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하야「프로듀서…?」
또다.
뭔가가 이상하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위화감.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도 다들 느끼지 못한다 말하지만….
치하야「…」방긋
치하야가 이상하다.
이렇게 분명하게 느끼게 된 것은 언제였을까.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왔을 터인데.
P「…무, 무슨 일 있어? 기분 좋아 보이네」
치하야「…네. 프로듀서랑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치하야가 이런 미소를 짓는 아이였던가? 이렇게까지 아름답고 자비 깊은 미소를? 마치 나를 전부 이해하는 듯한 미소.
P「그, 그래. 나도 치하야랑 같이 일을 할 수 있어서 기뻐」
내 말을 듣고 치하야는 한 순간----슬픈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미소 지은 얼굴로 돌아왔다.
치하야「감사합니다. 프로듀서」
나는 그런 치하야의 표정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한 척하면서, 지금까지 치하야와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기로 했다.
치하야가 A랭크가 되고나서 수개월. 많은 일을 해왔지만, 최근의 치하야는 뭐랄까, 왠지 패기가 없었다.
그런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이번 일은---.
치하야「웨딩…촬영인가요」
치하야는 그렇게 말하며 자료를 팔락팔락 넘겼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자료에서는 그 당시 평판이 좋은 연예인만이 모델을 맡고 있었다. 그런 일에 치하야가 지명 됐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 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P「그래! 치하야라면 광고주가 원하는 조건에 딱 맞아! 이번에는 사진뿐만이 아니라 비디오 촬영도 있어서, 소리 없이 움직임만으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연습도 될 거라 생각해」
치하야는 내 말에 수긍하면서도 어딘가 멍한 모습이었다.
P「무슨 일이라도…」
치하야「프로듀서!」
내 말을 끊는 큰 소리. 조금 놀랐지만 마음을 다잡는다.
P「으, 응? 받을 마음이 생겼어? 광고주도 어느 정도라면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들어준다고 했는데」
치하야「그럼 하나만」
잠시 틈을 둔다. 치하야는 말게 빛나는 투명한 눈동자를 나를 응시한다.
치하야「신랑역을 프로듀서로 하게 해주세요」
P「내, 내가?」
내가 되묻자 고개를 끄덕이는 치하야. 강하게 응시하는 눈빛에 압도되어, 무심코 고개를 돌려버렸다.
P「이, 이번 신랑역은 지금 유명한…」
치하야「프로듀서」
잔뜩 힘이 들어간 목소리. 마치 얼어버릴 듯한---.
치하야「프로듀서로 부탁드릴 게요」
그런 목소리였다.
결국 나는 치하야에게 시간을 좀 달라고 했다. 그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과 사장님에게 상담할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급한 일은 아니었기에, 일단 3일의 시간을 받을 수 있었다. 치하야는 시간을 주는 대신 조건을 요구했다. 사장님 등 일에 필요한 사람 이외에는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 것. 이유는 모르겠지만.
P「으~음」
일을 끝내고 혼자 남은 사무소에서 곰곰이 생각해본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치하야,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나 자신을 상상해본다.
P「…………」
무심코 웃음이 나와버렸다. 실제로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토록이나 매력적인 치하야의 신랑역이라니. 상상하는 것만으로 행복해진다. 하지만 이것은 일이다.
P「으~음……」
하루카「프로듀서씨?」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P「오? 하루카? 오늘은 바로 돌아갈 예정 아니었어?」
하루카「그랬었는데 물건을 깜박하고 가서…」
하루카는 부끄러운 듯이 웃었다. 최근 A랭크가 된 하루카의 미소는 매일매일 더욱 더 빛을 더해가고 있었다.
하루카「그것보다 프로듀서씨도 어쩐 일이세요? 뭔가 걱정이 있으신 것 같은데」
치하야는 이 일에 대해서 가능한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하루카 한 명이라면 괜찮겠지. 나는 하루카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만약을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루카「치하야랑 프로듀서씨가 웨딩 촬영?」
P「웨딩 촬영 “일” 이야」
하루카가 한 말을 정정한다. 사정을 들은 하루카는 조금 곤란해 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질문이었으니, 무리도 아니다.
