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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니마스

질투와 수면부족과 무릎베개

by 기동포격 2024. 5. 29.

「후훗, 미안해. 깨워버렸어?」

「…으~음」


맑은 목소리, 그리고 단정한 외모의 상식을 벗어난 것 같은 소녀. 소녀의 이름은 아사쿠라 토오루. 나 프로듀서는 그런 그녀의 무릎 위에서 눈을 떴다. 

여기는 도내 모처, 283 프로덕션. 작은 예능 프로덕션이다. 지금은 오후 9시 반, 나만이 남아 서류 정리를 하고 있었…을 터였다.


「토오루, 돌아갔던 거 아냐…? 왜 나는 토오루의 무릎을 베고 자고 있었던 거지」

「아, 역시 기억이 없구나. 지갑을 깜박해서 가지러 왔는데, 거실에 들어왔더니 프로듀서가 쓰러져 있었어」


그녀의 손이 내 머리를 어루만진다. 


「그, 그랬었지…그런데 왜 무릎베개?」

「괜찮을까 싶어서 흔들어 보니 살아는 있었고, 졸린 것 같았으니까 재워줄까 싶어서」


쓰러져 있던 나를 보고 왜 거의 동요하지 않았는지, 왜 소파도 침대도 아닌 무릎베개인 건지. …여러 가지로 태클 걸고 싶은 곳이 있었지만, 일단 그것을 모두 삼키고, 우선 감사를 한다. 
시계 바늘은 오후 10시 40분. 내 마지막 기억에서 떠올려 보면,  아무래도 1시간 이상은 자고 있었던 것 같다. 나잇값도 못하고 무릎베개에서 1시간이나 자고 있었다는 사실에, 강한 수치심을 느낀다.


「그렇구나, 고마워…슬슬 나를 일으켜 주지 않을래?」

「아직 1시간 정도 밖에 안 잤고, 조금 더 느긋하게 있어도 괜찮은데?」

「그,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올곧은 눈동자로 나를 내려다보는 토오루. 아무래도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 


「연하인 여자애에게 무릎베개를 받다니, 어른으로서 역시 부끄러워서 말이야」


부끄러운 본심을 힘껏 숨기고, 토오루를 보며 최대한의 미소를 띄운다. 하지만


「뭐, 어때. 지금은 둘 밖에 없고」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머리를 쓰다듬는 손은 더욱 가속하고 있었다.


「그, 그만…」

「후후훗」


무릎베개의 포근함, 쓰다듬는 손의 매끄럼움.


「착하지~, 착하지~」


결코 감정이 풍부한 것은 아니지만, 어딘가 안심감을 가져오는 목소리.


「후아아암…」


위험해. 또 졸려지기 시작했다.


「어라? 또 잠오기 시작했어?」


게다가 들켰다.
쏟아지기 시작하는 졸음, 약해져 가는 수치심과 의식.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럼 1시간 정도만 더 신세를 질까」

「후훗, 알겠어」


토오루에게, 그리고 수면욕에게 져버린 나는 다시 눈을 감는다. 


「잘 자라~, 우리 아가~」


그렇게 가련한 내가 마지막에 기억하는 것은, 상냥한 자장가와 따뜻한 피부의 온기였다.




부웅!! 퍽!!!!


「아, 아야…」

「좋은 아침입니다. 미스터 갓난아기…!!!」


갑자기 안면에 강습하는 베개.


「으~음…앗! 어, 어, 어, 어, 어, 어째서 여기에!!?」


그 충격 때문에 눈을 뜬 내 앞에는, 사람의 모습이 시야를 가로막고 서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에 매 같이 날카로운 눈매. 그녀의 이름은 히구치 마도카. 토오루의 소꿉친구이자, 같은 유닛에도 소속되어 있는 소녀. 


「아침 7시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아서 걱정이 되어 보러 왔더니…뭔가요, 이 상황은? 설명해주세요」

「그건 내가 쓰러졌는데 토오루가 간호를 해줘서…엉!? 없어!?」


내 머리맡에는 토오루의 모습이 이미 없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이동시킨 것 같다.


「아사쿠라는 일으켜 소파 위에 재웠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왜 토오루의 무릎 위에서 자고 있었나요…?」

「네, 네에…?」

「왜 토오루에게 무릎베개를 받고 있었는지, 묻고 있어요…!!!!」


다시 한 번 무자비하게 강습하는 베개. 그 눈에서는 핏줄기가 솟아오르고, 몸속은 분노로 떨리고 있다.


「커헉!! 지, 진정하고 들어줘. 여기에는 깊은 사정이-」

「하아? 혹시 또 토오루의 탓으로 돌릴 생각입니까. 최악이군요. 미스터 휴먼 데브리」


입을 봉인당한 결과, 베개가 몇 번이나 안면에 박혔다.


「아, 알겠으니까. 사과할 테니까 내 이야기를 들어줘~!!!!!!」


여기는 도내 모처, 283 프로덕션. 작은 예능 프로덕션. 여기서는 다양한 아이돌들이 일하고 있다. 
오늘 하루도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이 찾아왔다. 그것은 소란스러움도 섞인, 매우 즐거운 아침이었다. 


「이런 연유로 뒤가 켕기는 일은 전혀 없어, 그치!!?」

「네, 그렇네요. 미스터 유해균!!」

「어째서!!!」

「후아암. 아, 히구치. 안녕. 오늘도 즐거워 보이네」


오늘은 어떤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까. 오늘도 여기에서는 다양한 동료들이 새로운 나날을 만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방…!」

「저기, 히구치. 나 결국 뭐하러 왔더라?」

「지갑이야, 지갑…그것보다 도와줬으면 하는데, 토오루! 아아~!!」



(fin)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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