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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마스

츠무기「솔직해지는 약」P「일단 놔줘」

by 기동포격 2020. 12. 23.

「……저기, 시라이시씨?」


「츠무기입니다.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아, 네」


「그래서, 무슨 일이신가요?」


「아니……무슨 일이라니, 지금 뭐하는 거야?」


「당신에게 달라붙어 있을 뿐인데, 무슨 문제라도?」


「아니, 문제 밖에 없잖아



석양에 물드는 거리에서, 양복 차림의 남성과 현역 아이돌이 팔짱을 끼고 걷고 있는 모습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나 혼자인걸까. 

아마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아마도. 



「말도 안 돼……설마, 떨어지란 말인가요?」


「그렇게 놀랄 일?」


「당연합니다! 애초에 이렇게 된 건 당신이 원인이잖아요!?︎」



존재조차 몰랐던, 누가 두었는지 모르는 수수께끼의 드링크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마신 아이돌이 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대하여.

라벨에는 단 한 문장【마신 사람이 솔직해지는 약】이라고 쓰여 있었을 뿐. 보통 안 마시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건 말이 안 되지」


「모르거든……」


「뭐, 마신 건 어쩔 수 없지. 효과가 사라질 때까지 같이 있어줄게」


「고맙데이……」


「그런데, 츠무기는 왜 솔직하게 되면 나한테 달라붙는 건데



내 왼팔에 현재진행형으로 팔짱을 끼고 딱 달라붙어 걷는 츠무기.

키 차이 때문에 내 몸은 약간 기울어져 있어 걷기 힘들다. 요통이 닥쳐온다.



「스스로는 몰랐어도, 고향을 떠나 있다는 것은 쓸쓸하다는 의미겠지요」


「과연……나도 자취를 시작했을 때는 확실히 쓸쓸했으니까」


「그리고……그것이


「응?」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딴 곳에 신경 쓰지 마시고 앞을 보고 걸어주세요!」


「……예이예이」



츠무기의 얼굴이 붉어진 것은, 역시 츠무기도 조금은 부끄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걸까. 아니면 저녁놀이 얼굴을 비추어 그렇게 보인 것뿐이었을까.

뭐, 어느 쪽이든 뚫어지게 쳐다보면 혼나겠지.



「……그런데, 약의 효과는 언제 사라지는 거야?」


「라벨에는 쓰여 있지 않았으므로 저로서도 모릅니다」


「그렇지~……영차」


「앗…⁉︎」



시험 삼아 상의를 벗고 츠무기의 팔짱으로부터 빠져나와 본다.



「혹시 이미 사라……쿠억‼︎」


「다, 당신은 바보인가요!?︎」


「알겠어, 알겠으니까! 이것 좀 풀어!」


「바보! 이 멍청이!」


「알겠으니까! 숨 막혀, 숨 막힌다니까!」



반울음인 츠무기가 거리를 좁히고는 그대로 나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주위의 시선도 따가웠지만, 내 목주변도 아프다.



「……우우」


「솔직히 미안하다고 생각해」


「두 번 다시 하지마래이……」


「알고 있어」



섣불리 풀려고 하면 나까지 호되게 당한다……라.



「어쩔 수 없지. 오늘은 우리 집에 와」


「가,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그, 그렇게 갑자기……하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만……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내 아직 학생이고……하지만 싫은 건 아니고」


「뭘 오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이 상태의 츠무기를 혼자 놔둘 수 없을 뿐이거든」


「그럴 수가……혼자 놔두지 않는다니……갑자기 고백이라니……」


「적당히 하고 돌아와」


「아야! 뭐하는 기고!」


「이런 곳에서 망상의 세계로 떠나지 말도록」



한숨을 쉬면서 좀 전까지의 그 자세로 왼팔에 달라붙은 츠무기를 곁눈질로 슬쩍 본다. 먼곳에서 봐도 예쁘지만, 가까이서 보면 더욱 예쁜데다 잘 손질된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에서 좋은 냄새가 풍겨온다.

심장에 별로 좋지 않지만 나는 프로듀서. 아이돌을 건드린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일단 편의점에 갈까」


「……당신은 지금 이 상태의 저를 데리고 돌아다니실 건가요?」


「바로 돌아가서 나만 나와 다녀와도 상관없지만, 지금 이 상태의 츠무기를 혼자 놔두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으니까」


「부정 못하겠구먼……」



부끄러운 듯 눈을 돌리는 츠무기.



「그렇지? 거기다 저녁 재료랑 속옷 같은 것도 사야하잖아?」


「소, 속옷……!? 당신은 대중 앞에서 저에게 어떤 속옷을 입힐지 명령하실 생각이신가요?」


「에잇」



딱밤. 꽤나 아픈 강도.