P「나 개인적으로는 치하야의 말을 받아들이고 싶지만, 원래 신랑역을 하기로 한 사람은 하루카 너도 아는 유명인이야. 솔직히 나 같은 사람보다 백배쯤은 평판이 좋을 거야」
하루카「그렇지 않아요! 프로듀서씨는 멋진 분이세요!」
하루카의 외침. 치하야와 하루카에게 같은 날 동시에 한 소리를 들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루카는 어색한 듯 고개를 숙였다.
P「고마워, 하루카. 하루카가 그렇게 말해 주는 건 기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적으로 볼 때는 그가 하는 편이 좋겠지. 뭐, 조금 더 생각해 볼게」
나는 그렇게 말하며 하루카의 머리에 손을 살짝 얹고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하루카「네」
하루카는 부끄러운 듯 작게 중얼거렸다.
다음날.
치하야의 말을 거절하기로 밤중에 결정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거절할지는 결국 생각해내지 못했다. 집보다는 사무소가 머리가 잘 돌아갈 거라 생각해, 평소보다 한 시간 빨리 사무소로 향했다.
문 손잡이를 잡으니---.
P「문이, 열려 있어?」
밖에서 봤을 때 불은 켜져 있지 않았는데? 누가 있는 거지? 일단 들어가자.
P「안녕하……」
치하야「프로듀서」
치하야가 있었다. 불도 켜지 않은 어슴푸레한 사무소에서 단 혼자. 이런 시간에.
P「치, 치하야!? 불도 켜지 않고 뭐하는 거야!?」
당황하며 불을 켰다. 빛 때문에 눈이 부셨는지 치하야는 눈을 조금 찌푸렸다.
치하야「프로듀서랑 그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어쨌든 좋은 기회였다. 이렇게 되면 운에 맡기고 거절 하는 수밖에 없겠지.
P「……알겠어. 나도 너한테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있었어. 실은……」
치하야「프로듀서」
어제와 같은 목소리. 말이 막힌다. 왠지 가슴이 답답하다.
치하야「하루카에게 이야기하셨더군요」
치하야는 그렇게 말하며 한 쪽 입꼬리를 올렸다.
치하야「약속하셨죠? 이야기하지 않기로」
P「분명 약속하긴 했지만 하루카에게는 상담한 것뿐……」
치하야「프로듀서. 저희들이 몸을 담그고 있는 이 업계에서 계약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한 가지의 약속을 깨는 것으로 구축해온 신용을 잃기도 하는 그런 업계. 그렇죠?」
P「하, 하지만 상담정도라면」
치하야「상담이 정말 필요하셨나요? 리츠코나 코토리라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하루카가 적합한 어드바이스를 할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요」
P「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치하야「애초에 약속을 깬 건 프로듀서에요. 웨딩 촬영, 둘이서 열심히 하도록 해요」
P「아니, 그건」
치하야「프로듀서?」
P「아, 알겠어……열심히 해보자」
P「우울해……」
촬영이 결정되고 나서 며칠 후. 치하야랑 나의 스케줄에 당당히 기재되어 있는 웨딩 촬영. 그 촬영에 대한 이야기는 765 프로덕션 전원에게 금방 퍼져나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왔지만 나는「단순한 일이다」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치하야는 매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웨딩드레스 후보 중에서 순백 드레스를 선택, 노래 레슨 이외의 시간을 대부분 그 일을 준비하는데 소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더욱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
P「일을 하고 싶어하는 건 기쁜 일이지만……」
치하야「왜 그러세요? 여보」
이거다.
여보.
