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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스 SS/이오리

이오리「핫밀크와 비터초콜릿」

by 기동포격 2014. 8. 18.

「……」 



주륵주륵 내리는 비. 

창문 저 편으로 보이는 물방울과 안개, 그리고.



「……」 



부드러운 침대와 새하얀 시트. 

따뜻하게 감싸인 채, 부스럭부스럭 자리에서 일어난다.

 



「잘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네」 



옷 한 장을 걸쳐 입고는, 방을 나온다.






등불을 손에 들고 복도를 걷는다. 

털이 긴 융단 위를 복슬복슬한 슬리퍼를 신고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어머, 여기 와 있었어?」 




장발장.

그녀의 애견.  

그녀가 그 작은 손을 내미니, 개는 기쁜 듯 머리를 갖다 댄다.







「좋겠네, 모피. 따뜻할 것 같아」 



머리를, 목덜미를, 귀 뒷부분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소녀를 바라보는 털북숭이.  



「……후훗」 



자연스럽게 미소가 흘러나왔다.




「장, 이리와」 



그를 부엌으로 불러들인다.

요리장에게 들키면, 또 잔소리를 듣겠지. 



「마실래?」 



냉장고에서 우유, 찬장에서 초콜릿을 꺼내며 물어본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장발장. 



「안 돼. 넌 개인걸」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소녀를 바라보는 털북숭이.  



「……후훗」 



또 자연스럽게 미소가 흘러나왔다. 




냄비에 우유를 붓고, 불을 약하게 조절한다. 



「저기 있잖아, 넌 싸움을 해본 적 있어?」 



장발장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 



주저앉는 개. 웅크려 주저앉는 소녀. 

서로의 눈을 응시하는 동안, 냄비에서는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영차」 



새하얀 머그컵에 핫밀크를 따르고, 초콜릿을 한 조각, 두 조각, 세 조각.

스푼도 챙기고는 부엌을 나왔다.





「난 오늘 싸웠어.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스푼을 빙글빙글 돌려 섞는다.

갈색이 흰색에 녹아들어간다. 



「말다툼 같은 건 하지 않았어. 두 사람 다 이젠 다 큰 레이디인걸. 하지만……」

 


테이블 옆에 엎드린 장발장. 

코를 벌름거리며, 소녀의 얼굴을 살피고 있었다.

  


「그런 표정을 지을 정도라면, 말하고 싶은 걸 말하면 될 걸. 그런데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곤란한 듯이 웃고」 



스푼을 빙글빙글 돌려 섞는다.

턱을 괴고, 빙글빙글 도는 우유를 노려본다. 



「그래서 나,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소리쳤어. 조금은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해, 라고. 근데 그 아이는 또 곤란한 듯이 웃고」 



타카츠키 야요이. 

쾌활한 소녀.

사람 좋은 그녀. 

눈부신 미소가 떠올랐다.




스푼을 빙글빙글 돌려 섞는다.

초콜릿은 벌써 녹아, 달디단 향기가 감돌고 있었다. 



「으응」 



꿀꺽, 꿀꺽.

목을 울리며 조금씩 충족시켜간다.



「쓰네……알고 있어. 싸움이 아니야. 내가 제멋대로 화내고, 내가 제멋대로 침울해하고 있을 뿐」 



컵에 담긴 우유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장」 



발밑으로 다가오는 감촉.

시선을 내리니 등을 돌리고 주저앉아 있었다.



「쓰다듬어줬으면 좋겠어?」 




이야기하며 손을 내린다. 

웅크리고 주저앉아 목 뒤부터 허리까지 쓰다듬어 내렸다.



「뭐야, 기분 좋은 듯이……어리광쟁이네. 아후우」 



한 사람과 한 마리가 하품을 했다. 





「내 방에서 같이 자고 싶어? 나 참, 오늘 만이야. 알겠지? 이리오렴」 



커다란 몸, 수염투성이 얼굴.

검은 털 결은 품위 있고, 성격은 온후. 



「잘 자. 장발장」 



그녀는 침대에, 그는 옆바닥에.

이 자리가 어렸을 적 항상 위치하던 자리지만. 



「……왜?」 



장발장은 앞발을 침대 구석에 올려놓고는, 소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털, 검은 눈, 검은 눈동자. 

침대 전등의 따뜻한 빛을 받으며 가만히, 물끄러미.



「걱정도 많기는. 말하지 않아도 내일 제대로 사과할 거야」 



소녀가 하는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는지, 그는 얌전히 바닥에 엎드렸다. 



「이번에야말로 잘 자, 장발장. 좋은 꿈, 꾸도록 해」 



등불을 끄고, 소녀도 잠에 들었다. 







「다녀왔습니다. 착하게 있었어?」 



몸을 쓰다듬으니, 기분 좋은 듯 웃음을 띠는 검은 개.  

소녀의 몸에 코를 꽉 눌렀다.



「응. 괜찮았어. 용서해줬어……저기, 장. 난 아직도 레이디가 되려면 멀었다고 생각해?」 



불안한 듯 중얼거리는 소녀의 뺨을, 할짝 하고 그의 혀가 핥았다. 



「꺅」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는 소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소녀를 바라보는 털북숭이.  



「……후후. 고마워. 장발장」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동안, 평소대로 자연스럽게 미소가 흘러나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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