「아야! 뭐하는 기고!」


「츠무기가 갈아입을 속옷이야……똑같은 걸 입는 건 역시 싫잖아?」


「아……그런 건가요. 헷갈리기 쉬운 말 하지 마세요」


「대체 뭐가 헷갈리는데……」



이런 상태로 집에 돌아가면 대체 어떤 상황이 나를 덮칠 것인가.

생각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집에 돌아가도 혼자가 아니라는 상황은 어째서인지 썩 싫지만은 않았다.




「시, 실례합니다……」


「어서와. 일단 팔짱 풀어줄래?」


「……아, 네」


「의외로 순조로이 떨어지는구나」


「아마 당신의 집이니까요. 그것이……여기에 있는 것만으로, 당신에게 감싸여 있는 것 같은 감각이 드니까요」


「……그건 그거대로 뭐라 말하기 힘드네」



손을 씻으면서 고개를 드니 거울 너머로 나를 보고 있었던 듯한 츠무기와 시선이 교차한다. 츠무기는 놀란 듯 시선을 돌려 다른 쪽을 향했다.

밖에서 그만큼 달라붙어 걸었으면서, 지금은 눈이 마주친 것만으로 부끄러워하는 건가. 이 생각은 발설하지 말고 마음속에만 담아두자.



「일단 목욕 준비를 할 테니, 물이 끓으면 들어가도록 해」


「그게, 그 말은 혼자서……하란 말인가요?」


「당연하지」


「마, 말도 안 돼! 아무리 당신과 같은 집에 있다고는 해도 저 혼자서 목욕이라니, 견딜 수 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나보고 같이 들어가라는 것도 엄청 곤란한데」


「그것은, 그게……수영복을 입으면」


「내 방에 여성용 수영복은 없거든」


「왜 준비 해놓지 않으셨나요!?」


「왜 남자 혼자서 자취하는데 여성용 수영복이 필요한데!」



자취하는 솔로 남성이 방에 여성용 수영복을 준비해 놓으면 그건 변태라고.

그냥 100% 변태라고.



「우우……혼자 냅두지 마라……」


「하아……이것 참. 어쩔 수 없네……츠무기는 목욕타월이라도 둘러. 나는 뭐, 수영복을 가지고 있고」



벽장을 열어 의상 케이스 안에 쑤셔놓았던 수영복을 꺼낸다.

츠무기는 그런 나를 뒤에서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벽장 안을 봐서 곤란해질 만한 물건은 없었을 터……아마.

어라? 저번에 방을 정리할 때 학창시절 신세를 졌던 책들을 어디에다 정리해놨더라?



「다, 당신은……혹시, 변태입니까?」


「……하아?」


「이, 이렇게……여성을 묶어서 괴롭히고 싶어 하다니!」


「그러니까, 츠무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일어서서 뒤를 돌아보니 츠무기에 손에 들린 것은 낯익은 책.

뭐, 책은 책이라도 흔히 에로책이라 불리는 것이며, 내가 과거에 엄청나게 신세를 진 녀석이었다.



「츠무기, 일단 그걸 내려놔. 미성년자가 건드려도 괜찮은 게 아니니까」



츠무기를 자극하지 않도록 가능한 태평함을 가장해 이야기를 한다.

여기서 당황하는 프로듀서는 1류가 아니다. 문제가 일어났을 때에는 냉정하게 원인을 찾고, 신속하게 그것을 바로잡아 대처해야 한다.



「검열관련(대충 츠무기가 A4용지 반장에 걸쳐, 과격한 SM동인지에서나 나올 법한 행위에 자신을 투영해 프로듀서한테 소리 치는 장면. feat 에밀리)」



그게 목적이지요!? 그렇게 말한 뒤 어깨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숨을 헐떡이는 츠무기.

나를 향해 내민 손가락 그리고 허벅지가 미약하게 떨리고 있고, 무언가를 깨달은 듯 놀란 표정을 짓는다.

허둥지둥하며 얼굴을 붉게 물들인다.



「저기, 화장실을 빌려도 괜찮겠습니까……?」


「아아, 응. 방에서 나가면 바로 앞에 있는 문이야」


「우우……프로듀서는 변태」


「우째서」



멋대로 망상을 폭발시킨 건 츠무기잖아. 트집 잡는 것도 정도가 있지.

화장실로 사라진 츠무기 쪽을 향해 한숨을 쉬고, 츠무기가 들고 있던 책을 다시 벽장에 잘 숨긴다.

이 책, 분명 그렇게 과격한 내용은 아니었을 터.

그렇다는 건 아까 그 망상은……츠무기의 취향인가.


뭐, 하지만, 일단.

방 바깥쪽을 향해, 조그맣게 중얼거린다.



「츠무기, 나중에 에밀리한테 사과해 둬」



츠무기의 망상에 말려든 에밀리한테 동정을 보낸다.






두근두근 목욕탕 편, 두근두근 취침 편으로 이어진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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