감미로운 울림이기는 하다. 하지만 결혼한 것도 아닌데 시도 때도 없이 이렇게 부르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주의를 몇 번이나 줬지만「역할 연구에요」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P「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치하야「후훗. 그러세요?……아, 오늘 드실 도시락이에요」
치하야는 보자기에 싸인 사각의 물건……도시락통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치하야는 분명 요리를 잘 하지 못했을 터인데, 이 도시락은 꽤나 맛있었다. 연습을 했겠지. 받아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무심코 받아들이고 만다.
P「고마워. 요 며칠 동안 미안해. 무리하면서 만들어오지 않아도 괜찮아」
치하야「아니요. 제가 당신이 드셔주셨으면 해서 만들어 오는 거예요. 오늘 도시락은 조금 신경을 써봤으니 기대해 주세요」
P「고맙게 먹을게」
치하야「네. 앗, 그럼 전 이만. 슬슬 레슨 시간이므로」
치하야는 그렇게 말하고 빠른 걸음으로 사무소를 나갔다. 지금부터 가면 레슨 시간에 빠듯하게 도착하겠지. 시간에 여유를 두고 행동하라고 한 마디 해둬야겠다.
P「그럼 나도 일을 해볼까!」
고민한다고 별 수가 생기는 건 아니었기에, 내가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약속을 잡거나, 스케줄을 조정하거나, 다음 콘서트의 협의 등 일을 몇 가지 했더니, 어느새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어 있었다.
P「후우. 일단락지었고」
따로 보관해둔 도시락을 꺼낸다. 놀랍게도 치하야의 레퍼토리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다양했다. 처음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온 날이 며칠 전이라고는 해도 도시락 메뉴는 매일 다른 메뉴였다.
내 입맛에 맞게 맛을 낸 음식에 입맛을 다시고 있으니 하루카가 사무소로 들어왔다.
하루카「안녕하세요! 프로듀서씨!」
P「오오. 안녕, 하루카. 오늘도 기운차 보여 다행이야」
하루카「네!……또 치하야가 만든 도시락인가요」
하루카의 목소리가 조금 변했다. ……역시 아이돌이 직접 만든 도시락은 위험하지.
P「미안. 꽤나 거절하기 힘들어서 말이야」
하루카「프로듀서씨는 상냥하니까 어쩔 수 없죠……맞다. 그렇게 싫으시면 제가 치하야에게 말해둘까요? 프로듀서씨가 폐라고 생각하고 계신다 말하면 치하야도 바로 그만둘거라 생각해요!」
P「자, 잠깐만 기다려봐. 좀 곤란하기는 하지만 싫다든가 폐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아. 치하야도 선의로 한 행동일 것이고」
솔직히 이 점심이 사라지는 것이 아깝다고 하는 마음도 있다.
하루카「하지만!」
P「……알겠어. 하루카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내가 치하야에게 딱 잘라 말해볼게. 솔직히 지금 치하야가 나를 대하는 태도는 그다지 좋다고 할 수는 없고 말이야」
내가 그렇게 말하자 하루카는 안심한 듯 한숨을 쉬고는 일을 하러 갔다. 나가기 직전에 나에게 몇 번이나 다짐을 받았지만. 나는 그렇게 믿음직스럽지 못한 것일까?
하루카가 나간 뒤 바로 뒤에 마코토와 이오리가 사무소로 들어왔다. 별로 본 적 없는 조합인데.
마코토「프로듀서! 안녕하세요!」
P「응, 안녕. 이오리도 안녕」
이오리「……너, 또 치하야가 만든 도시락을 먹고 있는 거야?」
치하야가 내 도시락을 만들어 주는데 가장 난색을 나타내고 있는 사람은 이오리였다. 이오리처럼 확실히 말해주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유키호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은, 치하야가 내 도시락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불편해 한다는 걸 겉모습으로 알 수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까.
P「또라니……뭐,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이오리「넌 자신이 프로듀서라는 자각이 있기는 한 거야? 아이돌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아이돌에게 관리를 받아서 어쩌자는 건데. 그리고 점심이라면 우리가 준비해줘도 괜찮은데?」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다.
