 히죽히죽 웃고 있다. 반성하는 모습은 새끼손가락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숨바꼭질 하자. 나를 잡아봐」


 토오루는 깔깔 웃으며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으~음…」


 내가 머리를 감싸며 거실로 들어가니, 부엌에서 냄비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불을 끄고, 뚜껑을 열어본다. 토마토 스프다. 토오루가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 식재료는 가지고 온 것일까. 내가 산 기억이 없는 식재료가 든 비닐 봉투가, 냉장고 밑에 놓여 있었다.


「불을 켜둔 채 방치하면 위험하잖아…」
 

나는 혀를 차면서 중얼거렸다.


 아이돌이 자신의 집에 있다고 하는 상황. 주간지가 냄새를 맡았다가는 위험하다. 토오루의 커리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돌들의 활동에도 악영향을 주고 만다.
 또한 최악의 경우, 내가 업계에서 쫓겨난다.


「(…빨리 돌려보내야 해)」


 일에 대한 책임감과 사회적 상식이 결여되어 있다. 아사히랑 비슷한 위험함이 토오루에게는 있다. 그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아주 조금은 알아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사춘기 여자아이. 평범한 소녀였다면 연애에 몰두하고 있을 나이. 나의 일은 그런 여자애들에게 연애금지라고 하는 비인도적인 규칙을 강요하면서, 아이돌이라고 하는 살아있는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것. 몹쓸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연인 놀이에 어울려 주는 것도, 도가 지나쳤을지도 몰라)」


 결국 내가 관리를 못한 것이 잘못이다. 귀여운 미소녀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기뻐서, 공사혼동을 용납해버린 자신의 나약함이 원인이다.
 프로듀서와 아이돌은 적당한 거리를 지켜야 한다. 아이돌들 주위에 있는 가까운 이성이 나 하나라고 하는, 단지 그것뿐. 그것을 나는 악용하고 있을 뿐이다. 어디까지나, 놀이. 그녀들에게 있어 상대는 반드시 나일 필요가 없다. 나는 소꿉놀이의 인형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연인 놀이, 친구 놀이 따위 그만두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결국은 비즈니스 관계일 수밖에 없으니까. 내가 분별해야 한다. 알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프로 실격이지, 나)」


 자기혐오와 아이돌이 자기 집에 있는 것에 대한 묘한 두근거림을 느끼면서 나는 냉정하게 판단, 일단 저녁을 먹은 뒤에 집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일단 비닐봉지 안에 있는 것을 냉장고에 전부 챙겨 넣는다. 접시와 그릇을 2인분 꺼내어 테이블에 늘어놓는다. 사온 맥주는 냉장고에 넣었다.


「토오루, 저녁 먹자. 빨리 나오렴」


 내가 부르니, 토오루는 어째서인지 내 침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응」


 토오루가 자리에 앉는다. 시계를 보니 밤11시 20분 전후. 꽤나 늦은 저녁, 아니 저녁이 아니라 야식인가.
 묻고 싶은 게 이것저것 있었지만, 나도 배가 고팠다.


「잘 먹겠습니다」


둘이서 거의 동시에 말한다.
 토오루가 직접 만든 토마토 스프에 빵을 담궈 먹었다. 꽤나 맛있다. 토오루가 요리를 할 줄 알다니. 토오루도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스프에 찍은 빵을 베어먹었다.


「몇 시부터, 우리 집에 있었어?」


 그릇 속에 든 붉은 스프의 양이 반 정도 줄었을 때, 나는 묻고 싶었던 것을 물었다.


「…사무소를 나온 게 거의 오후 6시 정도, 그 뒤 집에 한 번 들렀다가 이곳에 왔어. 그러니까 아마 7시 반 정도부터?」

「부모님에게는 어떻게 말씀드리고 왔어?」

「히구치 집에 다녀온다고」

「마도카는 알고 있어?」

「히구치네도 오늘은 부모님이 안 계신데. 그러니까 오늘은 묵는 걸로 해달라고 히구치한테 부탁해뒀어」

「마도카도 토오루가 우리 집에 있는 걸 알아?」

「으~음. 모를 거야」

「그렇구나…」


 이렇게 되면 내가 토오루를 집에 데려다 주는 건 부자연스러운가. 그렇다면 마도카네 집에 데려갈까. 하지만 그렇게 하면 마도카한테 의심받을 것 같다.


「나, 오늘은 돌아가고 싶지 않아」


 토오루가 말한다.


「그렇구나. 곤란한데」

「어째서?」

「남자 집에 아이돌이 있다는 것, 아니, 미성년자가 심야에 성인 남성 집에 있다는 것 자체가 좋지 않아. 스캔들이 되겠지」

「불량소녀니까, 나」

「내가 잡혀가. 진짜로」

「안 들키면 괜찮잖아」


 토오루는 한 그릇 더라고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에 있는 냄비에서 스프를 국자로 퍼올렸다. 나는 이성을 조금 잃었다.


「있잖아, 녹칠도 인기가 오르기 시작했어. 주간지 사람한테 미행당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 정도는 상상할 수 있잖아?」

「미행하는 사람은 없었어. 거기다 마스크를 쓰고 왔고」


 토오루가 그릇을 가지고 자리에 돌아온다.

 나는 어떻게 하면 될지 종잡을 수 없게 되었다.


「내일, 토요일이고. 괜찮잖아. 나도 일 없고. 프로듀서도 없지?」

「응…그래…」


 쉬지 않고 일을 해 지쳐서 그런지 졸음이 몰려온다. 빨리 목욕을 한 뒤 자고 싶다. 그런데, 또 귀찮은 일이…아사히 다음은 토오루. 이제 적당히 좀…


「토마토 스프, 맛있었어?」

「그, 그래…」

「후후후. 다행이다. 좋은 사람한테 받았거든」


 눈꺼풀이 무겁다. 의식이 멀어진다.


「후후후. 잘 자, 프로듀서…」


 미소 짓는 토오루의 얼굴이 바로 내 옆에 있다. 그것이 희미해진다. 그것이 희미해져…나는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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