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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마스

후우카/무릎베개랑, 귀청소

by 기동포격 2020. 12. 9.

햇님이 일을 마치고 산꼭대기 너머로 돌아갈 무렵, 하늘은 남색으로 물들어 간다. 지표의 사람도 그와 똑같이 각자의 일을 마치고, 각각 집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통근러시 시간대, 철도에 넘쳐흐르는 것은 사람, 사람, 사람. 도로에 넘쳐흐르는 것은 차, 차, 차. 그것은 하나의 흐름을 확고하게 만들어, 마치 인간이 시간을 돌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런 샐러리맨들이 있듯이, 이 시간부터 출근을 하는 사람이나 잔업을 하는 사람, 이 시간대부터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되는 사람도 있다. 일본에는 어떤 시간대가 됐든, 반드시 일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아니, 일본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그러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치지 않는 것일까?




「아, 마침 좋은 때에……」



 어둠을 밝히는 형광등의 빛이 바닥에 반사되는 극장의 복도는,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복도의 어떤 방 앞에서, 바바 코노미는 걸어오던 키타카미 레이카를 손짓으로 불렀다.



「아, 코노미씨랑 카오리씨! 프로듀서씨 사무실 앞에서 뭐하시는 건가요?」


「쉬잇~. 지금 좋은 장면이야」


「후후. 레이카도 한 번 볼래?」



 아주 조금 열린 사무실 문. 그곳을 통해 무언가를 보던 코노미와 또 한 사람 사쿠라모리 카오리. 레이카는 재미있어 보이는 그것이 신경 쓰여, 카오리의 머리 위에 자신의 얼굴을 올리고 문 너머를 들여다본다. 위에서부터 레이카, 카오리, 코노미. 마치 경단처럼 늘어선 세 사람의 얼굴은, 사무실 안에 있는 소파를 향해 시선을 향했다.



「와아」



 레이카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그곳에서 펼쳐지는 광경에 감탄사를 질렀다.

 소파에는 남성 한 명이 누워있다. 그 남성은 지금 이곳에 있는 3명의, 아니, 4명의 아이돌을 담당하고 있는 프로듀서이다. 4명이라고 정정한 이유는, 그가 머리를 맡기고 있는 상대가 바로 또 한 명의 아이돌인 토요카와 후우카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무릎 위에서 옅게 미소 지으며 고이 잠든 그는, 평소 보여주는 일벌레 같은 모습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리게 보였다. 후우카는 프로듀서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으면서, 어머니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걸 보니 프로듀서도 아직 얘일지도 모르겠네. 저렇게 귀여울 수 있을까」


「새근듀서씨네요!」


「둘 다, 너무 행복해 보여」



 프로듀서의 나이는 아직 19세. 네 사람보다 연하이다. 코노미, 카오리, 레이카 모두 연하인 그의 의외의 일면을 보고 키득거리며 웃는다.

 그는 평소에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만큼, 지쳐 있는 걸지도 모른다. 더구나 사회인이 된지 약 1년, 가장 바쁜 시기일 것이 틀림없다. 분명 후우카는 프로듀서가 고생하는 것을 걱정했을 것이다.



 후우카는 그 뒤에도 그의 머리를 계속해서 가볍게 쓰다듬었다. 시간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치유 받는 광경이었다.



「으음……」


「후후. 일어나셨나요?」



 꼼지락꼼지락. 프로듀서는 몸을 조금 움직이며 잠에 취한 눈으로 올려다 보았다. 후우카의 얼굴이 그곳에 있었고, 머리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부드러운 허벅지의 감촉. 아아, 어느새 인가 잠들어버렸다며 서서히 각성하는 머리가 자각한다.



「음……몇 시간을 잤나요?」


「아마, 1시간 정도요」


「그런가요……」



 일은 이쯤에서 접어야겠다며 프로듀서는 쓴웃음을 지었다. 후우카는 너무 무리하지 말라며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프로듀서씨, 동요하는 모습이 전혀 안 보이네요



 카오리의 발언.



「남자라면 일어났을 때 자기 머리가 여자 무릎 위에 있으면, 깜짝 놀라겠지」


「항상 하고 있는 거예요, 분명」



 셋 다 이 광경을 보는 것은 애초에 처음이었다. 설마 두 사람에게 이런 비밀이 있었을 줄은 물론 몰랐다. 레이카는 이제부터 두 사람이 어떻게 할지 호기심 어린 시선을 향하고, 코노미와 카오리는 후우카를 조금 부러운 듯 바라보았다. 