P「미안……하지만 아까 하루카랑 이야기를 했어. 치하야에게 확실히 거절 의사를 밝힐 거라고. 그렇게 결심했으니 안심해줘」
이오리「……그래. 그럼 내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겠네. 내일을 기대하고 있도록 해……또 하루카란 말이지」
마지막 말은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았다. 내일 무슨 일이 있나?
마코토「……그럼 저희들은 지금부터 촬영 갔다 올게요. 치하야에게 딱 잘라 말해주세요!」
아무래도 마코토도 좋게 생각하고는 있지 않았던 것 같다. 나 참, 나 자신이기는 하지만 정말 한심한 프로듀서구나.
P「응. 조심해서 가」
마코토「프로듀서도」
나도? 무슨 의미지?
두 사람을 배웅한 나는 중단했던 식사를 재개한다. 응, 역시 맛있어……이렇게 맛있는 걸 거절해야 하는 건가. 고민은 끝이 없구나.
그 뒤로 사무소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스케줄을 확인하니 오늘은 모두 오프이거나 바로 귀가였다.
P「혼자 있는 건 마음은 편하지만, 역시 좀 외로운걸」
빨리 끝내도록 하자. 그리고 도시락을 어떻게 거절할지도 생각해야 하고.
나는 남아있는 업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대로 순조롭게 일을 진행해, 대부분의 목표를 이룬 시점에서 시간을 확인한다.
P「켁……벌써 8시가 지났나……」
슬슬 돌아가자고 생각해 문득 시선을 돌리니, 치하야가 소파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P「치하야……?」
치하야「이제 일은 끝나셨나요?」
P「아, 응. 오늘은 이쯤하면 되겠지……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치하야「5시가 좀 넘어서……정도라고 생각해요. 역시 업무를 보고 있을 때는 당신은 정말 멋지네요」
그렇게 말하며 치하야는 돌아갈 준비를 한다. 아무래도 요리책을 읽고 있었던 것 같다……맞다. 거절을 해야지.
P「그러고 보니 점심에 대해서 말인데……」
치하야「다른 사람에게 무슨 말이라도 들으셨나요?」
윽. 적중했지만 이 상황에서 수긍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강하게 밀어 붙여야 한다.
P「아니, 그런 건 아니야. 하지만 역시 아이돌과 프로듀서라는 관계로서 그 도시락은……」
치하야「싫으셨나요?」
P「싫을 리가 없잖아! 싫지는 않지만 역시……」
치하야「아니요, 알겠습니다. 내일부터 도시락을 싸오는 건 그만두겠습니다」
예상외로 시원스럽게 포기했군. 뭐, 하지만 다행이야. 어떻게든 아무 일도 없이 끝났어.
P「응. 하지만 치하야 네 요리 솜씨가 정말 좋아지고 있었으니, 조만간 또 먹고 싶은데」
왠지 모르게 미련이 남는다고 할까.
치하야「네. 그럼 드시고 싶어지면 이야기해주세요」
이때의 나는 눈치 채지 못했다. 치하야가 왜 이렇게 시원스럽게 포기했는지. 이때의 치하야가 짓고 있던 미소의 의미도.
다음날.
오늘 점심은 오랜만에 그 가게에 가서 먹자, 그렇게 생각하며 기분 좋게 사무소에 출근하니 사무소에는 이미 오토나시씨랑 안전부절 하고 있는 이오리가 있었다.
P「안녕하세요. 이오리도. 오늘은 빨리 왔네?」
이오리「벼, 별로 그렇지도 않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곁에 선 채로 머뭇거리고 있다. 뭔가 할 이야기라도 있는 걸까?
P「왜 그래?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 아냐?」
이오리「에? 아아, 응……자, 이거」
그리고 네모나게 생긴 무언가를……찬합?
이오리「어제 준비한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받도록 해」
이오리는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찬합을 꽉 눌러왔다. 그러고 보니 그 때 거절한 기억은 없었다. 어쩔 수 없나.
P「응, 고마워. 감사히 먹을게. 하지만 내일부터는 괜찮으니까」
이오리「……윽. 따, 딱히 내일도 준비해온다고 한 적 없거든! 그리고 그 찬합, 저녁에 나한테 주면 되니까!」
이오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허둥지둥 뛰쳐나갔다. 스케줄을 확인하니……이오리, 저 자식. 오늘은 일이 없잖아. 미안한 짓을 했네.
코토리「프로듀서씨? 인기 많으시네요」
P「좀 봐주세요……」
일에 집중하자.
찬합.
삼단.
호화 요리.
P「흐~음……」
음식이 훌륭하긴 하지만 혼자서 다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닌데.
P「하지만……」
오른손에 들고 있는 종이로 시선을 돌린다.
프로듀서에게!
반드시 혼자서 전부 먹을 것!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거나 하면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이 중에 내가 직접 만든 게 하나 들어가 있으니 맞춰보도록 해.
모르거나 하면,
상처 입을지도.
미나세 이오리가.
P「딱 봐도 5인분은 넘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고민하고 있자, 치하야가 사무소로 들어왔다.
치하야「안녕하세요……상당히 큰 도시락이네요」
무슨 말을 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평범한 반응이었다. 우선 안심.
P「응. 이오리가 말이야……. 게다가 혼자서 먹지 않으면 봉변을 당하는 것 같아」
치하야「그런가요. 노력해 주세요」
치하야는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어딘가로 가버렸다. 매정한데…….
P「먹는 수밖에 없나」
일단 눈에 띈 튀김에게 젓가락을 가져간다. 응, 역시 맛있다.
P「카레 향기가 조금 나는데……카레 가루가 들어갔나? 오, 이것도 맛있어 보이는데」
P「으~, 이제 배불러. 남은 건 집에 가져가서 먹도록 하자」
어느 정도 먹기는 했지만 역시 혼자서는 무리였다. 반 이상이 남아버렸다.
P「집에서 먹는다고 하면 이오리도 용서해주겠지……좋아. 디저트처럼 보이는 이걸 먹고 끝내자」
초콜릿 과일 파이?
잘 맞지 않는 조합인 것 같지만, 맛있어 보이기는 한다.
P「……음. 꽤나 복잡한 맛이지만 상당히 맛있는데. 허브이려나? 응. 맛있어」
그 과일 파이는 순조롭게 배로 들어갔다. 오후 업무에 다소 영향이 있을 것 같지만…….
점식을 먹은 지 두 시간 정도 지났을까.
어째서지?
이 공복감은?……그렇게나 많이 먹었는데.
치하야「왜 그러세요? 표정이 좋지 않으신데?」
P「……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치하야야말로 어디 갔었어?」
치하야「용무가 조금 있어서. 그래서 도시락은 어떠셨나요? 맛있었나요?」
P「응. 양은 조금 많았지만……」
치하야「그러세요? 그럼 이건 필요 없겠네요」
치하야는 그렇게 말하고는 투명 비닐에 들어있는 쿠키를 흔들어댔다. 뒤에 숨기고 있었던 걸까.
치하야「모처럼 만들어왔는데……」
맛있어 보인다.
P「아니, 모처럼이니 먹을까. 왠지 모르겠지만 아랫배가 좀 비어서 말이야」
치하야「후훗. 식욕이 굉장히 왕성하시네요」
치하야는 미소를 방긋 지으며 쿠키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즉시 먹도록 하자.
아작.
P「응. 맛있는데」
치하야「감사합니다. 만든 보람이 있네요」
하나, 둘, 셋. 쿠키는 계속해서 내 배로 들어갔다. 내 배이기는 하지만 대체 어디로 들어가는 건지.