 그렇게 세 사람이 몰래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후우카는 주머니에서 아이템을 하나 꺼내었다.



「항상 하던 그거?」



 프로듀서가 묻는다. 네, 라며 말 끝에 음표를 붙이듯 대답하는 후우카. 후우카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대나무 작대기. 이른바 귀이개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는 부탁한다면서 후우카에게 귓구멍이 보이게 머리를 움직였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귀이개를 귀에 살살 집어넣는다.



「어머어머. 후우카, 여간내기가 아니잖아」



 코노미는 감상을 솔직하게 입에 담았다. 귀이개가 귀에 들어가 있는 프로듀서의 눈은 흐리멍텅하다. 예전에 간호사라고 했으니, 후우카가 해주는 귀청소 극상의 솜씨일 것이다. 게다가 귀청소를 하는 후우카 본인은 미인이다. 세상 남성들이 부럽다 생각할 대접을, 프로듀서는 바로 지금 받고 있는 것이다.



「부러워라. 나도 후우카한테 귀청소 받고 싶어」



 레이카는 굳이 말하자면 프로듀서가 부러운 모양이다.



「안 아프세요?」


「오히려 행복해 죽을 지경이랍니다」



 보스락, 보스락, 사각, 사각. 고막 근처에서 울리는 소리와 감촉은 언제 겪어도 기분이 좋은 것. 이것이 있기에 프로듀서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포상이라는 것이다.



「후우카씨, 항상 고마워요」


「인사를 해야 하는 건 오히려 저에요」


「……제가 평소에 그렇게 성희롱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데도?」


「네에!? 아아, 으음……정말이지~! 지금 그 이야기가 왜 나와요!」


「후우카씨가 귀여워서 무심코」


「알고 있다면 하지 마세요~!」


「키득, 둘 다 즐거워 보여」



 방안에 울려 퍼지는 프로듀서와 후우카가 평소 나누는 대화. 하지만 그 장면에 무릎 베개와 귀청소, 방 안에 단 둘이라는 시추에이션이 더해진 것만으로 이렇게나 다른 걸까 싶어, 카오리는 마음이 온화해졌다.



「좋네, 이런 거……다음에 나도 해줄까」


「와아. 그럼그럼 넷이서 프로듀서씨 귀청소군요!」


「어떻게 할 건데」



 코노미는 웃으면서 레이카한테 태클을 걸었다.



「……슬슬 반대쪽 귀도 보여주세요」



 셋이서 이래저래 대화를 이어가던 중, 후우카는 뺨을 조금 부풀리면서 그에게 전했다. 놀림을 받아 기분이 조금 안 좋아 보인다.



「……음」


「꺅……!?」



 프로듀서는 반대쪽으로 몸을 빙글 돌리고, 그대로 양팔을 후우카의 허리에 둘렀다.



「오오……」


「어머나……」


「와아……」



 문을 통해 들여다보던 세 사람은 그 광경을 무심코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음~……」


「……정말이지, 프로듀서씨 변태」


「음~……」



 그녀의 배에 얼굴을 누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신음 소리를 낼 뿐. 가끔씩 쓰읍 하는 숨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려온다. 너무 응석부리면 떽, 할 거랍니다? 그래도 프로듀서는 신음 소리를 낼 뿐. 그렇기에 후우카는 어쩔 수 없이 일단 귀이개를 놓고, 다시 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배에서 뺨을 움직이는 감촉이 전해져 온다. 동시에 허리를 압박하는 그의 팔 힘이 아주 조금 강해지고, 얼굴을 더욱 강하게 눌러왔다. 아아, 기뻐해 주는구나. 후우카는 기뻐서 무심코 응석을 받아준다. 하지만 후우카는 알고 있다. 이걸로 충분하다. 사람은, 응석부리지 않으면 망가져 버리는 생물이니까.



「언제든지, 응석부려 주세요」


「……응」



 일을 한다는 것은 지친다는 것. 그렇기에 가끔은 치유가 필요한 것이다. 

 그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 후우카는 그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

 …………

 ……



 그리고 문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던 세 사람 말인데, 후우카랑 프로듀서한테 들킬 때까지 그곳에 있었다는 건 또 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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