P「앗차. 벌써 다 먹어버렸나. 나야말로 고마웠어. 치하야」
치하야「또 만들어 올게요」
P「응. 부탁해」
방금전까지 느껴지던 공복감도 완전히 사라졌다. 당분이 부족했던 걸지도?
P「앗차. 협의를 하러 가야 할 시간이네. 그럼 갔다올게」
치하야「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쟈켓을 잡으니, 단추 하나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켁.
하지만 고칠 시간은 없다.
P「……으음. 뭐, 됐어. 다녀올게!」
치하야「나중에 달아드릴까요?」
P「응, 부탁할게!」
치하야「네. 맡겨주세요……」
협의는 순조롭게 끝났다. 사무소로 돌아오니 이오리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포스를 풍기며 서 있었다.
P「왜 그래?」
이오리「왜 전부 먹지 않은 거야……! 모처럼 준비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반 이상 남은 찬합을 가리킨다. 메모라도 남겨뒀어야 했나…….
P「아니, 너무 많아서 다 먹을 수가 없어서, 남은 건 저녁으로 먹으려고. 꽤 맛있었어. 고마워, 이오리」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오리는 새빨간 얼굴을 더욱 새빨갛게 만들며「돼, 됐어……」라고 중얼거렸다.
이오리「그래서……과일 파이, 맛있었어?」
역시 그건 이오리가 만든 거였나. 혼자서만 색달랐었고. 그렇게 얼굴을 새빨갛게 하면 다 들킨다고.
P「응, 맛있었어. 허브도 들어가 있더라?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어」
이오리「맛있었구나……에헤헤」
그렇게 말하며 만면의 미소를 띠우는 이오리. 솔직히 조금 두근거렸다. 들키지 않게 이오리의 머리를 조금 강하게 쓰다듬었다.
이오리「정말! 그렇게 난폭하게 하지 마!……그래서? 또 먹고 싶어?」
이오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목을 힐끗 보았다. 지금까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P「……또 부탁할게. 그것보다 그 팔, 어떻게 된 거야? 상처난거지?」
이오리「상처가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방긋 웃는 이오리.
아, 이 미소는 왜 이렇게 귀여운 거지……? 왠지, 요염한 것 같은…….
P「이오……」
치하야「프로듀서」
갑작스럽게 들린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치하야가 단추와 재봉세트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호칭이 원래대로 돌아왔네?
P「아, 단추! 응, 부탁할게! 이오리, 도시락 고마웠어! 하지만 내일은 괜찮아」
쟈켓을 벗어 치하야에게 건네준다. 위험위험. 나는 프로듀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이오리를 힐끗 보니, 이오리는 치하야를 강하게 쏘아보고는 밖으로 나갔다.
치하야「타이밍이 나빴을까요……」
그렇지 않아.
쓱쓱, 솜씨 좋게 단추 달기를 끝낸 치하야.
P「재봉 잘하는데?」
치하야「네. 이것도 신부수행의 성과에요……자요, 이렇게하면 되나요?」
P「응. 내가 해서는 이렇게 잘 못달겠지. 고마워」
가볍게 당겨보았지만 문제는 없어보였다. 근데 신부수행이라……건들지 말자.
P「좋아, 오늘 일도 끝났고 데려다 줄게……아, 찬합도 잊지 말고 갖고 돌아가야지」
치하야「…………짜증나」
P「응? 무슨 말 했어?」
치하야「아니요. 아무 말도 안했는데요? 그럼 갈까요」
중얼거림이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뭐, 됐나.
쟈켓을 걸치고 찬합을 든다. 잊은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고, 사무소 문단속을 하고는 치하야와 함께 사무소를 나왔다.
치하야의 부탁으로 마트에 들러 쇼핑을 했다. 내 양손에는 식재료가 가득 차있는 봉투가 들려있다. 내가 이걸 다 쓸 수 있느냐고 물으니 치하야는「신부수행을 위해서입니다」그렇게 답했다.
어떻게든 방에 도착하고, 숨을 거칠게 내뱉으며 바닥에 봉투를 놓아두었다.
치하야「차라도 드시고 가실래요?」
돌아가려하니 치하야가 그렇게 권해왔다. 거절하려 했지만 치하야는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목도 마르니 딱 좋나.
P「그럼 그것만 마시고 갈까」
치하야「네. 거기 있는 방석에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P「응. TV 켜도 괜찮아?」
치하야「네」
TV에 최근 인기가 오르고 있는 아이돌이 나왔다. …… 즉 우리 765 프로덕션의 라이벌이다.
자료로 밖에 본 적 없지만, 꽤나 실력이 있는 아이돌이라는 걸 TV를 보니 알 수 있었다.
P「흠……」
치하야「그녀는 최근 현장에서도 화제에요」
차와 다과인---쿠키를 테이블에 두고, 내 대각선상에 치하야가 앉았다. 쿠키는 점심 때 먹었던 쿠키와 같은 거겠지.
P「그래. 사무소가 밀어주는 것도 있지만, 그녀 자신도 상당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돌이니까」
쿠키를 먹으며 화면을 응시한다. 정통파 아이돌.
치하야「역시 신경 쓰이세요?」
P「프로듀서로서는 당연히」
치하야「정말로 프로듀서로서만?」
P「다, 당연하지. 애초에 인사 한 번 한 적이 없고」
그럴 터였다.
어떤 우연인지 몰라도, 지금 TV에 나오는 그녀를 오늘 협의장소에서 만났다. 그 뒤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는데 잘 맞는 면이 있었다.
치하야에게는 말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
P「그것보다 이 쿠키 정말 맛있는데! 조미료라도 넣은 거야?」
치하야「……네. 특별한 조미료가 들어가 있답니다」
어떻게든 넘겼나.
P「후우」
치하야네 집에서 차를 마시고 TV를 보고 있다가 무심코 오래 머무르고 말았다.
인사를 하고 당황하며 돌아온 참이었다.
P「그럼 일단 찬합을 먹어볼까」
방금 쿠키를 먹어 공복감은 별로 없지만, 상하기 전에 빨리 먹어야 할 것이다.
P「근데 이 양은 ……내일 꽤나 더부룩할 것 같은데……에잇. 어쨌든 먹자」
P「으~음……」
너무나 더부룩하다.
어제 억지로 전부 먹은 것이 원인이겠지……일에 지장이 안 생기도록 하자. 소화제도 다 먹었고, 오는 도중에 살 시간도 없었으니 나중에 사오자…….
치하야「더부룩하세요?」
오늘 첫 일은 치하야와 함께 웨딩 촬영에 대한 협의다. 몸도 마음도 무겁다.
P「으, 역시 알겠어? 응. 역시 어제 그건 너무 많아서……」
내가 그런 말을 하니 치하야가 뭔가를 꺼냈다. 알약?
치하야「소화제에요. 이런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준비해 놨어요. 마실 것도 있으니까」
P「센스 있는데……근데 이상한 약은 아니지?」
치하야가 주는 물통과 약을 받고 약을 천천히 바라본다. 뭐, 농담이지만.
치하야「그럴 리가 없잖아요. 자, 바로 협의가 있으니 빨리 드셔주세요」
치하야의 재촉에 당황하며 약을 먹었다.
응. 평범한 알약이다.
치하야「아, 상대분이 왔어요」
P「응. 오늘은---」
비틀.
갑작스러운 졸음이 나를 덮친다. 대체 뭐지? 설마 방금 그 약이……? 아니, 하지만 이런 일을 하는 의미가…….
치하야「프로듀서!? 괜찮으세요!?」
치하야의 모습을 봐서는……
치하야의 모습이 연기인지 아닌지도 파악하지 못한 채 나의 의식은 어둠속으로 가라앉았다.
………….
P「헉!?」
치하야「아, 깨어나셨네요. 협의가 끝난 후에 갑자기 쓰러지셔서 깜짝 놀랐어요」
눈을 뜨니 바로 위에 치하야의 얼굴이. 내가 쓰러졌다……?
P「으……미안. 상황을 잘 모르겠는데 설명해주지 않을래? 그리고 머리 쓰다듬는 것도 그만둬줘」
치하야「가끔은 이렇게 하게 해주세요. 그리고……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도중부터 모습이 갑자기 이상해지시더니……협의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쓰러지셨어요」
P「그래……?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
그랬었나……?
치하야「억지로 떠올리려 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아, 그리고 이게 오늘 협의한 자료인데, 기억 안 나세요?」
치하야가 건네주는 자료를 받는다……메모도 내 글자 같이 보인다. 군데군데 위화감이 있는 건 몸이 불편했던 탓일까.
P「으~음……」
그날 순서인가.
첫 부분을 가볍게 읽은 정도지만……뭐, 다음에 읽으면 되나.
그것보다 이 자세는 위험하다. 하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일어날 수가 없었다.
치하야「자자, 무리하지 마세요. 사무소에도 연락해두었으니 지금은 좀 더 쉬시는 편이 좋아요」
P「그래……」
눈을 감으니 치하야가 머리를 어루만지며 평온한 목소리로 자장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너무나 편안해 졸음이 쏟아진다.
P「………………」
자면, 안 된다………….
푹 자버렸다.
대략 3시간 동안 치하야의 무릎을 배고 푹 잠들었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머리끝까지 화가 난 이오리였다.
이오리「너 말이야! 아무리 피곤하다고 해도 업무 중에 잠이 들다니, 자기 관리가 너무 소홀한 거 아냐!?」
P「미안……」
이오리「넌 항상 자기 관리를 하라고 우리한테 말하고 있잖아! 근데 네가 그렇게 쓰러지면 누가 네 말을 따르겠어! 피곤하면 일에도 집중을 못하고 우리한테도 폐를 끼치니 똑바로 하도록 해!」
P「네……」
할 말이 없다.
협의 다음 일은 이오리의 보조였다. 아무리 연락을 했다고 하더라도 바람맞은 건 바람맞은 거였다. 그런 이유로 이오리는 아까부터 십 분이 넘게 나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P「하지만 걱정해줬구나. 고마워」
그렇게 말하니 이오리는 「그런 거……아냐」하고 중얼거리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몸을 돌린 이오리에게 치하야가 다가가 뭔가를 이야기 하고 있다. 도움, 감사.
이오리「하아!?」
…………도움이지?
P「키스……? 촬영 풍경을 TV로 방영……?」
손에 든 자료를 본다.
분명하게 써 있다.
내가 치하야랑……?
치하야「네. 사장님이 이미 방송국에도 이야기를 했을 터입니다」
사무소에는 765 프로덕션 멤버가……사장님을 빼고는 전부 집결해 있었다.
치하야는……아이돌인데?
이오리「치하야랑 프로듀서가……키, 키스는 안 되는 게 당연하잖아! 그런 기획은……」
P「아, 응. 바로 캔슬해 달라 연락해야지. 아무리 그래도 이건!」
당황하며 사장님에게 전화를 건다……받지 않는다. 이런 때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코토리「……프로듀서씨. 사장님 책상에 한 달 동안 휴가를 다녀오겠다는 메모가」
오토나시씨가 건네 준 메모를 받는다.
그리고 무심코 찢어버렸다.
그 메모에는 한 달 동안 휴가를 간다는 것과 동시에--촬영을 캔슬하면 막대한 위약금이 발생한다고 쓰여 있었다.
치하야「이 정도의 위약금, 저희 사무소로서는 지불할 수 없으니……어쩔 수 없죠?」
망연히 서 있는 사람들 중에서……깊은 미소를 짓고 있는 치하야가 이상해 보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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